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위드 코로나' 시대

지겨운 전염병 평생 달고 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코로나19(이하 코로나)의 ‘생존력’은 현재도 끈질기다. 이런 상황에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자’는 말이 나온다. 현재로선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탓이다. 

서울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A씨의 가게 매출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1/3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간신히 월세를 냈을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탓에 정부가 영업제한 시간을 저녁 9시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단순 운영시간 제한이 아니라 새로운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모두가
스트레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도 코로나 여파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코로나 이전 저녁 장사 때엔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현재는 영업제한 때문에 손님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코로나는 발생 초기부터 많은 생활에 피해를 양산했다.

2년이 다 돼 가지만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뒤 그 수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코로나는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대책을 강구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7일에는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의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현재 확진자 수 1000명과 2000명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결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4단계 적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확진자 수는 2155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꼽힌다. 국내 신규 확진자 10명 중 9명에게서 델타 변이가 확인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인도에서 발생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중 하나로 전파력이 뛰어나고 극심한 증상을 유발한다고 전해진다. 바이러스 배출량도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최대 300배 이상 많이 발산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졌다. 피로감이 커지면서 이제는 새로운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일각에선 영국과 싱가포르처럼 코로나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가 제시됐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치명률을 낮추는 방역체계를 도입해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식이다. 위드 코로나는 거리두기 등의 통제를 줄이고 중증환자를 집중관리 하는 게 골자다. 

거리두기 효과 더 이상 없어
새로운 대책 마련 필요 시점


일부 국가는 일찍이 위드 코로나를 도입했다. 위드 코로나를 도입한 국가는 영국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다만 영국은 현재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는 650만명(8월25일 기준)이고 일일 확진자 수도 2만~3만명 정도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많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자유의 날(프리덤 데이)’을 선언했다. 봉쇄 조치 대부분이 해제되면서 밀집시설에도 인원이 100% 수용이 허용됐다. 

영국은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기 위해 반년 동안 점진적 이행 기간을 두며 위드 코로나에 공을 들였다. 그 과정은 ▲학교 개방 ▲실외 모임 일부 허용 ▲실내 모임 일부 허용 ▲제한 해제로 총 4단계를 거쳤다. 

영국도 제한 해제 시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변수 발생과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늘어서다. 한때 제한 해제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확진자 수보다는 코로나의 치명률과 백신 예방 효과에 주목했다. 사실상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해진 점을 인식했다고 해석된다. 사실상 코로나와 공존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이 한 달이 지난 현재 영국 경제는 코로나 초기 때보다 점차 나아지는 모양새다. 소비가 활발해졌고, 시민들도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영국의 성장률을 7%대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영국이 위드 코로나가 가능했던 이유는 백신 접종 시작과 동시에 종식이 불가하다는 점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이어 싱가포르도 코로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뉴 노멀 정책’을 선언했다. 뉴 노멀 정책이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는 ‘뉴 노멀’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하늘에 
달렸다?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영국보다는 다소 소극적인 위드 코로나 시행 모습을 보인다. 거리두기 시행도 연장했다. 다만 싱가포르는 현 정책 이행을 고수할 예정이다. 

여러 나라에서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보이자 우리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위드 코로나 준비와 검토가 공개적으로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위드 코로나를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방식을 도입하면 경제 회복과 거리두기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에서도 위드 코로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코로나에 대한 방역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예산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맞게 충분한 확장 편성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찬성하는 기조를 드러낸 이유는 현재 대책만으로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도입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위드 코로나 도입 검토가 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중증환자와 입원 환자 중심으로 (치료하는 방향으로)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리 중증환자 대응 위주로 돌입했어야 한다”며 “거리두기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을 새로운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존 방식이 단순히 확진자 수를 집계해 이와 연계한 방역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위드 코로나 도입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효과도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 지난해에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이동량이 줄었지만 올해는 그에 따른 변화가 없었다.

공존 가능성
관건은 백신


또 이동량 변화가 생겨도 확진자 수 증가와 크게 관련이 있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에 따라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 셈이다. 여러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고 일상생활로 복귀의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반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위·중증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거리두기마저 포기하면서 생기는 리스크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짧은 기간 안에 방역체계를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채택으로 인해 방역이 완화된다는 메시지가 곡해돼 자칫 국민에게 ‘종식’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드 코로나를 채택한 나라도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었다. 위드 코로나 도입은 현재 상황을 반영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 여부를 떠나 전문가들이 중요다고 여기는 점은 백신 접종률이다. 방역당국도 ‘1차 접종 완료율 70%’를 기점으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추석을 앞두고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해서다. 1, 2차 접종을 합쳐 1500만명이 추석 전까지 백신을 맞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18세부터 49세의 경우 접종일자를 다음 달 초·중순으로 앞당길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고령층도 접종을 신청하면 즉각 백신을 맞도록 권고 중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다고 해도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백신 접종이 델타 바이러스를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된 까닭이다. 

정부 국민 70% 완료되면 예정
전문가는 시기상조 의견 다수

델타 바이러스의 감염 재생산 지수는 1인당 5~9 사이로 추정된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접종률 1차 접종률 70%로는 집단면역 형성이 불가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등의 국가는 이미 국민 다수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위급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언제든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심지어 ‘부스터샷’ (3차 접종)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대비되는 상황으로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편이다. 백신 계약 잔량이 많은데도 국내 도입 속도도 느리다. 현재 전체 국민 중 2차 접종 완료 비율은 30%(8월25일 기준)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도 빚어진 바 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백신 수급이 꼬일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역시 갈 길이 멀다. 중증화 진행률과 치명률을 낮춰주는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는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유일하다.

결국 위드 코로나 도입은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완료함과 동시에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선행된 이후에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백신과 치료제가 충분히 보급된 다음에 위드 코로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면 경제 위기는 단기간에 극복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코로나 초기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섣부르게 위드 코로나를 공론화하면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 모델 
구축 필요

영국과 싱가포르의 서로 다른 ‘위드 코로나’ 모델이나 비슷한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모델을 추구하는 게 현재 추세다. 일각에서는 위드 코로나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에 맞는 현실적인 모델을 구축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 동의도 필요하다. 한 의료 전문가는 “대책 마련이 완료된 뒤 위드 코로나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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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