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방문과 내곡동 사저 둘러싼 'MB 꼼수' <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10 09:43:33
  • 댓글 0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더니…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친인척과 최측근 인사들의 비리, 민간인 사찰, 저축은행 사건 등으로 MB정권은 그대로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MB가 강도 높은 사과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미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MB는 독도 전격 방문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켜 소폭이지만 지지율 반등을 달성했다. 그 후 내곡동 사저 논란이 다시 불거져 의심을 사고 있다. 독도가 아니었더라면 MB의 내곡동 사저는 지금 어떤 운명에 처해있을까. 끝없는 논란에도 내곡동 사저 사수에 목을 매고 있는 MB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MB의 내곡동 사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의 무혐의처분에도 여론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당도 마지못해 움직이고 있다. MB를 겨냥한 특별검사가 구성된다고 하지만 "어차피 종이호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의 수뇌부가 특별검사로 임용될 가능성이 커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나랏돈 6억 꿀꺽?

이 사건은 MB가 퇴임 후에 살 집을 마련하는 데 나랏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MB가 일부는 아들 이름으로 일부는 경호실 이름으로 매입해 국가와 땅을 공동소유하게 된 과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대략적인 정황은 이러하다. 땅주인은 청와대에 54억원에 땅을 팔기로 했다. 그리고 대통령 아들인 이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매입가를 배분해 지급했다.

시형씨의 지불금액은 11억2천만원, 경호처는 54억원이지만 당시 감정평가액에 의하면 시형씨 명의 땅이 17억3천만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시형씨는 이 땅을 6억원 정도 싸게 산 셈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 아들은 아버지 집터를 헐값으로 사고 정부가 국고에서 차액을 충당해 주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MB의 아들이 부담해야 할 땅 구입비용의 일부를 국가의 자금을 유용해 지급한 것으로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에 해당된다는 게 법률가의 주장이다.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두 번째 문제점은 알려진 바대로 MB가 살려는 집을 아들 이름으로 계약한 것은 분명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이라는 점이다.

우선 이법에 위반되려면 MB의 재산을 담보로 시형씨가 대출을 받았을 것이라는 상황이 전제된다. 실제로 시형씨 명의로 사저를 구입한 뒤 MB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 명의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것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내곡동 사전 관련 사건은 MB의 친인척·최측근 비리 문제와는 비중이 다르다. 특검법은 직접 MB와 그의 아들 시형씨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MB와 현정권에 직격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MB정권이 끝나고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MB가 어떻게든 검찰에 입김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정황과 자료가 분명한 상황에서, MB로서도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처지다.


레임덕의 가속화와 퇴임 후 여지없이 드러날 비리 때문에 고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보더라도 이번 독도 방문은 MB의 '위기돌파카드'였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중에서도 MB의 내곡동 사저에 관한 특검법을 겨냥해 물타기를 하려는 '정치적 쇼'였다는 비난이 가해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독도를 방문한 MB를 두고 국토를 사수한 영웅으로 추앙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올해 초 '군사FTA'라고 불렸던 정부와 일본 간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이하 정보보호협정)' 체결 시도가 독도방문과 모순된다.

정보보호협정은 지난 6월26일 국무회의에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공개안건으로 처리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본회의 진통 속 특검법 통과…검사임용 난항 예상
표결 전에 줄행랑친 박근혜 속셈은? '난처해서?'

학자들은 밀실 처리된 정보보호협정의 목적이 일본의 핵심 군사특허를 보호하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 언론인은 매체를 통해 '일본 군사력의 한반도 확대전략-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세 번째 한반도 정벌을 위한 서곡'이라는 글을 통해 협정의 부당함을 알렸으며, 이 협정을 추진한 인사들에 대해서도 '현대판 친일세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협정을 추진한 인사들은 국민원로회의 소속이다. 그들은 "한일정보보호협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 협정 추진을 주장한 국민원로회의 의장은 현승종 전 총리로 일본군 장교 출신이다.

또한 MB의 독도 방문이 일본과 한국의 합작품이라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한국과의 독도 분쟁이 제기되면 제기될수록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의 명분을 얻어 여러 가지 면에서 득을 본다는 분석이다.

8월10일은 일본 여당이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세 인상법안'을 통과시킨 날짜이기도 하다. 이때 일본의 모든 언론은 한국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MB의 독도 방문으로 가장 효과를 본 사람은 일본 노다 요시히코 내각이고 두 번째로 레임덕에 흔들리는 MB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청와대가 해병대의 독도상륙훈련을 '과유불급'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MB의 독도 방문에 대한 뒤늦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영유권 행사"라면서 "추가적인 상륙훈련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독도 방문을 전후해 MB의 행보가 엇갈렸던 것을 보더라도 단지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독도를 전략 거점으로 삼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MB의 독도 방문을 두고 수많은 추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내곡동 사저 특검은 진통 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의 찬반 기류는 뚜렷했다. 본회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표결 직전 본회의장을 나가 표결에 불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이번 특검법안 가결은 현직대통령도 임기 중 심각한 비리의혹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세웠다는 의미가 있다"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으면서도 대통령 직무수행의 합법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취지의 이 법안 표결 불참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비춰진다"라고 언론을 통해 의견을 내놓았다.

단독회동, 거래 있었나?


표결에 앞서 지난 2일 청와대에서는 MB와 박 후보의 회동이 있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선긋기' 행보로 일관하던 박 후보가 이번 회동을 제안한 데는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곡동 사저 특검법이 통과되기 하루 전, 96분간 이어진 둘만의 만남에서 MB의 내곡동 사저를 두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