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대선' 막판 변수 다섯

‘수습 불가’ 최후의 한 방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누구하나 아직까지도 확실한 우세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여러 가지 의혹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현 상황에서 논란이 발생하면 앞으로 대선 주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논란이 하나만 터져도 지지율이 한쪽으로 기운다. 양당 대선후보들은 승기를 잡기 위해 빠른 사과와 함께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부장
리스크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서로 비슷한 변수가 존재한다. 내용만 다를 뿐 굵직한 키워드는 비슷하다. 먼저 본인을 비롯한 가족 리스크가 있다.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다. 이 후보의 본부장 리스크는 ‘본인, 부인, 장남’이 일으킨 논란을 뜻한다. 앞선 상황에서 이 후보는 장남 이씨의 상습 도박, 성매매 의혹은 재빠른 사과로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설 연휴간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황제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졌다.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가 5급 사무관 배모씨의 지시로 김혜경씨의 음식 배달, 의류 정리, 이 후보 장남의 퇴원 수속 등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해왔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김혜경씨가 복용하는 호르몬제를 의료기관에서 대리로 처방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배씨가 직접 자신이 복용할 약을 처방했다고 해명했으나 A씨가 해당 약이 폐경치료제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씨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함께 거론됐다. A씨 개인카드를 통해 소고기를 먼저 결제한 뒤 다음 날 취소 후 법인카드로 재차 결제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구매된 소고기는 배씨의 지시에 따라 가격표를 뗀 뒤 아이스박스에 담아 이 후보의 자택으로 배달까지 시켰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민주당내에서는 그동안 윤 후보에게 가해진 가족 리스크 문제가 이 후보에게 가해지자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민주당은 발 빠르게 수습을 시도했다. 김씨가 직접 나서 전적으로 자신의 불찰이라며 국민께 송구하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빠른 수습을 통해 이 후보에게도 논란이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다”라는 입장 발표가 부메랑이 됐다. 이 후보 역시 지사로서 직원이 당한 부당행위와 배우자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은 김씨 논란에 즉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그동안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아온 가족 리스크가 이 후보에게로 옮겨간 셈이다. 

이 후보와 김씨가 입장문을 냈음에도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씨는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미 터질 건 다 터졌다?
가족 문제 또 터지면 끝

지난 9일, 8분간 송구하다며 직접 사과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있다면 철저히 임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표명했다.

일각에선 너무 짧은 시간의 사과였고, 적절한 해명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국민 사과가 오히려 국민의힘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국민의힘은 김씨와 이 후보, 배씨 등을 강요죄, 의료법위반죄, 직권남용죄로 고발까지 진행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악재로 비친다. 내조에 있어서 김씨는 그동안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비해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향후 의혹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면 앞으로 김씨와 함께하는 행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족 리스크는 비단 이 후보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윤 후보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를 받는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1심과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로선 대선 전까지 3심 판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내에선 장모 최씨의 2심 결과로 부담을 덜었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전히 다른 사기 사건 등으로 얽혀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처가가 소유한 땅이 19만평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본부장(윤석열 인·인·모) TF단 조사 결과 윤 후보의 처가가 서울, 경기 등 약 60곳의 땅을 소유했다며 공시지가만 340억원 이상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토지 취득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을 일삼았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현재 경기 성남 일대에 소유한 16만평의 토지는 사문서를 위조하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취득됐다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김건희씨에 대한 여론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 시점에 김건희씨는 자신의 공식 프로필 사진까지 찍으며 본격 등판까지 예고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시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현안대응 TF는 김건희씨가 2010년부터 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당시 유통 주식 7.5%인 82만주를 보유한 주주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매수 금액이 적은 탓에 주가 조작을 할 수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민주당은 주가 조작에 김씨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프레임

