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만나는 '칸의 여왕' 전도연

“배우로선 성공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전도연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배우 전도연과 연기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은 하나같이 전도연의 상대역이 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연기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맡은 인물의 본질을 찾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전도연은 글자로 적힌 인물의 내면을 오롯이 구현해내고야 만다. 깊고 풍부한 감정의 파편을 포착해내는 배우 전도연이 5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다. 허진호 감독의 연출작 JTBC 토일드라마 <인간실격>이다. 

영화 <무뢰한>을 본 후 이동진 평론가는 한 줄 평을 이렇게 남겼다.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 

그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작품을 진단하는 평론가로부터 이 같은 평가를 받는 배우가 또 누가 있을까. 이 평론가는 <무뢰한>에서 배우 전도연은 퇴물이 된 술집 여인 혜경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사랑의 설렘을 느끼는 동시에 점점 나락으로 치닫는 한 여인의 절박함, 그리고 그 사이 빚어지는 갈등에서의 분노, 안으로 삭아 들어가는 참담함까지 표현했다고 했다. 

극한의
리얼리즘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력은 평가마저도 예술적으로 바꿔내는 듯하다.

<무뢰한>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술집 여자 혜경은 희망처럼 찾아온 한 남자가 사실은 경찰로 전 남자친구였던 살인범을 잡기 위한 도구로밖에 자신을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절망하는 인물이다.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는 평생 경험하기 힘든 삶을 몸소 체험하는 인물이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인해 온전히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당당했던 첫 장면부터 너무 안쓰러워 쳐다보기도 힘든 처지에 이른 마지막 장면까지, 전도연이 만든 혜경은 극한의 리얼리즘을 갖고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인물을 추측으로 풀어내는 건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전도연에게 주어진 배역은 언제나 상상하기 힘든 최악의 사건과 갈등이 즐비했다. 어떤 험난한 상황과 내면적 고통이 주어지더라도 전도연은 늘 마치 그 인물이 우리 옆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연기했다. 

전도연의 연기 인생은 한 잡지사의 상품을 받기 위해 간 자리에서 모델로 발탁되면서 시작한다. 애초에 연기자의 꿈이 그리 크지 않았던 10대 시절 전도연은 톡톡 튀는 외형과 밝은 에너지로 광고모델을 거쳐 연기자로서도 비교적 쉽게 데뷔한다. 

이름이 크게 알려지기도 전에 영화 <접속>에 캐스팅돼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뒤 엄청난 흥행을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 각인시킨다.

할리우드나 홍콩영화에 밀려 한국영화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절 <접속>의 누적 관객 기록은 한국영화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도연이 매우 뛰어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한 작품은 <해피엔드>부터다.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다 걸린 뒤, 결국 남편의 복수심으로 인해 상해를 당하는 내용의 이 작품에서 그가 보인 애정은 리얼리즘 그 자체였다.

다양한 애정신에서 그가 보인 얼굴은 이전에는 없었던 현실성이 담겨있었다. 이기적인 언행조차 공감되게 이끌었으며, 표현하기 어려운 쾌락의 영역 또한 온몸으로 구현했다.


JTBC 10주년 특집 <인간실격> 주인공
<굿와이프> 이후 5년 만 드라마 복귀

전도연은 <해피엔드>를 기점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비로소 인식했다고 한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촬영 전에는 그가 연기한 보라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촬영 말미에서야 비로소 그의 마음을 알았다면서 처음으로 배우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전도연의 작품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영화 <밀양>에서는 결혼 전이었음에도, 한 아이의 엄마로 나와 극단적인 모성애를 표현했다. 

<밀양>의 신애는 신을 빌미로 장사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이상한 시스템 때문에 상처받고 점점 미쳐가는 인물이었다. 괴로움을 겪다 희망을 찾았다가 밀려오는 배신감으로 분노하고 급기야 광기로 이어지는 신애의 변천사를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완벽히 표현한다.

문화의 본고장인 유럽의 영화인조차 감동하게 한 연기력이었다. 

아시아권에서도 손에 꼽히는 업적을 남긴 후, 영화인 누구나 전도연이 대작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그가 향한 곳은 저예산 영화 <멋진 하루>였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를 갑작스레 찾아와 다짜고짜 300만원 가까이 되는 빌린 돈을 갚으라고 땍땍거리는 희수를 연기했다. 

다소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전도연에게는 그리 어려운 미션이 아니었다. 시나리오가 가진 비현실성이라는 여백을 전도연이 충분히 있을법한 인물로 채워낸다. 그 과정에서 배우 하정우와 함께 일으키는 연기적 시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전도연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고인이 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 그는 파출부였지만, 주인집의 가장 훈(이정재 분)과 애정을 통해 계급 상승을 노리는 은이를 연기했다.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한 욕망에 불과했던 것으로 점철되는 내용의 <하녀>에서 전도연은 또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선을 드러냈다.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하녀>가 이토록 회자되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 

도전의 연속
필모그래피

매 작품 인간의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오롯이 끌어내는 그다 보니, 전도연에게는 점점 어둡고 무거운 작품만 밀려오게 된다.

10일 안에 목숨을 구해야 하는 남자와 손을 잡은 사기 전과범이었던 <카운트다운>,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에 순진하게 마약을 싣고 가다 10년 동안 가족과 생이별했던 <집으로 가는 길>, 말 그대로 전도연이 어떤 여배우인지 보여준 <무뢰한> , 우연히 알게 된 새로운 남자와 사랑에 빠진 뒤 저돌적으로 돌진한 <남과 여>, 우리에게 여전히 아픈 상처인 2014년 4월의 사건을 재구성한 <생일>까지, 전도연에게는 늘 어렵고 고된 삶을 사는 인물이 주어졌다.


