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폭행 등 '줄줄이' 사고 치는 경찰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06 05:02:09
  • 호수 13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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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하면 망신살…부러지는 민중의 지팡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이 망신살을 사고 있다. 현직 경찰관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면서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시키고 있다.

경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 초과근무 수당 부정 수령, 폭행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에 대한 조직 신뢰도가 하락하는 분위기다. 

정신나간…
왜 이러나

지난달 29일 제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0분경 도평동 한 도로에서 A 경사가 음주운전을 하다 앞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A경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차량이 앞차를 다시 들이받으며 2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등 4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한 경찰관이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부산경찰청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북부서 B 경위가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한 정황이 적발돼 감찰을 진행했다. B 경위는 출근한 뒤 초과근무를 신청하고 북구 만덕동의 한 골프 연습장에 10여 차례 출입하는 등 근무시간에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과실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 경찰관은 시민과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 5월 청주상당경찰서 C 순경은 술에 취해 60대 시민과 폭행 시비에 휘말렸고, 경찰은 그를 폭행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C 순경은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양측 모두 입건된 만큼 일방적 폭행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폭행, 술판, 살인까지
크고 작은 각종 사건 휘말려 추락

이뿐만 아니다. 지난 2월엔 코로나19가 확산세였던 시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수칙을 어기고 원룸에 모여 술판을 벌인 충북경찰청 기동대 경찰관 6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이웃의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는 신고로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 관련 범죄도 있었다. 인천청 광역수사대 소속이던 경감은 지난달 20일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처음 본 여고생 3명에게 접근했다. 한 여고생을 따라가 같이 술을 마시자며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하는 통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도 인천경찰청 기동대 소속이던 한 경사가 인천 서구 길거리에서 20대 여성을 10분 넘게 쫓아가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그는 처음 본 여성에게 말을 걸었으나 답이 없자 10여분간 쫓아가면서 “같이 달려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그를 인천 강화경찰서로 인사 조치하고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스토킹도 부족해 현직 경찰관이 불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월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 간부끼리 애정행각을 벌인 사실이 발각돼 공무원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파면된 바 있다. 또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모 파출소 소속 경찰관이 지난달 14일 오전 시간대에 근무 중 휴게시간을 이용해 상간녀의 집에 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잡고 보니
현직 경찰

신고인은 “아내와 이혼소송 중인 이 경찰관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야간 근무 휴게시간에 상간녀 집에 들락거렸다”면서 “통상 휴게시간은 근무지에서 장비를 풀고 잠시 쉬는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달성경찰서 청문감사실은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결국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야간 근무 중 근무지를 이탈해 상간녀의 집에 간 경찰관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경찰관인 매제의 불륜 행위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글쓴이는 “2020년 7월 매제가 외도하고 있음을 가족들이 알게 돼서 한 차례 용서했지만, 12월에도 같은 사람과 외도를 저질렀다”며 “현재 매제는 상간녀와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전입신고하고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간 근무 중인 매제가 지난달 13일 오후 11시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사이에 상간녀의 집에서 불륜 저지르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비위가 이어지면서 일선 경찰관 사이에선 ‘경찰의 망신’이라는 자책과 함께 지휘부 책임론도 나온다. 비위 징계만 강화하는 대책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징계받고
슬쩍 복귀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로 입건된 공무원은 2017년 400명, 2018년 395명, 2019년 412명, 2020년 392명으로 연평균 4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성폭력 범죄로 입건된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76명으로 부처들 가운데 검거된 인원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31명)와 소방청(22명), 경기도(21명), 경기도교육청(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성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검거해야 할 경찰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들 중 가장 많았다는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공무원의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철저한 내부 교육과 엄격한 징계 등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국가공무원 징계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찰청 파면 건수는 25건에 달했다. 경찰청 파면 건수는 2018년 22건에서 2019년 20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파면은 감봉이나 정직 등의 징계 처분에서 수위가 가장 높은 단계다. 국가공무원 복무 징계 관련 예규를 보면 직무 관련해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받은 행위로 법적 처분을 받거나 고의로 100만원 넘게 출장 여비·초과근무 수당을 수령한 경우에 파면 처분, 또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 등에도 파면이 이뤄진다.

경찰청 징계 매년 증가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경찰의 비위 문제는 그동안 계속 발생했다. 파면을 포함한 경찰의 징계 건수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경찰청 징계 건수는 2018년 406건에서 2019년 416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420건을 기록했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비위 문제는 해마다 국회서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징계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소속 공무원의 비위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경찰이 소리 없이 복귀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처벌 이후에도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비위 행위에 경각심을 부르고 재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혹 비위 행위자에 대한 경찰 내부 징계가 시민이 공감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외국처럼 민간인 소청심사위원회 등 외부감사위원을 도입해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의 통제와 감시 기능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옴부즈만이나 시민참여 등을 확대해 외부 통제 및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찰 조직이 커진 만큼 조직 내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고 경찰 스스로 비위, 비리에 대한 경찰 조직의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감찰 조사

경찰관들의 사고가 잇따르자 경찰청과 서울청은 지난달 24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점검’을 이달 12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물의를 일으킨 직원들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 조사와 엄격한 책임 추궁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직원이 3만명이 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종종 있다”며 “잠잠하다가 최근 1~2건씩 연달아 발생하다 보니 술도 자제하고 조심하자는 차원으로 내부 점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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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