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당정 파워게임 막전막후

문 지우다 등 돌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직접적으로 타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의 손을 들어주자 한 총리는 첫걸음을 떼자마자 식물 총리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탓에 당정 사이에 대립의 불씨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내각의 조각이 거의 다 맞춰졌다. 우여곡절 끝에 한덕수 국무총리의 인준이 지명 40여일 만에 이뤄졌다. 당초 윤정부는 노무현정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민주당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해 한 총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인준은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거센 반발 끝에 임명될 수 있었다. 

실세의 힘

우여곡절 속 총리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한 총리는 첫 스텝부터 꼬인 모양새다. 임명 이후 국무총리실 2인자인 국무조정실장 임명을 두고서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실에서 국무총리 아래의 2인자로 총리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한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을 지목하자 즉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가장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낸 인물은 윤핵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권 원내대표가 크게 반발한 이유는 윤 은행장이 과거 문재인정부에서 일했던 이력 때문이다.


윤 행장은 문정부 초기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권 원내대표 주장에 따르면 문정부에서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하거나 비호한 사람이 새 정부 국무조정실장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행장 카드는 대통령실 추천 인사가 아닌 탓에 일찌감치 한 총리가 윤 행장 임명을 띄웠을 때 철회하길 바라는 기조가 강했다. 

그는 사실 MB(이명박)정권 때에도 청와대 경제금융 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한 총리 입장에서는 MB정부 인사로 채워진 내각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밀리면 끝’ 국민의힘-윤정부 힘겨루기 
정권 첫걸음 떼자마자 대립 불붙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지난달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르게 되면 자신이 잘되기 위해서 실력 없는 사람을 뽑을 리 없다”며 인사 추천권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이 벌써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지명 3일 만에 자진사퇴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태였지만 결국 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읽힌다. 윤 행장 역시 스스로 국무조정실장직을 고사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윤 행장의 낙마가 본격적인 당과 정부의 파워게임 신호탄을 쏴 올린 격이 됐다는 점이다. 당정 간 힘겨루기에서 선취점은 국민의힘이 따냈다. 이를 두고 앞으로 정책 현안이나 내각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문재인이라는 세 글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긴장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낙마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우려도 윤정부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새 정부에서 윤핵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윤핵관은 용산으로 가지 않으며 윤정부 내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외라는 반응이 다수였지만 국회로 돌아간 윤핵관들은 빠르게 국회 내에서 새로운 실세로 등극했다. 실세의 힘은 윤정부에도 강하게 작용한 모양새다. 

윤핵관은 대선 기간에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장본인이다. 결국 이 대표가 직접 윤핵관에게 경고하며 갈등을 봉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실세로 등극한 윤핵관이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통상 정부의 기조를 여당이 따랐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쉽게 정부의 입장을 따라주지 않을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윤핵관 라인 우선 우위 차지
엇박자 계속되면 모두 타격

다만 당내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긴밀히 공조해야 하는데 지나친 엇박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갈등은 공개적으로 당과 정부가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린 꼴이다.

윤 행장 절대 불가 이유는 문정부 반대 방향 기조에 방점이 찍힌 탓이 크다. 실제로 윤정부가 문정부에 반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문정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어깃장을 놨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윤정부에 문정부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면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 대목으로 언제든지 당정 간 갈등이 재차 촉발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한 총리는 식물 총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윤 행장의 낙마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윤핵관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꼴이 돼서다.

또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2인자라는 말이 나오는 와중에 한 총리의 존재감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총리가 힘을 받지 못한다면 윤정부 역시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까지 처한다.

일각에서는 총리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경우 오히려 책임 총리제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모습은 윤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미 내각 인사로 여러 차례 골머리를 앓았던 바 있다. 


자리 욕심

민주당 역시 강한 목소리로 비판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 총리 추천 인사를 여당 전체가 반대했다”며 “본격적인 자리다툼을 시작했다”며 “인준해달라고 했으면서 허수아비 총리로 길들이려고 한다”고 쏴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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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