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후폭풍> ②‘초선’ 이재명의 한계

얼굴에 철판 깔고 금배지만 달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기도 졌고, 싸우기도 못 싸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은 ‘지는 전략’만 골라서 실행했고, ‘완패’ 후폭풍은 다음 총선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패배의 책임을 진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일 총사퇴를 결정했다. 패배의 원흉이었던 지도부는 물러갔지만, 패배의 아픔은 아직 남아있다. 누군가는 지지자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하고, 당을 재정비해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당후사’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 의원들이 외쳤던 구호다. 본인의 이익 앞에 당의 이익이 있다고 믿는 태도는 당론의 뼈대가 되는 오래된 정신이었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당을 살리는 결정을 종종 해왔고, 민주당의 전통 지지자들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성원해주곤 했다.

“아∼”
“와∼”

그런 전통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의원은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이 당선자가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보궐선거에서 당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벌써부터 이 당선인에게 ‘자생당사’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조롱하고 있다. 

그는 출마 전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은 인물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경기도지사나 서울시장직 공천에 골머리를 썩고 있던 것이다.

지도부는 선거 직전까지도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비대위 형태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민주당은 기존에 출마 선언한 인물들을 제쳐두고 거물급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거론됐던 인물들이 송영길 전 대표와 이 당선자다. 이들의 재등판설이 솔솔 불자 일각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고 한 사람들이 어째서 또 선거에 등장하느냐는 볼멘소리였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당시 “내가 부족해서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며 잠행에 들어갔고, 송 전 대표 역시 선대위원장들이 사퇴할 때 동반사퇴를 결정한 바 있다.

반성이 이어진 기간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먼저 송 전 대표가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박차고 나오더니 서울시장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을 선언했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은 힘을 합쳐 이를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송 전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험지 출마’로 지겠다고 밝혔고, 당 지도부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오며 인천 계양을이 공석이 되자, 이번에는 이 당선인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공석이 된 분당갑 지역을 뒤로 하고, 지역적 연고가 전무한 인천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과 여당, 심지어 일부 야당 인사까지 이 당선인을 비판했다. 계양을 지역은 송 전 대표가 4선을 할 만큼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2010년 보궐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가 당선된 사례를 빼놓고는 수십년간 인천 계양을의 국회의원은 늘 민주당 출신 후보가 차지했다. 


‘비겁한 출마’ ‘방탄 국회’ ‘인천이 만만하냐’란 비난이 이어진 것은 이 당선인의 출마 선언이 이뤄진 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다. 여러 모로 명분이 부족한 출마를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총선 불출마를 했던 송 전 대표와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감을 느낄 대선 후보 본인이 ‘억지로’ 선거에 참여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당권 없이 대권 없는데…
지선 졸전 책임론 급부상

민주당 지지자는 끝끝내 완전한 결집을 이루지 못했다.

선거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송 전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보다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왔고, 이 당선인은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평가받던 국민의힘 윤형선 인천 계양을 후보를 크게 따돌리지 못했다. 

당초 민주당 비대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당선인의 계양 출마를)너무 나쁘게 만은 보지 말아 달라”며 “(큰 지지율 차이가 나오면)계양을에서 전국을 돌면서 선거 지원을 하겠다는 전략도 포함돼있다”고 이 당선인의 출마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지율 차이가 얼마 나오지 않아 이 후보의 발은 계양에 묶여 버렸다. 다른 곳의 선거 지원 유세는커녕 오히려 지도부가 계양으로 달려가 이 당선인의 선거운동을 돕는 등 ‘여유롭지 못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연출했다.

최종 개표 결과에서도 이 당선인은 윤형선 후보와 불과 8400여표 차이를 보이는 불안한 승리를 거뒀다.

어처구니없는 성적표는 비단 송 전 대표와 이 당선인의 ‘억지 출마’ 탓만은 아니다. 후에 이어진 민주당의 무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과 이 당선인의 ‘김포공항 이전’ 헛발질, 그리고 윤호중·박지현 선대위원장들의 불협화음 등이 부정적 여론 형성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처음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그동안 막대한 권력을 휘두른 검찰은 각종 비리에 휩싸이며 민심을 잃어왔고, 정권에 따라 일관되지 못한 권력수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정치 검사’라는 비판이 계속 이어졌던 탓에 국민들은 검찰의 대대적인 개혁에 모두 동의하고 있었다.

전국 빨간색
국힘 싹쓸이

민주당이 처음으로 제시한 ‘검수완박 법안’의 골자는 6대 범죄(부패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 참사)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떼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수사권을 상실하면 검찰은 고소·고발 접수는 불가능해지고 검찰은 공소 업무와 영장과 관련한 제한된 권한만 쥐게 된다.

해당 법안에는 검찰총장 직급 자체를 차관으로 강등시키는 내용도 포함돼있어 새로운 법률 아래에서 총장은 검찰 인사권도 빼앗긴다.


이에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나서서 중재안을 제시했다. 중재안에는 6대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를 뺀 4개의 수사권만 제한하는 내용으로 수정됐고, 국회 법사위를 통한 중대범죄수사청 발족 등이 포함됐다. 

국힘은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민주당에 전달했지만 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박 의장이 법안 상정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는 등 입법 처리에 협조하며 해당 법안은 윤 대통령 취임 일주일 전인 지난달 3일 통과됐다.

내용만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대대적인 검찰 개혁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여론은 이번 민주당의 검수완박 방식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무리하게 법안 통과를 진행하려는 의도가 대중에게 ‘적나라하게’ 보였던 탓이다.

