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하정우, 프로포폴 불법 투약 전말

S급 스타의 꺾여버린 날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과 평론가를 막론하고 S급 배우로 손꼽히는 하정우가 데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연기뿐 아니라 연출과 제작에도 능하고, 각종 현장에서 빛나는 예능감을 가진 당대 최고 스타의 날개가 꺾였다. 스스로 만들어낸 암초에 부딪힌 탓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 출연한 배우 하정우는 백작과 실제 자신과 어떤 점이 닮았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그는 “백작과는 모르겠고, 조병운과 닮았다”면서 “명쾌하고 생존본능이 강한 점이 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만든
암초 때문에

여기서 언급된 조병운은 영화 <멋진 하루>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인물이다.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인간적이고 멋진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테다. 

<멋진하루>는 경마장에 있던 병운에게 헤어진 전 여자친구 희수(전도연 분)가 갑작스럽게 찾아와 다짜고짜 돈을 갚으라면서 시작하는 작품이다. 수년 전 희수는 갑자기 병운을 떠난 것도 모자라 심지어 잠수까지 탔던 인물이다. 상처를 주고 떠난 여인이 갑자기 나타나 350만원을 갚으라고 다그치는 것.

화가 날 만한 상황이지만 병운은 그 사정을 이해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을 꾸러 다닌다. 10만원 20만원, 100만원씩 받아 가면서 병운은 희수가 말한 빚을 채운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병운이 ‘희수를 분노케 할 만한 나쁜 짓을 했겠거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바다같이 넓은 아량을 가진 병운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하정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넘어 국내에서 가장 멋진 남자 캐릭터를 찾아보라고 해도 손에 꼽힐 만큼 멋진 배역이다. 하정우는 병운의 모습을 스스로 가장 닮았다고 자부했다.

실제 그는 병운과 적지 않게 닮아있었다. 내뱉은 말은 억지로라도 지키고, 실언이 되지 않도록 주워 담고 살려는 노력이 있었다. 탤런트 시험에 불합격하면 군대에 가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실제로 탤런트 시험에 떨어지자 군대에 간 사연, 아버지의 후광을 피하고자 이름을 바꾼 것,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내에서 선후배 동료들을 멋지게 이끌어나간 리더십이 그 예다. 

자신의 영역에서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는 점은 병운보다도 나았다. 영화 <추격자> <황해> <비스티 보이즈> <더 테러 라이브>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다양한 작품에서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을 보여준 모습이나, 각종 현장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독특한 색감의 유머를 구사하며 주위를 즐겁게 하는 지점도 그렇다. 

<황해>로 연기상을 수상하면 국토대장정을 가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뒤 실제로 수상하자, 굳이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연출까지 감행하며 영화 <577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대 선후배들과 힘을 모아 만든 영화 <롤러 코스터>는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이윤기 감독을 비롯한 <멋진 하루>팀이 조병운을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끝내 완성한 사람은 하정우다. 하정우 내면에 조병운과 같은 면이 없었다면, 그토록 포용력이 넓고 인간미가 짙은 조병운은 없었을 테다.

피부 수술 19번 투약 혐의 재판
찝찝한 차명 진료…진실은 무엇?

언제나 어디서나 사랑받을 장점이 풍부했던 하정우는 최근 적지 않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 시선에 따라 누군가는 하정우가 저지른 행동이 큰 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스타급 배우가 보여줘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팬들의 사랑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하정우는 데뷔 이후 최초로 법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피부미용 시술을 받으며 프로포폴을 19회에 걸쳐 불법 투약한 혐의다. 

아울러 해당 성형외과 원장에게 지인의 인적사항을 건네줘, 해당 지인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9회에 걸쳐 허위기재하는 데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애초 검찰은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는 법원이 봤을 때 약식으로 처리하기엔 죄질이 무거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좀 더 명확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겠다는 심리다. 

이런 경우 법원이 직접적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도 있어,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 1000만원보다 더 큰 형량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해당 병원에 치료한 목적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다면, 형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법무법인 새나의 백지윤 변호사는 “실제 판결 내용을 보지 않고, 언론에 나온 이야기로 말하기에 조심스럽다”면서 “마약류 위반에 관련해서는 비정기적으로 몇 차례만 투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이 나오기도 한다. 마약류 위반에 대해서는 죄를 강하게 묻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관련 증거도 인정했다. 다만 대부분의 투약은 피부 시술과 병행했고 투약량에 대해선 실제 투여한 양이 진료기록부상 보다 현저히 적었다고 주장했다. 불법적인 투약은 아니라는 것. 

합동 공모?
지나친 배려?

또 지인의 이름으로 진료한 것에 대해서는 병원 측의 요구에 응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정우가 유명한 배우이기 때문에 혹시나 문제가 될 것을 추측해 하정우 측의 뜻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배려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하정우가 프로포폴을 처방 및 투약받은 병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에게도 불법 투약했던 곳이다.

