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용인경전철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22 09:03:41
  • 호수 1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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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만명 다단계 승하차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용인경전철은 하루 평균 3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현재 다단계 민간위탁 운영으로 한 해 100억원 이상의 세금과 이자상환·다단계 운영에서 발생하는 부가비용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용인경전철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난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용인경전철 공영화’를 내년 목표로 설정했다.

용인경전철은 2013년 4월26일 개통했다. 운행구간은 ‘기흥역-동백-행정타운-전대·에버랜드’이며, 총 노선 길이는 18.143㎞다. 차량은 1량 1편성으로 30량,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철제 차륜으로 승차 정원은 133명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용인경전철이 지나가는 용인시 처인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중·전철이 지나가지 않는다. 초기 사업계획대로 노선을 확장하면 용인시민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공공교통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용인경전철이 공공교통으로 성장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2011년 김학규 전 용인시장은 용인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준공검사를 반려했고, 용인시는 30년간 민간위탁 운영을 맡았던 캐나다 봄바디어사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 결과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소에서 봄바디어사 시공사에 배상금 8515억원을 물어주라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용인시는 배상금의 일부인 5153억원을 경기지역개발기금과 농협에서 차입했고, 500억원은 용인시 자체 재원으로 해결했다. 문제는 나머지 2862억원이었다. 


용인시와 용인경량전철(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인경전철 관리운영권을 2862억원으로 산정했고 용인경량전철(주)의 단일주주인 농협칸사스사모펀드에 2862억원을 빌리게 된다.

사모펀드는 이율이 4.97%의 고금리로, 경기개발기금 이자율 1.5%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아 한 해 지급되는 이자만 76억원가량이다. 

경기개발기금은 3년 거치 5년 균분 상환조건이었고 2015년에 조기 상환했다. 이후 사모펀드의 고금리는 금리 재구조화를 통해 3.57%로 낮췄다.

덕분에 460억원이 절약했지만, 문제는 이 과정 중 올해까지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을 맺은 것. 만약 원금을 조기 상환했다면 수백억에서 1500억의 혈세를 절감할 수 있지만 불가능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용인시는 사모펀드에 돈을 빌리면서, 용인경전철은 용인시와 운영회사 혹은 용인시와 시행사로 이뤄진 2단계 구조를 이룰 수 없게 됐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용인시→용인경량전철(주)(사모펀드)→네오트랜스(운영회사)’와 같이 다단계로 위탁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년 동안 운영된 용인경전철의 다단계 위탁 방식은 문제점이 많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단계 위탁 운영은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는 경우 예산이 얼마나 짜였는지, 지급한 운영비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기 어렵다. 

민간위탁 운영…연 100억원 이상 혈세 줄줄
조기 상환 금지 협약 마감…공영화 숙제는?


지난해 12월21일 유진선 용인시의원은 제26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용인경전철 예산이 부적합하게 집행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처리를 촉구했다.

유 의원은 용인경전철과 관련해 사업운영사인 네오트랜스의 신사업부문장이, 용인경전철에 얼마나 근무했는지, 담당 업무는 무엇인지, 인건비 등 비용 처리를 용인시에서 받은 관리운영비에서 목적 외로 지급한 게 있는지 물었다. 

네오트랜스 공문 등의 회신자료에 따르면 신사업부문장의 근무 기간은 2017년 12월21일부터 2019년 3월19일까지 약 1년4개월이다.

당시 신사업부문장은 용인경량전철 연장선, 안전문(PSD) 시공 및 기술지원 사업 등 신규 사업을 담당했으며, 해당 직원은 네오트랜스 본사 ‘파견 인원’으로 인건비는 본사에서 지급됐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회신 내용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네오트랜스의 신사업 부문은 신분당선 본부에 부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유 의원은 신사업 부문 부문장은 용인경전철에 ‘파견 인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무실을 마련해 근무하게 됐는지 및 신사업 부문의 총 직원 수, 네오트랜스 본부에 신분당선 본부에 직원 모두가 근무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또 신사업 부문장의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과 그 비용이 용인시의 운영비에 지급됐는지, 네오트랜스 본사에서 지급됐는지 여부와 회계 처리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이 밖에도 용인경량전철 연장선 업무와 안전문 시공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기술지원 사업 업무가 신규 사업 업무인지, 제안서‧결재 문서 등 근거 자료로 해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파견직에 대한 임금 처리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인건비는 본사에서 지급했는지, 신사업 부문장 연봉과 인건비‧업무 관련 활동비용, 이 비용을 용인시에서 받은 게 아닌지 등을 증명하라고 했다.

이상한 위탁
승객이 부담?

