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미친' 코로나 시대 변칙 영업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9 12:01:26
  • 호수 1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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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도 잡아도…확산의 온상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극심한 매출 부진에 빠져 폐업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폐업이 무서워 방역수칙을 무시한 채 꼼수 영업하는 가게를 업종별로 살펴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4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4주째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최근 7일간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1200명에서 1800명대를 오르내렸다.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시행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고 있다. 

“경찰 모르게”
밤에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수도권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된다. 낮 시간대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따라 4명까지 모이는 게 가능하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 기준을 위반할 경우 개인은 과태료 10만원에 불과하지만 점포는 영업정지 및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방역수칙 위반 시 나오는 벌금보다 금전적인 영업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해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 

유흥업소들의 이 같은 꼼수 영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활개치고 있다. 유흥업소들이 경찰 단속을 피하려 대피할 수 있는 밀실을 만들거나 장소를 옮기는 등의 꼼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경찰이 단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소가 순순히 출입문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소방 등 협조를 받아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사이에 유흥주점 내 있던 사람들은 현장을 탈출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탈출로를 여러 개 만들어 놓는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주나 손님이 경찰 단속망을 피해 여러 탈출구로 흩어져 자리를 피한다. 단속을 피하고자 ‘멤버십’ 형태로 예약 손님을 받아 몰래 운영하는 업소도 있다.

경기 의정부의 한 유흥업소는 경찰이 단속에 들어서자, 창고 한쪽 벽면을 냉장고로 가린 밀실에 손님과 유흥접객원을 피신시키기도 했다.

단속 대비 비밀문·탈출구 설치 
경찰 피해 널뛰기·메뚜기 장사

아울러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불법으로 영업하는 업소도 등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가 최근 단속에 나선 역삼동의 한 업소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유흥주점으로 허가받아 영업하다 폐업신고한 뒤 지상 2층과 3층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손님을 모집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업소는 방 하나에 45만원 정도를 받았다.

일반음식점을 개조해 대낮부터 유흥업소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바(Bar)나 라이브카페 등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서 단속망을 피해서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런 곳은 음식점으로 개조한 뒤 룸을 만들거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무허가 유흥주점으로 영업한다.


성남의 한 업소는 옥상에 비밀 문을 설치해 운영했다. 단속 나온 경찰이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옥상 기둥 뒤나 건축자재 등 손님 여러 명이 숨기도 했다.

또 상가를 짧은 기간  잠깐 임대해 속칭 ‘메뚜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지역에 경찰 단속이 심해져 한 장소에서 오래 영업하면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장소를 빌려 옮겨 다니면서 영업하는 형태다.

숙박업소에서도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휴가철을 맞이해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각 숙박업소는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 파티, 서핑파티, 풀파티 등 사람이 몰리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서핑 등 수상스포츠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자 ‘게하 파티’를 포함한 수강·체험 패키지로 만드는 꼼수 영업이 성행한다.  

게하파티란 게스트하우스에서 4~6인용 공동 침실을 사용하며 저렴하게 숙박하는 여행객들이 저녁에 함께 모이는 술자리를 뜻한다. 이 파티에서는 숙박시설 이용객 간 즉석만남이 주선되기도 한다. 여전히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어 주민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게하파티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 정부에서 숙박시설 주관의 파티를 금지하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다. 

호텔 등 숙박업
○○파티 성행

게스트하우스 영업주는 게하파티 대신 ‘바비큐 디너파티’ ‘애프터 디너 펍’ 등 다른 이름으로 홍보한다. 게스트하우스 측이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스트하우스에 온 여행객들을 모아 파티를 여는 방식이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서핑 강습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는 홍보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꼼수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강원도 강릉과 양양, 그리고 제주도 등지에 밀집해있다. 

양양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 패키지를 세부적으로 나눠 여행객 맞춤형 게하파티를 열기도 했다. 바비큐와 펍 파티가 결합한 패키지는 4만5000원, 펍 파티만 이용할 경우 오후 10~12시까지 진행되며 2만원이 든다.

강릉시는 지난달 1일 영업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풀파티를 연 주문진 A호텔에 대해 10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강릉시에 따르면 A 호텔은 사전에 수차례 방역수칙 준수 당부에도 지난달 31일 오후 수십명이 참석한 가운데 풀파티를 열었다.

