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떨어지는 명·낙 평행이론

이낙연 보면 이재명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요즘 행보는 과거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 이 전 대표가 사용한 선거 전략을 답습하고 있는 것. 그 선거 전략 중에는 효과적인 것도 있었고,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있었다. 이 전 대표의 낙선까지 따라가지 않으려면, 이 후보는 신중하게 벤치마킹해야 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주된 이유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선 과거의 실패를 정확히 분석해야 하고, 그를 위해선 역사를 돌이켜봐야 한다. 이런 작업이 정치인들의 판세에 들어오면 더욱 정교하게 이뤄진다.

낙선까지
따라갈라

정치 컨설턴트들은 낙선 사례를 종합해 어떻게 승리 후보의 지지자들이 결집했는지, 왜 낙선 후보의 표가 떨어졌는지를 여러 각도로 분석해낸다. 

이런 깊이 있는 분석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이 후보가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이 후보가 답습하고 있는 대상은 불과 몇 개월 전 자신의 호적수였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다. 낙선한 후보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지만, 이 후보는 배워서는 안 될 부분까지 전부 따라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네거티브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는 경선 당시 이 후보에게 크게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과반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이 전 대표는 그야말로 몸부림쳤다.

그중 하나가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다.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 부각시키는 것은 오래된 필승 전략이 맞으나, 그 정도가 과해지면 유권자들이 이탈하기 마련이다. 

이 전 대표는 그간의 중후하고 논리적인 이미지를 깎아먹을 정도로 무분별한 네거티브를 펼쳤고, 이에 크게 실망한 유권자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이때 펼쳐진 무리한 네거티브 사례들은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거부감을 갖게 했다. 아직까지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사건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의 싸움이다. 

황씨는 지난 8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돼 취임을 앞두고 있었다. 친일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황씨의 사장 내정설이 돌자 여론은 크게 요동쳤는데, 이 전 대표의 필연캠프에서 여기에 끼어들며 논란을 부추겼다.

필연캠프 측은 “경기관광공사 간판을 경기 ‘맛집’ 공사로 바꿔라”며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을 임명하는 건 욕설 논란을 두둔한 것에 대한 보은 아니냐”고 뜬금없이 황씨를 공격했다.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경기도지사의 인사에 대해 공격하는 것도 지나쳤고, 더욱이 친일 프레임을 씌워 비판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역풍을 맞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황씨 본인 또한 “그러면 당신은 일본총리나 하라”고 맞서며 사태는 점입가경이 됐다. 여론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본 이 전 대표가 직접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는 피해가지 못했다.

낙 경선 과정 지금의 명과 오버랩
낙 패배 요인 명 그대로 답습 중?

이때의 교훈을 상기하지 못한 것일까, 이 후보는 그간 꺼내들지 않았던 거센 네거티브 공격 카드를 집어 들었다. 호남에 방문해 ‘텃밭 민심’을 잡던 중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필요 이상의 비난을 퍼부었다.

과거의 이 전 대표처럼 다소 뒤처지고 있던 형국을 뒤집을 생각으로 택한 전략이었다.

지난달 26일, 그는 목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다. 자신의 일정을 소개하고 호남에 대한 생각을 말하던 중 그는 윤 후보의 당인 국민의힘을 두고 “전두환의 후예”라고 표현했다.

그는 “요새 제가 온갖 음해를 당하면서 권력을 가져보겠다는 집단들이 있지 않나, 그 집단들이 사실 전두환의 후예”라며 “소위 민정당인데,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군사 반란 세력이 만든 당으로 민주정의당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튿 날인 27일에는 전남의 한 시장에 방문해 즉석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그는 “국정에 대해 모르는 무지와 실력이 없는 무능은 범죄”라며 “윤 후보는 무지·무능·무당의 ‘3무 후보’”라고 발언했다.  

이어 “국가의 운명을 누군가가 던지는 엽전에 맡겨야 하는 것인가. 무당은 절대로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본인은 ‘3실(실력·실천·실적) 후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전두환 후예’와 ‘3무’ 발언을 두고 중도 성향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 후보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정도 전씨와 정치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국민의힘에게 “전두환의 후예”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쳤다는 의견이다.

윤 후보가 전씨의 장례식에 불참하기도 했고, 불과 세 명의 국민의힘 의원만 전씨의 빈소를 찾기도 했다. 국민의힘에는 전씨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펼쳤던 의원도 포진돼있다.

‘3무’ 발언도 마찬가지다. 같은 당의 대통령이 임명했던 인사에게 무능과 무지라 말하는 건 오히려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고지신?
패배 답습?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당시, 윤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총장에 임명된 후엔 그는 적폐 청산의 칼잡이 역할을 잘 수행해내 문정부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명·낙의 평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는 경선 때의 이 전 대표처럼 선거의 승리를 위해 ‘배수진’이라는 도박을 걸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던진 바 있다.

