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나는 가족여행 ④제주돌문화공원과 교래자연휴양림

자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가족애

제주돌문화공원은 화산섬 제주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설문대할망과 그 아들들인 오백장군의 전설을 소재로 조성한 복합 문화 공원이다. 자연이 어우러진 드넓은 부지에 제주의 민속과 문화, 신화를 집대성해 가족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제주돌박물관, 거대한 돌하르방과 두상석이 늘어선 야외 전시장, 옛 초가 마을을 재현한 돌한마을, 선사시대부터 제주의 민간신앙을 아우른 제주돌문화전시관, 오백장군갤러리 등 볼거리가 많다.

 

전기차 ‘오백장군호’는 너른 공원을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관람하기 위한 투어 시설이다. 논스톱으로 운행하며, 약 20분간 야외 공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제주돌박물관 앞에서 하차한다. 설문대할망 전설, 돌하르방이 처음 세워진 이야기, 제주 돌무덤과 동자석, 정주석과 정낭, 말방아 등 전통 돌 문화에 대한 설명도 들려준다. 맑고 화창한 날에는 노란 유채 꽃이 만발한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도 좋다. 가을에는 억새가 흐드러진다.

볼수록 감탄

제주돌박물관은 화산이 빚어낸 기묘한 돌로 가득하다. 특히 돌갤러리에 전시된 돌은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처럼 볼수록 감탄스럽다. 시선에 따라 거대한 화산탄이 공작새가 되기도 하고, 꿈틀거리는 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머니의방’이라 이름 지은 용암굴에는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품에 안은 듯한 용암석이 있는데, 벽에 비친 그림자가 영락없는 모자상이다. 자연이 만든 작품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박물관 옥상에 설치한 하늘연못은 설문대할망의 죽음에 얽힌 안타까운 전설을 담았다. 지름 40m, 둘레 125m 원형 공간에 물을 채워 설문대할망이 투신한 죽 솥과 물장오리오름을 형상화했다. 장화를 신고 하늘연못 중앙의 덱에 오르면 파란 하늘과 연못 사이에 선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바농오름이나 한라산을 배경 삼아 찍어도 멋지다. 하늘연못 포토 존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방하며, 장화는 무료로 대여한다. 하트와 네 잎 클로버, 별 모양 아크릴 와패에 가족의 소원을 적어 연못 둘레에 걸어두자.

제주돌문화공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5 00원이다(전기차 이용료 별도). 공원이 워낙 넓어 구석구석 관람하다 보면 2시간도 모자란다. 관람 코스를 미리 숙지하거나 동선을 안내받아 꼼꼼히 둘러보자. 해설사와 동행하면 더 알찬 관람이 된다.

 


제주돌문화공원과 나란히 자리한 교래자연휴양림은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지대에 있다. 곶자왈은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암괴 지대에 나무와 수풀, 가시덤불이 뒤섞여 자란 천연림으로, 북방 한계 식물과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한다. 교래자연휴양림은 곶자왈의 생태를 가까이 보고 체험하는 곳으로, 숲길과 곶자왈생태체험관, 숙소, 야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사계절 초록빛인 숲길은 가볍게 탐방하기 좋은 생태관찰로와 큰지그리오름을 왕복하는 오름산책로가 있다. 생태관찰로를 따라 숲을 둘러보는 데 40분, 편백 숲을 거쳐 큰지그리오름까지 다녀오면 2시간30분~3시간이 걸린다. 숲은 조금만 들어서도 깊은 산속처럼 비밀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길이 험하진 않지만 울퉁불퉁한 돌길이 이어져 트레킹화를 신는 게 편하다.

제주 민속·문화·신화 집대성
아이들 뛰어놀고 부모는 힐링

흙이 부족한 곶자왈의 특성상 교래자연휴양림에는 바위나 돌 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많다. 나무뿌리가 어찌나 단단하지 그대로 굳어 바위와 한 몸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굳건히 자란 나무가 대견할 따름이다. 숲에는 나무와 풀만 사는 게 아니다. 우거진 숲 사이로 노루가 껑충거리며 뛰어가기도 하고, 새들이 쉴 새 없이 지저귀며 귀를 즐겁게 한다.

