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구성애표 성교육 생생가이드 ②부부의 성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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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 “진정한 ‘교류의 섹스’는 50대 이후부터…”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금기시 되는 영역이었던 ‘성(性)’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린 구성애(56)씨. 그녀가 성교육의 최전방에서 활동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행복한 성’을 강조하는 구씨는 현재 (사)푸른아우성 대표로, 이어지는 특강요청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마침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 성범죄가 터져 전국이 떠들썩할 때.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성교육 강의에서 구씨를 만났다. 거침없는 ‘구성애표 성교육’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최근 구성애씨가 운영하는 (사)푸른아우성에 들어온 부부 성상담 중 ‘항문섹스’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항문섹스를 10년 동안 한 여성은 변실금(대변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현상)이 걸려서 왔다고 한다. 함께 포르노물을 본 뒤 그대로 재연된 섹스를 즐기는 부부도 늘었다. 그것도 만족이 안 돼 제3자를 끼고 하는 이른바 ‘쓰리섬’을 즐기기도 한다. 부부끼리 바꿔서 ‘스와핑’을 했던 의사부인이 난리가 나 찾아왔던 경우도 있었다.

일도 골치 아픈데 성까지?

구씨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상품화의 개념 섹스’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다”며 “섹스를 하고 싶을 때 하고 마는 해소용으로, 남성은 배설로만 간단하게 보는 것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기를 가지고 해소하는 성이 섹스라면 구씨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런 1차원적인 성은 2~3년만 지나도 무뎌지고, 결혼은 유지하되 이걸 가지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변태적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구씨는 “성은 해소의 기능이 물론 있다. 다만 해소라는 기능을 포함한 채 성에너지를 교환하는 교류의 성으로 가야한다”며 “성은 어떻게 교류하느냐에 따라서 1+1이 2가 아닌 억, 조까지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몸과 마음, 영혼이 하나가 되는 것인데 교류의 성을 나누기 위해선 결혼이 최고다”라고 강조했다.


인도의 ‘탄트라’는 결혼해서 교류의 성을 터득하는데 21년 걸린다고 내다봤다. 마음을 아는데 7년, 몸을 아는데 7년, 영혼의 감을 잡는데 7년이다. 서로를 본격적으로 알게 되는 시기가 21년부터니 진정한 교류의 성은 50대 이후부터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구씨는 “50대부터가 모든 생활의 진짜다. 알면서 새롭게 할 수 있는 나이”라며 “몸이 무뎌지면 마음을 교류하고, 마음으로 해도 안 되면 영혼을 나누는 식이다. 이것을 위해선 ‘한 번에 널 죽여줄게’라는 식의 가벼운 섹스의 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씨는 섹스에는 1차원, 2차원, 3차원이 있다고 설명한다. 1차원은 상대가 필요 없는 말 그대로 변태섹스고 “우리 부부는 대체로 만족하면서 살아요”라고 하는 게 2차원의 섹스다. 음경과 음핵의 오르가즘을 느끼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부부는 야동을 같이 본 뒤 섹스를 즐기기도 하고 보통 15~20분 정도의 섹스를 나눈다. 순간 쾌락은 오지만 자아는 깐깐히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무뎌지다 보면 “이것조차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1차원 섹스로 갈 수 있다고 구씨는 지적했다.

반면 3차원의 섹스는 다르다고 한다. 여성의 만족이 전제된 후에 남성도 만족하는 것을 진짜 오르가즘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아가 없다고 한다.

구씨는 “3차원의 진정한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선 여성의 오르가즘이 우선시 돼야 하는데, 여성의 배꼽 아래 하복강에 모든 기혈을 다 채워야 한다”라며 “그 기혈은 성감대 자극으로 모을 수 있는데 여성의 성감대는 무수하다. 머리카락, 얼굴, 손가락, 귀 등 성감대마다 어느 세기로 터치하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고, 그것조차 한 달을 주기로 또 바뀐다. 오죽하면 죽을 때까지 여성의 성감대를 마스터하고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정도라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포르노물 재연, 쓰리섬, 스와핑 등 변태부부 늘어
성의 판과 개념부터 고쳐야 진정한 교류 가능해

이를 위해선 남성은 사정을 하고 여성에게 무조건적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구씨는 강조했다. 대신 여성의 성감대와 뇌의 신경회로를 풍부하게 확장시키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씨는 “제일 중요한 것은 애무”라고 강조한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한번 만질 때 천천히 3~5분씩 만져줘야 하는데, 신혼부부들은 이 애무시간에 총 2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회로를 확장할 수 있다.

구씨는 “범위와 세기조절을 통해 진짜 성감대를 회로화 시켜주면 여성은 ‘쇼’가 아닌 진짜 몸이 열리게 되는데 회로를 많이 만들수록 애무시간은 짧아 진다”며 “처음엔 애무를 통해 회로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굴에서 상체로 내려와 다시 발끝에서 상체로 올라가는 식의 애무로 기혈을 모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삽입의 타이밍, 피스톤 운동도 중요한데 남성들은 한 번 참고 천천히, 머물러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게 포인트다.

구씨는 “천천히 느리게 피스톤운동을 하다 멈추고를 반복하면 여성은 계속 압박되고 자궁 경부가 떨린다”며 “그러면 여성과 남성은 자기 혼자 해도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최상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탄트라는 <부부지침서>에서 “여성은 자신을 신처럼 소중히 대할 때, 내 몸 구석구석을 소중하게 어루만져 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상대방에게 헌신할 마음가짐을 갖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하면 어떤 부부라도 구씨가 말한 3차원의 섹스를 즐길 수 있다. 통상 이런 관계에 도달한 부부들은 성격이 안 맞아도, 트러블이 있어도 원만히 살아간다는 말도 있다. 서로가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이 느낌에 부부라는 지속적인 관계가 꼭 필요한 이유다. 

취이입방(醉以入房) 금해라

마지막으로 구씨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게 가능해지기 위해선 몸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 구씨는 “남성들의 몸이 가장 나빠지는 것은 어마어마한 성에너지를 술을 먹은 뒤 쓰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술을 먹으면 욕구는 한 없이 가지만 안 된다. 이때 대부분 과하게 에너지를 쏟는데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내장이 썩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습관부터 고치지 않고 조루 등 다른 것을 문제 삼아 엉뚱한 수술을 받는 이들에게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구씨는 “동양 쪽 성의 판과 개념은 이제 정말 바뀌어야 할 때다”라며 “성을 가볍고, 수치스럽게 보는 것 때문에 자녀 성교육을 부모가 꺼리고, 올바른 성개념이 안 잡힌 아이들이 커서 문제를 일으키고, 부부의 성이 변태적으로 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올바른 자녀 성교육이 가능하고 부부관계도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성애씨는?>

1990년대말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구성애씨는 10년이 넘도록 ‘아우성’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성교육 강의를 해왔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부인과 조산사로서 아기 수 천명을 받아내면서 쌓은 생생하고도 풍부한 지식과 노동조합을 돌며 성문제 교양강의를 맡았던 경험으로 성교육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는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대표로 성상담을 하면서 유료사이트 아우넷을 운영하고 있다. <초딩 아우성> <구성애의 빨간책> <니 잘못이 아니야> 등 성교육 지침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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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