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스 왕국' 한남여객 쟁탈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22 00:00:40
  • 호수 13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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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인 직원의 월급 다른 주머니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울시는 2004년부터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해 세금으로 버스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서울을 대표하는 시내버스 회사인 한남여객운수(주)에서 전 경영진과 현 경영진 간 다툼이 계속되는 와중에 현 경영진이 세금을 낭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 경영진은 현 경영진이 한남여객운수(주)을 탈취했다고 주장한다.

한남여객운수(주)(이하 한남여객)는 1962년 2월19일 설립됐다. 한남여객의 전 경영진인 김태진 한남여객 전 대표이사는 1986년 10월쯤 한남여객을 매입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이 한남여객의 본거지다. 한남여객이 현 경영진인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택시연합회)과 박진성씨가 한남여객 대표이사로 바뀐 것은 2009년 초다.

택시 회장
버스 대표

현재 한남여객의 주식은 박진성 대표이사가 69.72%, 박복규 회장이 30.28%를 소유하고 있다. 

한남여객이 김 전 대표이사에서 박 대표이사로 바뀐 시점인 2008년 말, 한남여객은 자본금 12억원 및 잉여금 포함 자본총계가 64억원이었으며, 보유 부동산 시세가 300억원, 보유 버스 150여대 평가액이 150억원이었다.

소유한 땅도 1050평 이상이었다.


한남여객이 박 회장 가족에게 넘어간 뒤, 여러 가지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 한남여객 정비사였던 이병삼씨는 2008년 박 회장이 한남여객을 인수한 뒤 정비사 인원 감축, 임금 15% 삭감, 1년 계약직(연봉제)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한 정비 노동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사측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버스 운전기사가 부족하다며 정비 인력 6명을 운전직으로 강제 전직시키는 일도 서슴없었다. 강제 전직된 한남여객 정비직 노동자들은 정비 업무에 필요한 차고지 내 시범 운전을 위해 선택적으로 대형면허를 취득했을 뿐 대형버스 운전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긴 어려웠다.

결국 이씨를 비롯한 2명의 정비 노동자는 회사를 떠났다. 한남여객이 보유한 버스 대수는 100대를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에 정비사가 턱없이 부족해 버스를 타는 시민들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버스 부품도 정품이 아닌 비품을 쓴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 한남여객 정비사들은 인원 감축에 5년 이상 투쟁을 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회사를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하지만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시 버스 체계를 감안하면 회사의 이 같은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 서울시는 2004년 7월부터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해 시내버스 회사가 벌어들인 돈에서 운송비를 제외한 적자분을 전액 보전해주고 있다. 

버스준공영제는 민간운수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노선입찰제, 수입금 공동관리제 및 재정 지원 등을 통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것이다.


구설수 많은 택시 회장
버스서도 경영권 다툼

버스준공영제를 통해 수익성 있는 구간에만 편중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변두리 취약지역까지 확대 조정된 상황이다. 결국 줄어든 정비 노동자 몫의 임금이 회사의 다른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차량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시민의 안전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남여객은 어떤 경로로 박 회장 손에 들어갔을까.

이 사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전 대표이사는 한남여객 외 가족과 함께 운영하던 한남에너지가 오일뱅크 사태로 큰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전 대표이사는 주식을 담보로 박 회장에게 총 33억8000만원을 빌렸다. 변제기일은 2009년 5월30일이었지만, 한남여객은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남여객은 2008년 12월22일 기업회생절차가 승인됐다. 그러나 박 회장은 본인에게 한남여객 경영권을 인수하면 김 전 대표이사의 과거 회사 경영과 관련된 제반 사항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기반으로 2009년 1월12일 김 전 대표이사와 박 회장은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주식매매계약서는 내부용과 외부용을 나눠서 작성했다.

주식매매계약서 내부용 제5조 확약 사항에는 “매수인들은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매도인 김태진 등 구 경영진에 대해 과거 회사 경영과 관련된 의무 위반·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기로 한다” “회사가 김태진 대표이사에게 대여한 가지급금(대여금)은 대손 처리한다”고 명시돼있다.

대손 처리란 특정 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할 때 이 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외부용은 세무서 등에 제출할 용도로 두 가지 내용이 빠져있다. 실질적인 합의 내용은 내부용으로 작성한 것이다. 계약서는 쌍방 합의한 내용으로 작성해 인감도장을 찍었다.

김 전 대표이사는 박 회장의 말을 신뢰해서 기업회생절차를 취하했다. 당시 김 전 대표이사가 박 회장에게 줘야 하는 가지급금은 176억원이었다.

