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④장흥 선학동유채마을

들판에 가득한 노란 봄

봄이 왔다. 동백나무를 시작으로 산수유, 매실나무, 개나리, 벚나무가 차례로 꽃을 피운다. 여기에 유채가 봄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들판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인다. 사람들은 유채 하면 제주를 떠올리지만, 장흥도 못지않다. 선학동유채마을은 해마다 봄이면 노랗게 치장하고 상춘객과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은다.

유채꽃을 보러 가기 전, 잠깐 장흥의 문학에 대해 알아보자. ‘장흥에서 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서편제〉의 이청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녹두장군〉의 송기숙, 〈생의 이면〉을 쓴 이승우 등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문인들이 장흥 출신이다. 시인으로는 김영남, 이성관, 이한성, 박순길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가는 단연 고 이청준 선생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끌었으며, 장흥을 무대로 많은 작품을 썼다.

장흥의 문학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곳이 회진면 진목마을이다. 그는 중편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마을 풍경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목마을에 가다 보면 멀리 득량만 바다를 바라보는 산자락이 노랗게 물든 것이 보인다. 마을 주변 논밭에 유채꽃이 가득 피어 봄바람에 흔들린다. 2019년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서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선학동에서 한 달 살기를 체험했는데, 이 길을 걷는 장면이 나왔다.

선학동유채마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비워둔 논과 밭에 보리를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보리를 수매하지 않아 대체 작물로 유채를 파종했고, 이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4년 전남 경관우수시범마을,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새뜰마을로 지정했고, 2017년에는 장흥9경에 들었다. 유채밭이 마을을 싹 바꾼 셈이다.


유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원두막에 닿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쪽빛 득량만 바다가 펼쳐진다. 사진작가들도 몽환적인 이 풍경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자리 잡는다. 유채밭은 30~6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다지 넓지 않지만,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다. 원두막에 가만히 앉아 노랗게 흔들리는 유채꽃을 바라보노라면 온몸에 봄이 스며드는 것 같다. 유채밭은 가을이면 메밀밭으로 변한다. 9월 말부터 메밀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유채밭을 나와서는 진목마을로 가자. 마을 입구에서 좁은 골목을 돌아가면 이청준 선생의 단편 〈눈길〉에서 어머니가 “다섯 칸 겹집에다 앞뒤 터가 운동장이었더니라”고 자랑한 생가가 보인다. 조그만 집 방에는 선생의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이 놓였고, 마당에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 장독대가 앉았다. 선생은 이곳 진목에서 중학생 때까지 보냈다고 한다.

봄이면 상춘객·사진작가 불러 모아
한국 현대문학 빛낸 장흥 출신 문인들

마을 동쪽에는 옛날에 포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간척해 논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어릴 때만 해도 밀물이 들 때면 바다에 드리운 산줄기가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한다. 선생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남도 사람〉 가운데 한 편인 〈선학동 나그네〉를 썼고,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으로 만들었다. 마을 갯가 둑에 〈천년학〉 세트장이 있다. 방앗간 겸 선술집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일지매〉 〈꽃할배 수사대〉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해마다 물축제를 여는 장흥은 물을 주제로 여행할 수도 있다. 읍내에 자리한 탐진강 변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잘 정비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 적당하다. 저녁 무렵 장흥대교나 예양교에 올라 탐진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봐도 운치 있다.

아이들과 떠난 길이라면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에 가볼 것을 권한다. 장흥댐은 탐진강 하류의 홍수 피해를 막고, 전남 9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다. 댐을 건설하면서 장흥군 유치면과 부산면, 강진군 옴천면에 살던 697세대가 수몰됐는데, 물문화관에 수몰 지역의 문화와 유물을 전시한다. 1층 역사문화실, 2층 워터리움과 전망대로 구성되며 수자원의 중요성, 물의 원리를 살펴보는 과학 놀이 등 흥미로운 체험 거리가 많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장흥군이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봄 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에 산책로가 있으며,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톱밥산책로는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하다.


장흥은 ‘정남진’으로도 불린다. 광화문 기준으로 정남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남진전망대는 10층 높이로 장흥 앞바다는 물론, 보성과 고흥, 완도의 섬까지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입구의 계단을 올라가면 통일정원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한반도의 정동진(강릉)과 정남진(장흥), 정북진(중강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정남진전망대

장흥삼합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함께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한우의 진한 맛과 표고버섯의 감칠맛, 관자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들판과 산, 바다의 기운을 한 번에 맛보는 별미다. 장흥 읍내와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 식당이 많다. 정육점에서 한우를 사고 식당에 상차림 비용을 내면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둘째 날: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 061)860-3302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061)864-0063
- 정남진전망대 061)867-0399

대중교통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50~16: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산행 버스 이용, 용산정류소에서 회진행 버스 환승,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체국 정류장까지 도보 약 5분, 대덕·진목행 버스 이용, 선학동 정류장 하차, 선학동유채마을까지 도보 약 4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장흥시외버스터미널 061)863-9036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동광주톨게이트→문흥 JC에서 제2순환도로·화순·동광주 방면→소태톨게이트→지원교차로에서 화순·지원동 방면→이양교차로에서 품평리·금능리·장흥 방면→오류삼거리에서 순천·장흥·보성 방면→순지교차로에서 천관산·관산 방면→회진로→선학동유채마을

숙박 정보
- 해오름펜션: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288, www.heorm.co.kr
- 스테이1978: 장흥읍 장흥로, 010-2003-8400
- 천관산자연휴양림: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 여다지회마을(갯장어샤부샤부): 안양면 한승원산책길, 061)862-1041
- 장흥다원(청태전): 안앙면 기산길, 061)863-8758, https://jangheungdawon.com
- 싱싱회마을(된장물회): 장흥읍 동교3길, 061)863-8555
- 우리집횟집(된장물회): 회진면 회진선창길, 061)867-5208
- 끄니걱정(매생이탕·한우구이):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5678
- 만나숯불갈비(장흥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주변 볼거리
유치자연휴양림, 천관산문학공원, 남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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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