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용인경전철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22 09:03:41
  • 호수 1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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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만명 다단계 승하차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용인경전철은 하루 평균 3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현재 다단계 민간위탁 운영으로 한 해 100억원 이상의 세금과 이자상환·다단계 운영에서 발생하는 부가비용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용인경전철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난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용인경전철 공영화’를 내년 목표로 설정했다.

용인경전철은 2013년 4월26일 개통했다. 운행구간은 ‘기흥역-동백-행정타운-전대·에버랜드’이며, 총 노선 길이는 18.143㎞다. 차량은 1량 1편성으로 30량,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철제 차륜으로 승차 정원은 133명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용인경전철이 지나가는 용인시 처인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중·전철이 지나가지 않는다. 초기 사업계획대로 노선을 확장하면 용인시민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공공교통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용인경전철이 공공교통으로 성장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2011년 김학규 전 용인시장은 용인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준공검사를 반려했고, 용인시는 30년간 민간위탁 운영을 맡았던 캐나다 봄바디어사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 결과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소에서 봄바디어사 시공사에 배상금 8515억원을 물어주라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용인시는 배상금의 일부인 5153억원을 경기지역개발기금과 농협에서 차입했고, 500억원은 용인시 자체 재원으로 해결했다. 문제는 나머지 2862억원이었다. 


용인시와 용인경량전철(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인경전철 관리운영권을 2862억원으로 산정했고 용인경량전철(주)의 단일주주인 농협칸사스사모펀드에 2862억원을 빌리게 된다.

사모펀드는 이율이 4.97%의 고금리로, 경기개발기금 이자율 1.5%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아 한 해 지급되는 이자만 76억원가량이다. 

경기개발기금은 3년 거치 5년 균분 상환조건이었고 2015년에 조기 상환했다. 이후 사모펀드의 고금리는 금리 재구조화를 통해 3.57%로 낮췄다.

덕분에 460억원이 절약했지만, 문제는 이 과정 중 올해까지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을 맺은 것. 만약 원금을 조기 상환했다면 수백억에서 1500억의 혈세를 절감할 수 있지만 불가능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용인시는 사모펀드에 돈을 빌리면서, 용인경전철은 용인시와 운영회사 혹은 용인시와 시행사로 이뤄진 2단계 구조를 이룰 수 없게 됐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용인시→용인경량전철(주)(사모펀드)→네오트랜스(운영회사)’와 같이 다단계로 위탁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년 동안 운영된 용인경전철의 다단계 위탁 방식은 문제점이 많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단계 위탁 운영은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는 경우 예산이 얼마나 짜였는지, 지급한 운영비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기 어렵다. 

민간위탁 운영…연 100억원 이상 혈세 줄줄
조기 상환 금지 협약 마감…공영화 숙제는?


지난해 12월21일 유진선 용인시의원은 제26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용인경전철 예산이 부적합하게 집행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처리를 촉구했다.

유 의원은 용인경전철과 관련해 사업운영사인 네오트랜스의 신사업부문장이, 용인경전철에 얼마나 근무했는지, 담당 업무는 무엇인지, 인건비 등 비용 처리를 용인시에서 받은 관리운영비에서 목적 외로 지급한 게 있는지 물었다. 

네오트랜스 공문 등의 회신자료에 따르면 신사업부문장의 근무 기간은 2017년 12월21일부터 2019년 3월19일까지 약 1년4개월이다.

당시 신사업부문장은 용인경량전철 연장선, 안전문(PSD) 시공 및 기술지원 사업 등 신규 사업을 담당했으며, 해당 직원은 네오트랜스 본사 ‘파견 인원’으로 인건비는 본사에서 지급됐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회신 내용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네오트랜스의 신사업 부문은 신분당선 본부에 부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유 의원은 신사업 부문 부문장은 용인경전철에 ‘파견 인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무실을 마련해 근무하게 됐는지 및 신사업 부문의 총 직원 수, 네오트랜스 본부에 신분당선 본부에 직원 모두가 근무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또 신사업 부문장의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과 그 비용이 용인시의 운영비에 지급됐는지, 네오트랜스 본사에서 지급됐는지 여부와 회계 처리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이 밖에도 용인경량전철 연장선 업무와 안전문 시공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기술지원 사업 업무가 신규 사업 업무인지, 제안서‧결재 문서 등 근거 자료로 해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파견직에 대한 임금 처리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인건비는 본사에서 지급했는지, 신사업 부문장 연봉과 인건비‧업무 관련 활동비용, 이 비용을 용인시에서 받은 게 아닌지 등을 증명하라고 했다.

이상한 위탁
승객이 부담?

