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①고창읍성

철쭉 꽃길 따라 성밟기

동쪽 치성에 올라서면 발아래 굽이치는 성곽 길이 산허리를 휘감아 돈다. 그 길을 따라 붉은 철쭉꽃이 줄지어 핀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 고창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압권이다. 해마다 4월이면 성곽을 물들이는 철쭉이 수많은 사람의 발길을 고창읍성(사적)으로 인도한다.

고창읍성은 1453년(조선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백성들이 자연석을 쌓아 만든 성곽이라 전해진다. 고창의 옛 이름 ‘모량부리’를 따라 모양성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시대에 인근의 장성 입암산성(사적)과 연계하여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성 둘레 1684m에 높이 4~6m로, 동·서·북문과 옹성(성문 밖에 원형으로 만든 작은 성), 치성(성벽 바깥에 덧붙여 쌓은 벽), 해자(성벽을 따라 판 방어용 연못) 등 방어 시설을 두루 갖췄다. 평지에 있는 보통 읍성과 달리 산을 끼고 쌓아 원형이 잘 보존됐다.

역사의 현장

고창읍성은 여성들이 쌓았다는 설화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여자들이 머리에 돌을 얹고 성곽 길을 도는 성밟기(답성 놀이)가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한단다. 해마다 중양절(음력 9월9일) 전후에 열리는 고창모양성제 때 지역 여성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줄지어 성밟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의 정문은 북문인 공북루다. 앞면은 주춧돌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뒷면은 화강암 기둥에 다시 나무 기둥을 세운 2층 누각이다. 앞면 주춧돌에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나 기둥에 홈을 파고 문짝을 단 모습이 조선 시대 여느 읍성에선 보기 힘든 양식이다. 성문 앞에 옹성을 쌓고, 그 위에 총구멍이 있는 여장(낮은 담장)을 만들어 방어력을 높였다.

성안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형틀을 갖춘 옥사가 보인다. 처음 고창읍성을 지을 때 옥사와 동헌, 객사 등 관아 건물이 22동 있었으나, 전란을 거치며 대부분 소실된 것을 절반 이상 복원했다. 지금은 동헌과 객사, 옥사뿐만 아니라 장청, 시청, 향청과 연못 등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이중 비교적 옛 모습을 잘 갖춘 객사와 내아, 동헌 등에서 〈사도〉 〈화정〉 〈미스터 션샤인〉 같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다.


북문을 출발해 처음 나오는 치성은 고창에서 3·1운동이 벌어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치성 위 평평한 공터에서 고창청년회 회원과 고창고등보통학교 학생 등 200여명이 모여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순종의 장례일에 벌어진 6·10만세운동 때도 청년 학생들이 이곳에 다시 모여 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호남을 지키는 고창읍성에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만세 운동이 벌어졌으니, 사뭇 어울리는 일이다.

나라를 되찾고 외적의 침략도 사라진 요즘, 주민들이 고창읍성을 찾는다. 성곽 길과 그 아래쪽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성벽 안쪽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은 천천히 걷기만 해도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특히 고창읍성 서남쪽 맹종죽림은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일제강점기에 한 승려가 중국에서 관상용 대나무인 맹종죽을 들여와 만들었단다.

고창 읍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철쭉꽃이 줄지은 한 폭의 그림

이 밖에도 읍성 곳곳에 크고 작은 볼거리가 들어섰다. 남쪽 소나무 숲에는 고을의 안녕과 풍년을 지켜주는 성황신을 모신 성황사가 있다. 요즘도 중양절이면 이곳에서 고을과 나라의 안녕을 위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관리사무소로 쓰이는 시청 앞에는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가 보인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고 서양 오랑캐와 싸울 것을 강조하는 척화비를 전국 곳곳에 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고창읍성에 남은 것이다. 고창읍성 이용 시간은 오전 5시~오후 10시(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고창읍성 매표소 바로 앞에 조선 시대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고택(국가민속문화재)이 자리한다. 부유한 중인 출신으로 고창 관아 이방을 지낸 신재효는 소리꾼을 동원해 관청 행사를 치르면서 판소리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집안 재산으로 소리꾼을 후원하고, 오랫동안 구전되던 판소리 사설을 여섯 마당으로 정리했다. 신재효의 업적은 고택 옆에 세운 고창판소리박물관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고창읍성 인근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창전통시장이 있다. 채소전을 비롯해 어물전, 잡화전, 과일전 등을 두루 갖췄으며, 끝자리 3·8일에 열리는 오일장은 전북 서북부 지방의 대표적인 장터로 꼽힌다. 장날이면 아케이드로 리모델링한 고창전통시장은 물론, 고창천까지 노점이 서고 사람들이 몰린다. 봄이면 각종 묘목과 모종, 꽃이 화사한 분위기를 만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밀집 분포한 고인돌 군집’으로 알려졌다. 대략 1.8㎞에 이르는 야산 기슭을 따라 고인돌 약 450기와 잔존물 등이 발견됐다. 널찍한 고인돌 유적은 4개 탐방 코스로 나뉘는데, 산책 삼아 걸으며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고인돌을 둘러볼 수 있다. 고인돌 유적 입구에는 선사시대 생활을 체험하는 죽림선사마을이 자리 잡았다.


고창고인돌박물관

고인돌 유적에서 700m쯤 떨어진 고창고인돌박물관에 가면 고인돌을 비롯해 청동기시대의 각종 유물과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바둑판 모양 고창 고인돌을 닮은 건물 내부는 ‘청동기시대 VR 체험 존’을 시작으로 ‘매산마을 사람들의 움집 생활’ ‘고인돌을 운반하는 고창의 선사시대 사람들’ 등으로 꾸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고창읍성→신재효 고택(고창판소리박물관)→고창전통시장→고창 고인돌 유적(고창고인돌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창읍성→신재효 고택(고창판소리박물관)→고창전통시장→고창 고인돌 유적(고창고인돌박물관)
둘째 날: 고창운곡람사르습지→선운산도립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창군 문화관광 www.gochang.go.kr/tour
- 디지털고창문화대전 http://gochang.grandculture.net/gochang
- 고창판소리박물관 www.gochang.go.kr/pansorimuseum/index.gochang
- 고창전통시장 http://gochangmarket.com
- 고창고인돌박물관 www.gochang.go.kr/gcdolmen/index.gochang   

문의 전화
- 고창읍성 063)560-8067
- 고창군관광안내소 063)560-8055
- 고창판소리박물관 063)560-8061~4
- 고창전통시장 063)564-3097
- 고창고인돌박물관 063)560-8666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창,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05~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고창문화터미널에서 고창읍성까지 도보 약 2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고창문화터미널 063)563-3388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고창톨게이트→중앙로 고창·정읍 방면 왼쪽→중앙로 군청·장성 방면 직진→교흥길 고창읍성 방면 우회전→고창읍성

숙박 정보
- 석정레져회사<호텔석정힐>: 고창읍 방장로 12, 063-560-7000, http://www.hillcc.com
- 고창읍성한옥마을: 고창읍 동리로, 063)563-9977, www.xn--299au8vuwf6ofbqbpb120d13s.kr
-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 상하면 상하농원길, 063)563-6611, www.sanghafarm.co.kr/hotel/index.jsp
- 고창군선운산유스호스텔: 아산면 선운사로, 063)561-3333

식당 정보
- 우리풍천장어(장어구이): 고창읍 월암수월길, 063)563-8882
- 다은회관(백합정식): 고창읍 동산7길, 063)564-3304
- 모양성(고인돌정식): 고창읍 동리로, 063)564-997

주변 볼거리
선운사, 고창갯벌,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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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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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