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①고창읍성

철쭉 꽃길 따라 성밟기

동쪽 치성에 올라서면 발아래 굽이치는 성곽 길이 산허리를 휘감아 돈다. 그 길을 따라 붉은 철쭉꽃이 줄지어 핀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 고창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압권이다. 해마다 4월이면 성곽을 물들이는 철쭉이 수많은 사람의 발길을 고창읍성(사적)으로 인도한다.

고창읍성은 1453년(조선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백성들이 자연석을 쌓아 만든 성곽이라 전해진다. 고창의 옛 이름 ‘모량부리’를 따라 모양성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시대에 인근의 장성 입암산성(사적)과 연계하여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성 둘레 1684m에 높이 4~6m로, 동·서·북문과 옹성(성문 밖에 원형으로 만든 작은 성), 치성(성벽 바깥에 덧붙여 쌓은 벽), 해자(성벽을 따라 판 방어용 연못) 등 방어 시설을 두루 갖췄다. 평지에 있는 보통 읍성과 달리 산을 끼고 쌓아 원형이 잘 보존됐다.

역사의 현장

고창읍성은 여성들이 쌓았다는 설화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여자들이 머리에 돌을 얹고 성곽 길을 도는 성밟기(답성 놀이)가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한단다. 해마다 중양절(음력 9월9일) 전후에 열리는 고창모양성제 때 지역 여성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줄지어 성밟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의 정문은 북문인 공북루다. 앞면은 주춧돌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뒷면은 화강암 기둥에 다시 나무 기둥을 세운 2층 누각이다. 앞면 주춧돌에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나 기둥에 홈을 파고 문짝을 단 모습이 조선 시대 여느 읍성에선 보기 힘든 양식이다. 성문 앞에 옹성을 쌓고, 그 위에 총구멍이 있는 여장(낮은 담장)을 만들어 방어력을 높였다.

성안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형틀을 갖춘 옥사가 보인다. 처음 고창읍성을 지을 때 옥사와 동헌, 객사 등 관아 건물이 22동 있었으나, 전란을 거치며 대부분 소실된 것을 절반 이상 복원했다. 지금은 동헌과 객사, 옥사뿐만 아니라 장청, 시청, 향청과 연못 등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이중 비교적 옛 모습을 잘 갖춘 객사와 내아, 동헌 등에서 〈사도〉 〈화정〉 〈미스터 션샤인〉 같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다.


북문을 출발해 처음 나오는 치성은 고창에서 3·1운동이 벌어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치성 위 평평한 공터에서 고창청년회 회원과 고창고등보통학교 학생 등 200여명이 모여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순종의 장례일에 벌어진 6·10만세운동 때도 청년 학생들이 이곳에 다시 모여 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호남을 지키는 고창읍성에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만세 운동이 벌어졌으니, 사뭇 어울리는 일이다.

나라를 되찾고 외적의 침략도 사라진 요즘, 주민들이 고창읍성을 찾는다. 성곽 길과 그 아래쪽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성벽 안쪽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은 천천히 걷기만 해도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특히 고창읍성 서남쪽 맹종죽림은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일제강점기에 한 승려가 중국에서 관상용 대나무인 맹종죽을 들여와 만들었단다.

고창 읍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철쭉꽃이 줄지은 한 폭의 그림

이 밖에도 읍성 곳곳에 크고 작은 볼거리가 들어섰다. 남쪽 소나무 숲에는 고을의 안녕과 풍년을 지켜주는 성황신을 모신 성황사가 있다. 요즘도 중양절이면 이곳에서 고을과 나라의 안녕을 위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관리사무소로 쓰이는 시청 앞에는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가 보인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고 서양 오랑캐와 싸울 것을 강조하는 척화비를 전국 곳곳에 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고창읍성에 남은 것이다. 고창읍성 이용 시간은 오전 5시~오후 10시(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고창읍성 매표소 바로 앞에 조선 시대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고택(국가민속문화재)이 자리한다. 부유한 중인 출신으로 고창 관아 이방을 지낸 신재효는 소리꾼을 동원해 관청 행사를 치르면서 판소리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집안 재산으로 소리꾼을 후원하고, 오랫동안 구전되던 판소리 사설을 여섯 마당으로 정리했다. 신재효의 업적은 고택 옆에 세운 고창판소리박물관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고창읍성 인근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창전통시장이 있다. 채소전을 비롯해 어물전, 잡화전, 과일전 등을 두루 갖췄으며, 끝자리 3·8일에 열리는 오일장은 전북 서북부 지방의 대표적인 장터로 꼽힌다. 장날이면 아케이드로 리모델링한 고창전통시장은 물론, 고창천까지 노점이 서고 사람들이 몰린다. 봄이면 각종 묘목과 모종, 꽃이 화사한 분위기를 만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밀집 분포한 고인돌 군집’으로 알려졌다. 대략 1.8㎞에 이르는 야산 기슭을 따라 고인돌 약 450기와 잔존물 등이 발견됐다. 널찍한 고인돌 유적은 4개 탐방 코스로 나뉘는데, 산책 삼아 걸으며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고인돌을 둘러볼 수 있다. 고인돌 유적 입구에는 선사시대 생활을 체험하는 죽림선사마을이 자리 잡았다.


고창고인돌박물관

고인돌 유적에서 700m쯤 떨어진 고창고인돌박물관에 가면 고인돌을 비롯해 청동기시대의 각종 유물과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바둑판 모양 고창 고인돌을 닮은 건물 내부는 ‘청동기시대 VR 체험 존’을 시작으로 ‘매산마을 사람들의 움집 생활’ ‘고인돌을 운반하는 고창의 선사시대 사람들’ 등으로 꾸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고창읍성→신재효 고택(고창판소리박물관)→고창전통시장→고창 고인돌 유적(고창고인돌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창읍성→신재효 고택(고창판소리박물관)→고창전통시장→고창 고인돌 유적(고창고인돌박물관)
둘째 날: 고창운곡람사르습지→선운산도립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창군 문화관광 www.gochang.go.kr/tour
- 디지털고창문화대전 http://gochang.grandculture.net/gochang
- 고창판소리박물관 www.gochang.go.kr/pansorimuseum/index.gochang
- 고창전통시장 http://gochangmarket.com
- 고창고인돌박물관 www.gochang.go.kr/gcdolmen/index.gochang   

문의 전화
- 고창읍성 063)560-8067
- 고창군관광안내소 063)560-8055
- 고창판소리박물관 063)560-8061~4
- 고창전통시장 063)564-3097
- 고창고인돌박물관 063)560-8666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창,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05~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고창문화터미널에서 고창읍성까지 도보 약 2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고창문화터미널 063)563-3388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고창톨게이트→중앙로 고창·정읍 방면 왼쪽→중앙로 군청·장성 방면 직진→교흥길 고창읍성 방면 우회전→고창읍성

숙박 정보
- 석정레져회사<호텔석정힐>: 고창읍 방장로 12, 063-560-7000, http://www.hillcc.com
- 고창읍성한옥마을: 고창읍 동리로, 063)563-9977, www.xn--299au8vuwf6ofbqbpb120d13s.kr
-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 상하면 상하농원길, 063)563-6611, www.sanghafarm.co.kr/hotel/index.jsp
- 고창군선운산유스호스텔: 아산면 선운사로, 063)561-3333

식당 정보
- 우리풍천장어(장어구이): 고창읍 월암수월길, 063)563-8882
- 다은회관(백합정식): 고창읍 동산7길, 063)564-3304
- 모양성(고인돌정식): 고창읍 동리로, 063)564-997

주변 볼거리
선운사, 고창갯벌,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