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안철수-박근혜 '100일 전쟁'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0 1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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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일격…'안풍' 때릴까? '박풍' 맞을까?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6일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불출마 협박이라는 사상초유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선구도는 크게 출렁이고 있다. 게다가 안 원장 측은 새누리당의 불법사찰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불과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대선에 이번 파문이 미칠 영향을 분석해봤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6일 취재진들에게 기자회견 사실을 긴급 공지했다. 안 원장 측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처럼 기자회견을 갖고 대언론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지난 2월 안철수재단 출범 이래 처음이다.

신의 한수
새누리는 협박당?

당초 대다수의 기자들은 안 원장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안 원장은 재개발딱지 구입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 등 잇달아 터져 나온 언론의 검증 공세로 수세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지지율도 하락세였다.

그러나 이날 금 변호사가 밝힌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모두가 방어를 예상할 때 회심의 역공을 선택한 '신의 한수'였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원장이 이번 폭로를 통해 최근 거세진 '검증' 문제를 한방에 잠재우는 것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정치적 협박당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씌웠다"고 평가했다.

금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정 위원은 지난 4일 오전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 구체적인 협박 내용은 안 원장이 안랩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 강모 투자팀장에게 주식 뇌물을 제공했고,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박근혜의 꼬리 자르기 이번에도 통하나?
협박보다 중요한 진짜 쟁점은 '불법사찰'

물론 안 원장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정 위원은 불과 얼마 전에 공보위원으로 임명돼 불출마를 종용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친구 사이에 한 이야기를 가지고 마치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공작을 한 것처럼 부풀려 말한다"며 "이는 최근 불거진 검증공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은 서울대 법학대학 86학번 동기다.

어찌됐든 양측의 공방은 진실 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에 심각한 상처를 주고 대선 판도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 원장 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유력한 범야권 대선후보에 대한 유례없는 협박이 시도된 것이어서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 위원의 주장처럼 친구사이에 오간 얘기를 과장해 폭로한 것이라면 오히려 안 원장 측의 정략적 행태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일단은 안 원장 측이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공방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 불출마협박을 계획적으로 당 차원에서 종용한 것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새누리당이 네거티브를 근거로 안 원장에게 불출마협박을 한다고 해도 효과가 있겠는가? 새누리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 위원 측의 주장대로 개인적인 통화과정에서 나온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측 진실공방
대선 분수령

그는 또 "박 후보는 공천헌금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정 위원 개인의 말실수로 치부하며 꼬리자르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며 "의외로 협박논란은 대선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새누리당의 공보위원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발언에 신중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어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박 후보로서는 어찌됐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공공연히 이뤄졌던 야당 정치인에 대한 협박과 비교되며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 원장 측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단 금 변호사와 정 위원이 같은 대학 동기라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동기 간에 충분히 할 수도 있는 말들을 금 변호사 측이 너무 과장되게 부풀리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녹취록도 없는 상황에서 폭로전을 펼치는 것은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기존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묻지마 폭로정치'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금 변호사의 이번 폭로가 반드시 안 원장의 대선가도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진짜 중요한 쟁점은 바로 '불법사찰' 논란이다. 금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 위원이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며 "정 위원의 언동에 비춰볼 때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안 원장 측은 정 위원이 협박한 내용과 최근 계속되는 검증 공세의 배경에 사정기관이나 정보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안 원장에 대한 잇단 검증 공세 과정에서 제기된 안 원장 신상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정보기관 등의 뒷조사가 아니면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정 위원이 2002년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패스21'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관련 부분을 조사한 실무 검사였다는 점은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묻지마 폭로
득일까? 실일까?

또 얼마전 일부 언론에서 경찰이 지난해 초 안 원장의 룸살롱 출입과 여자 문제 등 여러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안 원장 측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 원장 관련 유언비어를 기사로 게재해 달라는 보도 청탁이 있다는 사례가 제보됐다"며 "새누리당이 정보기관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유신의 망령이 등장한 것"이라며 "집권도 하기 전에 정치사찰을 하고 협박하는 세력은 반드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서 안 원장을 적극 지원 사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안 원장이 새누리당으로부터 불출마 종용을 목적으로 협박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7일 '이명박 정권 불법사찰 진상조사위' 구성을 의결하고 이 문제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정치공작 차원으로 풀어가기로 했다. 박 후보로선 큰 부담이다.

12월 대선 양강 구도로 급속 재편
정치권 "안철수 정치력에 경악"

정치전문가들은 "협박 논란이야 정 위원의 개인적 말실수로 치부할 수 있다고 해도 불법사찰 논란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 후보와 새누리당 전체가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초대형 악재"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안 원장 측의 이 같은 대응은 안 원장이 출마결심을 굳혔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그간 기존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 온 안 원장이 이날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며 사실상 정치판에 발을 담근 것 자체가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특히 금 변호사가 기자회견 당일 이를 안 원장에게 알렸을 때, 안 원장이 여기에 대해 특별한 반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기자회견은 안 원장 본인의 의지가 분명히 반영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 측의 이번 폭로를 놓고 안 원장의 정치력에 또 한번 놀랐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방적인 언론의 검증공세에만 시달리며 대중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던 안 원장이 순식간에 박 후보와의 확실한 양강구도를 굳혔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단 '공공의 적'인 박 후보를 견제하는데 힘을 보태자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안 원장에 가려 민주당 대선후보 전체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금 변호사 측이 정 위원에게 지난 4일 전화를 받았다고 하는데 왜 하필 지난 6일에 이를 발표 한 것인지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박근혜와 정면대결
출마결심 굳혔나?

지난 6일은 민주당의 광주·전남 경선이 치러진 날이다. 게다가 같은 날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을 찾아 대통합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동시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대선을 불과 100여 일 앞둔 정치권은 일단 사태 추이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1,2위의 대선주자들이 연관된 데다 '협박' '뒷조사' 등의 민감한 문제라 이번 사태가 당분간 대선정국의 가장 큰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안 원장과 박 후보가 펼칠 정면대결에 정치권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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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