김씨는 2010년 이후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 후보 역시 사실이 아니라며 김씨의 주가 조작 가담 혐의를 부인해왔다. 민주당은 주가 조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던 2011년과 2012년 주식 거래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김건희씨의 여러 논란은 꾸준히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아왔다. 최근 등판이 가시화됐던 만큼 해당 의혹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등장한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후보에게 여전히 배우자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향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가족 리스크에 따라 후보 본인에게 치명타가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역대 대선에서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후보를 지원하며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가족 리스크가 터지면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정치권에서도 두 후보의 향후 가족 리스크가 재차 촉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장동 문제의 경우도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 후보는 특검을 띄우며 서로에게 대장동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특검을 하자며 서로에게 대장동 프레임을 씌우기에 연일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아직까진 대장동 의혹에서 이 후보가 더 불리한 측면이 있다. 대장동과 관련된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과 대장동 개발 관련 인물들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무혐의를 받았지만 수사를 받으며 이 후보가 수세에 몰렸고, 앞으로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유착 관계가 드러난다면 이 후보에게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 역시 대장동에 관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선 상황에 윤 후보의 아버지 집을 김만배씨의 누나가 구입했다는 점에서 한 차례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윤 후보는 김만배씨를 직접 본 적 없다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당시에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직접 사과하면서 김만배씨와의 유착 의혹에서 벗어났다.

단일화
결론은?

최근에는 윤 후보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윤 후보와의 관계를 언급한 것.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윤 후보와 욕하며 싸우는 사이’라며 윤 후보를 더 이상 봐주는 게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만배씨는 연일 윤 후보와 가까움을 주장한다. 민주당은 녹취록을 고리로 윤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윤 후보는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내놨다. 10년간 검사를 하면서 김씨와 차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게 윤 후보의 주장이다. 

이 같은 발언은 김씨가 윤 후보와 사이가 가깝다고 주장했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욱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됨에 따라 윤 후보에게도 악재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직 국민의힘 의원이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파장은 윤 후보에게도 미칠 수 있다. 결국 윤 후보 역시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장동 프레임에 씌워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대목이다.

향후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대장동 프레임에 갇히는 후보에게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동시에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도 대장동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풀이된다. 

가족을 비롯한 본인의 리스크도 상당하자 두 후보의 비도덕성, 비호감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해도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왔다. 

대선 막판에 후보 단일화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 후보의 경우 소속한 곳이 집권 여당이라는 이점이 있으나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오가지만 이 후보는 이보다도 처진다.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단일화를 염두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안 후보가 그동안 문정부를 타격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민주당에서는 안 후보를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안 후보는 도덕성 면에서 검증됐고,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윤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도 야권의 초미의 관심사다.

단일화, 토론…마지막 승부처
여전히 아른거리는 후보교체론

두 후보는 단일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애써 선을 그으며 만일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전면에 나서는 인물이 본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은 탓에 반드시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과 이준석 대표의 의견 차도 뚜렷하다. 원 본부장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어필해온 반면 이 대표는 단일화가 필요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안 후보는 지지율 10%를 오가며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만 그 역시 단일화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이번에도 양보하게 된다면 안 후보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탓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 후보의 단일화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지난 13일, 안 후보가 국민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담판식 단일화’를 고수하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낸 상태다.

일각에선 단일화를 논하기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선 막판 자신에게 이슈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 요소라는 인식이 강하다. 

단일화와 함께 중요한 변수는 토론이다. 첫 번째 토론 결과 이 후보는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성적을 거뒀고, 이전과 같은 시원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윤 후보는 기대보다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또다시 말실수를 반복했다. 

시청률이 40%를 기록했을 만큼 토론은 이번 대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분야 역시 정치, 경제 검증 등으로 확정됨에 따라 향후 두 후보가 대처 등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대통령으로서 부족한 후보라는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이 밖에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합류한 점도 걸림돌이다. 두 인물이 각각 원팀으로 합류했지만 여전히 원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경쟁 과정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높은 수위로 타격해왔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홍 의원 역시 윤 후보와 원팀 행보를 보이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감돈다. 이전까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며 윤 후보를 향한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합류 직전에는 선대본부와 갈등 상황까지 겪었다. 

일각에선 오히려 두 인물이 합류하면서 원팀을 이룬 점이 대선후보의 행보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두 인물의 지지 층을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후보교체론 여론이 높았던 만큼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지지 세력을, 윤 후보는 홍 의원의 지지 세력을 흡수해야만 한다. 

터지면
끝난다

이번 대선이 근소한 차이로 당락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만큼 더 이상의 리스크는 후보의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양쪽이 (가족 리스크 문제를)잘 매듭짓지 못한다면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도덕성 등 리스크가 재차 불거진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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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