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하정우, 프로포폴 불법 투약 전말

S급 스타의 꺾여버린 날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과 평론가를 막론하고 S급 배우로 손꼽히는 하정우가 데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연기뿐 아니라 연출과 제작에도 능하고, 각종 현장에서 빛나는 예능감을 가진 당대 최고 스타의 날개가 꺾였다. 스스로 만들어낸 암초에 부딪힌 탓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 출연한 배우 하정우는 백작과 실제 자신과 어떤 점이 닮았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그는 “백작과는 모르겠고, 조병운과 닮았다”면서 “명쾌하고 생존본능이 강한 점이 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만든
암초 때문에

여기서 언급된 조병운은 영화 <멋진 하루>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인물이다.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인간적이고 멋진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테다. 

<멋진하루>는 경마장에 있던 병운에게 헤어진 전 여자친구 희수(전도연 분)가 갑작스럽게 찾아와 다짜고짜 돈을 갚으라면서 시작하는 작품이다. 수년 전 희수는 갑자기 병운을 떠난 것도 모자라 심지어 잠수까지 탔던 인물이다. 상처를 주고 떠난 여인이 갑자기 나타나 350만원을 갚으라고 다그치는 것.

화가 날 만한 상황이지만 병운은 그 사정을 이해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을 꾸러 다닌다. 10만원 20만원, 100만원씩 받아 가면서 병운은 희수가 말한 빚을 채운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병운이 ‘희수를 분노케 할 만한 나쁜 짓을 했겠거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바다같이 넓은 아량을 가진 병운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하정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넘어 국내에서 가장 멋진 남자 캐릭터를 찾아보라고 해도 손에 꼽힐 만큼 멋진 배역이다. 하정우는 병운의 모습을 스스로 가장 닮았다고 자부했다.

실제 그는 병운과 적지 않게 닮아있었다. 내뱉은 말은 억지로라도 지키고, 실언이 되지 않도록 주워 담고 살려는 노력이 있었다. 탤런트 시험에 불합격하면 군대에 가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실제로 탤런트 시험에 떨어지자 군대에 간 사연, 아버지의 후광을 피하고자 이름을 바꾼 것,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내에서 선후배 동료들을 멋지게 이끌어나간 리더십이 그 예다. 

자신의 영역에서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는 점은 병운보다도 나았다. 영화 <추격자> <황해> <비스티 보이즈> <더 테러 라이브>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다양한 작품에서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을 보여준 모습이나, 각종 현장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독특한 색감의 유머를 구사하며 주위를 즐겁게 하는 지점도 그렇다. 

<황해>로 연기상을 수상하면 국토대장정을 가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뒤 실제로 수상하자, 굳이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연출까지 감행하며 영화 <577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대 선후배들과 힘을 모아 만든 영화 <롤러 코스터>는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이윤기 감독을 비롯한 <멋진 하루>팀이 조병운을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끝내 완성한 사람은 하정우다. 하정우 내면에 조병운과 같은 면이 없었다면, 그토록 포용력이 넓고 인간미가 짙은 조병운은 없었을 테다.

피부 수술 19번 투약 혐의 재판
찝찝한 차명 진료…진실은 무엇?

언제나 어디서나 사랑받을 장점이 풍부했던 하정우는 최근 적지 않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 시선에 따라 누군가는 하정우가 저지른 행동이 큰 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스타급 배우가 보여줘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팬들의 사랑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하정우는 데뷔 이후 최초로 법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피부미용 시술을 받으며 프로포폴을 19회에 걸쳐 불법 투약한 혐의다. 

아울러 해당 성형외과 원장에게 지인의 인적사항을 건네줘, 해당 지인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9회에 걸쳐 허위기재하는 데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애초 검찰은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는 법원이 봤을 때 약식으로 처리하기엔 죄질이 무거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좀 더 명확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겠다는 심리다. 

이런 경우 법원이 직접적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도 있어,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 1000만원보다 더 큰 형량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해당 병원에 치료한 목적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다면, 형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법무법인 새나의 백지윤 변호사는 “실제 판결 내용을 보지 않고, 언론에 나온 이야기로 말하기에 조심스럽다”면서 “마약류 위반에 관련해서는 비정기적으로 몇 차례만 투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이 나오기도 한다. 마약류 위반에 대해서는 죄를 강하게 묻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관련 증거도 인정했다. 다만 대부분의 투약은 피부 시술과 병행했고 투약량에 대해선 실제 투여한 양이 진료기록부상 보다 현저히 적었다고 주장했다. 불법적인 투약은 아니라는 것. 

합동 공모?
지나친 배려?

또 지인의 이름으로 진료한 것에 대해서는 병원 측의 요구에 응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정우가 유명한 배우이기 때문에 혹시나 문제가 될 것을 추측해 하정우 측의 뜻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배려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하정우가 프로포폴을 처방 및 투약받은 병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에게도 불법 투약했던 곳이다.

