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오디션 JTBC <싱어게인2>

“미쳤고 지렸고 쩔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가수 이승윤과 이무진, 정홍일을 배출한 JTBC <싱어게인>이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첫 시즌부터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새로운 스타를 배출한 <싱어게인>은 시즌2에서 더욱 강력한 무명 가수들의 지원으로 진화한 형태를 띠고 있다. 1시간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조금도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무대가 많다. 노래만으로 위로와 치유를 하는 독보적인 오디션이다. 

JTBC <싱어게인>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시청자들은 반신반의했다. 억지로 선과 악을 구분하는 악의적 편집을 마구 사용하고, 상처가 될 법한 말로 심사하는 심사위원에 마치 시청자들에게 전권을 넘기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제작진이 칼춤을 췄던 타 방송사 오디션으로 인해 지독한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명의 반란

2020년 11월 첫 방송된 <싱어게인>은 시청률 3%(닐슨 코리아 제공)로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하며 출발했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기존 오디션들과 품격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참가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대중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 제작진은 참가자를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게 해, 오히려 더 큰 호응을 이끌었다.

심사위원들은 면접관의 태도가 아닌 동업자의 마인드로 접근해 냉철한 평가 대신 어렵게 무대에 오른 출연자의 개성과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 수준 높은 무대를 만들었다. 제작진은 최대한 꼼꼼하고 세심하게 무대를 담아냈다. 단순히 멋있고 화려한 가수의 면모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갖는 고민과 치열한 노력 등 내면까지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온갖 방식으로 활용된 오디션 방식이지만 <싱어게인>은 색다른 느낌과 재미, 감동을 줬다. 그 효과는 2021년 12월에 처음 방송된 <싱어게인2>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의 수준도 더없이 높아졌다. 대중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찐 무명’ 참가자 중 일부는 당장 프로로 나와도 손색없는 수준이고, OST나 음반 활동을 하면서 이미 충분히 진가를 발휘한 가수들도 <싱어게인2>의 문을 두드렸다.

이승윤과 이무진, 정홍일 등 <싱어게인>의 톱티어에 랭크된 가수들만큼 실력이 있는 참가자들이 훨씬 불어난 느낌이다. 단순히 실력만 좋은 것이 아닌 개인성과 창의성이 충분히 담긴 무대로 새로운 감성을 전하는 참가자가 대폭 늘었다. 점점 다양성이 좁아지고 있는 가요계의 공백을 <싱어게인2>가 메우고 있는 느낌이다. 

‘가정식 록’이라 불릴 정도로 듣기 좋은 록을 구사한 13호, 말하듯이 노래를 부르는 독특한 창법의 53호, 극단적인 미성의 73호와 탁성의 33호, 소녀 감성을 유지하는 39호와 자신의 나이보다 스무살은 넘는 감성을 지닌 64호, 차원이 다른 기술과 능력을 보여준 ‘가수들의 선생님’ 31호, 당장 음반을 내도 좋을 것 같은 37호와 48호, 대항마가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21호 등이 그 예다.

개성 넘치는 실력파 무명 가수들
아름다운 경쟁 이끄는 심사위원

개인전을 뚫은 참가자들은 팀전을 거치면서 각자의 성격을 서사적으로 보여주고 새로운 팀원과의 시너지를 통해 엄청난 하모니를 보인다. 이 과정에서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고, 전주보다 더 성장한 가수들에게 기특함을 느낀다. 


실력과 무관하게 상대보다 아주 조금 뒤떨어졌다는 이유로 탈락의 위기에 있는 가수들을 구제하는 ‘슈퍼 어게인’이 사용되는 장면은 늘 감동적이다. 실패한 사람에게도 한 번의 기회는 다시 주고 싶은 제작진의 온정이 담긴 제도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시즌보다 더 멋있어졌다. 참가자들의 염원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철저하게 낮은 자세로 무대를 대한다. 언제나 가사로써 마술을 부리는 김이나 작사가, 수십년째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 이선희와 록의 전설 윤도현, 수많은 가수와 명곡을 배출한 유희열 등 시니어 심사위원진의 심사평은 혜안이 담겨있다. 

규현, 송민호, 선미, 해리로 구성된 주니어 심사위원들은 즉각적이면서 직관적인 평가로 분위기를 띄운다. 10대들이 주로 쓰는 속어인 ‘미쳤다’ ‘지린다’ ‘개쩐다’는 말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 비록 방송에 적합한 용어는 아니지만, 무대가 얼마나 짜릿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단 한 무대도 허투루 심사하지 않겠다는 마음과 개인적 욕망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겠다는 심사위원들의 올곧은 태도는 오디션에서 자주 발생하는 탈락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대체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판단이 이어진다. 워낙 가요계에서 오래 활동했던 사람들인지라, 지인이 참가자로 나오기도 하는데 오히려 더 냉철하게 바라본다. 

따라서 8명의 심사위원들은 확고한 신뢰감을 준다. 탈락한 참가자들도 이들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말로는 쉽지만 구현되긴 어려운 아름다운 경쟁이 <싱어게인2>에서는 당연한 과정이다. 

참가자와 심사위원들을 유려하게 연결하는 이승기의 진행도 돋보인다. 가수 출신답게 참가자의 매력을 은근히 드러내는 한편, 심사위원은 보지 못한 장면을 포착하고 참가자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오디션 진행자로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김성주보다도 더 훌륭한 진행이다.

위로와 힐링

<싱어게인2>는 아직도 초반부에 있다. 팀전을 거친 참가자들은 그사이 애정이 쌓인 팀원과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 싸움이 끝나고 나도 엄청난 실력자들 간의 경쟁이 이어질 테다. 참가자들은 비록 힘겨운 과정을 거치겠지만, 그 어려움만큼 시청자들은 위로와 치유를 받게 될 것이다. 그게 또 음악이 가진 본질이니까.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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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