유 의원은 “올해 용인시 본 예산서에 따르면 경량전철 사업특별회계는 461억원으로 편성됐고 향후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용인시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용인경량전철 운영비가 목적 외로 사용돼 혈세가 세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용인시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용역회사들은 과도하게 중간 관리비를 책정하고,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소홀하게 다루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용인경전철 신입사원 임금은 2012년 재개통 당시 2870만원인 데 비해, 2020년은 2700만원으로 170만원 이 줄었다. 용인경전철의 노동자들은 운영회사가 계속 바뀌는 불안감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2008년 경전철 개통을 위해 입사했다. 하지만 개통 연기와 실시협약 해지로 2011년 2월11일 직원 155명 중 150명이 권고사직당했고, 재개통 당시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에 다시 재입사했다.

이후 2013년 8월 1차 운영회사인 봄바디어 소속이 됐다. 2016년 8월에는 2차 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소속이 됐고, 2023년 3차 운영과 2033년 4차 운영 때는 회사가 몇 번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회사가 3번 바뀐 것이다. 현재 근무 중인 네오트랜스 직원들 역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다단계 위탁 방식으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도 크다. 용인경전철은 분당선보다 요금이 200원 비싸다. 용인경전철의 현재 요금은 1450원(기본료 1250원+별도요금 200원)으로 별도요금 200원을 더 내고 있다.

청소년은 160원, 어린이는 100원이다. 다단계 위탁 운영으로 발생하는 부과세를 생각해보면 다단계 구조만 개선해도 별도 운임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별도요금은 승객에게 운임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사모펀드 대출
운영사도 문제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용인경전철은 운행 중 열차가 멈추는 사고 및 승강장 안전문(PSD)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열차가 멈추는 사고는 운영사가 예산절감을 위해 정년퇴직자를 채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열차 특성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도 하고, 나이가 많은 정년퇴직자는 체력적으로 운행하기 힘든 부분이 크다.

승강장 안전문 문제는 기술 제한 없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 발생한 문제다. 이 과정에서 승객 부상 사고도 일어났다. 이처럼 철도의 다단계 위탁 방식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내놓은 것이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올해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나는 것에 주목해 용인경전철 공영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 ‘용인경전철 공영화, 시민 서명운동’을 실시했고, 이달에는 2만5000명 정도의 서명을 받았다. 곧 3만명을 도달할 예정이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20대에겐 교통비가 너무 비싸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있는 구조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별도로 200원을 더 내고 있다는 게 화가 난다. 학생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돈이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생각해달라” “경전철은 당연히 용인시민의 품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용인시가 용인경전철을 직접 운영하면, 매년 최소 30억~50억원의 세금이 절감된다고 주장한다.

고용불안, 요금, 안전사고…
용인시 잡으면 50억 절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용인시가 민간투자금으로 상환한 금액은 원금 717억원, 이자 778억원이다. 이 계산은 적용금리 3.4%로 빚을 갚는다는 것이 전제다.

이어 내년에 조기 상환하고 용인시가 직접 운영하면 지자체 운영비뿐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인시는 차량을 이용한 시외 유동인구가 많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교통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민주당·민간도시철도 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협약식엔 더불어민주당과 민간도시철도 분야 공공운수노조합 용인경전철 지부, 공항철도 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김포도시철도지부, 메트로9호선 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공공운수노동조합 서해선 지부, 공공운수노동조합 우이신설경전철 지부가 참석했다.

이들은 ▲안전 인력에 관한 기준 신설과 이에 따른 안전입찰제 도입을 위한 상호 노력 ▲민간도시철도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유해 위험 환경 및 교대 근무 개선 정책 수립과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한 상호 노력 ▲민간도시철도 사업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전문가·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경전철 기흥역 앞에서 ‘용인경전철 공영화 촉구 시민 공동행동’을 실시했다.

시민 공동행동의 슬로건은 ‘용인경전철을 용인시민에게’였다. 이들은 ‘용인경전철 공영화 촉구, 별도요금 200원 폐지’ 등 용인시에 요구하는 내용을 내걸었다. 

용인경전철지부 등은 오는 5월까지 매달 둘째 주 토요일마다 총 4차례에 걸쳐서 ‘용인시의 용인경전철 직접 운영’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공공교통의 이해당사자인 시민이 직접 행동해서 운임과 운영 정책을 바꾸는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용역 진행
상환 계획 없어

용인시 관계자는 “올해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나더라도 조기 상환 계획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용인경전철 운영을 운영사인 네오트랜스가 해야 할지, 시행사인 용인경량전철(주)이 해야 하는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다음 달 말 결과가 나오고, 앞으로 연구 결과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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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