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후폭풍> 폭풍전야 검찰 살얼음판 운명

권력 쥔 칼잡이 친정부터 손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0.73%p. 민심이 또 한 번 절묘한 선택을 했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역대 최소 표차로 차기 정부에 협치를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의 운명도 심판과 협치 그 어디쯤에 놓이게 됐다.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오전 4시30분에 이르러서야 ‘당선 확실’ 문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쪽에 떴다. 개표가 시작된 지 꼬박 8시간여 만이었다. 그와 동시에 윤 후보의 신분이 대선후보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 바뀌었다. 경력 8개월의 정치신인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순간이다.

25만표
진땀승

지난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 당선인은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1614만7738표, 47.83%)를 0.73%p 차로 따돌렸다. 개표 초중반 이 후보가 앞서 나가다가 개표율 51% 시점에 윤 당선인이 역전한 이후 재역전 없이 개표가 마무리됐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 간의 표차는 25만표로 헌정 사상 최소 득표 차이다. 이전까지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 후보가 이 후보에 39만557표(1.53%p)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여야 모두 ‘역대급’으로 결집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 이후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 이긴 보수 진영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180석을 차지하고도 대선에서 석패한 진보 진영은 ‘정권 심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여러 가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최초의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 서울 출생 대통령, 선출직을 거치지 않은 대통령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역시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정부의 검찰총장이 정권교체의 선봉장에 선 셈.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와 검찰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문정부 5년 내내 적폐 청산과 개혁이라는 양날의 검에 휘둘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최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으로

이 과정에서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구도도 굳어졌다. 당시 이들 세 장관, 특히 추미애 전 장관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인물이 바로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과 추 전 장관이 이른바 ‘추윤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하게 부딪쳤던 시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실제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검찰총장이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여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등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검찰 고위간부·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는 영전을, 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는 좌천되는 상황이 문정부 내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또 검찰과 공수처 사이의 긴장 구도 속에 숱한 의혹이 불거졌다.


문정부식 검찰개혁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고 이는 대선후보들의 검찰 공약에도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이 후보는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이어받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대선 결과가 초격차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검찰의 운명이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이 우선순위로 꼽히면서도 이 후보가 잇고자 했던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마냥 뒤엎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 관련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내세웠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규정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진사퇴
금의환향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언급하며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2005년 한 차례만 발동될 만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추 전 장관 두  차례, 박 장관 한 차례 등 문정부 들어서만 총 세 차례나 발동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 예산권 부여’ 계획도 공약으로 담았다.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법무부와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취지로 만든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허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경찰이 사건 송치 전에는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사건을 떠넘기면서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검찰 독립을 골자로 하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선에서는 졌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사안의 경우 협치가 필요하다. 특히 수사지휘권 폐지의 경우 검찰청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가 필수다. 

지휘권 폐지
예산권 확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검찰 관련 공약을 두고 ‘검찰공화국을 만들 셈이냐’고 비판해왔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임을 부각시키면서 그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여당을 설득하든가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검찰총장에게 예산권을 넘기는 안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국회 설득 과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모두 현실화되면 검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와 예산권을 제외하면 검찰을 견제할 장치는 사실상 인사권만 남기 때문. 

윤 당선인의 공약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 내 한 차례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취임과 함께 진행된 검찰인사로 ‘추풍낙엽’처럼 날아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정부 임기 초 때처럼 적폐 청산을 위한 칼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재직할 무렵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요직에 주로 기용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에 취임한 뒤 ‘소윤’ 윤대진 검사가 1차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윤 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이두봉(1차장), 박찬호(2차장), 한동훈(3차장) 검사가 요직을 차지했다.


180석 다수당 벽 넘어야
정기인사 때 피바람 불 듯

이들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일제히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참모로 윤 당선인을 보필했다. 

윤 당선인이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기점으로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의 경우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려 수사 대상이 됐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잇달아 좌천됐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검사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은 문정부 최고의 로열로드 검사로 손꼽힌다.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세 자리나 거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음에도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그야말로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는 좌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이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두고 여러 차례 윤 당선인과 충돌했다. 

윤 당선인의 징계에 관여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등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담당관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수사방해’ 사건과 관련해 윤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윤석열 사단
서초동으로?

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5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아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만큼 자진해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문회 등을 거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진용이 갖춰지면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기인사에서 검찰 내 피바람이 한 차례 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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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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