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과학여행 ①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지질 변천사

‘먼 옛날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최초 생명체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인류가 등장하기 전, 지구에는 어떤 생물이 살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단번에 풀어주는 재미난 학습 공간이 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지구 탄생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생물이 등장했다 사라졌는지 살펴본 뒤 화석 탁본을 뜨거나 증강현실(AR) 체험을 해보자.

강원도 태백은 인근 영월, 정선, 평창과 함께 고생대 지층이 분포한 지역이다. 크기와 종류가 각양각색인 삼엽충 화석이 많이 발견됐다. 삼엽충은 고생대 바다를 주름잡던 생물이다. 삼엽충 화석이 나왔다는 것은 이 지역이 예전에 바다였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미국 유타가 삼엽충 화석지로 유명하다. 고생대 말까지 번성한 삼엽충은 약 2억5000만년 전에 일어난 후기 고생대 대멸종 때 사라졌다고 한다.

다양한 볼거리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이런 배경이 있는 고생대 지층에 들어선 유일한 박물관이다. 이름처럼 고생대 전문 박물관이지만, 선캄브리아대부터 고생대와 중생대를 거쳐 신생대까지 지질시대를 아우르는 전시 콘텐츠를 선보인다. 2층 전시실에서 선캄브리아대~중기 고생대 생물을 만나고, 3층 후기 고생대~신생대 전시실을 둘러본 다음, 1층으로 내려와 체험 활동에 참여한다.

관람에 앞서 지질시대 구분과 시대별 중요한 사건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지질시대는 크게 넷으로 나눈다. 선캄브리아대는 지질시대 중 가장 오랜 기간으로, 최초 생명체인 박테리아가 등장했다. 뒤이은 고생대는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로 구분한다. 둘씩 묶어 전기 고생대, 중기 고생대, 후기 고생대라고 한다. 육상식물, 어류, 파충류가 이때 나타났다.

가장 많이 들어봤을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눈다. 공룡의 등장과 멸종이 모두 중생대에 일어났다. 신생대는 3기와 4기로 구분한다. 6500만년 전인 신생대 4기에 드디어 인류가 등장했다. 지구를 본떠 만든 전시실 입구 바닥에 46억년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나눠 표현했다. 지구 역사에서 인류 역사는 찰나에 불과하다.


2층 고생대 전시실의 주인공은 단연 삼엽충이다. 국내외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화석과 거대한 모형이 눈길을 끈다. 고대 바닷속을 생생하게 재현한 4면 몰입형 영상 체험 존도 인기 만점이다. 삼엽충은 눈이 있는 최초 생물로 알려졌다. 절지동물에 속하고 몸은 가로 세 부분으로 나뉜다. 크기는 대개 수 ㎝지만, 90㎝에 달하는 표본도 있다. 지금까지 모든 대륙에서 1만5000여 종이 발견됐다고 한다.

3층은 삼엽충을 포함한 생물 96%가 사라진 후기 고생대 대멸종, 공룡의 시대로 알려진 중생대의 시작과 끝, 인류의 출현 등 시간순으로 간략하게 전시한다. 공룡 골격, 축소 공룡 모형, 2004년 제주 바닷가에서 발견된 구석기인 발자국 화석 등이 흥미롭다.

고생대 지층이 분포한 지역
각양각색 삼엽충 화석 발견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2~3층을 돌아다니는 로봇과 자주 마주친다. 올해 처음 도입한 자율 주행 안내 로봇으로, 관람객을 찾아다니며 도슨트 역할을 한다. 전시물 해설과 편의 시설 안내는 물론, 관람객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는다. ‘로봇이 찍어주기’ 기능을 선택하면 전면 카메라로 촬영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준다.