지금은 폐업한 서울 강남 언주로에 있던 인피니 의원은 원장 의사를 비롯해 간호조무사인 총괄실장은 1심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됐고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 뿐 아니라 불법 투약 혐의로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모씨와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씨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역시도 환자라는 측면에서 병원 원장의 요구했다면, 쉽게 거스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권위가 있는 의사가 다른 목적을 갖고 권유했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피부 시술을 두고 19회나 투약한 점과 프로포폴이 다른 연예인들로 인해 국내에서 부정적인 투약으로 크게 알려졌다는 점에서 하정우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만약 시술로만 프로포폴을 맞을 것이었다면, 차명으로 진료를 받을 이유가 있었냐는 주장이다. 숨기고 싶었던 게 있었기 때문에 차명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정우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무지했다는 관측이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통해 조심스러운 행동이 몸에 배어있는 그가 어떻게 이런 실수가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잃을 것이 많은 유명 배우의 실수라고 하기엔 찝찝한 부분이 있다. 수많은 계약을 했을 그가 차명했을 때 생길 리스크를 모를 리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지윤 변호사는 “차명은 이번 재판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다”라며 “그가 투약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차명 여부가 형량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정우도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제가 얼마나 주의깊지 못했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깊이 깨닫고 깊이 반성했다. 많은 관심을 갖는 대중 배우가 신중히 생활하고 모범을 보여야 했는데 동료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치고 피해 끼친 점 고개를 숙여 깊이 사죄한다”고 했다. 

수십억
위약금


이어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재판장님 앞에서 다짐하고 싶고 사회에 좋은 영향과 건강에 기여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이 자리에 서지 않도록 더 조심하도록 살겠고 이 과오를 만회하고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재판장님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정우가 혐의를 모두 자백했기 때문에 재판은 빠르게 끝날 전망이다. 사실 여부를 다툰다면 재판이 길어졌겠지만, 모든 것을 인정한 덕분에 9월14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선고기일이 결정된만큼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에서 더 큰 실형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 구형에 관계없이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유예도 가능하다. 법원이 단순히 약식으로 처리할 사건이 아니라고 봤던 것 같은데 결론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하정우의 모든 자백의 배경에는 괘씸죄를 받지 않겠다는 목적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정우는 영화 <보스턴 1974> <피랍> <야행>은 모든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고,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촬영 중이다.

만약 하정우가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죄질이 심각했다는 게 인정되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출연한 작품과 광고 등에서 받은 금액의 몇 배가 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하정우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상황으로, 배우로서 활동도 못하고 경제적 손실이 크다.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모든 잘못 인정, 선처 부탁드린다”
위약금 피하려고?…여전한 불신론

하정우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워크하우스컴퍼니 수입의 90%가 하정우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면서 선처를 요구한 것. 소속사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에게 최소한의 형량을 내려달라는 솔직한 호소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부메랑처럼 날아오고 있다. 그렇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 배우가 초보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그의 행동에는 책임감이 너무 결여됐다는 것을 방증한 꼴이다. 

오랜 시간 배우로서 훌륭한 연기를 해온 하정우는 최근 영화 <백두산>과 <PMC:더 벙커> <클로젯> 등에서 예전 같지는 않은 연기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클로젯>에서는 무성의하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아울러 하정우 명의로 된 건물이 5채로 알려진 것과 강서구 화곡동 건물을 매도해 46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도 현재 상황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미 수억원대 몸값에, 엄청난 광고 수익을 남기는 그가 부동산을 통해서까지 수입을 남기는 모습이 탐욕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연예인들 역시 대부분 건물을 소유하고 차익을 남기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아버지인 김용건마저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악재에 악재가 꼈다. 그럼에도 프로포폴 투약이 대중에는 음주운전이나 필로폰 등 마약 투약만큼 큰 잘못으로 인식되지 않는 점, 곧바로 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요구한 점, 그가 연기한 작품들이 아직도 즐비하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의 잘못보다도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문제됐음에도, 연기력으로 극복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선례가 적지 않다. 과연 하정우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절체절명
위기 순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에게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절치부심에 가까운 반성을 통해 그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테다.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을 절대로 없어야 할 테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정우 변호사 10명 과연 문제일까?

이번 하정우 사건의 또 다른 이슈 중 하나가 하정우의 변호인단이었다. 율촌과 태평양, 바른, 가율 등 대형 로펌 4곳의 소속 변호사 10명을 변호인으로 꾸린 것에 관심이 쏠렸다. 

선임된 변호사 중 일부는 경찰 출신, 대검 부장검사 출신,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정우가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여부를 다투는 형사재판도 아닐뿐더러 중죄까지는 아니라는 점에서 담당 변호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율촌, 태평양, 바른, 가율…
초호화 군단에 대한 진실은?

하지만 이는 법조계의 관행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 담당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데, 형사재판의 경우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해당 로펌의 팀 전체를 담당 변호사로 기재하기도 한다. 

백지윤 변호사는 “한 변호사가 재판에 모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스케줄 관리 차원에서 담당 변호사를 여러명 기재한다. 재판에 참석하는 게 쉽기 때문”이라며 “실무는 주요 변호사 1~2명이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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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