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싶으면' 이재명 기막힌 손절법

말이 좋아 정면돌파지…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이는 둘러대며 문제를 피하고, 어떤 이는 빠르게 사과하며 정면돌파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후자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그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재빠르게 사과했고 변명 없이 정면돌파해왔다. ‘이재명식 정면돌파’에는 여기에 한 가지 특징이 더 붙는다. 관련 인물들과의 ‘손절’이다.

‘대장동 특혜 논란’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로 점점 좁혀져간다. 이제는 이 후보의 오른팔, 왼팔에게까지 좁혀져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전

지난 4일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핸드폰에서 이 후보의 측근들과 수차례 통화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폭로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게 체포되기 직전 누군가와 통화를 끝마친 뒤 그 즉시 핸드폰을 창문 밖으로 던져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경찰이 다행히도 그의 핸드폰을 찾아내 증거 확보에 성공했다. 핸드폰은 포렌식을 거쳐 데이터가 복구됐고, 지난해 11월부터 검찰의 결정적인 수사 자료가 돼왔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 개발공사 개발본부장과 김문기 개발 1처장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던 대장동 수사팀은 이번 폭로로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

가능하면 설 연휴 전에 이 후보의 측근들을 소환 조사하는 게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폭로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 직전 개통한 핸드폰으로 이 후보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과 압수수색 전날과 당일 등 8차례, 김용 조직부본부장과는 6차례 통화했다.

특히 김 부본부장과의 통화에 대해서는 5분가량 길게 영상통화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는데, 영상통화는 녹취를 방지하기 위해 정재계 인사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라 그에 대한 의혹은 한층 더 짙어졌다.

정 부실장은 이 후보의 오래된 측근으로 유명하다. 유 본부장의 구속 당시 이 후보는 “내가 정말 가까이 하는 참모는 그(유동규)가 아니다”라며 “측근이라 하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지”라고 발연한 적이 있다. 정 부실장은 이 후보와 약 30년간 함께해온 최측근이다.

그는 선대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에서 실세 역할을 지속해서 수행해왔다.

김 부본부장은 정 부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으나, 그 역시 성남시의원 시절부터 이 후보의 여러 시정을 도우며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한 이 후보의 핵심 관계자다.

친시장파의 선두격 역할을 해오며 성남시의회의 분위기를 주도했고,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일할 당시에는 경기도 대변인직을 맡아 묵묵히 그의 곁을 지켰다.


이번 유 전 본부장의 핸드폰 포렌식 결과 중 여론이 가장 주목한 부분 또한 김 부본부장과의 통화 사실이었다. 횟수는 적지만 영상통화를 오래한 점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과거 김 부본부장이 그와 통화한 사실을 부정한 전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말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번 포렌식 결과 보도를 두고 김 부본부장은 “지난해 9월 화천대유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유 전 본부장의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사실 확인을 위해 당사자와 통화한 일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수사 기록 유출이 사실일 경우 검찰에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계 인사들은 이제 검찰과 이 후보 측근들 간의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면전이 개시된다면, 두 인물의 검찰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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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물의 소환이 이뤄지고, 언론이 관련 소식을 연이어 전하면, 이 후보의 정치적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본인 스스로 말한 측근들이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이 보이면 여론은 쉽게 요동치기 마련이다.

이 후보는 이런 정치적인 부담이 생길 때마다 정면돌파하며 문제를 타개해 온 전력이 있다. 이 후보에게 정면돌파란 관련 인물들과의 ‘손절’이다.

이 후보는 측근들의 비리나 스캔들이 생기면 항상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오래전에 연락은 끊은 사람’이라는 변명으로 해당 인물들과 거리를 둬왔다. 앞서 말한 유 전 본부장과의 손절이 한 예다.

그에게는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형수 욕설 논란이 있었을 때는 형과 형수 모두와 거리를 둔 바 있다. 이 후보에게 아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른바 ‘형제 갈등’은 그의 셋째 형 이재선씨와의 싸움이다.

이씨는 이 후보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맹비난 하고 그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친 인물이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당시에 이 후보가 형수와 한 ‘욕설 통화’는 그의 경쟁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며 대표적인 약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 후보는 그런 형에 대해 “오래전 연락을 끊은 사이”라며 “내가 성남시장을 하던 시절 여러 비리를 저지르려 해서 관계를 정리했다”고 형과 거리를 두었다.


그는 이후 SNS에 “일베에 이어 박사모까지…여러모로 죄송하다”며 사실상 형과 절연한 뜻을 내비쳤다.

아들 도박 관련 논란 때도, 사건이 보도된 초반에는 “부모로서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얼마 후 “대통령 부인은 공적 존재로서 권한과 지원이 주어지지만, 대통령 아들은 성년인데 사실 남”이라고 아들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씨 경력 논란과 아들 논란의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이젠 아들도 ‘손절’이냐”는 야권의 비판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처럼 그동안 문제된 관계를 모두 잘라온 이 후보에게 검찰의 수사 상황은 오른팔, 왼팔도 잘라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두 사람이기에 이 후보로선 그들과의 손절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인물들을 대선 본선무대까지 끌고 가지도 못할 노릇이다.

결말은?


손절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그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루어진 다음에 거리를 두는 것은 너무 늦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손절을 서두를지, 아니면 양팔만은 자르지 않고 본선까지 끌고 갈지 정계는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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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