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각양각색 ‘골프 스윙’ 변천사

한 세기를 풍미하며 살다 간 수많은 골프 영웅의 스윙은 어땠을까. 골프스윙은 클럽과 볼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져왔다. 스윙의 변천사는 클럽의 변천사와 함께한 것이다.

골프의 신이라 불리웠던 스코틀랜드의 알렌 로버트슨은 19세기 스윙의 정석으로, 1859년 올드코스에서 인류 최초 80대를 깬 골퍼였다. 당시의 클럽은 히코리클럽이었고, 볼은 역사 속으로 사려져가는 거위깃털볼을 사용했다.

시간 흘러도…

162㎝ 정도의 작은 키에 왜소했던 알렌은 어드레스에서 뒷발에 무게 중심을 두고 클럽을 어깨에 맬 정도로 플랫하게 백스윙을 했다. 히코리클럽 자체의 무게가 버겁기 때문이었다.

오른손 그립은 백스윙의 톱에서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내려갈 정도였는데, 이는 헤드를 왼쪽 어깨 쪽으로 더 내려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왼발 뒤꿈치는 백스윙의 회전을 돕기 위해 심하게 들어야 했고, 왼 무릎은 오른 무릎에 닿을 정도로 움직여야 했다. 결국 움츠린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지만, 19세기의 전형적인 스윙의 표본이었던 그는 볼 컨트롤의 귀재였으며, 패배가 없는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20세기 초에 활약한 해리 바든은 ‘스윙의 아버지’로 불렸다. 150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하는 새끼손가락을 왼손 검지 위에 올려놓는 ‘오버래핑 그립’을 창시한 골퍼다.

그는 사려 깊은 포즈로 너무도 쉽게 스윙을 한다고 당시의 골퍼들은 묘사한다. 고요하게,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고, 눈에 거슬리는 동작이 하나도 없으며, 마치 세상을 이해하고 관대한 아량을 베풀 듯이, 그러면서도 자신이 위대한 골퍼라는 자만심은 전혀 없는 동시에 무의식의 세계로 가는 듯한 스윙을 한다.

어떤 샷이건 어깨 넓이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특징이었다. 바든 역시 무거운 히코리클럽 때문에 좁은 스탠스로 플랫한 스윙을 했다.

전설의 골퍼인 보비 존스는 완벽한 스윙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초창기는 너무도 조급한 나머지 코치로부터 백스윙을 하면서 볼을 친다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유는 그의 심리상태에서 기인했다.

사색에 잠기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길 좋아했던 수줍은 그는 대중들 앞에 서면 심장이 매우 두근거렸다. 가능한 빨리 볼 앞으로 걸어가서 공을 때리고, 또 걸어가는 게 그는 차라리 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다듬어지기 시작한 그의 스윙은 너무도 쉽게 변했다. 몸의 모양이나 샷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무의식적인 스윙 같았다. ‘골프는 그냥 때리고, 볼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린에 올려 놓고, 홀에 집어넣으면 된다’는 게 그의 골프 철학이었다. 히코리클럽과 스틸클럽의 과도기에서 활동했던 그는 어떤 클럽이건 일관성 있는 스윙을 유지했다.

보비 존스의 스윙은 아름다웠으며, 너무도 간결하고 일관성이 있었다. 어깨 넓이 만큼 벌린 어드레스를 취한 뒤 백스윙을 하기 전 그는 긴장을 풀기 위해 타깃 쪽으로 손목과 몸을 움직이는 특유의 ‘왜글’을 하면서 리듬을 탔다.


백스윙으로 가는 동작은 그야말로 잔잔한 파도 위의 물결과도 같이 고요하다. 참고할 점은 백스윙을 시작할 때 절대 왼손의 코킹을 먼저 하면서 클럽 헤드를 미리 뒤로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클럽 헤드보다 손목이 먼저 뒤로 빠질 정도로 클럽 헤드를 늦게 가져간다.

백스윙의 톱에 도달할 때 오른 겨드랑이는 많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옆구리에 붙이는 경향이 있다. 왼발 뒤꿈치는 완전히 세워서 발가락으로만 지탱한다. 오른쪽으로 무게 중심이 완전히 쏠렸음을 의미한다.

백스윙의 톱에서 양손의 코킹은 심할 정도로 많이 해서 클럽 헤드가 ‘오버 된다’ 싶은 느낌이 들게 한다. 다운스윙은 몸 전체를 이용한 그야말로 몸통 스윙이다. 와인통을 그대로 돌리듯 온 힘과 스피드를 한데로 모아 임팩트에서 발산한다.

