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떨어지는 명·낙 평행이론

이낙연 보면 이재명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요즘 행보는 과거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 이 전 대표가 사용한 선거 전략을 답습하고 있는 것. 그 선거 전략 중에는 효과적인 것도 있었고,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있었다. 이 전 대표의 낙선까지 따라가지 않으려면, 이 후보는 신중하게 벤치마킹해야 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주된 이유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선 과거의 실패를 정확히 분석해야 하고, 그를 위해선 역사를 돌이켜봐야 한다. 이런 작업이 정치인들의 판세에 들어오면 더욱 정교하게 이뤄진다.

낙선까지
따라갈라

정치 컨설턴트들은 낙선 사례를 종합해 어떻게 승리 후보의 지지자들이 결집했는지, 왜 낙선 후보의 표가 떨어졌는지를 여러 각도로 분석해낸다. 

이런 깊이 있는 분석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이 후보가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이 후보가 답습하고 있는 대상은 불과 몇 개월 전 자신의 호적수였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다. 낙선한 후보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지만, 이 후보는 배워서는 안 될 부분까지 전부 따라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네거티브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는 경선 당시 이 후보에게 크게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과반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이 전 대표는 그야말로 몸부림쳤다.

그중 하나가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다.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 부각시키는 것은 오래된 필승 전략이 맞으나, 그 정도가 과해지면 유권자들이 이탈하기 마련이다. 

이 전 대표는 그간의 중후하고 논리적인 이미지를 깎아먹을 정도로 무분별한 네거티브를 펼쳤고, 이에 크게 실망한 유권자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이때 펼쳐진 무리한 네거티브 사례들은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거부감을 갖게 했다. 아직까지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사건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의 싸움이다. 

황씨는 지난 8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돼 취임을 앞두고 있었다. 친일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황씨의 사장 내정설이 돌자 여론은 크게 요동쳤는데, 이 전 대표의 필연캠프에서 여기에 끼어들며 논란을 부추겼다.

필연캠프 측은 “경기관광공사 간판을 경기 ‘맛집’ 공사로 바꿔라”며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을 임명하는 건 욕설 논란을 두둔한 것에 대한 보은 아니냐”고 뜬금없이 황씨를 공격했다.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경기도지사의 인사에 대해 공격하는 것도 지나쳤고, 더욱이 친일 프레임을 씌워 비판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역풍을 맞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황씨 본인 또한 “그러면 당신은 일본총리나 하라”고 맞서며 사태는 점입가경이 됐다. 여론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본 이 전 대표가 직접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는 피해가지 못했다.

낙 경선 과정 지금의 명과 오버랩
낙 패배 요인 명 그대로 답습 중?

이때의 교훈을 상기하지 못한 것일까, 이 후보는 그간 꺼내들지 않았던 거센 네거티브 공격 카드를 집어 들었다. 호남에 방문해 ‘텃밭 민심’을 잡던 중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필요 이상의 비난을 퍼부었다.

과거의 이 전 대표처럼 다소 뒤처지고 있던 형국을 뒤집을 생각으로 택한 전략이었다.

지난달 26일, 그는 목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다. 자신의 일정을 소개하고 호남에 대한 생각을 말하던 중 그는 윤 후보의 당인 국민의힘을 두고 “전두환의 후예”라고 표현했다.

그는 “요새 제가 온갖 음해를 당하면서 권력을 가져보겠다는 집단들이 있지 않나, 그 집단들이 사실 전두환의 후예”라며 “소위 민정당인데,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군사 반란 세력이 만든 당으로 민주정의당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튿 날인 27일에는 전남의 한 시장에 방문해 즉석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그는 “국정에 대해 모르는 무지와 실력이 없는 무능은 범죄”라며 “윤 후보는 무지·무능·무당의 ‘3무 후보’”라고 발언했다.  

이어 “국가의 운명을 누군가가 던지는 엽전에 맡겨야 하는 것인가. 무당은 절대로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본인은 ‘3실(실력·실천·실적) 후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전두환 후예’와 ‘3무’ 발언을 두고 중도 성향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 후보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정도 전씨와 정치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국민의힘에게 “전두환의 후예”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쳤다는 의견이다.

윤 후보가 전씨의 장례식에 불참하기도 했고, 불과 세 명의 국민의힘 의원만 전씨의 빈소를 찾기도 했다. 국민의힘에는 전씨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펼쳤던 의원도 포진돼있다.

‘3무’ 발언도 마찬가지다. 같은 당의 대통령이 임명했던 인사에게 무능과 무지라 말하는 건 오히려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고지신?
패배 답습?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당시, 윤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총장에 임명된 후엔 그는 적폐 청산의 칼잡이 역할을 잘 수행해내 문정부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명·낙의 평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는 경선 때의 이 전 대표처럼 선거의 승리를 위해 ‘배수진’이라는 도박을 걸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던진 바 있다.

