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위믹스 코인 몰래 매각 후폭풍

방어냐 먹튀냐…진심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위메이드의 공시 없는 위믹스(WEMIX) 토큰 소각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결론적으로 가상자산 회계처리와 관련된 규제가 없는 제도적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가 다른 P2E(Play To Earn) 게임사와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위믹스 사태’로 불리는 논란은 위메이드가 지난해 자사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 토큰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매각하고 이를 지난해 4분기 매출로 처리해 발생했다. 

“몰래 팔았다”
실적에도 반영

위메이드는 2020년부터 블록체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NFT, P2E 관련 게임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위믹스’라는 자체 코인까지 발행하면서 동명의 게임 플랫폼인 위믹스를 오픈해 2022년까지 100개의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하겠다고 공언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말까지 10억개 위믹스 토큰을 발행하고 이 중 1억800만개의 토큰을 매각해 2271억원을 확보했다. 위믹스를 대량 처분한 대금 중 1594억원은 선데이토즈 인수에 사용했고, 나머지 일부를 메타버스, P2E 관련 기업들의 지분 확보에 쓰였다. 

여기서 논란이 된 것은 가상자산을 처분할 때 별다른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량의 물량을 보유한 발행사가 가상자산을 매도할 경우 토큰 가격이 하락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로 남게 된다. 


또 다른 쟁점은 위메이드가 위믹스 매각분을 지난 4분기 이를 일괄 회계상에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해 4분기 위메이드의 전체 매출 중 위믹스 유동화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위메이드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비판과 함께 매도 폭탄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위메이드는 이와 관련해 위믹스 상장 이후 매각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백서를 통해 이미 밝혔다고 해명했다. 또 위믹스 매각은 매분기 평균 1.6% 수준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급격한 매도는 없었다고 했다. 

공시 없는 매도 ‘실적 부풀리기’ 비판
투자자 혼란 속 ‘자시연’도 공개 저격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고 없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로 자사주를 내다 판 것과 비슷하다”면서 “백서에 매도를 예고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깜짝 폭탄으로 던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이례적으로 위메이드를 ‘공개 저격’했다. 위메이드가 직접 발행산 가상자산 위믹스를 팔아 자금조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행위라는 취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은 물론이고 상장사 경영진의 적극적인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은 ‘상장법인 가상자산 발행 규제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상장법인은 가상자산 발행 행위로 인한 규제 리스크를 주주와 가상자산 보유자에게 전가시켜선 안 된다”며 “법적 위반 여부가 모호한 가상자산 거래행위에 대해 유권해석을 먼저 받은 뒤 거래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상장법인이 공시 등의 규제 없이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가상자산 매각 대금을 매출로 잡아 배당금을 2배 이상 늘린 점 등은 자본시장에서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직접 나섰다. 위믹스를 매각해 얻은 유동성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위메이드와 위믹스 가치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자시연도 저격
대표 나서 진화

장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위믹스를 이용한 투자 계획을 밝혀왔지만 충분히 투자자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서 “유튜브에 나와 저희를 소개할 시간을 마련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코인 거래소에 상장하며 유통 스케쥴을 공개하게 돼있고, 매월 위믹스 1000만개(전체 1%가량)를 매도하겠다고 밝혀왔다”며 “발행과 함께 100% 위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코인인 만큼 유통물량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는 셈”이라고 기습 매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장 대표는 단기적인 위믹스 가치 상승보단 생태계 조성으로 P2E 게임 시장의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위믹스 가치를 2배 띄우거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작 행위에는 관심이 없다”며 “누구보다 빨리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위믹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비전을 꾸준히 공표해왔다”고 말했다. 생태계 확장을 위해선 위믹스의 ‘가격방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코인 매각에 대한 공시는 다음달 예정인 분기 실적 발표부터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후 공시를 준비해서 지난해 4분기 때부터 공시하겠다”며 “아직 구체적인 결론은 내지 않았지만, 적절하게 연구하고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센 후폭풍
결국 실적 정정

위믹스 생태계 강화를 위한 메인넷 이전 계획도 밝혔다. 메인넷은 블록체인 거래소와 지갑 등 생태계를 운영하는 네트워크다. 위믹스는 현재 카카오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이용 중이다.

장 대표는 “초기 편의성과 비용 문제로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썼지만 이제 위믹스 규모가 커졌다”며 “연내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메이드와 위믹스, 임직원과 투자자들은 운명공동체로 나 자신 또한 위메이드 주식이 전 재산”이라며 “투자자는 잃고 회사는 버는 ‘제로섬’ 구조가 아니다”라며 “최고의 보상은 위믹스 가격 상승이라 생각하기에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해명처럼 매각의 일시 인식을 위메이드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국내 법률은 물론 국제회계기준(IFRS)상에도 가상자산의 회계처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회사들이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회사가 가상자산의 대규모 거래와 주요 변동상황이 있을 시 이를 공시할 의무는 없다. 

대표 “최고 보상은 가치 상승”
제도적 문제 업계로 번질 수도

하지만 위메이드 측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100% 회복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 4분기 달성한 ‘역대급’ 실적이 위믹스 유동화에 의한 것으로 실제 본업인 게임 관련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기 때문이다. 

앞선 유동화 논란 이후 위메이드는 단기적으로 생태계 안정을 위해 위믹스 매도를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위메이드는 또 위믹스 가격 보호를 위해 위믹스 1300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그간 가상자산 매각을 통해 인수합병과 투자자금 조달을 해온 위메이드 입장에서는 이번 소각으로 다소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된 논란에 위메이드는 결국 실적을 정정했다. 위믹스 유동화 매출을 아예 반영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은 기존 발표치 대비 절반 이상 대폭 축소됐다.

지난 16일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이 3373억원, 영업이익이 1009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당초 지난 2월 실적발표를 통해 공개했던 매출 5607억원, 영업이익 3373억원을 정정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도 3524억원에서 1290억원, 영업이익도 2540억원에서 290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위메이드 측은 “외부감사 과정에서 위믹스 유동화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이 변경됐다”며 “유동화 매출을 선수수익으로 처리하게 돼 유동화 금액(2255억원)을 제외했다”고 정정 이유를 밝혔다.

투자자들 혼란
해결 실마리는?

선수수익은 미리 받았지만 아직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는 돈을 말한다. 미래에 수익으로 인식하기까지 이에 대응하는 의무가 발생할 수 있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가상자산 매각분에 대해선 국제회계기준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국내 당국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관련 법령이나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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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