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미국 ‘골프 박물관’을 가다

뉴저지주에 위치한 USGA 산하의 미국골프박물관은 영국의 그것과는 기본 개념부터 다르다. 영국 박물관이 수백년의 골동품 및 유산을 전시해놨다면, 미국은 나무 골프채 한 자루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초창기 미국 골프계를 개척한 미국 골퍼 위주로 박물관이 구성돼 있다. 미국의 골프 역사가 19세기부터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골프의 역사만을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뜻이다.

그들의 콘셉트를 입증하듯 입구에 들어서면서 오른쪽으로 가장 먼저 1950년대부터 활동했던 골프의 왕 고 아놀드 파머의 전시관이 보인다. 그래서 미국 박물관은 아놀드 파머 센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옛 기록

지난해 고인이 된 아놀드 파머가 사용했던 클럽, 구리로 만들어진 그립을 쥔 양손동상, 그의 사인이 담긴 사진과 업적이 찍힌 디지털 비디오, 골프에 입문하던 어린 시절 사진 등이 전시돼있다. 미국 골프의 가장 지대한 공헌자인 아놀드의 위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 골프 역사에서 유일한 메이저 18승의 대기록을 세운 잭 니클라우스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전시관이 마련돼있지 않아 아이러니하다.

아놀드 파머관을 지나면 1991년 US오픈 우승 후 자가용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페인 스튜어트가 사용했던 퍼터가 액자 속에 잘 보관돼 벽면에 걸려 있다. 미국 여성 골퍼로서 50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했던 줄리 잉스터의 대형 사진도 그 옆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 박물관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곳은 트로피가 전시돼있는 룸으로, US오픈 챔피언 트로피 원본과 황금색의 US남자 아마추어 트로피, US여자 아마추어 트로피 등 미국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트로피들이 정중앙 별도 진열장 안에 나란히 전시돼있다.

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로피는 여자 아마추어의 것으로, 32인치의 크기에 맨 윗면에는 100여년 전 여성 골퍼의 모습 등과 녹색의 잎사귀들이 트로피 전체를 감싸는 모양을 하고 있다.

벽면에는 미국 골프 중흥에 앞장섰던 모든 선수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3면의 벽을 둥글게 장식하고 있다. 골프의 역사가 짧은 탓에 미국 골프 역사의 발전상을 장식해놓은 전시실은 영국과 비교하면 부실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불과 20세기 초에 활약했던 선수들부터 1960~1970년대를 거쳐 타이거 우즈까지 이어지는 낯이 익은 선수들이라는 점에서는 친근감이 든다. 1913년부터 1930년까지라고 적힌 진열장은 미국 골프 초기에 활약했던 우승 선수들의 클럽이 한 자루씩 전시돼있다.

프로페셔널의 시대라고 적힌 진열장에는 미국 최초의 프로골퍼이자 풍운아였던 월터 하겐의 사진과 그가 기록한 각종 우승 자료, 그리고 사용했던 클럽과 그 클럽으로 어떻게 스윙을 했는지 등이 기록돼있다.

현지서 만들어진 유산만 전시
특히 아놀드 파머 자료 많아

특이한 곳은 벤 호건의 전시관인데, 박물관에서 아놀드 파머 다음으로 크게 만들어놨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 활동했던 미국이 자랑하는 레전드고, 또 그의 유품이 많이 확보돼 넓은 공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수십 개의 우승 트로피는 물론 생전에 사용했던 클럽과 골프 의상, 골프 슈즈 등도 전시해놓고 있다. 트로피 진열장이 모자라 옆에 별도로 제2의 트로피 진열장까지 만들어놨다.

미국이 자랑할만한 또 다른 전설인 보비 존스의 전시관은 아놀드 파머관의 반대편에 놓여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아놀드 파머관이 시작되고, 내부를 한 바퀴 돌면 보비 존스관으로 끝나는 셈이다. 보비 존스의 유품은 많지 않아서인지 전시관이라기보다는 진열장 하나에 그의 사진과 책자 등이 전시돼있다.

미국 이외에도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 ‘WORLD GOLF HALL OF FAME’이 있다. 이곳은 어떤 곳일까. 명예의전당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올랜도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세인트 어거스틴 타운에 있다.

1988년 세계 여러 골프협회가 힘을 모아 세운 곳으로, 단순히 박물관의 형태가 아니라 골프에 관한 여러 시설을 집약해놓은 곳이다. 명예의전당에는 영국 박물관처럼 오래된 골프 유품을 위주로 한 골동품들이 전시돼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박물관처럼 미국 골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콘셉트도 아니다.

다만 명예의전당에 헌납된 골퍼들과 골프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골프협회 관계자들 및 공로자들의 업적이 전시돼있다.

초창기 선수 클럽 전시
흑인 골퍼 자료 집대성

입구에 들어서면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코스 18번 홀에 있는 스월큰 다리의 모형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다리 위에 올라 서면 관람객들은 오른쪽 벽에 디지털 사진으로 만들어 놓은 올드코스가 보이고, 아무나 밟고 건널 수 없다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유명 선수들의 얼굴이 동으로 본떠 진열장 안에 전시돼있다.

유명 선수들의 사진과 사용했던 골프 용품들도 물론 전시해놓았고, 미국 선수들의 백과 클럽·트로피 등도 물론 여기 저기 전시돼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시도로 전당 측은 수백년 전 골프를 치는 모습을 재현한 장소도 제공해놨다.

2014년에 만든 흑인 골퍼들의 자료를 모아 놓은 특이한 전시관도 있다. 1960~1970년대에 활약했던 미국의 최초 흑인 PGA 플레이어인 찰리 시포드와 르네 파웰 여성 흑인 골퍼의 사진과 19세기부터 골프의 발전에 공헌한 흑인 골퍼들의 역사를 기록해놨다.

총망라

명예의전당은 골프 역사를 보여준다는 측면보다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만들어놨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곳은 월드골프빌리지라는, 그야말로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집중해 보여주는 이름 그대로 골프 타운이다.

36홀의 골프장과 PGA 골프 아카데미, 호텔, 골프숍 등이 있어 해마다 수많은 골프 관광객이 찾아오는 리조트 형식의 공간이다. 명예의전당은 그저 상징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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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