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등친' 농업용 드론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25 00:00:00
  • 호수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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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들고 논밭만 멍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땐 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농민들이 농사 일을 편하게 하고자 고가의 농업용 드론을 구매했지만 비용이 비싼 데다 사후처리 서비스도 원활하지 않아 피해 목소리가 늘고 있다.

드론 활용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드론이 제일 처음 쓰인 군사용 무기에서부터 건설, 에너지, 물류, 재난 구조, 교통 관측, 과학 연구, 농업, 환경 오염물 제거, 촬영, 취재, 취미 등 각종 분야로 활동 영역이 사실상 무한대로 넓어졌다.

파종 농약
일손 해소

최근 농촌의 인력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을 해소하고 농업환경을 크게 개선하고자 농업용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전문기업인 DJIsms도 농업용 드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PWC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드론 시장의 25%를 농업용 드론이 차지한다. 오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육박하면 식품 소비량이 늘면서 농업 생산성 유지를 위해 드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용 드론으로 한 자리에 앉아서 3D 매핑을 통한 토양 상태 측정부터 파종·농약 등 살포, 작물 모니터링, 생육 상태 파악 등이 가능하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농현장에는 드론을 통해 인력난 해소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 이미 농약살포에 드론을 활용해 농업인이 농약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고 작업 능률도 향상시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하면 논 위를 2~3m 높이로 낮게 날면서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하향풍)을 이용해 약제가 벼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침투가 가능해 방제효과가 높다. 

일반 유인 항공방제의 경우 광범위한 면적을 대상으로 하고 살포 고도가 높아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드론 방제는 낮은 고도에서 목표 지역만 집중적으로 살포할 수 있어 항공방제의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표 말 믿고 1964만원 선입금
구입 후 환불 요구에 묵묵부답

트랙터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력체에 다양한 부착기구를 붙여 트랙터를 다양한 농작업에 활용하는 것처럼 드론도 추진체 역할을 하는 본체에 다양한 임무장비(RS 카메라, 방제 장치, 파종 장치, 조수 퇴치 장치)를 붙이면 농업적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하지만 트랙터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트랙터의 등장으로 생긴 관련 문제도 많다. 트랙터의 고장·사고, 구매를 위한 고액의 부채, 토질의 압축 등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장벽들이 농업인 앞에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가축과 달리 분뇨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비료를 농장 밖에서 구매하게 돼 농장 내 자원순환을 단절시키기는 결과도 초래했다.

최근 광주에서 농업용 드론 구매를 위해 거액의 돈을 입금했지만 드론을 받지도 못하고 환불처리도 되지 않아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광주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지난해 3월 농업용 드론 구입을 고민했다. A씨는 농업용 드론 조종 자격증(1종) 취득을 위해 광주 소재의 교육기관인 아시아항공드론 교육원(이하 교육원)을 방문했다. 


A씨는 교육원 대표와 면담하면서 교육 비용과 이수 시간에 대해 문의했다. A씨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해준 전문교육기관에서 300만원짜리 드론을 구입할 경우 교육비를 50% 할인해준다는 말을 믿었다. 또 교육을 20시간 모두 채워야 필기시험이 면제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약 두 달 뒤 A씨는 사전에 구입하기로 한 T16 모델에서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T20 모델을 주문했다. 해당 모델은 중량이 25㎏가 초과돼 항공안전기술원에서 안전성 인증검사가 필요했다. 

A씨는 “(교육원)대표는 방제할 수 있는 기간인 ‘7~8월에 드론을 받으려면 계약금을 얼른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수리비용

A씨는 교육원 계좌로 1964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A씨가 지인을 통해 해당 교육원에선 드론을 받지 못하거나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교육원에서 들었던 내용과 달리 드론 수입 업체와 교육원은 계약한 사실이 없다는 게 드러났고 거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게 됐다. 이후 계약금 환불 진행 요청을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교육원 대표는 거짓말을 계속하며 시간을 보냈고 결국 광주 광산경찰서에 신고했다. 또 추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고도 했다.

