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미친' 코로나 시대 변칙 영업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9 12:01:26
  • 호수 1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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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도 잡아도…확산의 온상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극심한 매출 부진에 빠져 폐업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폐업이 무서워 방역수칙을 무시한 채 꼼수 영업하는 가게를 업종별로 살펴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4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4주째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최근 7일간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1200명에서 1800명대를 오르내렸다.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시행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고 있다. 

“경찰 모르게”
밤에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수도권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된다. 낮 시간대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따라 4명까지 모이는 게 가능하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 기준을 위반할 경우 개인은 과태료 10만원에 불과하지만 점포는 영업정지 및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방역수칙 위반 시 나오는 벌금보다 금전적인 영업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해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 

유흥업소들의 이 같은 꼼수 영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활개치고 있다. 유흥업소들이 경찰 단속을 피하려 대피할 수 있는 밀실을 만들거나 장소를 옮기는 등의 꼼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경찰이 단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소가 순순히 출입문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소방 등 협조를 받아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사이에 유흥주점 내 있던 사람들은 현장을 탈출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탈출로를 여러 개 만들어 놓는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주나 손님이 경찰 단속망을 피해 여러 탈출구로 흩어져 자리를 피한다. 단속을 피하고자 ‘멤버십’ 형태로 예약 손님을 받아 몰래 운영하는 업소도 있다.

경기 의정부의 한 유흥업소는 경찰이 단속에 들어서자, 창고 한쪽 벽면을 냉장고로 가린 밀실에 손님과 유흥접객원을 피신시키기도 했다.

단속 대비 비밀문·탈출구 설치 
경찰 피해 널뛰기·메뚜기 장사

아울러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불법으로 영업하는 업소도 등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가 최근 단속에 나선 역삼동의 한 업소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유흥주점으로 허가받아 영업하다 폐업신고한 뒤 지상 2층과 3층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손님을 모집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업소는 방 하나에 45만원 정도를 받았다.

일반음식점을 개조해 대낮부터 유흥업소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바(Bar)나 라이브카페 등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서 단속망을 피해서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런 곳은 음식점으로 개조한 뒤 룸을 만들거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무허가 유흥주점으로 영업한다.


성남의 한 업소는 옥상에 비밀 문을 설치해 운영했다. 단속 나온 경찰이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옥상 기둥 뒤나 건축자재 등 손님 여러 명이 숨기도 했다.

또 상가를 짧은 기간  잠깐 임대해 속칭 ‘메뚜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지역에 경찰 단속이 심해져 한 장소에서 오래 영업하면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장소를 빌려 옮겨 다니면서 영업하는 형태다.

숙박업소에서도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휴가철을 맞이해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각 숙박업소는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 파티, 서핑파티, 풀파티 등 사람이 몰리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서핑 등 수상스포츠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자 ‘게하 파티’를 포함한 수강·체험 패키지로 만드는 꼼수 영업이 성행한다.  

게하파티란 게스트하우스에서 4~6인용 공동 침실을 사용하며 저렴하게 숙박하는 여행객들이 저녁에 함께 모이는 술자리를 뜻한다. 이 파티에서는 숙박시설 이용객 간 즉석만남이 주선되기도 한다. 여전히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어 주민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게하파티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 정부에서 숙박시설 주관의 파티를 금지하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다. 

호텔 등 숙박업
○○파티 성행

게스트하우스 영업주는 게하파티 대신 ‘바비큐 디너파티’ ‘애프터 디너 펍’ 등 다른 이름으로 홍보한다. 게스트하우스 측이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스트하우스에 온 여행객들을 모아 파티를 여는 방식이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서핑 강습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는 홍보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꼼수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강원도 강릉과 양양, 그리고 제주도 등지에 밀집해있다. 

양양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 패키지를 세부적으로 나눠 여행객 맞춤형 게하파티를 열기도 했다. 바비큐와 펍 파티가 결합한 패키지는 4만5000원, 펍 파티만 이용할 경우 오후 10~12시까지 진행되며 2만원이 든다.

강릉시는 지난달 1일 영업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풀파티를 연 주문진 A호텔에 대해 10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강릉시에 따르면 A 호텔은 사전에 수차례 방역수칙 준수 당부에도 지난달 31일 오후 수십명이 참석한 가운데 풀파티를 열었다.

