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 유흥식 대주교

  • 오혁진 기자 ohj0001@nate.com
  • 등록 2022.06.07 12:59:59
  • 호수 13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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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업무 추진력 소탈하고 열린 리더십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국 가톨릭교회 제4대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을 역임한 유흥식 신부가 네 번째 추기경에 임명됐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그는 국내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이명박(MB) 정부 당시 4대강을 반대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도 방문해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왔다.

유흥식 신임 추기경은 1951년 11월17일 충청남도 논산군에서 태어났다. 3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생후 6개월에 한국전쟁을 맞았다. 젖먹이 시절 아버지를 잃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3남매를 혼자서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유 추기경이 기댈 곳은 성당뿐이었다.

가난했던 과거
수녀님 권유로…

유 추기경은 학창시절 다니던 성당에서 그에게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수녀님의 권유로 신부의 삶을 꿈꿨다. 논산 대건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인 16세 때 가톨릭교회의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당시에는 오스트리아 부인회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이 귀한 돈을 멀리 있는 분들이 보내주셨는데 내가 보답할 길은 다시 성당에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때부터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유 추기경은 신학교에 들어가 신학생이 되기로 결심을 굳혔지만,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집안의 반대를 고려해 집에는 일반대학교(연세대)에 시험 본다고 하고 신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다.


유 추기경은 1979년 12월8일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았으며, 1983년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주교좌 대흥동본당 수석 보좌신부, 솔뫼성지 피정의 집 관장, 대전가톨릭교육회관 관장,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등을 거쳐 1998년 12월 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으로 임명됐다.

2003년 6월24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천주교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됐으며, 그해 8월19일 주교로 서품됐다. 교구장 경갑룡 주교의 사임에 따라 2005년 4월1일 교구장직을 승계 받아 4월6일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로 착좌했다.

2014년 8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주최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많은 활동을 한 유 추기경의 세례명은 ‘라자로’다. 음력 생일과 일치하는 성인을 찾다 명명하게 됐다. ‘라자로’는 생전에 거지였다가 천국에 가서 부활해 예수의 친구가 됐던 인물이다.

유 추기경은 교황청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전 세계 50만명에 달하는 사제·부제의 직무·생활을 관장하는 업무를 무난하게 잘 수행해오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동안 줄곧 이탈리아 출신 장관이 도맡아온 일을 아시아 출신 성직자가 넘겨받은 데 대해 교황청 안팎에서 일부 우려도 있었으나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불필요하고 잘못된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조직을 능률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취임 직후 장관실을 모든 직원에게 개방하고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것도 교황청 관행상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탁월한 업무 추진력에 더해 소탈하고 열린 리더십으로 성 내 직원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추기경은 한국 인권과 환경, 종교 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종교인이자 개혁파로 평가받는다. ‘쌍용차’ ‘위안부’ ‘사형제’ ‘4대강 사업’ 문제를 두고 진보적, 전향적으로 사목 활동을 벌였다.


4대강·위안부 합의 비판 등 사회 문제 지적
프란치스코 교황 동행해 세월호 유가족 만나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안내를 책임지고 이끌면서 세월호 참사 유족과 만날 때도 동행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 방문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교황 방문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큰 고통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람을 귀히 여기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교황의 삶 자체가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13만936인 선언’에도 참여했다.

2010년 8월15일 성모승천대축일 때 낸 메시지에서 유 추기경의 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당시 간디의 무덤 입구에 새겨진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의 사회악’을 인용하면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하고 답답해져 온다”고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정의평화위원회는 2016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타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인권을 경제와 외교 논리로 환치한 결과물”이라며 “이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당시 정평위는 “정의를 향한 외침과 인권 보호는 교회의 기본 임무”라고 했다.

노동자와 농민도 만났다. 2015년 11월엔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고 백남기씨를 당시 김희중 대주교와 함께 병문안했다. 이들은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2014년 12월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과 김정우 전 지부장을 만나 위로했다.

당시 두 사람 동료인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이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2009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여러 병으로 고생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찾아 격려의 말과 기부금을 전하기도 했다.

인권과 환경
종교간 평화

2015년 대전교구장으로 일할 때는 국회의원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사형제 폐지를 위한 특별법 공동 발의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당시 유 추기경은 “‘보복과 응징’으로 죄인의 생명을 죽이는 것보다 ‘반성과 용서, 사랑과 체계적인 교화’를 통하여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진정한 의미에서 바로잡고 치유하는 길이며 인간에 대한 진정한 희망과 신뢰를 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가 많은 반대 여론에도 정치 지도자들의 소신 있는 결단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한 선례도 제시했다.

2010년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수도자 5005인 선언문’에 주교 자격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처님오신날엔 사찰을 찾는 등 종교 간 대화·평화를 위한 여러 활동을 펼쳤다.

