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등친' 농업용 드론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25 00:00:00
  • 호수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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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들고 논밭만 멍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땐 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농민들이 농사 일을 편하게 하고자 고가의 농업용 드론을 구매했지만 비용이 비싼 데다 사후처리 서비스도 원활하지 않아 피해 목소리가 늘고 있다.

드론 활용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드론이 제일 처음 쓰인 군사용 무기에서부터 건설, 에너지, 물류, 재난 구조, 교통 관측, 과학 연구, 농업, 환경 오염물 제거, 촬영, 취재, 취미 등 각종 분야로 활동 영역이 사실상 무한대로 넓어졌다.

파종 농약
일손 해소

최근 농촌의 인력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을 해소하고 농업환경을 크게 개선하고자 농업용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전문기업인 DJIsms도 농업용 드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PWC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드론 시장의 25%를 농업용 드론이 차지한다. 오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육박하면 식품 소비량이 늘면서 농업 생산성 유지를 위해 드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용 드론으로 한 자리에 앉아서 3D 매핑을 통한 토양 상태 측정부터 파종·농약 등 살포, 작물 모니터링, 생육 상태 파악 등이 가능하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농현장에는 드론을 통해 인력난 해소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 이미 농약살포에 드론을 활용해 농업인이 농약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고 작업 능률도 향상시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하면 논 위를 2~3m 높이로 낮게 날면서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하향풍)을 이용해 약제가 벼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침투가 가능해 방제효과가 높다. 

일반 유인 항공방제의 경우 광범위한 면적을 대상으로 하고 살포 고도가 높아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드론 방제는 낮은 고도에서 목표 지역만 집중적으로 살포할 수 있어 항공방제의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표 말 믿고 1964만원 선입금
구입 후 환불 요구에 묵묵부답

트랙터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력체에 다양한 부착기구를 붙여 트랙터를 다양한 농작업에 활용하는 것처럼 드론도 추진체 역할을 하는 본체에 다양한 임무장비(RS 카메라, 방제 장치, 파종 장치, 조수 퇴치 장치)를 붙이면 농업적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하지만 트랙터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트랙터의 등장으로 생긴 관련 문제도 많다. 트랙터의 고장·사고, 구매를 위한 고액의 부채, 토질의 압축 등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장벽들이 농업인 앞에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가축과 달리 분뇨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비료를 농장 밖에서 구매하게 돼 농장 내 자원순환을 단절시키기는 결과도 초래했다.

최근 광주에서 농업용 드론 구매를 위해 거액의 돈을 입금했지만 드론을 받지도 못하고 환불처리도 되지 않아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광주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지난해 3월 농업용 드론 구입을 고민했다. A씨는 농업용 드론 조종 자격증(1종) 취득을 위해 광주 소재의 교육기관인 아시아항공드론 교육원(이하 교육원)을 방문했다. 


A씨는 교육원 대표와 면담하면서 교육 비용과 이수 시간에 대해 문의했다. A씨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해준 전문교육기관에서 300만원짜리 드론을 구입할 경우 교육비를 50% 할인해준다는 말을 믿었다. 또 교육을 20시간 모두 채워야 필기시험이 면제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약 두 달 뒤 A씨는 사전에 구입하기로 한 T16 모델에서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T20 모델을 주문했다. 해당 모델은 중량이 25㎏가 초과돼 항공안전기술원에서 안전성 인증검사가 필요했다. 

A씨는 “(교육원)대표는 방제할 수 있는 기간인 ‘7~8월에 드론을 받으려면 계약금을 얼른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수리비용

A씨는 교육원 계좌로 1964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A씨가 지인을 통해 해당 교육원에선 드론을 받지 못하거나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교육원에서 들었던 내용과 달리 드론 수입 업체와 교육원은 계약한 사실이 없다는 게 드러났고 거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게 됐다. 이후 계약금 환불 진행 요청을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교육원 대표는 거짓말을 계속하며 시간을 보냈고 결국 광주 광산경찰서에 신고했다. 또 추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고도 했다.