연기하기 어렵고 힘든 작품을 피하고 싶었던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비상선언>으로 비교적 가벼운 톤의 상업 영화에 출연한다. 아무리 톤이 가볍다 해도, 전도연이 스크린에 등장하면 공기는 전도연의 내음으로 바뀌어버리지만, 그간 전도연이 걸어온 필모그래피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그런 전도연이 다시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기한다. JTBC 드라마 <인간실격>에서다. JTBC 10주년 특집 <인간실격>은 다소 무거운 작품이다. 출판사의 작가에서 모든 걸 잃은 40대 여인과 20대임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무겁고 어려운 작품을 피해 계속 기다리다가 만난 작품”이었다고 밝힌 전도연은 “어둡지만,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4회까지 공개된 이 작품에서 전도연은 다시 깊은 우울감을 그려낸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부정은 꽤 잘나가는 출판사의 작가였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통째로 빼앗긴 후 호텔에서 파출부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자신의 삶을 앗아간 정아란 작가(박지영 분)에게 악성 댓글을 남기고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다. 복수심과 분노가 지나치게 넘쳐 극도의 우울함에 빠져 있다. 자신을 아니꼽게 보는 시어머니(신신애 분)와 악을 쓰며 싸우기도 한다.

우울한
낙오자


고부간에 낀 남편은 어떻게든 중간다리 역할을 해보고자 하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할 뿐 현명하지는 않다.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남은 게 하나도 없는 인생이라 여기고, 목숨을 던지려 용기를 내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나마 부정을 극진히 아끼는 아버지(박인환 분)가 있지만, 그저 미안한 존재일 뿐이다. 

숨은 붙어 있지만, 마음이 오롯이 작동하지 않는 아픈 인간을 공감되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 겨우 초반부임에도 전도연은 엄청난 열연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어린 나이부터 배우로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쌓은 그가 사회의 낙오자인 부정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다. 국내 수많은 여배우의 롤모델이자, 창작자라면 누구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전도연 아닌가.

그런 그가 인생의 반을 살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는 부정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사람들이 제게 ‘너가 부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고 질문했어요. 부정은 꽉꽉 닫혀있는 인물이거든요. 그 인물의 마음을 어떻게 열어갈지 걱정이 너무 됐었어요. 부정을 알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고요. 촬영하면서 조금씩 부정의 마음을 알아간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명백하게 ‘인간 실격’이라고 규정지은 적은 없어요. 그럼에도 제게는 배우로서의 삶 외에 다른 삶도 존재해요. 다른 쪽의 삶을 생각해보면 완성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여전히 그 여백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방영 전에 모든 촬영을 마친 <인간실격>은 공개되기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영화 위주로 작품활동을 해오던 전도연의 5년 만의 복귀작이기도 하고, 상대역이 청춘을 대표하는 류준열인데다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만든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기 때문이다.

본질 찾아 늘 치열하게 싸우는 ‘연기 달인’
“나 역시 부족한 사람, 노력으로 채워가요”

특히 전도연의 복귀작이라는 데 대중의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 기대감이 만족감으로 채워지기에, 충분한 초반부다.

연기력에서 경지에 오른 전도연은 어떤 상황에서든 여유 있게 대처할 듯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인물의 본질을 찾기 위한 그의 치열한 싸움이 있다. 상대역인 류준열은 전도연 덕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전도연이 연기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전도연 선배님을 보면 연기 달인으로서 굉장히 여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촬영하는 동안에 괴로워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제가 경력은 얼마 안 되지만, 촬영장에서 여유를 찾은 부분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점검하게 되고 초심을 되찾는 계기가 됐어요.”

현장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뛰어난 연기력의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듯하다. 전도연이라는 이름은 많은 남자배우의 캐스팅 이유가 되기도 한다. <멋진 하루>의 하정우나, <무뢰한>의 김남길, 이번 <인간실격>의 류준열조차도 전도연의 상대역이라는 것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됐다.

그저 전도연과 한 번 연기해보는 것이 목적이 된 셈이다. 빠른 호흡으로 자극적인 사건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요즘 국내 드라마계에서 트렌드로 통용된다. 하지만 <인간실격>은 처음부터 느리며, 호흡도 길다. 장면이 빠르게 넘어가서 눈을 사로잡기보다는, 한 곳을 지긋이 바라보며 깊은 감정을 염탐하는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전도연에게도 상대역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듯 보인다.

“저는 준열씨가 이 작품 안 할 줄 알았어요. 남자 배우들은 대체로 크고 화려한 작품을 하고 싶어 하잖아요. 강재를 준열씨가 연기한다고 했을 때 의외였어요. 그래서 초반 촬영할 때 스태프들에게 ‘우리 잘 어울려?’라고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이제 드라마는 서서히 속도를 낸다. 초반 던져진 갈등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부정은 여러 고난에 정면으로 부딪힐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전도연이 그려내는 희망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설렘
희망

“이 작품에는 설렘이 있어요. 벼랑 끝에 서 있는 부정이 한 남자를 만나면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거든요. 실격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이 안에는 내가 있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요. 사건이 크고 미사여구가 화려하진 않지만, 인간이 느끼는 풍부한 감정이 오롯이 살아 있는 작품이에요. 역경 속에서도 힘을 내고 용기를 내는 부정을 시청자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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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