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뻑' 바쁜 윤석열의 한계 

공부하다 날 새겠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토론은 대선주자들이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대중에게 전문가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어서다. 반면 잇따른 실수가 반복된다면 이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침대 토론’. 지난달 16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TV토론 데뷔전을 치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내려진 평가다. 토론 시간 4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질문하는 데 사용했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서다. 

자충수

윤 전 총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호쾌한 답변으로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여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당당하게 답했다. 돌발적인 상황에도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사건의 현안 등을 잘 파악하고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 위치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윤 전 총장과 설전을 벌인 박지원 국정원장(당시 무소속 의원)도 “정치 9단이 검사 10단에 졌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이미지 덕에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서의 기대감이 높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연일 1, 2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윤 전 총장은 토론에서 연일 실책을 기록 중이다. 잇따른 말실수와 돌발 질문에 대한 대처 부족에 따른 결과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토론회가 시작되자 벌써부터 위기를 맞이했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23일 펼쳐진 국민의힘 2차 대선후보 TV토론 당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어 주택청약통장에 가입해 봤는지에 대해 묻자 윤 전 총장은 집이 없어서 해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청약통장이 무주택자들에게 아파트 분양 청약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늦은 결혼과 부모 집에서 함께 살았고, 직업상 이사가 잦아 청약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어진 3차 토론에서도 윤 전 총장은 집중 견제를 받았다.

토론에 능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작계(작전계획) 5015’에 대해 묻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작계5015란 북한군의 남침에 따른 전면전 상황과 미군 병력의 대규모 증원 등을 가정한 ‘작계5027’의 후속 작계다. 

연일 실책을 기록한 윤 전 총장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왔다. 적극적으로 공세에 반박하거나 역공을 취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그럼에도 다른 후보들의 질문과 집중 견제가 이어지면 여전히 수세에 몰렸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돌발 상황에 대한 경험 부족이 드러난 대목이다. 

토론 딜레마 빠진 정치 신인
쌓아온 이미지 무너질 수도


과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토론에서 윤 전 총장과 같이 토론이 시작된 후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2017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 대표를 뽑지 않은 이유가 경험 부족 다음으로 토론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당시 안 대표의 “제가 MB(이명박) 아바타 입니까”라는 발언은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윤 전 총장도 안 대표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남은 토론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만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최종 선정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와 토론에서 맞붙어야 할 상황을 피할 수 없어서다. 

민주당 후보들의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대부분 토론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와 마찬가지로 돌발 질문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면 실책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 또 여야 후보가 맞붙는 만큼 발언에 대한 파급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윤 전 총장의 실수들이 언론에 자꾸 보도가 되니까 기존 실수가 있는 상황에서 누적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아프리카 손발 노동’ 등의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잇따른 말실수는 윤 전 총장이 부각시키고 있는 서민적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서민과 친근한 이미지는 민심을 얻기 위해 필수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선은 이미 부정적인 편이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도 과거 민생행보에 나섰다가 논란을 산 바 있다. 어설픈 모습을 보인 까닭이다.

아직 윤 전 총장에게는 많은 토론이 남아있다. 그만큼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앞으로의 실수는 위기로 돌아온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캠프 측은 돌발 상황까지도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야권에서는 신인치고 선방한 편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역시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불신론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나오면 나올수록 진짜 대책이 필요하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 의원은 “공개적인 일정과 장소에서 (윤 전 총장의)말실수가 계속 반복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당 홍 의원도 “대통령 되시려면 공부를 더 하셔야겠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동산 거래’ 의혹 윤석열 입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이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대표의 일가와 부동산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가 수습에 나섰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지난달 29일, 부동산 거래에 대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사람들이 부동산 쇼핑을 하다 수많은 매물 중 우연히 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은 “친분이 전혀 없다”며 “본 지도 9~10년은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캠프 역시 “개인적으로 전혀 연락하지 않는 사이인데, 뇌물을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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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