교육원 대표는 “A씨가 기체를 산다고 해서 교육비를 할인해 준다고 한 것”이라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당시 회사가 좀 어려워서 선입금을 요구했고 A씨가 이를 이행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원이 (재정적으로)어렵다 보니 기체 납품을 못하게 됐다. 우리가 발주해야 하는데 회사가 어려워 발주를 못했다. A씨가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리지 못해서 이렇게까지 된 것이다. 현재 신용거래정보로 넘어간 상황이고 한 달 안으로 환불 처리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A씨는 자신이 본 금전적 피해를 드론 관련 카페에 게시했고 게시글에는 “판매 사기를 하거나 판매 후에도 사후 관리가 잘 안되는 업체를 공유할 수 있는 글이 많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 등 상당수 위로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고령
핸들링 미숙

과거 농업용 드론은 농민들에게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다. 경북 시군이 임대용으로 사들인 농업용 드론의 경우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도 잦았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서 기계 조작 미숙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군은 지난 2017년 2억100만원을 투입해 방역 약제 약 8ℓ가 탑재되는 임대용 드론 7대와 장비 등을 구입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농가에서 방역을 위해 드론을 임대한 횟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예천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어 비행이 제한되는 구역이 많고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승인 절차까지 필요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인근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봉화군은 2018년 12월 약 2000만원을 들여 농업용(임대용) 드론 1대를 구입했지만 단 한 차례도 임대해간 농가가 없었다.

봉화군에 있는 민간단체 ‘블루스카이’가 군의 위탁을 받아 지역주민 11명에게 자격증반 위탁교육을 한 게 활용 사례의 전부다. 찾는 이가 없다 보니 농업용 드론 대부분은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 창고에 그대로 방치돼있다. 작은 프로펠러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드론은 조작 시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기계로 꼽힌다.

드론이 워낙 고가다 보니 보험에 가입돼있더라도 사고 시 사용자가 내야 할 자부담금도 만만치 않다. 대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드론을 빌려 쓰다 추락이라도 하면 농민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배터리 문제…고작 10~15분 비행
조작미숙으로 타작물 피해 주기도


일각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방제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 방제는 전문가가 아니면 집중적인 농약 살포가 어렵고 대량살포를 하려면 차라리 무인헬기 등 다른 장비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이 활용이 저조한 이유로 배터리 용량 부족에 따른 비행 시간 제한도 꼽힌다.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살포기, 파종기 등을 부착한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15분이다. 드론 구매 비용도 부담이다. 농업용 드론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이르는 데다 고장 시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농가에서 자체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드론 방제 시 농약이 날아가 인접 포장 및 타작물에 피해를 주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또 조작 미숙으로 다치거나 정밀한 작업을 하지 못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드론 활용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민원 및 문제점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개선, 기술·매뉴얼 개발, 교육 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농민은 “이번에 보조로 받은 농업용 드론이 바람과 기후에 따라 배터리 사용시간이 다르고 방역에 사용되는 시간이 적어 농지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용 시간은 적고 충전 시간은 길어 방제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날 잡고 방역을 하기 위해 인근 영동군의 농가에서 배터리를 빌려와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도 수명 기간과 충전 횟수가 있어 빌려오기 미안한 마음에 배터리를 추가 구매하려 했는데 제일 저렴한 가격이 50만원으로 책정돼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농가들 입장에선 구매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드론 구매 전에 업체가 사용시간 등을 농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추가 구매 같은 민원 내용은 제기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후처리
나몰라라

드론을 실제 사용을 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사용시간 문제보단 방역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과수 등의 농장 시설물의 경우 그물로 가지를 고정하고 있어 그물에 걸릴 위험이 있는 드론은 사용자체가 어려워 과수보단 벼농사 같은 걸림이 적은 농사에만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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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