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구성애표 성교육 생생가이드 ②부부의 성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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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 “진정한 ‘교류의 섹스’는 50대 이후부터…”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금기시 되는 영역이었던 ‘성(性)’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린 구성애(56)씨. 그녀가 성교육의 최전방에서 활동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행복한 성’을 강조하는 구씨는 현재 (사)푸른아우성 대표로, 이어지는 특강요청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마침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 성범죄가 터져 전국이 떠들썩할 때.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성교육 강의에서 구씨를 만났다. 거침없는 ‘구성애표 성교육’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최근 구성애씨가 운영하는 (사)푸른아우성에 들어온 부부 성상담 중 ‘항문섹스’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항문섹스를 10년 동안 한 여성은 변실금(대변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현상)이 걸려서 왔다고 한다. 함께 포르노물을 본 뒤 그대로 재연된 섹스를 즐기는 부부도 늘었다. 그것도 만족이 안 돼 제3자를 끼고 하는 이른바 ‘쓰리섬’을 즐기기도 한다. 부부끼리 바꿔서 ‘스와핑’을 했던 의사부인이 난리가 나 찾아왔던 경우도 있었다.

일도 골치 아픈데 성까지?

구씨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상품화의 개념 섹스’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다”며 “섹스를 하고 싶을 때 하고 마는 해소용으로, 남성은 배설로만 간단하게 보는 것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기를 가지고 해소하는 성이 섹스라면 구씨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런 1차원적인 성은 2~3년만 지나도 무뎌지고, 결혼은 유지하되 이걸 가지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변태적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구씨는 “성은 해소의 기능이 물론 있다. 다만 해소라는 기능을 포함한 채 성에너지를 교환하는 교류의 성으로 가야한다”며 “성은 어떻게 교류하느냐에 따라서 1+1이 2가 아닌 억, 조까지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몸과 마음, 영혼이 하나가 되는 것인데 교류의 성을 나누기 위해선 결혼이 최고다”라고 강조했다.


인도의 ‘탄트라’는 결혼해서 교류의 성을 터득하는데 21년 걸린다고 내다봤다. 마음을 아는데 7년, 몸을 아는데 7년, 영혼의 감을 잡는데 7년이다. 서로를 본격적으로 알게 되는 시기가 21년부터니 진정한 교류의 성은 50대 이후부터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구씨는 “50대부터가 모든 생활의 진짜다. 알면서 새롭게 할 수 있는 나이”라며 “몸이 무뎌지면 마음을 교류하고, 마음으로 해도 안 되면 영혼을 나누는 식이다. 이것을 위해선 ‘한 번에 널 죽여줄게’라는 식의 가벼운 섹스의 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씨는 섹스에는 1차원, 2차원, 3차원이 있다고 설명한다. 1차원은 상대가 필요 없는 말 그대로 변태섹스고 “우리 부부는 대체로 만족하면서 살아요”라고 하는 게 2차원의 섹스다. 음경과 음핵의 오르가즘을 느끼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부부는 야동을 같이 본 뒤 섹스를 즐기기도 하고 보통 15~20분 정도의 섹스를 나눈다. 순간 쾌락은 오지만 자아는 깐깐히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무뎌지다 보면 “이것조차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1차원 섹스로 갈 수 있다고 구씨는 지적했다.

반면 3차원의 섹스는 다르다고 한다. 여성의 만족이 전제된 후에 남성도 만족하는 것을 진짜 오르가즘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아가 없다고 한다.

구씨는 “3차원의 진정한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선 여성의 오르가즘이 우선시 돼야 하는데, 여성의 배꼽 아래 하복강에 모든 기혈을 다 채워야 한다”라며 “그 기혈은 성감대 자극으로 모을 수 있는데 여성의 성감대는 무수하다. 머리카락, 얼굴, 손가락, 귀 등 성감대마다 어느 세기로 터치하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고, 그것조차 한 달을 주기로 또 바뀐다. 오죽하면 죽을 때까지 여성의 성감대를 마스터하고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정도라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포르노물 재연, 쓰리섬, 스와핑 등 변태부부 늘어
성의 판과 개념부터 고쳐야 진정한 교류 가능해

이를 위해선 남성은 사정을 하고 여성에게 무조건적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구씨는 강조했다. 대신 여성의 성감대와 뇌의 신경회로를 풍부하게 확장시키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씨는 “제일 중요한 것은 애무”라고 강조한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한번 만질 때 천천히 3~5분씩 만져줘야 하는데, 신혼부부들은 이 애무시간에 총 2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회로를 확장할 수 있다.

구씨는 “범위와 세기조절을 통해 진짜 성감대를 회로화 시켜주면 여성은 ‘쇼’가 아닌 진짜 몸이 열리게 되는데 회로를 많이 만들수록 애무시간은 짧아 진다”며 “처음엔 애무를 통해 회로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굴에서 상체로 내려와 다시 발끝에서 상체로 올라가는 식의 애무로 기혈을 모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삽입의 타이밍, 피스톤 운동도 중요한데 남성들은 한 번 참고 천천히, 머물러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게 포인트다.

구씨는 “천천히 느리게 피스톤운동을 하다 멈추고를 반복하면 여성은 계속 압박되고 자궁 경부가 떨린다”며 “그러면 여성과 남성은 자기 혼자 해도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최상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탄트라는 <부부지침서>에서 “여성은 자신을 신처럼 소중히 대할 때, 내 몸 구석구석을 소중하게 어루만져 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상대방에게 헌신할 마음가짐을 갖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하면 어떤 부부라도 구씨가 말한 3차원의 섹스를 즐길 수 있다. 통상 이런 관계에 도달한 부부들은 성격이 안 맞아도, 트러블이 있어도 원만히 살아간다는 말도 있다. 서로가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이 느낌에 부부라는 지속적인 관계가 꼭 필요한 이유다. 

취이입방(醉以入房) 금해라

마지막으로 구씨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게 가능해지기 위해선 몸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 구씨는 “남성들의 몸이 가장 나빠지는 것은 어마어마한 성에너지를 술을 먹은 뒤 쓰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술을 먹으면 욕구는 한 없이 가지만 안 된다. 이때 대부분 과하게 에너지를 쏟는데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내장이 썩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습관부터 고치지 않고 조루 등 다른 것을 문제 삼아 엉뚱한 수술을 받는 이들에게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구씨는 “동양 쪽 성의 판과 개념은 이제 정말 바뀌어야 할 때다”라며 “성을 가볍고, 수치스럽게 보는 것 때문에 자녀 성교육을 부모가 꺼리고, 올바른 성개념이 안 잡힌 아이들이 커서 문제를 일으키고, 부부의 성이 변태적으로 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올바른 자녀 성교육이 가능하고 부부관계도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성애씨는?>

1990년대말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구성애씨는 10년이 넘도록 ‘아우성’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성교육 강의를 해왔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부인과 조산사로서 아기 수 천명을 받아내면서 쌓은 생생하고도 풍부한 지식과 노동조합을 돌며 성문제 교양강의를 맡았던 경험으로 성교육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는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대표로 성상담을 하면서 유료사이트 아우넷을 운영하고 있다. <초딩 아우성> <구성애의 빨간책> <니 잘못이 아니야> 등 성교육 지침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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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