풀파티란 큰 수영장에서 음악과 춤을 즐기는 파티를 의미한다. 강릉시와 강릉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15분경 B 호텔을 찾아 확인한 결과 마스크 미착용, 거리두기 위반, 수영장 운영제한 위반 등 방역수칙을 어기며 풀파티가 열리는 현장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지난 3일부터 동해안 시·군 관계자 및 경찰과 합동으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풀파티가 열렸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특별점검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강릉시는 현재 자정까지 인력을 투입해 풀파티와 게하파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숙박업소에서 손님들을 모아 주류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사실상 파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일반음식점에서 오후 10시 이후 배짱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강남 일반음식점 2곳이 오후 10시 이후 종업원을 고용해 적발됐다. 영업을 끝냈어야 하는데도 음식점당 40~50명이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에서도 노래방 1곳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단체팀 OK!
간 큰 골프장

수원시 최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인계동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호객꾼이 성행하고 있다. 호객꾼은 “새벽까지 영업한다” “단속 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다” “아가씨도 부를 수 있다” 등의 말로 행인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안내하는 업소 대부분은 간판 불을 끈 채 불법영업을 지속하는 곳이다. 때문에 감염 상황 발생 시 접촉자 추적 등 역학조사 역시 어렵게 된다. 이 같은 불법영업은 인계동뿐 아니라 인근 영통 유흥가, 화성 동탄신도시 중심상가 등지에서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파주시 금촌의 새로 지은 한 상가 건물에 입주한 노래연습장은 대놓고 늦은 새벽까지 손님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은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노래연습장 외의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주택가와도 떨어져 있어 이 같은 배짱 영업이 가능하다.

인근의 또 다른 노래연습장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 현금이 아닌 카드로도 계산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노심초사하는 손님을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단속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킨다. 노래연습장의 불법영업은 오후 10시 이후 2·3차 술자리를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술만 마시는 조건으로 손님을 받은 뒤 노래연습장 문을 닫고 기존처럼 시간당 돈을 받고 있다.

안주는 손님이 직접 배달시킬 경우 단속을 우려해 업주가 대신 배달을 시킨 뒤 방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노래연습장 측은 “인근에 편의점이 있으니 편하게 사다가 드셔도 된다”고 안내까지 하고 있다. 일부 노래방 업주들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단속에 걸려 내는 벌금 100만~150만원보다 밤 10시 이후 장사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노래방 빌려 변태영업
접대부 항시 대기 중

이에 오후 6시를 넘겨도 테이블 나누기 등 꼼수를 저지르고 있다. 서울 번화가에 있는 한 술집은 6시가 지나자 손님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테이블을 따로 나눠 앉게 했다.

3명이 술을 마시던 한 일행은 오후 6시가 되자 밖으로 나와 “다 같이 놀고 싶어서 왔는데 6시부터는 따로 앉아야 한다면서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을 안내하더라”면서 “그렇게 되면 안주를 따로 시켜야 해서 돈도 더 들고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것도 아니라 나왔다”고 말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 5인 이상 모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이 5명 이상 단체예약을 받아 코스를 나눠 게임을 하거나, 단체고객을 팀별 계약으로 유인해 고객을 모집하는 등 방역수칙 위반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경기 지역 B 골프장은 5인 이상이 단체고객도 예약을 받는다. 방역수칙에 따라 5인 이상 단체 손님 예약이 불가한 게 정상적이지만 코스와 시간 등을 나눠 골프장 코스를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코스와 시간을 나눠 캐디 1명을 포함해 4인 1개 팀으로 코스를 도는 방법으로 꼼수를 부린다.

식사도 골프장 내 식당에서 테이블 간격을 벌려 거리두기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C 골프장도 3팀씩 12명 이상을 단체고객으로 분류해 예약을 받고 있다. 또 이곳은 단체고객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골프장 내 그늘집이나 대식당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12명의 단체모임이지만 예약자 이름을 4인 기준으로 다르게 해 예약받고 있다.

시간과 팀을 다르게 운영한다고 해도 같은 팀이면 골프장 내에서 사람이 섞일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일반 식당의 경우 테이블을 다르게 하더라도 5인 이상 모임이라면 엄격하게 금지하며 단속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골프장의 편법 운영이 다른 시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식당 등에서는 직계 가족이 아니면 5인 이상 사적모임을 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달 골프 모임으로 서울에서 12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골프장 확진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골프장 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나눠서 라운딩하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볼 수는 없지만 코스를 출발할 때 캐디를 빼고 5인 이상은 될 수 없도록 하고 단체로 예약을 하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골프장에 요청하고 있다”며 “음식을 섭취할 때 감염 우려가 가장 높은 만큼 5명 이상이 같이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함께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금보다 
무서운 폐업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4차 대유행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며 “한시라도 빨리 유행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2주 후에는 광복절 연휴가 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휴가지를 중심으로 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점검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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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