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일석이조 꽃놀이패

신사업 챙기면서 ‘캐스팅보트’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OCI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을 대신할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에 힘을 주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구석이 엿보인다. 파트너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광 셀·모듈’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태양광 기초 소재부터 완성품, 발전소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2015년경부터 중소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졌고, 그나마 버티던 대기업들까지 속속 손을 떼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 산업
빛바랜 영광

오랜 기간 국내 폴리실리콘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OCI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2020년 2월 OCI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군산공장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으로 바꾼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해당 결정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펼치며 생산량 확대에 열을 올리던 상태였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은 중국이 40%가량 저렴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돋보였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고전한 OCI는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OCI는 2019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80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가 감소했고, 순손실은 809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4분기 영업손실만 643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432억원) 대비 적자 폭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6387억원, 6626억원으로 2018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고강도 체질개선 작업을 거친 OCI는 최근에서야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 8일, OCI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626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OCI는 주요 제품의 시장가격 상승과 효율적 생산 운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고 밝힌 상태다.

살고자
곁눈질

이런 가운데 OCI는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타 업체와의 파트너십은 한층 굳건해졌다. 특히 부광약품, 금호석유화학과의 파트너십은 단순 협력관계를 넘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는 모양새였다.

지난달 22일 OCI는 부광약품 지분 약 773만주를 1461억원에 취득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OCI가 취득한 주식은 부광약품 김동연 회장의 아들 김상훈 사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물량이다.

1960년 설립된 부광약품은 2020년 기준 매출 1697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거둔 중견 제약사다. 연구개발(R&D) 역량이 탄탄한 제약업체로 신경병증 치료제 등에 강점이 있다. 

이를 계기로 OCI는 부광약품 지분 1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회장 지분(9.9%)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1.7%에서 10% 안팎으로 줄어든다. 두 회사는 신제품 개발과 투자·차입 등 주요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등 공동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OCI와 부광약품 간 전략적 제휴 관계는 2018년 5월 밑그림이 그려졌다. 당시 부광약품은 OCI와 제약·바이오 합작투자사업(조인트벤처)을 설립기로 합의했고, 50대50으로 참여하는 조인트벤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 신약개발 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속도내는 새 먹거리 찾기
합작은 표면…우군 역할은 이면

합작사 설립 과정에서 부광약품이 자기주식(자사주) 151만786주(지분율 3.1%)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OCI에 매각했다. 부광약품이 OCI에 넘긴 주식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부광약품이 자사주 처분을 통해 경영진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을 내놨다. OCI가 보유하게 된 지분 3.1%가 최대주주 측 우호세력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OCI가 금호석유화학과 맺은 자사주 스왑딜 역시 부광약품 사례와 유사했다. 지난해 12월 OCI는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 상호교환을 결정했다. 이는 금호석화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과 OCI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SB가 체결한 ECH(에피클로로히드린) 합작법인 설립에 따른 것이다.

주식 스왑으로 금호석화는 OCI의 지분 1.25%를, OCI는 금호석화 지분 0.56%를 확보했다. 양사 협력 이전 자사주 비율은 금호석화가 18.36%(559만2528주), OCI가 1.25%(29만8900주)였다.

OCI가 주식 맞교환을 통해 얻게 된 금호석유화학 주식은,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에게 또 다른 우군 세력이 등장했음을 의미했다. 

연이은
유사 사례

최근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측과 고 박정구(박 회장의 둘째 형)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측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된 상태였다. 박 전 상무 측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을 비롯해 이사, 감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발송한 상태다.

현재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6.73%다. 박준경 부사장이 7.21%를 보유했고, 딸 박주형 전무가 0.98%를 지니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지분은 총 15%다.

박 전 상무는 8.53%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박 전 상무의 가족들의 지분까지 합하면 총 10.16%까지 늘어난다. 박 회장 측과 박 전 상무 측 지분 차이는 4.84%에 불과하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92%)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교체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1일 박 전 상무 측은 OCI가 보유하게 된 금호석유화학 주식 17만1847주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주식 맞교환을 통해 의결권이 의결권을 지니게 된 OCI 주식이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에 힘이 실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의중 드러난
협력의 관계

박 전 상무 측은 “상법상 회사의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며 “이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우호주주에게 신주를 발행한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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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