그의 지역구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인 점을 감안하면 사퇴 카드는 매우 파격적인 한 수였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다”며 “동료의 사직을 처리해야 하는 불편한 고뇌를 의원 여러분께 안겨드려 송구하다”고 사퇴의 변을 전했다.

대권 등용문이라 불리는 종로를 잃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도 큰 손실로 당시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의 선택을 완강하게 만류했었다.

의원 한 석을 상대당에게 넘겨주면 2개의 의석을 잃는 효과를 감수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상대당의 차기 대권 후보를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사퇴 당시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전직 대표의 의원직 사퇴 자체가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의 지역구가 서울 종로라는 점이 부담을 키웠다”고 이 전 대표의 사퇴에 대해 평가했다. 


반면,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사퇴는 선거법상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공직선거법은 ‘대선후보는 선거 90일 전에 모든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명명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이 치뤄지는 내년 3월9일의 90일 전인 오는 12월9일까지 지사직을 내려놨어야만 했다. 그는 국정감사 마지막 날의 4일 후인 지난 10월 25일에 도지사직을 내려놨다.

‘일부러 친’ 배수진은 아니었지만, 도지사직 반납으로 인해 대선에서 패할 경우 그는 야인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 후보는 여기에 더해 등 뒤에 한 개의 강을 더 놨다. 바로 ‘대장동 이슈’에 대해 정면돌파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업체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고 의심받고 있다.

위험천만
정면돌파

그와 함께 일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미 구속됐고, 그의 복심 중 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소환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궁지에 몰린 이 후보는 여기서 강행 돌파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정면으로 부딪쳐 대장동 비리 의혹을 씻겠다는 전략인데, 여기서 파생된 리스크도 매우 컸다.

그는 이미 “대장동에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언한 적 있으며, 지난 9월에는 국민의힘 김기현(원내대표)·윤창현(의원)·장기표(김해을 당협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이 후보 측은 “김 원내대표 등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낙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같은 당의 동료들을 대신해 반격했다. 직접 대장동 허위사실공표죄 등의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한 것이다.

그는 10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해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야말로 배수진이다. 대장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한,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패배 시 강행돌파에 따른  최악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지면 감옥 가는 선거”라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대장동 관련 의혹에서 ‘떳떳함’을 앞세워 하나하나를 앞장서서 해명해나갔고, 이는 커다란 리스크로 돌아왔다.

네거티브, 배수진, 여심…
중도층 확장 “지금이 찬스”

이 후보의 배수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카드는 ‘지면 갈 곳 없는’ 수준의 정치적 선택이었을 뿐이지만, 이 후보의 강행 돌파는 사생결단의 선택이다. 지면 갈 곳 없는 수준이 아니라 ‘지면 감옥으로 가는’ 선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선거 전략에 더해, 중도층 확장 방법에서도 두 사람의 닮은 점은 포착된다. 여성의 표심을 공략하는 위주로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다. 이 전 대표와 이 후보 모두 중도층 확장을 위해 여성인권 정책을 교두보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하자마자 여성 관련 공약만 다섯개를 쏟아냈다.

그중에는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치료에 대한 의료비 지원책이 있었고, ‘사회복귀 국가책임제’ 같은 여성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대비책도 있었다.

일각에선 여성만 챙기는 ‘핀셋 공약’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이 전 대표는 경선 기간 중 여성 표심을 가장 많이 얻은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이 후보도 여심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청년 및 여성들을 만나 생활체육을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표심이 청년 및 여성임을 방증하는 행보였다. 선대위 쇄신 인사에서도 여성 표심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이 후보는 사생활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육사 출신 워킹맘 조동연 서경대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발탁한 바 있고,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청년 인사에도 여성을 다수 포진시켰다.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으로 많은 여성 표심을 놓친 그에게 이런 행보는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갔다.

긴 정체기가 지나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에야 조금씩 상승하는 중이다. 어떤 행보를 답습할지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깊은 고민을 해보겠지만, 실패한 전략을 계속 따라가면 낙선까지 따라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거친 파도
나름 순항

발 빠른 사과와 선대위의 대대적인 혁신, 청년 인재 등용 같은 행보에 민심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대중은 이 후보에게 큰 기대를 하는 중이다. 나름 순항 중인 그가 만일 이 전 대표의 실패 전략을 다시 한 번 선택한다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놓칠 것이다. 이 후보의 입장에서는 명·낙의 평행은 이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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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