1층에 내려오면 체험전시실이 기다린다. 자석 퍼즐로 삼엽충 맞추기, 화석으로 고생대 생물 알아보기, 탁본 뜨기 등 놀이와 학습을 겸한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하다. 고생대 생물을 프린트한 원판 뒷면 QR 코드를 카메라에 대면 입체형 생물이 화면에 나오는 증강현실 체험도 있다. 삼엽충 만들기, 컵에 삼엽충 그리기처럼 시간이 정해진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박물관 주변은 고생대 퇴적 지형과 화석을 관찰하는 자연 학습장이다. 구문소(천연기념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걸어보자. 구문소는 고생대에 황지천과 철암천 물줄기가 지하 동굴에서 만나 석벽을 깎아 만든 독특한 지형이다. 높이 20~30m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그 아래 깊은 웅덩이가 있다. 박물관 앞을 부드럽게 흐르던 물길이 구문소에 가까워지자 포말을 일으키며 세차게 흘러내린다. 구문소 서쪽 도로에 일제강점기에 뚫은 굴이 있다.

구문소를 지난 황지천 물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낙동강 본류가 된다. 시내 중심부 황지가 발원지다. 황지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명승)와 함께 태백의 자랑이다. 상지, 중지, 하지 3개 못으로 이뤄진다. 상지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굴이 있어 하루 5000t가량 물이 솟아나고, 연중 9~11℃를 유지한다고 한다. 시내에 묵는다면 복원된 황지천 물길을 따라 아침 산책을 즐겨도 좋다.


박물관 근처에 아이들이 반길 만한 곳도 있다. 국내 최대 안전 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이다.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대테러 등 안전을 주제로 교육과 놀이 시설을 결합했다. 4D 시뮬레이터 구명보트와 가상 소방 헬기를 타고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체험은 웬만한 테마파크 놀이 기구 뺨치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문필봉 정상에 오르면 야외 체험 시설 챌린지월드가 있다.

몽토랑산양목장

요즘 태백에서 가장 잘나가는 신규 관광지로 몽토랑산양목장을 꼽는다. 해발 800m 고원에 자리한 목장은 알프스를 닮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사랑받는다. 산양 먹이 주기, 새끼 산양 젖 주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을 해볼 수 있어 아이들과 가기 적당하다. 카페를 겸한 판매장에서 산양유크림빵, 산양유블루베리요거트, 산양유아이스크림 등 별미도 맛보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창 너머 시원한 풍경 덕에 SNS 포토 존으로 인기다.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봄을 만끽하는 방법도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구문소→365세이프타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구문소→365세이프타운
둘째 날: 황지→몽토랑산양목장→매봉산 바람의언덕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https://tour.taebaek.go.kr/tpmuseum
-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www.paleozoicgp.com
- 365세이프타운 www.taebaek.go.kr/365safetown
-  몽토랑산양목장 www.mongtorang.co.kr  

문의 전화   
-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550-2667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8181, 3003
- 365세이프타운 033)550-3101~4
-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8~21회(06:00~22: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4번·13번 등 일반버스 이용, 자연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까지 도보 약 18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시외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5회(07:35~19:10) 운행, 3시간20분~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에서 태백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10m 이동, 1번·4번·13번 등 일반버스 이용, 자연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까지 도보 약 1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풍기·소백산국립공원·북영주 방면→봉현교차로에서 단양·영주·봉화 방면→가흥교차로에서 울진 방면→황평교차로에서 동해·태백 방면→태백교차로에서 석포·동점·철암 방면→사군드리길 방면→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숙박 정보
-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 카스텔로리젠시태백관광호텔: 태백시 연지로, 033)553-2211
- 태백산민박촌: 태백시 천제단길, 033)553-7440, https://reservation.knps.or.kr/main.action(국립공원공단예약시스템)
- 블루문게스트하우스: 태백시 석공길, 033)581-0880, www.guesthousebluemoon.co.kr

식당 정보
- 현대실비식당(등심·갈빗살): 태백시 시장북길, 033)552-6324
-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 김서방네닭갈비(물닭갈비): 태백시 시장남1길, 033)553-6378
- 구와우순두부(순두부·모두부): 태백시 구와우길, 033) 552-7124, 554-7223
- 들빛정식(영양돌솥정식·고추장더덕삼겹): 태백시 먹거리1길, 033)553-9446

주변 볼거리
상장동벽화마을, 철암탄광역사촌,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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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