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국정 벼락치기' 윤석열의 한계

‘1일1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잇따른 실언,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불화설 등으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3개월 대권 벼락치기에 나섰던 정치 신인에게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총장까지 올라가면 도장만 찍지, 세상 공부 안 해요. 깡통이란 말이에요.”

이는 법조계 출신이었던 야권 전직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한 평가다. 그의 평가대로 윤 전 총장은 현실과 떨어진 각종 발언으로 연일 하락세다. 일각에서는 한 우물만 팠던 윤 전 총장에게 각 분야를 총망라해야 하는 ‘대권 공부’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장만 
찍다가…

윤 전 총장은 지난해 반문(반 문재인)의 상징으로 부상하면서, 대권주자 물망에 올랐다. 검찰총장직 사퇴 직후인 올해 3월부터는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지지율을 맞붙었다. 그는 사퇴 후 3개월간 ‘대권 벼락치기’에 매진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변곡점이 됐다. 각종 구설로 자질론 논란을 빚으면서다. 특히 윤 전 총장의 ‘주 120시간’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등 실언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각에서는 정치인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의 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발언은 윤 전 총장의 월성 원전 수사의 정당성마저 의심들게 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진과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한 것은 아니니 기본적으로 방사능 유출은 안 됐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려다 생긴 ‘악수’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잇따른 실언은 검찰총장 시절의 달변가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눌리지 않는 기세, 적재적소에 날리는 사이다 화법을 보였고, 이는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쉽게 기를 펴기 어려운 국감장에서도 그에게는 위압감과 카리스마가 공존했다. 

말만 하면 논란 “정치 쉽지 않네”
3개월 공부하고…토론회 열리면 끝?

하지만 대권 선언 이후 윤 전 총장의 기세가 맥없이 꺾이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고지에 오른 전문가들도 정치판에만 들어오면 바보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윤 전 총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외교·사회·경제 정책 등 각종 이슈 앞에서 ‘초짜’에 불과했다.

말만 꺼냈다 하면 구설이라, 캠프 내에서는 인터뷰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내에선 1강을 기록했지만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10%대(19%)를 기록해, 2위와의 격차가 좁혀진 상태다. 지난 3월 총장직 사퇴 이후 최저점이다.

특히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는 60대, 영남권 지지층에서 하락폭이 컸고, 중도층이 많이 빠져 나갔다는 분석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정책 이해 부족과 철학의 부재에 따른 실언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에게 어필됐던 상식과 공정의 어젠다를 잃었다는 평가다. 정권교체를 위해 출마한 대권 유력주자의 컨텐츠가 빈약할뿐더러, 반문 메시지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비전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정치를 처음 시작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 그런 부분은 좀 많이 유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상 정치인의 화법에 서투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철학 부재
떠나는 중도

다만 인식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화법에서 생긴 불상사라는 것이다. 단순히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드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거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식이다. 특히 ‘페미니즘’ 발언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소개한 것 뿐”이라는 식의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신인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당 지도부와의 갈등설로 고초를 겪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 신지호 총괄부실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의 결정이라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며 이준석 대표의 탄핵을 공식 거론했다. 

이 대표는 격분했고,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내에선 콧대 높은 야권 1강과 유승민계 출신의 당 대표라는 태생적 갈등 요인 때문에 불협화음이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윤 전 총장과 당 지도부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부터 “경선버스는 8월 예정대로 출발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고, 윤 전 총장은 신중론을 펼쳤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지난 7월 말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캠프를 확대하자, 이 대표는 캠프 합류 인사들에게 징계를 경고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맥주 회동’을 통해 화합하는 듯했지만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없는 사이 전격 입당하며 갈등은 재점화됐다. 

입이 문제
잇단 자책골

다음 고비는 토론회다. 오는 18일 예정된 대선후보 1차 정책토론회를 두고 양측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토론회 참석을 압박하고 있고, 윤 전 총장은 토론 참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 불참할 경우는 지지율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토론회 불참은 지도부와의 불화설을 물론, 토론회를 회피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윤 전 총장으로서도 토론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았고, 공개토론 경험도 전무하다.

야권 1강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검증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윤 전 총장의 말투·제스처·표정에는 어설픈 부분이 많다. ‘쩍벌’이 대표적이다. 윤 전 총장은 그간 공식 석상에서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앉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국민들 앞에서만큼은 바짝 엎드리는 정치인과 달리 거만하게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다.

‘도리도리(좌중을 이리저리 계속 바라보며 말하는 행동에서 비롯된 별명)’ 논란도 있다. 대권 선언 기자회견 당시 윤 전 총장은 무려 740회가량 고개를 흔들어 ‘윤도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에~”와 같은 군소리를 남발 역시 거슬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잇단 실언 도마, 초짜의 정책·철학 부재?
신인 리스크, 이대로면 ‘야권’ 흔들린다

최근 윤 전 총장은 이미지 트레이닝 전문가들을 만나 수업을 받고 있다.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광고전문가 유현석씨가 캠프에 홍보실장으로 합류하면서 기여하고 있다. 다만 이는 윤 전 총장의 습관인 만큼 쉽게 고쳐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쏟아지는 논란 때문에 윤 전 총장 캠프는 레드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외 메시지의 모범답안을 미리 준비하고, 발언 현장에서 논란 소지와 왜곡이 있을 때 즉시 개입해 본래 취지로 바로잡기 위함이다. 아울러 전문가와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비판 여론이 큰 현안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근본적인 인식과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당장 급한 것은 윤 전 총장의 철학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윤 전 총장이 대외적으로 정책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반문 메시지가 전부다. 

야권으로서도 1강인 윤 전 총장의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큰 변수가 생길 우려가 크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한 후보들이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이들이 국민들에게 어필될 요인이 크게 없다는 분석이다. 

흔들리는 
야권 1강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전략과 비전이 전무하고, 야당 후보들이 여당에 비해 확실히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중도층이 매력을 느낄만한 콘텐츠를 가진 인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야권판이 크게 요동칠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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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