‘돈 버는 게임’ P2E 시장 막전막후

떨어지지 않는 ‘도박’ 꼬리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P2E(돈 버는 게임)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불분명한 미래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조상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자문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P2E는 스포츠의 일종인 게임으로서 능력치, 시간, 에너지 투입의 대가로 대체불가 토큰(NFT)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안 된다”며 “게임 아이템이 법원에서 재화로 인정받았고, 개인 간 재화 거래를 통해 형성된 시장가격이 불법일 수 없는 만큼 법률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소송
기대감 상승

P2E란 사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 내 재화를 환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P2E 게임과 관련해 사행성 및 환금성을 지적하며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해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등급분류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무돌 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와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법원에 가처분·집행정지 및 행정소송을 걸었다.

무돌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는 1·2심 모두 기각 판정을 받으며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지난해 6월 가처분·집행정지에 대해 승소를 거뒀지만, 아직 사행성 위반에 대한 행정소송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게임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변론기일에 앞서 스카이피플 관계자는 “이미 기존 게임들도 외부 아이템 거래소 등을 통해 아이템 거래를 상당 금액 규모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NFT 기술이 도입됐단 것만으로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내 첫 사례기 때문에 재판과 관련해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재판은 NFT 게임의 국내 서비스 허용 여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국내 게임업계의 주목도가 크다. 스카이피플이 승소할 경우 국내 P2E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선고가 늦춰지면서 게임업계는 인수위의 P2E 게임 규제완화 발표를 기다리게 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P2E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게임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한국 법인에서 게임 개발을 맡고 토큰 발행 법인과 플랫폼 운영법인을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 P2E 게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 공약 달리 규제완화 가능성 부상
문체부 산하 두 기관 ‘엇박자’ 혼선

위메이드는 지난해 8월 미르4 글로벌 서버를 오픈해 게임 내 흑철이라는 재화를 가상화폐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게 했다. 또 위믹스를 모든 게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다양한 개발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 위믹스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총 11개다.

넷마블은 지난 3월 ‘A3: 스틸얼라이브’ 글로벌 버전을 시작으로 상반기 내 ‘골든브로스’ ‘제2의 나라(글로벌)’ 등의 P2E 게임을 연이어 공개할 계획이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를 출시했다. 아울러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서버 증설, 게임 접속 강화 등의 보강을 진행한 후 다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올해 하반기에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P2E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P2E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엇박자 정책’을 내면서 게임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내 게임사 링게임즈는 신작 ‘스텔라 판타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의 블록체인 부문에 선정됐다.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은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국산 게임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스텔라 판타지’는 2022년 8월말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NFT 게임으로, 최대 5억원의 제작비를 지원받게 됐다.

윤주호 링게임즈 대표는 “즐거움을 강조한 P2E 게임을 통해 대체 불가능토큰(NFT) 가치 향상과 WEB3 게임의 새로운 모멘텀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는 엇박자 정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하고, 게임당 최대 5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가 가상재화를 환전할 수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P2E 게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엇박자 정책
혼란만 가중

결국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된 P2E 게임에 국내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

정부의 이 같은 엇박자 정책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정치권에서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나와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며 “아직까지 정책적 변화가 없는데 희망고문만 받고 끝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P2E 게임을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게임물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환전할 수 없다는 조항인 게임법 제 32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전국을 강타했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P2E 게임과 ‘바다이야기’를 같은 사행성 게임물로 볼 수 있느냐다. 게임업계에선 P2E는 바다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는 “어른들의 눈에는 바다이야기와 P2E 게임을 같은 종류로 보는데, 지금 게임하는 친구들은 바다이야기가 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P2E와 바다이야기는 완전 생태계가 다르고, 지금 글로벌 게임사 ‘샌드박스’는 P2E를 장책해 글로벌 톱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며 “글로벌 산업을 바다이야기로 보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당선 후 변심?
초조한 업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산업계, 행정부, 입법부가 함께 연구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파악하는 등 조금 더 똑똑하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규율이나 미덕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 블록체인 게임을 허용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경영자로서 한국도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P2E, 메타버스 등 새로운 패러다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현행법으로만 적용해선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향한 윤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에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과 관련된 정부부처·학계·업계가 만나 윤정부의 게임정책 방향성을 진단했다. 발제에 나선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선 ‘새 정부 게임정책 방향 논의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윤상현(국민의힘)·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정부의 게임정책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에는 정윤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임혜진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스변호사,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위 의장은 “대선 당시 뜨거웠던 게임에 대한 열기와 달리 게임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10대 국정과제에 게임 공약은 K팝, 게임, 드라마, 영화, 웹툰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콘텐츠 중 하나로 다뤄졌다”며 “이렇게 되면 게임산업은 향후 윤정부 하에서 잃어버린 5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제2 바다이야기 우려
같은 점과 다른 점은?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박보균 장관의 경력을 살펴보면 콘텐츠와 관련된 경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위 의장은 “비전문가가 문체부 수장으로 오면서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판호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이 잘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게임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애정과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게임산업계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른 P2E와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게 오갔다.

임 변호사는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 가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P2E를 허용해줄 것인가 한다면 정부가 P2E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가 바다이야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케이드게임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족용 게임 등에서는 가능할만한 요소가 있다”며 P2E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위 의장은 국내에서 P2E를 허용하기 위해 ▲게임의 완전한 프리 투 플레이(과금 없이 즐기는 게임) ▲청소년의 P2E 진입 금지 ▲게임 내 암호화폐 경제의 안정적 유지 ▲신규 글로벌 게임 IP 개발을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업계의 요구대로 무작정 P2E를 도입할 경우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또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자칫 메타버스 산업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며 메타버스의 성공 키워드로 ‘게임’을 지목했다.

신중한 접근
조심스런 입장

이에 대해 정 과장은 “P2E 게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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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