교육원 대표는 “A씨가 기체를 산다고 해서 교육비를 할인해 준다고 한 것”이라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당시 회사가 좀 어려워서 선입금을 요구했고 A씨가 이를 이행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원이 (재정적으로)어렵다 보니 기체 납품을 못하게 됐다. 우리가 발주해야 하는데 회사가 어려워 발주를 못했다. A씨가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리지 못해서 이렇게까지 된 것이다. 현재 신용거래정보로 넘어간 상황이고 한 달 안으로 환불 처리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A씨는 자신이 본 금전적 피해를 드론 관련 카페에 게시했고 게시글에는 “판매 사기를 하거나 판매 후에도 사후 관리가 잘 안되는 업체를 공유할 수 있는 글이 많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 등 상당수 위로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고령
핸들링 미숙

과거 농업용 드론은 농민들에게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다. 경북 시군이 임대용으로 사들인 농업용 드론의 경우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도 잦았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서 기계 조작 미숙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군은 지난 2017년 2억100만원을 투입해 방역 약제 약 8ℓ가 탑재되는 임대용 드론 7대와 장비 등을 구입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농가에서 방역을 위해 드론을 임대한 횟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예천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어 비행이 제한되는 구역이 많고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승인 절차까지 필요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인근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봉화군은 2018년 12월 약 2000만원을 들여 농업용(임대용) 드론 1대를 구입했지만 단 한 차례도 임대해간 농가가 없었다.

봉화군에 있는 민간단체 ‘블루스카이’가 군의 위탁을 받아 지역주민 11명에게 자격증반 위탁교육을 한 게 활용 사례의 전부다. 찾는 이가 없다 보니 농업용 드론 대부분은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 창고에 그대로 방치돼있다. 작은 프로펠러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드론은 조작 시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기계로 꼽힌다.

드론이 워낙 고가다 보니 보험에 가입돼있더라도 사고 시 사용자가 내야 할 자부담금도 만만치 않다. 대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드론을 빌려 쓰다 추락이라도 하면 농민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배터리 문제…고작 10~15분 비행
조작미숙으로 타작물 피해 주기도


일각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방제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 방제는 전문가가 아니면 집중적인 농약 살포가 어렵고 대량살포를 하려면 차라리 무인헬기 등 다른 장비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이 활용이 저조한 이유로 배터리 용량 부족에 따른 비행 시간 제한도 꼽힌다.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살포기, 파종기 등을 부착한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15분이다. 드론 구매 비용도 부담이다. 농업용 드론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이르는 데다 고장 시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농가에서 자체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드론 방제 시 농약이 날아가 인접 포장 및 타작물에 피해를 주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또 조작 미숙으로 다치거나 정밀한 작업을 하지 못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드론 활용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민원 및 문제점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개선, 기술·매뉴얼 개발, 교육 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농민은 “이번에 보조로 받은 농업용 드론이 바람과 기후에 따라 배터리 사용시간이 다르고 방역에 사용되는 시간이 적어 농지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용 시간은 적고 충전 시간은 길어 방제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날 잡고 방역을 하기 위해 인근 영동군의 농가에서 배터리를 빌려와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도 수명 기간과 충전 횟수가 있어 빌려오기 미안한 마음에 배터리를 추가 구매하려 했는데 제일 저렴한 가격이 50만원으로 책정돼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농가들 입장에선 구매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드론 구매 전에 업체가 사용시간 등을 농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추가 구매 같은 민원 내용은 제기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후처리
나몰라라

드론을 실제 사용을 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사용시간 문제보단 방역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과수 등의 농장 시설물의 경우 그물로 가지를 고정하고 있어 그물에 걸릴 위험이 있는 드론은 사용자체가 어려워 과수보단 벼농사 같은 걸림이 적은 농사에만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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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