법안 통과후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법안 통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부정 여론은 50%에 육박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갑자기 검수완박 카드를 꺼내들며 지난달 초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할 뜻을 밝혔다. 대선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 급하게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후에 빠른 법안 통과 진행을 위해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뒤 법사위에 무소속으로 배치했고,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박 국회의장이 본회의 법안 상정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최우선으로 배치했다.


대중의 눈에 이 모든 과정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가 안 좋아지자 민주당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 후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몇몇 구청장 후보와 시의원들은 당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고, 차마 당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 후보들은 히든카드를 제시하며 여론전을 새로운 이슈로 덮으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주자가 이 당선인이다.

이 당선인은 계양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중 ‘김포국제공항 이전’ 카드를 꺼내들며 여론을 민주당 쪽으로 끌고 오려고 했다. 김포국제공항 이전 공약은 앞서 송 전 대표가 제20대 대통령선거 때 현실적인 문제 등을 들며 일단 보류해놨던 카드였다.

지난달 27일, 이 당선인과 송 전 대표는 경기 김포 아마린센터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이 당선인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빈 공지가 될 공항 일대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리더십
의문 부호들

그는 “김포공항은 과학의 발전, 항공기술의 발전 및 탈석탄 시대 대비로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며 “이젠 지상고속전철이 탄소 배출도 적고, 싸고, 빠르고, 더 안전한 교통수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포공항의 기능을 분산하고, 필요한 기능은 인천으로 통합하고, 김포공항을 이전해 이를 중심으로 인천 계양,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세 군데를 대개발 해야한다. 김포공항이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면 영종경제자육구역과 인천은 명실상부한 ‘공항경제권’을 형성해 대한민국 성장까지 견인할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협약문에는 인천 계양을을 제2의 판교로 만들고 서울 지하철 노선을 끌어와 계양구 중심부에 닿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개발 공약이 쓰여 있다. 이 당선인은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던 서부 일대를 김포공항 이전을 계기로 완전히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러나 곧바로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되며 비판을 들어야 했다. 우선 김포공항을 없애면 국내 항공사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한국공항공사 측 자료에 따르면, 김포-제주 항공노선은 2020년에만 약 1000만명이 이용했을 만큼 거대 노선이다. 또 해당 노선의 지난해의 여객 운항 편수는 전 세계 2위였다. 

이 당선인이 대체 수단으로 내세운 지상고속전철로는 제주도에 갈 수 없다. 제주도에만 한국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한 해에 찾았다.

김포공항 이전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한 여권 인사는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당선인은 여객기의 소음문제를 걱정해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공항 이전에 따른 부작용이 소음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 이끌 때마다 패
당내 입지 대폭 축소

백호종 한국항공대 항공물류학과 교수는 “김포공항 국내선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편의 공역 구분이 상당한 난제가 될 것”이라며 “최소한 공역 문제를 어느 정도 검토해보고 안전에 문제가 없을 때 이전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깊은 숙고 없이 급하게 내놓은 공약이라는 소리다.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포공항 이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슬롯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의 ‘김포공항’ 헛발질은 전체 선거에 악영향을 줬고, 수습되지 못했다.

이 당선인의 헛발질이 혼란을 가져올 때쯤, 이번에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불협화음이 튀어나왔다. 박지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윤호중 선대위원장과 마찰음을 빚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 당선인이 직접 스카우트해 데려온 인물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쇄신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정말 많이 잘못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과드린다”며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성비위 사건을 일으킨 민주당 최강욱·박완주 의원에 대한 징계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 그는 하루 뒤인 25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586 그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586 그룹에는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윤 의원, 원내대표 박홍근 의원, 공동총괄본부장이었던 김민석 의원 등이 포함된다. 

윤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국회 취재기자단에 따르면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간부회의에서 고성과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오갔고, 윤 의원은 “이건 지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여기는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이틀 뒤 ‘억지로’ 사태는 봉합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대중의 눈에는 젊은 여성 정치인이 꺼내는 쇄신론에 기득권인 민주당 중진들이 찍어 누른 것으로 비춰졌다. 대선 패배에 깊이 반성한다는 그동안의 민주당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행태였다.

헛발질
딜레마

이 당선인은 애초 여의도에 들어가 민주당의 당권을 거머쥐려는 의도를 내비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대선 패배 후에도 지선 공천에 관여하고 당내 의원들에게 일일이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난 지방선거 과정 중에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그러나 그의 헛발질과 당내 분열은 지선 패배 후 ‘책임론’으로 불거지고 있다. 전국 과반 승리를 장담했던 이 당선인의 당내 입지는 앞으로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1 지선 여론조사의 맹점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론조사는 거의 들어맞았다.

인물이 몇몇으로 특정되어 있고 대통령이 새로 뽑힐 때마다 치밀하게 진행됐던 여론조사 기법이 나날로 발전된 결과다.

그러나 여론조사 회사들은 유독 지방선거에서 힘을 못 쓴다.

선거 직전 여의도에서 만난 정계 관계자는 “지방선거 여론조사는 보는 시간도 아깝다. 여론조사 때문에 크게 안심을 해서도, 크게 걱정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표본이 너무 적은 반면 후보는 너무 많다는 점을 꼽았다.

보통 여론조사 회사들은 표본을 산정해 특정 질문을 물어본 뒤 이를 바탕으로 분석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선거구가 너무 많아 질문을 모두 달리 상정해야 하고, 물어볼 집단의 크기 자체도 매우 작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여론조사 오류’는 매번 반복되고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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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