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판 희대의 간첩 사건 내막

충북동지회, 누구냐 너희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간첩은 이적활동으로 국가를 위태롭게 만든다. 국정원은 이를 막기 존재하는 첩보기관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밝혀진 간첩 사건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해당 사건이 국가보안법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 시민활동가 4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충북동지회라는 ‘지하조직’을 만들어 북한으로부터 노동단체 등의 포섭을 지시받아 실행했다는 의혹에서다. 이들의 활동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F-35A 뭐길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지난 5일, 간첩 혐의로 일당 중 3명을 구속했다. 지난 5월 이들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지령 문건이 담긴 USB를 확보한 상태다. 국정원에 따르면 USB에는 북한의 지령이 담긴 84건의 암호화 파일이 존재한다.

해당 문서들은 디지털 암호화 기법인 ‘스테가노그래피(이미지나 MP3 파일 등을 통해 기밀정보를 암호화하는 기법)’가 적용돼있다. 특정 코드가 없다면 해독이 불가능한 기법이기 때문에 계획적이며 체계적인 간첩 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북한에게 충북 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명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아 활발히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노동운동가, 간호사 등 개인 이력을 살려 역할을 나눠 포섭활동을 했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현재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과 이들이 접선부터 주도면밀했다고 보고 있다. 구속된 인물 중 한 명인 A씨는 접선 당일 사전에 정한 대로 신문과 생수병, 검정 가방을 매고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또 북한 공작원은 A씨를 지나쳐간 뒤 간격을 두고 걸으며 감시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후 함께 택시에 탑승해 A씨와 대화를 나눴다.

함께 구속된 B씨는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과의 접선을 시도했다. 국정원은 B씨가 북한 공작원과 둘만의 신호를 보내며 움직인 뒤 호텔에서 만났다고 보고 있다.

함께 혐의를 받는 C씨는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한에게 공작금 2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북한 공작원이 현지 대형마트 사물함에 돈을 넣어놓은 뒤 C씨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조직을 결성한 뒤 꾸준히 해외로 건너가 북한 공작원과 만나왔다. 이들은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며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10차례 이상 지령문을 수령했다는 게 국정원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령문의 주요 내용으로는 ▲각 지방 정치권 동향 조사 및 보고 ▲노동자 의식화 대중문화 행동 거점 구축 ▲통일 분위기 고조 위한 대중 투쟁 전개 ▲한국타이어 법정투쟁, 노동자 인권 옹호 방향으로 전개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투쟁 등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F-35A 스텔스기를 도입하려 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비슷한 시점 지난해 청주에서도 미국 F-35A 스텔스기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종일 전투기 연습 소음으로 불안감이 커진다는 게 이유다. 


시위를 주관한 충북동지회는 F-35A 스텔스기 도입이 주민 생존 문제의 자기결정권을 유린하는 행위라며 규탄했다. 충북동지회가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을 펼친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F-35A 도입 예산을 감액하는 등 국방비 예산이 5600억원가량 줄었다. 어느 정도 북한의 바람대로 이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는 재난지원금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F-35A 도입 예산을 감액하는 등 국방비 예산을 5600억원가량 줄였다”며 “간첩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청주 시민활동가 4명 국보법 위반 혐의
‘지하 조직’ 만들고 북한 지령 받은 의혹

그 뿐만 아니라 이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특보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4명은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해당 의혹 제기에 대해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특보를 청와대가 어떻게 다 책임지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간첩 사건이 정치 게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사례들로 간첩이 정치권 인사에게 접근해 정세를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이 국내 정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 한 정황은 지령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국정원에서 밝힌 지령문 속 내용에는 ‘총선에서 자한당(자유한국당)을 참패에 몰아넣고 책임을 황교안에게 들씌워야 한다’ ‘박근혜 동정론 확산’ 등이다. 실제로 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내주며 참패를 당했다.

정계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이슈를 우선 선점해 대남 전력과 연계하려는 북한의 바람대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번에 붙잡힌 이들은 과거 적발된 간첩과 다르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비정규직, 검찰개혁 등 정치와 관련된 사안을 통해 간첩활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북한이 간첩활동을 펼치던 국가 기밀 유출, 선전 활동과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혐의를 받는 이들은 국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4조와 7조, 8조를 적용받았다. 국가보안법상 4조는 가장 처벌 수위가 높아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혐의를 받는 이들은 국정원과 경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충북동지회 측은 “100% 조작된 사건”이라며 “우리가 접촉했다는 북한 공작원들은 가공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간첩이 잡힌 이유를 국정원 내부 사정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범여권은 연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으로 인해 오는 2024년부터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간다.

다급해진 국정원이 간첩단 사건을 내세워 대공수사의 중요성을 과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정원은 이 사건의 관련 정보를 오랜 기간 취합해오다가 최근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고 전해진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국정원 같은 수사가 사실상 불가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원은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정원의 발표로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박지원 국정원장이 발표한 이유가 만일 수사 상황을 감췄다면 후폭풍을 맞이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후폭풍 예고


정치권에서는 간첩이 나온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정치 싸움이나 할 게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간첩이나 북한에 포섭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서는 순간 대북정책이 왜곡되고,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 여야를 떠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