풀파티란 큰 수영장에서 음악과 춤을 즐기는 파티를 의미한다. 강릉시와 강릉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15분경 B 호텔을 찾아 확인한 결과 마스크 미착용, 거리두기 위반, 수영장 운영제한 위반 등 방역수칙을 어기며 풀파티가 열리는 현장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지난 3일부터 동해안 시·군 관계자 및 경찰과 합동으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풀파티가 열렸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특별점검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강릉시는 현재 자정까지 인력을 투입해 풀파티와 게하파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숙박업소에서 손님들을 모아 주류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사실상 파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일반음식점에서 오후 10시 이후 배짱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강남 일반음식점 2곳이 오후 10시 이후 종업원을 고용해 적발됐다. 영업을 끝냈어야 하는데도 음식점당 40~50명이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에서도 노래방 1곳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단체팀 OK!
간 큰 골프장

수원시 최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인계동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호객꾼이 성행하고 있다. 호객꾼은 “새벽까지 영업한다” “단속 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다” “아가씨도 부를 수 있다” 등의 말로 행인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안내하는 업소 대부분은 간판 불을 끈 채 불법영업을 지속하는 곳이다. 때문에 감염 상황 발생 시 접촉자 추적 등 역학조사 역시 어렵게 된다. 이 같은 불법영업은 인계동뿐 아니라 인근 영통 유흥가, 화성 동탄신도시 중심상가 등지에서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파주시 금촌의 새로 지은 한 상가 건물에 입주한 노래연습장은 대놓고 늦은 새벽까지 손님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은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노래연습장 외의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주택가와도 떨어져 있어 이 같은 배짱 영업이 가능하다.

인근의 또 다른 노래연습장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 현금이 아닌 카드로도 계산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노심초사하는 손님을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단속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킨다. 노래연습장의 불법영업은 오후 10시 이후 2·3차 술자리를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술만 마시는 조건으로 손님을 받은 뒤 노래연습장 문을 닫고 기존처럼 시간당 돈을 받고 있다.

안주는 손님이 직접 배달시킬 경우 단속을 우려해 업주가 대신 배달을 시킨 뒤 방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노래연습장 측은 “인근에 편의점이 있으니 편하게 사다가 드셔도 된다”고 안내까지 하고 있다. 일부 노래방 업주들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단속에 걸려 내는 벌금 100만~150만원보다 밤 10시 이후 장사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노래방 빌려 변태영업
접대부 항시 대기 중

이에 오후 6시를 넘겨도 테이블 나누기 등 꼼수를 저지르고 있다. 서울 번화가에 있는 한 술집은 6시가 지나자 손님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테이블을 따로 나눠 앉게 했다.

3명이 술을 마시던 한 일행은 오후 6시가 되자 밖으로 나와 “다 같이 놀고 싶어서 왔는데 6시부터는 따로 앉아야 한다면서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을 안내하더라”면서 “그렇게 되면 안주를 따로 시켜야 해서 돈도 더 들고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것도 아니라 나왔다”고 말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 5인 이상 모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이 5명 이상 단체예약을 받아 코스를 나눠 게임을 하거나, 단체고객을 팀별 계약으로 유인해 고객을 모집하는 등 방역수칙 위반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경기 지역 B 골프장은 5인 이상이 단체고객도 예약을 받는다. 방역수칙에 따라 5인 이상 단체 손님 예약이 불가한 게 정상적이지만 코스와 시간 등을 나눠 골프장 코스를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코스와 시간을 나눠 캐디 1명을 포함해 4인 1개 팀으로 코스를 도는 방법으로 꼼수를 부린다.

식사도 골프장 내 식당에서 테이블 간격을 벌려 거리두기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C 골프장도 3팀씩 12명 이상을 단체고객으로 분류해 예약을 받고 있다. 또 이곳은 단체고객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골프장 내 그늘집이나 대식당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12명의 단체모임이지만 예약자 이름을 4인 기준으로 다르게 해 예약받고 있다.

시간과 팀을 다르게 운영한다고 해도 같은 팀이면 골프장 내에서 사람이 섞일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일반 식당의 경우 테이블을 다르게 하더라도 5인 이상 모임이라면 엄격하게 금지하며 단속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골프장의 편법 운영이 다른 시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식당 등에서는 직계 가족이 아니면 5인 이상 사적모임을 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달 골프 모임으로 서울에서 12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골프장 확진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골프장 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나눠서 라운딩하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볼 수는 없지만 코스를 출발할 때 캐디를 빼고 5인 이상은 될 수 없도록 하고 단체로 예약을 하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골프장에 요청하고 있다”며 “음식을 섭취할 때 감염 우려가 가장 높은 만큼 5명 이상이 같이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함께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금보다 
무서운 폐업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4차 대유행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며 “한시라도 빨리 유행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2주 후에는 광복절 연휴가 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휴가지를 중심으로 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점검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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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