지금은 폐업한 서울 강남 언주로에 있던 인피니 의원은 원장 의사를 비롯해 간호조무사인 총괄실장은 1심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됐고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 뿐 아니라 불법 투약 혐의로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모씨와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씨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역시도 환자라는 측면에서 병원 원장의 요구했다면, 쉽게 거스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권위가 있는 의사가 다른 목적을 갖고 권유했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피부 시술을 두고 19회나 투약한 점과 프로포폴이 다른 연예인들로 인해 국내에서 부정적인 투약으로 크게 알려졌다는 점에서 하정우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만약 시술로만 프로포폴을 맞을 것이었다면, 차명으로 진료를 받을 이유가 있었냐는 주장이다. 숨기고 싶었던 게 있었기 때문에 차명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정우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무지했다는 관측이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통해 조심스러운 행동이 몸에 배어있는 그가 어떻게 이런 실수가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잃을 것이 많은 유명 배우의 실수라고 하기엔 찝찝한 부분이 있다. 수많은 계약을 했을 그가 차명했을 때 생길 리스크를 모를 리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지윤 변호사는 “차명은 이번 재판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다”라며 “그가 투약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차명 여부가 형량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정우도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제가 얼마나 주의깊지 못했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깊이 깨닫고 깊이 반성했다. 많은 관심을 갖는 대중 배우가 신중히 생활하고 모범을 보여야 했는데 동료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치고 피해 끼친 점 고개를 숙여 깊이 사죄한다”고 했다. 

수십억
위약금


이어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재판장님 앞에서 다짐하고 싶고 사회에 좋은 영향과 건강에 기여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이 자리에 서지 않도록 더 조심하도록 살겠고 이 과오를 만회하고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재판장님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하정우가 혐의를 모두 자백했기 때문에 재판은 빠르게 끝날 전망이다. 사실 여부를 다툰다면 재판이 길어졌겠지만, 모든 것을 인정한 덕분에 9월14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선고기일이 결정된만큼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에서 더 큰 실형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 구형에 관계없이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유예도 가능하다. 법원이 단순히 약식으로 처리할 사건이 아니라고 봤던 것 같은데 결론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하정우의 모든 자백의 배경에는 괘씸죄를 받지 않겠다는 목적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정우는 영화 <보스턴 1974> <피랍> <야행>은 모든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고,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촬영 중이다.

만약 하정우가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죄질이 심각했다는 게 인정되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출연한 작품과 광고 등에서 받은 금액의 몇 배가 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하정우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상황으로, 배우로서 활동도 못하고 경제적 손실이 크다.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모든 잘못 인정, 선처 부탁드린다”
위약금 피하려고?…여전한 불신론

하정우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워크하우스컴퍼니 수입의 90%가 하정우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면서 선처를 요구한 것. 소속사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에게 최소한의 형량을 내려달라는 솔직한 호소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부메랑처럼 날아오고 있다. 그렇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 배우가 초보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그의 행동에는 책임감이 너무 결여됐다는 것을 방증한 꼴이다. 

오랜 시간 배우로서 훌륭한 연기를 해온 하정우는 최근 영화 <백두산>과 <PMC:더 벙커> <클로젯> 등에서 예전 같지는 않은 연기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클로젯>에서는 무성의하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아울러 하정우 명의로 된 건물이 5채로 알려진 것과 강서구 화곡동 건물을 매도해 46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도 현재 상황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미 수억원대 몸값에, 엄청난 광고 수익을 남기는 그가 부동산을 통해서까지 수입을 남기는 모습이 탐욕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연예인들 역시 대부분 건물을 소유하고 차익을 남기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아버지인 김용건마저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악재에 악재가 꼈다. 그럼에도 프로포폴 투약이 대중에는 음주운전이나 필로폰 등 마약 투약만큼 큰 잘못으로 인식되지 않는 점, 곧바로 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요구한 점, 그가 연기한 작품들이 아직도 즐비하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의 잘못보다도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문제됐음에도, 연기력으로 극복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선례가 적지 않다. 과연 하정우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절체절명
위기 순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에게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절치부심에 가까운 반성을 통해 그가 가진 재능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테다.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을 절대로 없어야 할 테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정우 변호사 10명 과연 문제일까?

이번 하정우 사건의 또 다른 이슈 중 하나가 하정우의 변호인단이었다. 율촌과 태평양, 바른, 가율 등 대형 로펌 4곳의 소속 변호사 10명을 변호인으로 꾸린 것에 관심이 쏠렸다. 

선임된 변호사 중 일부는 경찰 출신, 대검 부장검사 출신,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정우가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여부를 다투는 형사재판도 아닐뿐더러 중죄까지는 아니라는 점에서 담당 변호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율촌, 태평양, 바른, 가율…
초호화 군단에 대한 진실은?

하지만 이는 법조계의 관행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 담당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데, 형사재판의 경우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해당 로펌의 팀 전체를 담당 변호사로 기재하기도 한다. 

백지윤 변호사는 “한 변호사가 재판에 모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스케줄 관리 차원에서 담당 변호사를 여러명 기재한다. 재판에 참석하는 게 쉽기 때문”이라며 “실무는 주요 변호사 1~2명이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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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