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후폭풍> 폭풍전야 검찰 살얼음판 운명

권력 쥔 칼잡이 친정부터 손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0.73%p. 민심이 또 한 번 절묘한 선택을 했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역대 최소 표차로 차기 정부에 협치를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의 운명도 심판과 협치 그 어디쯤에 놓이게 됐다.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오전 4시30분에 이르러서야 ‘당선 확실’ 문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쪽에 떴다. 개표가 시작된 지 꼬박 8시간여 만이었다. 그와 동시에 윤 후보의 신분이 대선후보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 바뀌었다. 경력 8개월의 정치신인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순간이다.

25만표
진땀승

지난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 당선인은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1614만7738표, 47.83%)를 0.73%p 차로 따돌렸다. 개표 초중반 이 후보가 앞서 나가다가 개표율 51% 시점에 윤 당선인이 역전한 이후 재역전 없이 개표가 마무리됐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 간의 표차는 25만표로 헌정 사상 최소 득표 차이다. 이전까지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 후보가 이 후보에 39만557표(1.53%p)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여야 모두 ‘역대급’으로 결집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 이후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 이긴 보수 진영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180석을 차지하고도 대선에서 석패한 진보 진영은 ‘정권 심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여러 가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최초의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 서울 출생 대통령, 선출직을 거치지 않은 대통령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역시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정부의 검찰총장이 정권교체의 선봉장에 선 셈.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와 검찰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문정부 5년 내내 적폐 청산과 개혁이라는 양날의 검에 휘둘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최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으로

이 과정에서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구도도 굳어졌다. 당시 이들 세 장관, 특히 추미애 전 장관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인물이 바로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과 추 전 장관이 이른바 ‘추윤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하게 부딪쳤던 시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실제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검찰총장이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여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등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검찰 고위간부·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는 영전을, 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는 좌천되는 상황이 문정부 내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또 검찰과 공수처 사이의 긴장 구도 속에 숱한 의혹이 불거졌다.


문정부식 검찰개혁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고 이는 대선후보들의 검찰 공약에도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이 후보는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이어받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대선 결과가 초격차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검찰의 운명이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이 우선순위로 꼽히면서도 이 후보가 잇고자 했던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마냥 뒤엎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 관련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내세웠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규정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진사퇴
금의환향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언급하며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2005년 한 차례만 발동될 만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추 전 장관 두  차례, 박 장관 한 차례 등 문정부 들어서만 총 세 차례나 발동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 예산권 부여’ 계획도 공약으로 담았다.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법무부와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취지로 만든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허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경찰이 사건 송치 전에는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사건을 떠넘기면서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검찰 독립을 골자로 하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선에서는 졌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사안의 경우 협치가 필요하다. 특히 수사지휘권 폐지의 경우 검찰청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가 필수다. 

지휘권 폐지
예산권 확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검찰 관련 공약을 두고 ‘검찰공화국을 만들 셈이냐’고 비판해왔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임을 부각시키면서 그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여당을 설득하든가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검찰총장에게 예산권을 넘기는 안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국회 설득 과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모두 현실화되면 검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와 예산권을 제외하면 검찰을 견제할 장치는 사실상 인사권만 남기 때문. 

윤 당선인의 공약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 내 한 차례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취임과 함께 진행된 검찰인사로 ‘추풍낙엽’처럼 날아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정부 임기 초 때처럼 적폐 청산을 위한 칼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재직할 무렵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요직에 주로 기용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에 취임한 뒤 ‘소윤’ 윤대진 검사가 1차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윤 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이두봉(1차장), 박찬호(2차장), 한동훈(3차장) 검사가 요직을 차지했다.


180석 다수당 벽 넘어야
정기인사 때 피바람 불 듯

이들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일제히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참모로 윤 당선인을 보필했다. 

윤 당선인이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기점으로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의 경우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려 수사 대상이 됐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잇달아 좌천됐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검사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은 문정부 최고의 로열로드 검사로 손꼽힌다.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세 자리나 거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음에도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그야말로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는 좌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이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두고 여러 차례 윤 당선인과 충돌했다. 

윤 당선인의 징계에 관여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등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담당관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수사방해’ 사건과 관련해 윤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윤석열 사단
서초동으로?

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5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아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만큼 자진해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문회 등을 거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진용이 갖춰지면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기인사에서 검찰 내 피바람이 한 차례 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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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