 

숲길 끝에 다다르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며 빽빽한 편백 숲이 펼쳐진다. 여기부터 큰지그리오름까지 비탈진 기슭을 올라야 하니, 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서 잠시 쉬어보자. 오름 정상에 전망 덱이 있어 한라산부터 바다까지 푸르게 빛나는 제주가 한눈에 담긴다. 교래자연휴양림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연중무휴),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이다.

 

제주돌문화공원과 교래자연휴양림에서 남조로를 따라 자동차로 10분쯤 이동하면 사려니숲(붉은오름 입구)에 닿는다. 노부모나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족은 무장애나눔길을 이용하면 편하다.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에 나무 덱을 설치해 휠체어와 유모차 통행도 문제없고, 온 가족이 편안하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은 천연 치유 공간이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걷기만 해도 몸이 개운하고 가뿐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를 테마로 꾸민 스누피가든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 라이너스 등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마음이 따뜻한 시간을 보내자. 실내 전시관인 가든하우스는 스누피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5개 테마로 전시했다. 만화가 찰스 슐츠는 1950년부터 5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피너츠〉를 연재했는데, 그 수가 1만7897편에 이른다. 4컷 만화에 담긴 소소한 행복과 위로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잔잔한 감동

야외가든은 숲에 꾸민 동화의 세계다. 천연림에 조성한 11개 테마 정원과 예쁜 카페에서 여유롭게 휴식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우든어드벤처와 숲 위를 걷는 하이라인덱 시설도 눈길을 끈다. 루시의 가드닝스쿨에서 컬러링과 보태니컬 아트 체험을 진행한다. 호숫가 나루터는 지난해 말 방탄소년단 지민이 스누피와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어 유명해졌다. 노을 질 무렵 더욱 감성적인 풍경이 된다.

스누피가든 바로 옆이 아부오름이다. 높이 50m 정도여서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5분이면 정상에 닿을 만큼 야트막하지만, 한라산과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전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분화구 둘레를 따라 산책에 나서는 동안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제주돌문화공원→교래자연휴양림→스누피가든→아부오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제주돌문화공원→교래자연휴양림→아부오름→하도리 별방진
둘째 날: 스누피가든→가시리 유채꽃단지→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제주돌문화공원www.jeju.go.kr/je justonepark,
- 교래자연휴양림 www.jeju.go.kr/jejustoneparkfo rest,
- 스누피가든 www.snoopygarden.com  

문의 전화
-제주관광정보센터 064)740-6000,
-제주돌문화공원 064)710-7764~5,
-교래자연휴양림 064)710-8673,
-스누피가든 064)903 -1111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에서 101번·181번 급행버스나 1111번 순환버스 등 이용, 제주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31번 간선버스 환승, 제주돌문화공원 정류장 하차, 제주돌문화공원과 교래자연휴양림 매표소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 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마리나사거리에서 우회전→연삼로→거로사거리에서 우회전, 10.8㎞ 직진→남조로교차로에서 우회전, 2.6㎞ 직진→제주돌문화공원 방면 우회전→제주돌문화공원, 교래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한화리조트 제주: 제주시 명림로, 064)725-9000, www.hanwharesort.co.kr
- MJ리조트: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064)783-22 32, www.mjresort.co.kr
- 소랑풀빌라: 조천읍 곱은달남길, 064) 710-1000, http://sorangjeju.com

식당 정보
- 성미가든: 토종닭샤부샤부, 조천읍 교래1길, 064)783-7092
- 원조교래손칼국수: 토종닭칼국수, 조천읍 비자림로, 064)782-9870, www.064-782-9870.kti114.net
- 한울타리한우정육식당: 한우불고기, 구좌읍 송당서길, 064)782-3913
- 양화정: 양갈비, 구좌읍 세평항로, 064)782-9969

주변 볼거리
제주센트럴파크, 산굼부리, 보롬왓, 백약이오름, 안돌오름 비밀의숲, 세화해수욕장, 제주해녀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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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