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일석이조 꽃놀이패

신사업 챙기면서 ‘캐스팅보트’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OCI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을 대신할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에 힘을 주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구석이 엿보인다. 파트너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광 셀·모듈’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태양광 기초 소재부터 완성품, 발전소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2015년경부터 중소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졌고, 그나마 버티던 대기업들까지 속속 손을 떼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 산업
빛바랜 영광

오랜 기간 국내 폴리실리콘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OCI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2020년 2월 OCI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군산공장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으로 바꾼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해당 결정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펼치며 생산량 확대에 열을 올리던 상태였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은 중국이 40%가량 저렴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돋보였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고전한 OCI는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OCI는 2019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80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가 감소했고, 순손실은 8093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4분기 영업손실만 643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432억원) 대비 적자 폭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6387억원, 6626억원으로 2018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고강도 체질개선 작업을 거친 OCI는 최근에서야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 8일, OCI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626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OCI는 주요 제품의 시장가격 상승과 효율적 생산 운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고 밝힌 상태다.

살고자
곁눈질

이런 가운데 OCI는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타 업체와의 파트너십은 한층 굳건해졌다. 특히 부광약품, 금호석유화학과의 파트너십은 단순 협력관계를 넘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는 모양새였다.

지난달 22일 OCI는 부광약품 지분 약 773만주를 1461억원에 취득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OCI가 취득한 주식은 부광약품 김동연 회장의 아들 김상훈 사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물량이다.

1960년 설립된 부광약품은 2020년 기준 매출 1697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거둔 중견 제약사다. 연구개발(R&D) 역량이 탄탄한 제약업체로 신경병증 치료제 등에 강점이 있다. 

이를 계기로 OCI는 부광약품 지분 1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회장 지분(9.9%)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1.7%에서 10% 안팎으로 줄어든다. 두 회사는 신제품 개발과 투자·차입 등 주요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등 공동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OCI와 부광약품 간 전략적 제휴 관계는 2018년 5월 밑그림이 그려졌다. 당시 부광약품은 OCI와 제약·바이오 합작투자사업(조인트벤처)을 설립기로 합의했고, 50대50으로 참여하는 조인트벤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 신약개발 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속도내는 새 먹거리 찾기
합작은 표면…우군 역할은 이면

합작사 설립 과정에서 부광약품이 자기주식(자사주) 151만786주(지분율 3.1%)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OCI에 매각했다. 부광약품이 OCI에 넘긴 주식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부광약품이 자사주 처분을 통해 경영진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을 내놨다. OCI가 보유하게 된 지분 3.1%가 최대주주 측 우호세력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OCI가 금호석유화학과 맺은 자사주 스왑딜 역시 부광약품 사례와 유사했다. 지난해 12월 OCI는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 상호교환을 결정했다. 이는 금호석화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과 OCI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SB가 체결한 ECH(에피클로로히드린) 합작법인 설립에 따른 것이다.

주식 스왑으로 금호석화는 OCI의 지분 1.25%를, OCI는 금호석화 지분 0.56%를 확보했다. 양사 협력 이전 자사주 비율은 금호석화가 18.36%(559만2528주), OCI가 1.25%(29만8900주)였다.

OCI가 주식 맞교환을 통해 얻게 된 금호석유화학 주식은,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에게 또 다른 우군 세력이 등장했음을 의미했다. 

연이은
유사 사례

최근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측과 고 박정구(박 회장의 둘째 형)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측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된 상태였다. 박 전 상무 측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을 비롯해 이사, 감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발송한 상태다.

현재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6.73%다. 박준경 부사장이 7.21%를 보유했고, 딸 박주형 전무가 0.98%를 지니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지분은 총 15%다.

박 전 상무는 8.53%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박 전 상무의 가족들의 지분까지 합하면 총 10.16%까지 늘어난다. 박 회장 측과 박 전 상무 측 지분 차이는 4.84%에 불과하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92%)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교체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1일 박 전 상무 측은 OCI가 보유하게 된 금호석유화학 주식 17만1847주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주식 맞교환을 통해 의결권이 의결권을 지니게 된 OCI 주식이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에 힘이 실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의중 드러난
협력의 관계

박 전 상무 측은 “상법상 회사의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며 “이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우호주주에게 신주를 발행한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