유 추기경은 2015년에도 MB의 4대강 비판을 이어갔다. 유 추기경이 위원장으로 있던 주교회의 정평위는 2015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정기총회에서 “하느님은 항상 용서해준다. 사람은 가끔 용서해주지만 자연은 용서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것으로, 환경 파괴와 자연재해를 우려하는 학계의 견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채 국민적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용과 절차면에서 정당성이 결여되고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이제라도 충분한 여론 수렴을 통해 재조정돼야 할 불의한 사업”이라며 “교회의 ‘4대강 사업’ 반대가 참된 가치를 바탕으로 복음화하고 올바른 인간의 길을 제시해야 할 사명이 교회 본연에 해당함을 다시 확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회는 온전한 생태계 회복을 위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기초로 한 ‘공동선’의 가치를 독려하고 이를 위한 토론의 장에 동참할 것”이라며 “또 쓰고 버리는 낭비의 문화에서 벗어나 공동체적이고 생태적인 생활방식을 정착시켜 구체적인 정책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2016년 1월 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복지시설 ‘나눔의 집’을 위로 방문하고,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 잇단 비판
행동하는 개혁파

앞서 유 추기경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판했다.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왜 졸속으로 이렇게 했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최고 의결기구인 천주교주교회의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피해 당사자인 종군위안부의 인권을 또다시 무참히 짓밟았다"고 강력 질타하면서 전면 재협상을 촉구한 바 있다.

천주교주교회의 산하 공식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는 당시 “‘모든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10억엔을 책정한다는 등의 합의문은, 모든 것에 선행돼야 하는 가장 소중하며 보편적인 기본권을 한일 양국의 현안 해결이라는 이름 아래 경제와 외교의 논리만으로 환치시킨 결과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합의문의 여러 내용은 일본이 저지른 조직적 범죄인 종군위안부에 대한 진상과 책임 규명의 노력을 소홀히 하게 만듦으로써 피해 당사자인 종군위안부의 인권을 또다시 무참히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종교계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원인무효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천주교가 처음으로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다. 천주교주교회의 정평위는 이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성명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박근혜정부의 퇴행성을 비판해왔다.

북한과의 친선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 문재인정부에서 유 추기경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실제 북한을 포함한 저개발국 지원에 남다른 열정과 관심을 두고 실천했다.

대전교구장으로 봉직하던 2020년 말, 전 세계 교구 중 처음으로 저개발국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백신 나눔 운동은 이후 한국 천주교 교구 전체로 확대됐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일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한국 교계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북한 사정에 가장 정통한 성직자로도 꼽힌다. 한국 천주교 본산인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2014∼2018년)으로 있을 때는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 카리타스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며 대북 지원사업의 가교 역할을 했다. 2005년 9월 북한을 찾아 ‘씨감자 무균 종자 배양 시설’ 축복식을 하는 등 2009년까지 네 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유 추기경은 최근까지도 교황청의 북한 방문을 추진하던 인물이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바티칸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선 상대방(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라며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고 가능하면 (상호)관계에서 상대가 대답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에 대해 “교황청에서는 그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말뿐인 ‘교황 방북 플랜’ 실행·추진력 커져
거칠어진 북 도발 잠재우는 해결사 역할 하나

교황은 4년 전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교황 초청 의사를 전했을 때도 수락 의사를 표한 적이 있다. 당시 유 추기경은 교황이 북한의 초청장이 오면 방북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지 묻는 말에 “제가 말씀을 드릴 처지는 아니다”면서도 “정부도 그렇지만 교황청도 여러 가지 길을 통해 교황님이 북한에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노력하고 있다. 때가 맞아야 한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청은 지난해 북한과 직접 교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황청 자선단체인 ‘산에지디오’ 경로를 통해 북한과 의견 교환 및 만남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썼다.

앞서 2019년 2월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열린 산에지디오 창립 51주년 기념미사와 리셉션에 김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참석해 교황청 관계자들과 만났다. 2018년 12월에는 임팔리아초 산테지디오 회장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제일 먼저 북한과 수교한 나라다. 친북 (성향의)의원들도 있어 그 사람들이 가끔 북한을 가기도 한다”면서 향후 의원들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천주교계에서는 유 추기경 임명이 북한과 중국 관계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정부에서부터 추진되던 교황의 북한 방문 현실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가 지금도 확고하지만, 방북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방북이 성사된 적이 없고, 현재도 교황청과 북한 간 직접적인 외교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어 북한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는 등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열리는 듯했으나 다음 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며 모든 실무 작업이 중단됐다.

천주교 측에서는 교황의 방북이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작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황은 테러와 전쟁 위험 등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천주교 역사상 최초로 이라크를 순방했다. 당시 교황은 “희망이 증오보다 더 강력하며 평화가 전쟁보다 더 위력적”이라며서 전쟁을 이기는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경색된 남북
돌파구 작용?

교황의 의지가 확고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북한 측은 교황의 방북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만약 교황 방북이 성사되면 향후 경색된 남북, 북미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천주교 2인자’ 어떤 의미?

추기경은 천주교계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종신직이다.

특히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선종 시 신임 교황을 선출하는 등 교황청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콘클라베’에서 투표할 수 있다.

유흥식 추기경 임명은 지난해 6월11일 주교에서 대주교에 서임됨과 동시에 바티칸 교황청의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될 때 예견된 바 있다.

성직자성 장관은 대주교보다 높은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돼 재임 기간에 추기경에 서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장관 임명 당시부터 뒤따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 추기경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2013년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갔다.

교황은 이듬해 방한해 유흥식 주교가 교구장으로 있는 대전교구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유 추기경 임명은 한국이 사실상 동아시아 선교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배려한 조치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천주교계가 교황 선출 등 최고의사 결정 기구인 ‘콘클라베(Conclave)’에서 2표를 행사하는 영향력을 얻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천주교는 고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과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을 배출한 바 있지만, 선배 추기경이 80세를 넘겨 콘클라베에서 1표밖에 행사하지 못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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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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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