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게임’ P2E 시장 막전막후

떨어지지 않는 ‘도박’ 꼬리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P2E(돈 버는 게임)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불분명한 미래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조상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자문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P2E는 스포츠의 일종인 게임으로서 능력치, 시간, 에너지 투입의 대가로 대체불가 토큰(NFT)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안 된다”며 “게임 아이템이 법원에서 재화로 인정받았고, 개인 간 재화 거래를 통해 형성된 시장가격이 불법일 수 없는 만큼 법률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소송
기대감 상승

P2E란 사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 내 재화를 환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P2E 게임과 관련해 사행성 및 환금성을 지적하며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해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등급분류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무돌 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와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법원에 가처분·집행정지 및 행정소송을 걸었다.

무돌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는 1·2심 모두 기각 판정을 받으며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지난해 6월 가처분·집행정지에 대해 승소를 거뒀지만, 아직 사행성 위반에 대한 행정소송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게임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변론기일에 앞서 스카이피플 관계자는 “이미 기존 게임들도 외부 아이템 거래소 등을 통해 아이템 거래를 상당 금액 규모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NFT 기술이 도입됐단 것만으로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내 첫 사례기 때문에 재판과 관련해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재판은 NFT 게임의 국내 서비스 허용 여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국내 게임업계의 주목도가 크다. 스카이피플이 승소할 경우 국내 P2E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선고가 늦춰지면서 게임업계는 인수위의 P2E 게임 규제완화 발표를 기다리게 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P2E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게임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한국 법인에서 게임 개발을 맡고 토큰 발행 법인과 플랫폼 운영법인을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 P2E 게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 공약 달리 규제완화 가능성 부상
문체부 산하 두 기관 ‘엇박자’ 혼선

위메이드는 지난해 8월 미르4 글로벌 서버를 오픈해 게임 내 흑철이라는 재화를 가상화폐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게 했다. 또 위믹스를 모든 게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다양한 개발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 위믹스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총 11개다.

넷마블은 지난 3월 ‘A3: 스틸얼라이브’ 글로벌 버전을 시작으로 상반기 내 ‘골든브로스’ ‘제2의 나라(글로벌)’ 등의 P2E 게임을 연이어 공개할 계획이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를 출시했다. 아울러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서버 증설, 게임 접속 강화 등의 보강을 진행한 후 다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올해 하반기에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P2E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P2E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엇박자 정책’을 내면서 게임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내 게임사 링게임즈는 신작 ‘스텔라 판타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의 블록체인 부문에 선정됐다.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은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국산 게임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스텔라 판타지’는 2022년 8월말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NFT 게임으로, 최대 5억원의 제작비를 지원받게 됐다.

윤주호 링게임즈 대표는 “즐거움을 강조한 P2E 게임을 통해 대체 불가능토큰(NFT) 가치 향상과 WEB3 게임의 새로운 모멘텀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는 엇박자 정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하고, 게임당 최대 5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가 가상재화를 환전할 수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P2E 게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엇박자 정책
혼란만 가중

결국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된 P2E 게임에 국내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

정부의 이 같은 엇박자 정책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정치권에서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나와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며 “아직까지 정책적 변화가 없는데 희망고문만 받고 끝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P2E 게임을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게임물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환전할 수 없다는 조항인 게임법 제 32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전국을 강타했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P2E 게임과 ‘바다이야기’를 같은 사행성 게임물로 볼 수 있느냐다. 게임업계에선 P2E는 바다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는 “어른들의 눈에는 바다이야기와 P2E 게임을 같은 종류로 보는데, 지금 게임하는 친구들은 바다이야기가 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P2E와 바다이야기는 완전 생태계가 다르고, 지금 글로벌 게임사 ‘샌드박스’는 P2E를 장책해 글로벌 톱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며 “글로벌 산업을 바다이야기로 보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당선 후 변심?
초조한 업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산업계, 행정부, 입법부가 함께 연구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파악하는 등 조금 더 똑똑하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규율이나 미덕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 블록체인 게임을 허용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경영자로서 한국도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P2E, 메타버스 등 새로운 패러다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현행법으로만 적용해선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향한 윤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에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과 관련된 정부부처·학계·업계가 만나 윤정부의 게임정책 방향성을 진단했다. 발제에 나선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선 ‘새 정부 게임정책 방향 논의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윤상현(국민의힘)·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정부의 게임정책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에는 정윤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임혜진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스변호사,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위 의장은 “대선 당시 뜨거웠던 게임에 대한 열기와 달리 게임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10대 국정과제에 게임 공약은 K팝, 게임, 드라마, 영화, 웹툰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콘텐츠 중 하나로 다뤄졌다”며 “이렇게 되면 게임산업은 향후 윤정부 하에서 잃어버린 5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제2 바다이야기 우려
같은 점과 다른 점은?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박보균 장관의 경력을 살펴보면 콘텐츠와 관련된 경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위 의장은 “비전문가가 문체부 수장으로 오면서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판호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이 잘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게임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애정과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게임산업계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른 P2E와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게 오갔다.

임 변호사는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 가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P2E를 허용해줄 것인가 한다면 정부가 P2E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가 바다이야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케이드게임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족용 게임 등에서는 가능할만한 요소가 있다”며 P2E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위 의장은 국내에서 P2E를 허용하기 위해 ▲게임의 완전한 프리 투 플레이(과금 없이 즐기는 게임) ▲청소년의 P2E 진입 금지 ▲게임 내 암호화폐 경제의 안정적 유지 ▲신규 글로벌 게임 IP 개발을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업계의 요구대로 무작정 P2E를 도입할 경우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또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자칫 메타버스 산업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며 메타버스의 성공 키워드로 ‘게임’을 지목했다.

신중한 접근
조심스런 입장

이에 대해 정 과장은 “P2E 게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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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