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후폭풍> 폭풍전야 검찰 살얼음판 운명

권력 쥔 칼잡이 친정부터 손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0.73%p. 민심이 또 한 번 절묘한 선택을 했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역대 최소 표차로 차기 정부에 협치를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의 운명도 심판과 협치 그 어디쯤에 놓이게 됐다.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오전 4시30분에 이르러서야 ‘당선 확실’ 문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쪽에 떴다. 개표가 시작된 지 꼬박 8시간여 만이었다. 그와 동시에 윤 후보의 신분이 대선후보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 바뀌었다. 경력 8개월의 정치신인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순간이다.

25만표
진땀승

지난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 당선인은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1614만7738표, 47.83%)를 0.73%p 차로 따돌렸다. 개표 초중반 이 후보가 앞서 나가다가 개표율 51% 시점에 윤 당선인이 역전한 이후 재역전 없이 개표가 마무리됐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 간의 표차는 25만표로 헌정 사상 최소 득표 차이다. 이전까지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 후보가 이 후보에 39만557표(1.53%p)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여야 모두 ‘역대급’으로 결집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 이후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 이긴 보수 진영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180석을 차지하고도 대선에서 석패한 진보 진영은 ‘정권 심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여러 가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최초의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 서울 출생 대통령, 선출직을 거치지 않은 대통령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역시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정부의 검찰총장이 정권교체의 선봉장에 선 셈.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와 검찰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문정부 5년 내내 적폐 청산과 개혁이라는 양날의 검에 휘둘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최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으로

이 과정에서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구도도 굳어졌다. 당시 이들 세 장관, 특히 추미애 전 장관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인물이 바로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과 추 전 장관이 이른바 ‘추윤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하게 부딪쳤던 시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실제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검찰총장이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여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등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검찰 고위간부·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는 영전을, 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는 좌천되는 상황이 문정부 내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또 검찰과 공수처 사이의 긴장 구도 속에 숱한 의혹이 불거졌다.


문정부식 검찰개혁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고 이는 대선후보들의 검찰 공약에도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이 후보는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이어받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대선 결과가 초격차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검찰의 운명이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검찰 독립성 강화 공약이 우선순위로 꼽히면서도 이 후보가 잇고자 했던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마냥 뒤엎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 관련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내세웠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규정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진사퇴
금의환향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언급하며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2005년 한 차례만 발동될 만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추 전 장관 두  차례, 박 장관 한 차례 등 문정부 들어서만 총 세 차례나 발동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 예산권 부여’ 계획도 공약으로 담았다.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법무부와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취지로 만든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허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경찰이 사건 송치 전에는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사건을 떠넘기면서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검찰 독립을 골자로 하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선에서는 졌지만 여전히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사안의 경우 협치가 필요하다. 특히 수사지휘권 폐지의 경우 검찰청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가 필수다. 

지휘권 폐지
예산권 확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검찰 관련 공약을 두고 ‘검찰공화국을 만들 셈이냐’고 비판해왔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임을 부각시키면서 그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여당을 설득하든가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여소야대 지형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검찰총장에게 예산권을 넘기는 안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국회 설득 과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모두 현실화되면 검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와 예산권을 제외하면 검찰을 견제할 장치는 사실상 인사권만 남기 때문. 

윤 당선인의 공약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 내 한 차례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취임과 함께 진행된 검찰인사로 ‘추풍낙엽’처럼 날아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에 등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정부 임기 초 때처럼 적폐 청산을 위한 칼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재직할 무렵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요직에 주로 기용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에 취임한 뒤 ‘소윤’ 윤대진 검사가 1차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윤 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이두봉(1차장), 박찬호(2차장), 한동훈(3차장) 검사가 요직을 차지했다.


180석 다수당 벽 넘어야
정기인사 때 피바람 불 듯

이들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일제히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참모로 윤 당선인을 보필했다. 

윤 당선인이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기점으로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의 경우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려 수사 대상이 됐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잇달아 좌천됐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검사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은 문정부 최고의 로열로드 검사로 손꼽힌다.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세 자리나 거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음에도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그야말로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는 좌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이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두고 여러 차례 윤 당선인과 충돌했다. 

윤 당선인의 징계에 관여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등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담당관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수사방해’ 사건과 관련해 윤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윤석열 사단
서초동으로?

윤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5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아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만큼 자진해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문회 등을 거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진용이 갖춰지면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기인사에서 검찰 내 피바람이 한 차례 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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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