계약서 믿고
취소했는데…


하지만 박 회장은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 이행을 미뤘고 약 7년 후인 2016년 12월31일에 이행됐다. 김 전 대표이사는 회사 임원 변경과 관련해 어떤 서류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임원에서 사임돼있었고 주식의 소유권이 피고소인들에게 임의 선임 이관됐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이사진 개편은 주식에 관한 세금을 양도한 뒤 이뤄지는 것이다. 나는 2016년 12월31일까지 도장을 찍은 적 없다. 그렇지만 가지급금 대손 처리를 안 해주면 법적으로 구속되는 사유니 그것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회사가 넘어간 것이 문제의 끝이 아니었다. 박 회장 측이 ‘내부용 주식매매계약서’에 작성한 “가지급금은 대손 처리한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다. 박 회장은 김 전 대표이사를 한남여객 자금 횡령죄로 고소했다. 한남여객 가지급금 대손 처리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박 회장은 2014년 12월8일 김 전 대표이사를 고소해, 2015년 7월3일 징역 5년 선고가 나왔다.

판결문에는 “김 전 대표이사가 2006년 9월2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241-42에 있는 피해자 한남여객의 사무실에서 피해 회사를 위해 업무상 보관 중인 피해 회사의 자금 2250만원을 단기대여금을 빙자해 인출했다. 그 무렵 김 전 대표이사는 개인 사채이자 지급 등으로 사용한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2009년 1월20일까지 피해 회사 소유의 합계금 406억5373만80원을 횡령했다”고 기재됐다.

합계금에 대해 김 전 대표이사는 가지급금은 176억원인데, 박 회장 측이 세무회계상 부정하지 않도록 작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징역 5년
수백억 이익

하지만 당시 김 전 대표이사가 돈을 빌린 사람은 박 회장이었다. 이는 박진성 대표이사의 진술서에서도 드러난다.

박진성 대표이사는 “실제로는 제 부친의 자금을 한남여객에 대여해준 것이지만, 차용증서상의 자금 대여인과 주식양도계약서상의 양수인은 편의상 제 부친의 처남인 오병길 명의로 했다”고 진술서에 밝혔다.

김 전 대표이사는 이 대목에서 박 회장이 사채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그는 2016년 감옥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출소했다.

당시 심정에 대해 김 전 대표이사는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자살하고 싶어도 자살할 수 없으니까. 회사랑 돈을 다 빼앗겼는데 그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나는 징역 5년을 살게 됐고 그로 인해 박 회장이 취한 부당 이익이 수백억원이다. 30여년간 전국택시연합회장을 역임한 공인이 이럴 수 있나. 이 억울함을 알려달라”고 전했다.

감옥에 간 이후 박 회장 측은 가지급금 대손 처리를 해결했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김 전 대표이사는 한진여객의 문제점을 더 지적했다. 그것은 바로 박 회장의 처와 딸이 회사에 근무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09년 1월경부터 현재까지 약 13년 동안, 박 회장의 처와 딸이 15억6000만원 상당의 한남여객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외부용 주식매매 계약서
결과는 외부용 계약서만 반영 

박 회장 내 가족이 근무하지 않고 월급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서울시의 세금이 지금도 계속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 회장은 어떤 입장일까.

<일요시사>는 지난 15일, 박 회장과 통화했다. 먼저 한남여객 회사 임원을 불법으로 변경한 것에 관해 물었다.

박 회장은 “요새 이런 일이 불법으로 가능할 수 없다. 김 전 대표이사에게는 나도 아는 사람을 통해 돈을 빌려서 33억8000만원을 빌려줬는데, 갑자기 회사가 부도났고 김 전 대표이사가 잠적했다”며 “회사에 가보니 사채업자가 많이 와 있었고, 그 중에서 내가 채권이 가장 많았다. 회사에 돈 심부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게 와서 차라리 회사를 인수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33억8000만원 중 일부는 손해보더라도 보충되는 금액이다. 그 뒤 정산해서 부채를 갚았는데, 당시 거래 가격보다 훨씬 많았다. 팔아도 다 못 갚으니까 도망간 것 아니냐”며 “그 뒤 5년을 선고받았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회사 인수를 불법으로 한다는 건 정상적인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처와 딸이 회사에 근무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 간 것에 대해서는 “나도 이 이야기 들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집사람이 이사, 딸이 감사로 돼있다”며 “비상임이고 나도 대표이사인데 원래 회사에 매일 나가진 않지 않느냐. 그리고 버스준공영제로 서울시에서 1년에 한 번씩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급여 현황이나 이런 것도 다 본다. 또 현장도 CCTV로 다 연결돼있는데 조사해보면 아는 것 아닌가. 버스는 서울시 세금으로 일부 지원을 받고 있어서 회삿돈을 1000원이라도 가져오면 안 된다. 억울한 게 아니라 말할 거리도 못 된다”고 답했다.

한남여객 전 관계자는 “2009년 1월경 한남여객이 매각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다른 운수회사도 한남여객를 매매를 원했다”며 “박 회장 역시 매매 성사를 시켜달라고 했다. 만약 매매가 성사되면 사장으로 고용해준다고 약속했다. 다른 매수의향자를 배척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인수?
”말도 안돼“

이 관계자는 “이 말을 믿고 박 회장이 매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후에 상황이 바뀌었으니 자리를 줄 수 없다고 했다. 한남여객이 33억8000만원에 팔렸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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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