유 의원은 “올해 용인시 본 예산서에 따르면 경량전철 사업특별회계는 461억원으로 편성됐고 향후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용인시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용인경량전철 운영비가 목적 외로 사용돼 혈세가 세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용인시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용역회사들은 과도하게 중간 관리비를 책정하고,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소홀하게 다루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용인경전철 신입사원 임금은 2012년 재개통 당시 2870만원인 데 비해, 2020년은 2700만원으로 170만원 이 줄었다. 용인경전철의 노동자들은 운영회사가 계속 바뀌는 불안감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2008년 경전철 개통을 위해 입사했다. 하지만 개통 연기와 실시협약 해지로 2011년 2월11일 직원 155명 중 150명이 권고사직당했고, 재개통 당시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에 다시 재입사했다.

이후 2013년 8월 1차 운영회사인 봄바디어 소속이 됐다. 2016년 8월에는 2차 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소속이 됐고, 2023년 3차 운영과 2033년 4차 운영 때는 회사가 몇 번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회사가 3번 바뀐 것이다. 현재 근무 중인 네오트랜스 직원들 역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다단계 위탁 방식으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도 크다. 용인경전철은 분당선보다 요금이 200원 비싸다. 용인경전철의 현재 요금은 1450원(기본료 1250원+별도요금 200원)으로 별도요금 200원을 더 내고 있다.

청소년은 160원, 어린이는 100원이다. 다단계 위탁 운영으로 발생하는 부과세를 생각해보면 다단계 구조만 개선해도 별도 운임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별도요금은 승객에게 운임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사모펀드 대출
운영사도 문제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용인경전철은 운행 중 열차가 멈추는 사고 및 승강장 안전문(PSD)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열차가 멈추는 사고는 운영사가 예산절감을 위해 정년퇴직자를 채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열차 특성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도 하고, 나이가 많은 정년퇴직자는 체력적으로 운행하기 힘든 부분이 크다.

승강장 안전문 문제는 기술 제한 없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 발생한 문제다. 이 과정에서 승객 부상 사고도 일어났다. 이처럼 철도의 다단계 위탁 방식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내놓은 것이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올해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나는 것에 주목해 용인경전철 공영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 ‘용인경전철 공영화, 시민 서명운동’을 실시했고, 이달에는 2만5000명 정도의 서명을 받았다. 곧 3만명을 도달할 예정이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20대에겐 교통비가 너무 비싸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있는 구조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별도로 200원을 더 내고 있다는 게 화가 난다. 학생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돈이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생각해달라” “경전철은 당연히 용인시민의 품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용인시가 용인경전철을 직접 운영하면, 매년 최소 30억~50억원의 세금이 절감된다고 주장한다.

고용불안, 요금, 안전사고…
용인시 잡으면 50억 절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용인시가 민간투자금으로 상환한 금액은 원금 717억원, 이자 778억원이다. 이 계산은 적용금리 3.4%로 빚을 갚는다는 것이 전제다.

이어 내년에 조기 상환하고 용인시가 직접 운영하면 지자체 운영비뿐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인시는 차량을 이용한 시외 유동인구가 많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교통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민주당·민간도시철도 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협약식엔 더불어민주당과 민간도시철도 분야 공공운수노조합 용인경전철 지부, 공항철도 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김포도시철도지부, 메트로9호선 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공공운수노동조합 서해선 지부, 공공운수노동조합 우이신설경전철 지부가 참석했다.

이들은 ▲안전 인력에 관한 기준 신설과 이에 따른 안전입찰제 도입을 위한 상호 노력 ▲민간도시철도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유해 위험 환경 및 교대 근무 개선 정책 수립과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한 상호 노력 ▲민간도시철도 사업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전문가·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경전철 기흥역 앞에서 ‘용인경전철 공영화 촉구 시민 공동행동’을 실시했다.

시민 공동행동의 슬로건은 ‘용인경전철을 용인시민에게’였다. 이들은 ‘용인경전철 공영화 촉구, 별도요금 200원 폐지’ 등 용인시에 요구하는 내용을 내걸었다. 

용인경전철지부 등은 오는 5월까지 매달 둘째 주 토요일마다 총 4차례에 걸쳐서 ‘용인시의 용인경전철 직접 운영’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공공교통의 이해당사자인 시민이 직접 행동해서 운임과 운영 정책을 바꾸는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용역 진행
상환 계획 없어

용인시 관계자는 “올해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나더라도 조기 상환 계획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용인경전철 운영을 운영사인 네오트랜스가 해야 할지, 시행사인 용인경량전철(주)이 해야 하는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다음 달 말 결과가 나오고, 앞으로 연구 결과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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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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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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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