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이사장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 철근, 그 현실을 직시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철근가공업계의 전체 매출 규모는 건설업 전반으로 봤을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철근가공업계에 바람이 불면 건설업계는 휘청인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 중요성은 다른 업계를 압도한다. 최근 철근가공업계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신주열 철근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현황을 들어봤다. 

과거에는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철근을 가공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건축구조물이 높아지고 대형화되면서 공장 가공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당시 2~3개뿐이던 철근가공업체는 제강사가 철근가공업계에 뛰어들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200여개에 이르렀다. 

이리 치이고 

국내 철근가공업계 시장 규모는 연간 1200만톤가량으로, 이 중 600만~700만톤이 공장에서 가공된다. 매출 규모는 올해 7월 철근가공업협동조합에서 발표한 표준 가공단가 6만3000원(1톤당) 기준으로 4000억원 정도다. 철근가공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수는 4000여명에 달한다.

2003년 이후 17~18년 만에 하나의 업종으로 정착해 성장한 것이다.

최근 철근가공업계는 최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미만 사업체로 확대 시행되면서 업계 전반이 흔들릴 만큼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


300인 이상 사업장,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1년의 계도기간이 있었지만, 50인 미만 업체는 계도기간 없이 전격 시행되면서 철근가공업계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금문철강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신주열 철근가공업협동조합(이하 가공조합) 이사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철근가공업계 전반에 미친 충격파에 대해 “생각하기 싫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가공조합 이사장으로 취임, 1년6개월 동안 코로나19·주 52시간 근무제 및 단가 현실화 등 철근가공업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주 52시간 도입으로 인력난
저가 입찰 경쟁으로 운영난

“철근가공업계는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이르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입니다. 근로자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셈입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코로나19의 창궐 등으로 인력 부족, 인력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철근가공업계는 말 그대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철근가공업계 종사자의 90%는 외국인 노동자다. 철근가공은 도심에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지 확보가 용이한 지방에 공장을 짓는 경우가 많다. 철근가공업체들은 근로자들의 출퇴근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숙사를 짓거나 사택을 마련한다. 이들은 공동생활을 하며 주 68시간 이상 근무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해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입국이 제한되면서 철근가공업계는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근로시간이 줄어들자, 동시에 임금도 줄어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른 업계로 수평 이동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근로자가 가장 중요한 업계에서 근로자가 빠져 나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근가공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노동강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이른바 ‘쥐어짜기’식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납품기한을 맞출 수 있고 회사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 정도로 영세하고 열악하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내년입니다. 아직은 정부 단속 조치가 느슨한 수준이지만 내년 1월부터는 정말 칼바람이 불 수 있습니다.”

결국 답은 철근 가공단가의 현실화다. 철근가공업체들은 건설사와 제강사에서 발주받고 철근을 가공해 납품한다. 대부분 철근가공업체는 입찰을 통해 물량을 수주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이 일어난다. 최저가 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가를 맞추기 위해 철근가공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입찰 과정에서 표준 가공 단가로 정한 5만2000원(올해 7월 이전 기준)보다도 낮은 가격을 써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건설사와 유통사는 4만원 중반 대에도 물량 공급이 가능한 업체와 계약하면서 업계 전반의 표준 가공 단가가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됐다.

200여개 업체가 4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두고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는 사이 업계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가공조합은 결국 지난 7월 표준 가공 단가를 1만1000원 인상했다.

“올해 철근가공 시장이 어려웠습니다. 최저시급이 오른 부분에 대해서도 3년간 적용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철근가공업계 전반이 정말 무너질 것 같은 예상이 들어 가공조합에서 지난 7월1일부터 표준 가공 단가를 6만3000원으로 정해 발표했습니다. 이 표준 가공 단가를 정착시키는 게 가공조합의 1차 목표입니다.” 

외형은 컸지만 내실 걸음마 수준
건설사·제강사 선제적 대응 필요

가공조합은 ▲3년간 최저시급 인상분 ▲인력난으로 인한 추가 비용분 ▲복잡가공 증가에 따른 원가 상승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리스크 비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가공 환경 변화를 표준 가공 단가 책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건설사와 제강사로 넘어간 상태다. 결국 발주처에서 표준 가공 단가에 맞춰 물량을 발주해야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표준 가공 단가를 발표했지만 이게 반영되는 것은 빨라야 올해 말, 내년 초입니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현장은 이미 작년에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에 당시 단가로 진행됐습니다. 일부 건설사와 제강사에서 단가를 올려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작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행히 일부 제강사에서 내년부터 기존 계약분의 소급 적용과 매년 인상 요인을 반영한 합리적 연간 가공 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리고 있다. 

신 이사장은 철근가공 단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철근가공업계 전반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건설현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찰 과정에서 저가 경쟁이 일어나면서 낮은 가격으로 계약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임금 수준이 맞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가 떠나면서 결론적으로 업체가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건설 현장에서 철근가공 물량의 중요성은 상당한 수준이다. 물량 수급이 늦어지면 현장 전체가 올 스톱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올해 철근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몇몇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 증가, 공사 지연 등의 악영향이 발생했다. 납품 기한의 증가는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건설사와 제강사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철근가공업계는 외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과는 별개로 내실에 있어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가공조합은 표준 가공 단가 현실화 정착, 표준하도급계약서 개정, 일정 요건의 허가제 도입 등을 통해 철근가공업계의 맷집을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 정책이나 가격 변동에 있어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힘을 기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저리 치이고

“건설사와 제강사에서 철근가공업계가 당면해있는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대응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철근가공업계가 매출 규모는 작지만 건설업계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상생과 공존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 가공조합도 철근가공업계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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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