퍼팅에 대해 그는 “Never Up, Never In”을 강조했다. ‘퍼팅을 할 때 자신 있고 과감하게 홀 컵보다 조금 더 길게 쳐서, 홀이 지나가도록 쳐야된다’는 뜻이다. 몸이 움츠러들어 홀컵 앞에서 볼이 서게끔 짧은 퍼팅을 결코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보비 존스의 스윙을 배우고 싶어 했다. 1931년부터 1933년까지 2년 동안 그는 골퍼 최초로 헐리우드에서 워너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고, 18부작 ‘골프 레슨’시리즈를 영화필름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필름은 빛을 못 보다가 수십 년 뒤에야 그의 친지가 레슨 프린트를 동영상 기법으로 만들면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 필름에서 보비는 혼자 출연해 흑백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진 옷을 입고,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과정을 옷 색깔로 알리기도 했다.

아름답고 간결한 전설들 동작
변치 않는 무게중심의 중요성

스윙 교본이 적힌 골프교습서도 여러권 출판했다.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쓰인, 모든 사람이 그의 생각과 교감을 나누도록 쓰인 책들이었다. 하버드대학 영문학 전공답게 그의 저서는 매끄럽다는 평을 받았다. 필름 제작 시에도 머리에 기름을 잔뜩 바르고 올빽으로 넘긴 단정한 모습과 넥타이에 7부 바지를 입는 정장 스타일을 고집했다.

그의 아름다운 스윙은 영구히 보존되고 있다.

1950년대 감나무헤드와 스틸 샤프트 골프채를 중심으로 한 현대 스윙으로 진화하면서 벤 호건이 등장한다. 그의 스윙은 어깨 넓이의 스탠스로 백스윙을 시작해서 손목은 클럽 헤드보다 타깃 쪽으로 놓고, 척추 선은 수평으로 만든다.

상체와 어깨 회전을 할 때 작은 각도로 유지해 어깨와 힙의 회전이 같은 비율로 꼬이게 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상대적으로 힙의 회전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백스윙의 톱에서는 클럽과 손의 위치가 어깨 뒤로 가게끔 플랫한  스윙 궤도를 이룬다.

전형적인 하체 스윙을 하는 그는 오른 무릎을 많이 사용하지만, 왼 무릎은 피니시에도 피지 않고 각도를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오른 무릎을 왼쪽으로 밀어주고 왼쪽 힙이 옆이 아닌 뒤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왼쪽 앞에 공간이 많이 생겨 스피드가 증가된다. 호건은 골프 역사에서 가장 경이로운 스윙을 하는 선수였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잭 니클라우스를 비롯한 많은 선수가 허리를 이용한 공통적인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왼쪽 골반뼈를 중심으로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임팩트 후 허리를 과도하게 휘게 했다.

피니시 자세에서도 몸 전체가 구부러지는 ‘C자’모양의 스윙이었다. 감나무헤드와 스틸 샤프트의 탄성을 이용해 볼을 높이 띄워 거리를 내기 위한 스윙이었지만 허리에 무리가 가는 위험한 스윙으로 간주됐다.

1990년대 말에 타이거 우즈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그의 스윙이 수백 년의 결정체라고 했다. 21세기 신소재를 탑재한 그의 스윙은 벤 호건의 스윙에 기초했다. 단지 다운스윙에서 하체 동작으로 앞의 공간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호건이 허벅지로 왼쪽 벽을 세운 반면, 우즈는 무릎으로 대신했다.

스윙 속도는 빨라졌지만, 호건이 하체 부상이 없었던 것에 반해 그는 4차례나 무릎 십자인대를 수술해야 했다. 2008년까지 10년 동안 우즈는 가공할 만한 스윙으로 황제의 자리를 지켰지만 2009년부터 몰락한다.

우즈의 스윙은 수차례 바뀌었다. 초창기 코치인 부치 하먼에서 시작된 스윙은 올라간 궤도대로 내려오는 원-플레인 스윙의 창시자인 행크 헤이니에 의해서 교정됐다. 다음 코치는 숀 폴리였다. 숀은 유럽 선수들이 2000년대부터 시행하던 허벅지를 이용한 하체 스윙을 미국에 도입한 코치였다.

우즈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던 미국의 톱 코치 대신 변화를 시도한 숀을 택했다. 3년여의 노력 끝에 2013년 우즈의 하체 스윙은 빛을 발하는가 싶었다.


가치는 여전

몇 차례의 우승으로 스윙이 안정된 듯 보였고, 5년여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부터 계속된 부상과 수술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의 스윙은 너무도 많은 코치들에 의해 얽히고설켜 자신의 스윙이 어느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총체적인 잘못된 조합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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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