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떠나는 여름휴가 ②삼척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푸른 바다 껴안은 후덕한 산봉우리

이른 여름휴가를 떠난다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삼척이 어떨까. 백사장이 4㎞에 이르는 맹방해수욕장 귀퉁이에 자리한 맹방비치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차박족은 차박의 성지로 통하는 맹방해수욕장에 주차하면 된다. 캠핑장에서 나오면 왼쪽으로 맹방해수욕장이 끝없이 이어지고, 오른쪽에는 둥그스름한 산이 떡 버티고 있다. 여기가 덕봉산이다. 군 초소가 있어 통제구역이다가 지난해 개방돼 삼척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나무 덱 산책로, 정상 전망대와 벤치 등을 갖춰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맞춤하다.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맹방해수욕장과 덕산해수욕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어느 곳으로 입장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외나무다리가 볼만한 덕산해수욕장을 들머리로 하는 게 좋다. 덕산해수욕장에 너른 주차장이 있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안내 지도가 있다. 지도를 살펴보고 해변으로 내려서면 외나무다리가 덕봉산까지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외나무다리와 펑퍼짐한 덕봉산, 그 뒤에 바다가 펼쳐진 풍광이 장관이다.

차박의 성지

외나무다리에 올라선다. 생각보다 좁지 않다.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면 몸을 틀어 비켜주면 된다. 외나무다리는 포토 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람들이 다리에 걸터앉아 덕봉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덕봉산은 높이 54m에 불과하지만, 둘레는 약 800m로 제법 길다. 산 모양이 물더덩(물독의 방언)과 비슷해서 더멍산이라 불렸고,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 덕봉산(德峰山)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덕봉산은 과거에 섬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덕산도(德山島)라 나오고, 훗날 덕산해수욕장과 이어져 육계도(陸繫島)가 됐다.

전설에 따르면 삼형제산이 양양에서 해상으로 떠내려왔는데 첫째가 덕봉산, 둘째가 삼척시 원덕읍 해망산, 셋째가 울진의 비래봉(혹은 영해의 죽산)이 됐다고 한다.


덕봉산 풍만한 허리에 해안생태탐방로가 있다. 해안 코스가 626m, 정상으로 이어진 내륙 코스가 317m 거리다. 우선 해안 코스를 한 바퀴 돌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시계 방향으로 탐방로를 따른다. 탐방로 앞에 보이는 찰랑찰랑한 물이 마읍천이다.

제법 큰 물줄기가 덕봉산 앞에서 바다와 만난다. 마읍천이 너른 백사장을 만들어 덕봉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읍천 뒤로 멀리 백두대간 봉우리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읍천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면 맹방해수욕장이다. 다시 탐방로를 따르면 바다 쪽으로 수려한 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 사이에서 사람들이 뭔가 열심히 잡는 모습이 보여 물어보니 고둥이라고 한다. 고둥을 잡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맹방전망대를 지나면 덕산전망대가 나온다. 덕산전망대 주변으로 화려한 기암괴석이 널렸고, 바다는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보석 같은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바닷속은 얼마나 예쁠까.

지난해 개방, 삼척의 명소로 자리 잡아
정상 전망대·벤치 갖춰진 나무 덱 산책로

덕산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정상으로 갈 차례다. 솔숲을 지나자 예전에 화살대로 쓰인 신우대가 무성하다. 삼척에서 이곳 화살대가 유명했나 보다. 고사에 따르면 1572년(선조 5) 맹방리에 사는 홍견이 덕봉산에서 한 줄기에 다섯 개나 자라는 대를 발견하고, 이것을 베어 만든 화살로 무과에 응시할 때 사용하니 합격했다고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면 공터같이 넓은 정상에 닿는다. 정상 벤치에는 알록달록한 햇빛 가리개가 있다. 꼭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 보인다. ‘덕봉산’이라 쓰인 조형물 뒤로 덕산해수욕장이, 반대편으로 맹방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덕봉산이 두 해수욕장을 날개처럼 거느리는 셈이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은은하게 들리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달콤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일찍 맹방해수욕장으로 나가 일출을 감상했다. 덕봉산 왼쪽으로 붉은 해가 불끈 떠올랐다. 백사장에 ‘BTS’ 조형물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앨범 재킷 사진을 찍은 곳으로, 맹방해수욕장의 상징이 됐다. 젊은 연인은 물론 나이 지긋한 부부도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맹방해수욕장의 알려지지 않은 보물은 드넓은 곰솔 숲이다. 여기에 맹방해변산림욕장이 있다. 솔 향을 맡고 파도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벽너머엔 나릿골 감성마을은 정라동 나릿골을 말한다. 강원도 삼척시에서 경남 통영의 동피랑과 강원도 동해의 논골담길처럼 가꾼 달동네다. 삼척항이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어촌으로, 미로 같은 골목과 벽화, 무인 카페, 전망대 등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는 핑크뮬리 단지가 있어 가을철 촬영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삼척활기치유의숲

바다가 더우면 깊은 계곡에서 더위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삼척의 명산인 덕항산 줄기에 삼척활기치유의숲과 삼척활기자연휴양림이 붙어 있다. 치유의숲은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족욕실과 온열치유실 등을 갖췄다. 이곳의 진짜 보물은 청정 계곡이다.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면 더위는 안녕이다. 삼척은 바다가 푸르고, 산이 높고, 계곡은 차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맹방해수욕장→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맹방해수욕장→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 
둘째 날: 삼척 준경묘·영경묘→삼척활기치유의숲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삼척문화관광 www.samcheok.go.kr/tour.web
- 맹방비치캠핑장 http://samcheokcamp.kr
- 삼척활기치유의숲 www.samcheok.go.kr/healinglife

문의 전화   
- 삼척시청 관광과 033)570-3846
- 맹방비치캠핑장 033)802-8850
- 삼척활기치유의숲 033)571-26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삼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3~17회(06:20 ~22: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05)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삼척종합버스터미널에서 호산행 농어촌버스 이용, 근덕 정류장 하차,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 txbus.t-money.co.kr 강원여객시내버스 033)574-2686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근덕 IC→근덕교차로→맹방해변로→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숙박 정보
- 맹방비치캠핑장: 근덕면 맹방해변로, 033)802-8850, http://samcheokcamp.kr
- 씨스포빌리조트: 근덕면 상맹방길, 033)570-5000, www.seaspovill.co.kr
- 삼척활기자연휴양림: 미로면 준경길, 033)574-0032, www.foresttrip.go.kr
- 쏠비치 삼척: 삼척시 수로부인길,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sb/sc
-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7788, www.choochoopark.com

식당 정보
- 장호막국수(막국수): 근덕면 방재로, 033)573-2223
- 행복횟집(활어회·물회): 근덕면 덕산해변길, 033)572-3277, http://hangbokfish.itrocks.kr
- 삼척수제비(된장해물수제비·들깨수제비): 근덕면 덕산해안로, 033)574-4786
- 장독(고등어조림·된장찌개): 근덕면 상맹방길, 033)573-8443


주변 볼거리
장호항,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수로부인헌화공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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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