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후폭풍> 폭풍전야 검찰 살얼음판 운명

권력 쥔 칼잡이 친정부터 손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0.73%p. 민심이 또 한 번 절묘한 선택을 했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역대 최소 표차로 차기 정부에 협치를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의 운명도 심판과 협치 그 어디쯤에 놓이게 됐다.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오전 4시30분에 이르러서야 ‘당선 확실’ 문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쪽에 떴다. 개표가 시작된 지 꼬박 8시간여 만이었다. 그와 동시에 윤 후보의 신분이 대선후보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 바뀌었다. 경력 8개월의 정치신인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순간이다.

25만표
진땀승

지난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 당선인은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1614만7738표, 47.83%)를 0.73%p 차로 따돌렸다. 개표 초중반 이 후보가 앞서 나가다가 개표율 51% 시점에 윤 당선인이 역전한 이후 재역전 없이 개표가 마무리됐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 간의 표차는 25만표로 헌정 사상 최소 득표 차이다. 이전까지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 후보가 이 후보에 39만557표(1.53%p)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여야 모두 ‘역대급’으로 결집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 이후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 이긴 보수 진영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180석을 차지하고도 대선에서 석패한 진보 진영은 ‘정권 심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여러 가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최초의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 서울 출생 대통령, 선출직을 거치지 않은 대통령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역시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정부의 검찰총장이 정권교체의 선봉장에 선 셈.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와 검찰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문정부 5년 내내 적폐 청산과 개혁이라는 양날의 검에 휘둘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최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으로

이 과정에서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구도도 굳어졌다. 당시 이들 세 장관, 특히 추미애 전 장관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인물이 바로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과 추 전 장관이 이른바 ‘추윤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하게 부딪쳤던 시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실제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검찰총장이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여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등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검찰 고위간부·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는 영전을, 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는 좌천되는 상황이 문정부 내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또 검찰과 공수처 사이의 긴장 구도 속에 숱한 의혹이 불거졌다.

문정부식 검찰개혁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고 이는 대선후보들의 검찰 공약에도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이 후보는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이어받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대선 결과가 초격차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검찰의 운명이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이 우선순위로 꼽히면서도 이 후보가 잇고자 했던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마냥 뒤엎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 관련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내세웠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규정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진사퇴
금의환향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언급하며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2005년 한 차례만 발동될 만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추 전 장관 두  차례, 박 장관 한 차례 등 문정부 들어서만 총 세 차례나 발동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 예산권 부여’ 계획도 공약으로 담았다.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법무부와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취지로 만든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허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경찰이 사건 송치 전에는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사건을 떠넘기면서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검찰 독립을 골자로 하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선에서는 졌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사안의 경우 협치가 필요하다. 특히 수사지휘권 폐지의 경우 검찰청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가 필수다. 

지휘권 폐지
예산권 확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검찰 관련 공약을 두고 ‘검찰공화국을 만들 셈이냐’고 비판해왔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임을 부각시키면서 그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여당을 설득하든가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검찰총장에게 예산권을 넘기는 안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국회 설득 과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모두 현실화되면 검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와 예산권을 제외하면 검찰을 견제할 장치는 사실상 인사권만 남기 때문. 

윤 당선인의 공약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 내 한 차례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취임과 함께 진행된 검찰인사로 ‘추풍낙엽’처럼 날아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정부 임기 초 때처럼 적폐 청산을 위한 칼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재직할 무렵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요직에 주로 기용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에 취임한 뒤 ‘소윤’ 윤대진 검사가 1차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윤 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이두봉(1차장), 박찬호(2차장), 한동훈(3차장) 검사가 요직을 차지했다.

180석 다수당 벽 넘어야
정기인사 때 피바람 불 듯

이들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일제히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참모로 윤 당선인을 보필했다. 

윤 당선인이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기점으로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의 경우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려 수사 대상이 됐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잇달아 좌천됐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검사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은 문정부 최고의 로열로드 검사로 손꼽힌다.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세 자리나 거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음에도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그야말로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는 좌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이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두고 여러 차례 윤 당선인과 충돌했다. 

윤 당선인의 징계에 관여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등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담당관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수사방해’ 사건과 관련해 윤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윤석열 사단
서초동으로?

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5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아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만큼 자진해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문회 등을 거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진용이 갖춰지면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기인사에서 검찰 내 피바람이 한 차례 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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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