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후폭풍> 폭풍전야 검찰 살얼음판 운명

권력 쥔 칼잡이 친정부터 손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0.73%p. 민심이 또 한 번 절묘한 선택을 했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역대 최소 표차로 차기 정부에 협치를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의 운명도 심판과 협치 그 어디쯤에 놓이게 됐다.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오전 4시30분에 이르러서야 ‘당선 확실’ 문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쪽에 떴다. 개표가 시작된 지 꼬박 8시간여 만이었다. 그와 동시에 윤 후보의 신분이 대선후보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 바뀌었다. 경력 8개월의 정치신인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순간이다.

25만표
진땀승

지난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 당선인은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1614만7738표, 47.83%)를 0.73%p 차로 따돌렸다. 개표 초중반 이 후보가 앞서 나가다가 개표율 51% 시점에 윤 당선인이 역전한 이후 재역전 없이 개표가 마무리됐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 간의 표차는 25만표로 헌정 사상 최소 득표 차이다. 이전까지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 후보가 이 후보에 39만557표(1.53%p)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여야 모두 ‘역대급’으로 결집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 이후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 이긴 보수 진영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180석을 차지하고도 대선에서 석패한 진보 진영은 ‘정권 심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여러 가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최초의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 서울 출생 대통령, 선출직을 거치지 않은 대통령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역시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정부의 검찰총장이 정권교체의 선봉장에 선 셈.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와 검찰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문정부 5년 내내 적폐 청산과 개혁이라는 양날의 검에 휘둘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최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으로

이 과정에서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구도도 굳어졌다. 당시 이들 세 장관, 특히 추미애 전 장관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인물이 바로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과 추 전 장관이 이른바 ‘추윤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하게 부딪쳤던 시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실제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검찰총장이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여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등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검찰 고위간부·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는 영전을, 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는 좌천되는 상황이 문정부 내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또 검찰과 공수처 사이의 긴장 구도 속에 숱한 의혹이 불거졌다.


문정부식 검찰개혁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고 이는 대선후보들의 검찰 공약에도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이 후보는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이어받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대선 결과가 초격차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검찰의 운명이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이 우선순위로 꼽히면서도 이 후보가 잇고자 했던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마냥 뒤엎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 관련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내세웠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규정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진사퇴
금의환향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언급하며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2005년 한 차례만 발동될 만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추 전 장관 두  차례, 박 장관 한 차례 등 문정부 들어서만 총 세 차례나 발동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 예산권 부여’ 계획도 공약으로 담았다.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법무부와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취지로 만든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허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경찰이 사건 송치 전에는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사건을 떠넘기면서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검찰 독립을 골자로 하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선에서는 졌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사안의 경우 협치가 필요하다. 특히 수사지휘권 폐지의 경우 검찰청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가 필수다. 

지휘권 폐지
예산권 확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검찰 관련 공약을 두고 ‘검찰공화국을 만들 셈이냐’고 비판해왔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임을 부각시키면서 그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여당을 설득하든가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검찰총장에게 예산권을 넘기는 안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국회 설득 과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모두 현실화되면 검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와 예산권을 제외하면 검찰을 견제할 장치는 사실상 인사권만 남기 때문. 

윤 당선인의 공약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 내 한 차례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취임과 함께 진행된 검찰인사로 ‘추풍낙엽’처럼 날아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정부 임기 초 때처럼 적폐 청산을 위한 칼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재직할 무렵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요직에 주로 기용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에 취임한 뒤 ‘소윤’ 윤대진 검사가 1차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윤 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이두봉(1차장), 박찬호(2차장), 한동훈(3차장) 검사가 요직을 차지했다.


180석 다수당 벽 넘어야
정기인사 때 피바람 불 듯

이들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일제히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참모로 윤 당선인을 보필했다. 

윤 당선인이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기점으로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의 경우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려 수사 대상이 됐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잇달아 좌천됐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검사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은 문정부 최고의 로열로드 검사로 손꼽힌다.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세 자리나 거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음에도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그야말로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는 좌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이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두고 여러 차례 윤 당선인과 충돌했다. 

윤 당선인의 징계에 관여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등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담당관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수사방해’ 사건과 관련해 윤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윤석열 사단
서초동으로?

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5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아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만큼 자진해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문회 등을 거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진용이 갖춰지면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기인사에서 검찰 내 피바람이 한 차례 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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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