그의 지역구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인 점을 감안하면 사퇴 카드는 매우 파격적인 한 수였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다”며 “동료의 사직을 처리해야 하는 불편한 고뇌를 의원 여러분께 안겨드려 송구하다”고 사퇴의 변을 전했다.

대권 등용문이라 불리는 종로를 잃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도 큰 손실로 당시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의 선택을 완강하게 만류했었다.

의원 한 석을 상대당에게 넘겨주면 2개의 의석을 잃는 효과를 감수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상대당의 차기 대권 후보를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사퇴 당시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전직 대표의 의원직 사퇴 자체가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의 지역구가 서울 종로라는 점이 부담을 키웠다”고 이 전 대표의 사퇴에 대해 평가했다. 


반면,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사퇴는 선거법상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공직선거법은 ‘대선후보는 선거 90일 전에 모든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명명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이 치뤄지는 내년 3월9일의 90일 전인 오는 12월9일까지 지사직을 내려놨어야만 했다. 그는 국정감사 마지막 날의 4일 후인 지난 10월 25일에 도지사직을 내려놨다.

‘일부러 친’ 배수진은 아니었지만, 도지사직 반납으로 인해 대선에서 패할 경우 그는 야인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 후보는 여기에 더해 등 뒤에 한 개의 강을 더 놨다. 바로 ‘대장동 이슈’에 대해 정면돌파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업체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고 의심받고 있다.

위험천만
정면돌파

그와 함께 일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미 구속됐고, 그의 복심 중 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소환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궁지에 몰린 이 후보는 여기서 강행 돌파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정면으로 부딪쳐 대장동 비리 의혹을 씻겠다는 전략인데, 여기서 파생된 리스크도 매우 컸다.

그는 이미 “대장동에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언한 적 있으며, 지난 9월에는 국민의힘 김기현(원내대표)·윤창현(의원)·장기표(김해을 당협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이 후보 측은 “김 원내대표 등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낙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같은 당의 동료들을 대신해 반격했다. 직접 대장동 허위사실공표죄 등의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한 것이다.

그는 10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해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야말로 배수진이다. 대장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한,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패배 시 강행돌파에 따른  최악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지면 감옥 가는 선거”라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대장동 관련 의혹에서 ‘떳떳함’을 앞세워 하나하나를 앞장서서 해명해나갔고, 이는 커다란 리스크로 돌아왔다.

네거티브, 배수진, 여심…
중도층 확장 “지금이 찬스”

이 후보의 배수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카드는 ‘지면 갈 곳 없는’ 수준의 정치적 선택이었을 뿐이지만, 이 후보의 강행 돌파는 사생결단의 선택이다. 지면 갈 곳 없는 수준이 아니라 ‘지면 감옥으로 가는’ 선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선거 전략에 더해, 중도층 확장 방법에서도 두 사람의 닮은 점은 포착된다. 여성의 표심을 공략하는 위주로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다. 이 전 대표와 이 후보 모두 중도층 확장을 위해 여성인권 정책을 교두보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하자마자 여성 관련 공약만 다섯개를 쏟아냈다.

그중에는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치료에 대한 의료비 지원책이 있었고, ‘사회복귀 국가책임제’ 같은 여성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대비책도 있었다.

일각에선 여성만 챙기는 ‘핀셋 공약’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이 전 대표는 경선 기간 중 여성 표심을 가장 많이 얻은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이 후보도 여심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청년 및 여성들을 만나 생활체육을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표심이 청년 및 여성임을 방증하는 행보였다. 선대위 쇄신 인사에서도 여성 표심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이 후보는 사생활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육사 출신 워킹맘 조동연 서경대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발탁한 바 있고,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청년 인사에도 여성을 다수 포진시켰다.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으로 많은 여성 표심을 놓친 그에게 이런 행보는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갔다.

긴 정체기가 지나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에야 조금씩 상승하는 중이다. 어떤 행보를 답습할지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깊은 고민을 해보겠지만, 실패한 전략을 계속 따라가면 낙선까지 따라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거친 파도
나름 순항

발 빠른 사과와 선대위의 대대적인 혁신, 청년 인재 등용 같은 행보에 민심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대중은 이 후보에게 큰 기대를 하는 중이다. 나름 순항 중인 그가 만일 이 전 대표의 실패 전략을 다시 한 번 선택한다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놓칠 것이다. 이 후보의 입장에서는 명·낙의 평행은 이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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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