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미친' 코로나 시대 변칙 영업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9 12:01:26
  • 호수 1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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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도 잡아도…확산의 온상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극심한 매출 부진에 빠져 폐업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폐업이 무서워 방역수칙을 무시한 채 꼼수 영업하는 가게를 업종별로 살펴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4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4주째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최근 7일간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1200명에서 1800명대를 오르내렸다.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시행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고 있다. 

“경찰 모르게”
밤에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수도권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된다. 낮 시간대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따라 4명까지 모이는 게 가능하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 기준을 위반할 경우 개인은 과태료 10만원에 불과하지만 점포는 영업정지 및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방역수칙 위반 시 나오는 벌금보다 금전적인 영업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해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 

유흥업소들의 이 같은 꼼수 영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활개치고 있다. 유흥업소들이 경찰 단속을 피하려 대피할 수 있는 밀실을 만들거나 장소를 옮기는 등의 꼼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경찰이 단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소가 순순히 출입문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소방 등 협조를 받아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사이에 유흥주점 내 있던 사람들은 현장을 탈출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탈출로를 여러 개 만들어 놓는다.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주나 손님이 경찰 단속망을 피해 여러 탈출구로 흩어져 자리를 피한다. 단속을 피하고자 ‘멤버십’ 형태로 예약 손님을 받아 몰래 운영하는 업소도 있다.

경기 의정부의 한 유흥업소는 경찰이 단속에 들어서자, 창고 한쪽 벽면을 냉장고로 가린 밀실에 손님과 유흥접객원을 피신시키기도 했다.

단속 대비 비밀문·탈출구 설치 
경찰 피해 널뛰기·메뚜기 장사

아울러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불법으로 영업하는 업소도 등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가 최근 단속에 나선 역삼동의 한 업소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유흥주점으로 허가받아 영업하다 폐업신고한 뒤 지상 2층과 3층 모텔을 룸살롱으로 개조해 손님을 모집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업소는 방 하나에 45만원 정도를 받았다.

일반음식점을 개조해 대낮부터 유흥업소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바(Bar)나 라이브카페 등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서 단속망을 피해서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런 곳은 음식점으로 개조한 뒤 룸을 만들거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무허가 유흥주점으로 영업한다.


성남의 한 업소는 옥상에 비밀 문을 설치해 운영했다. 단속 나온 경찰이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옥상 기둥 뒤나 건축자재 등 손님 여러 명이 숨기도 했다.

또 상가를 짧은 기간  잠깐 임대해 속칭 ‘메뚜기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지역에 경찰 단속이 심해져 한 장소에서 오래 영업하면 적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장소를 빌려 옮겨 다니면서 영업하는 형태다.

숙박업소에서도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휴가철을 맞이해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각 숙박업소는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 파티, 서핑파티, 풀파티 등 사람이 몰리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서핑 등 수상스포츠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자 ‘게하 파티’를 포함한 수강·체험 패키지로 만드는 꼼수 영업이 성행한다.  

게하파티란 게스트하우스에서 4~6인용 공동 침실을 사용하며 저렴하게 숙박하는 여행객들이 저녁에 함께 모이는 술자리를 뜻한다. 이 파티에서는 숙박시설 이용객 간 즉석만남이 주선되기도 한다. 여전히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있어 주민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게하파티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 정부에서 숙박시설 주관의 파티를 금지하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다. 

호텔 등 숙박업
○○파티 성행

게스트하우스 영업주는 게하파티 대신 ‘바비큐 디너파티’ ‘애프터 디너 펍’ 등 다른 이름으로 홍보한다. 게스트하우스 측이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스트하우스에 온 여행객들을 모아 파티를 여는 방식이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서핑 강습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는 홍보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꼼수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강원도 강릉과 양양, 그리고 제주도 등지에 밀집해있다. 

양양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 패키지를 세부적으로 나눠 여행객 맞춤형 게하파티를 열기도 했다. 바비큐와 펍 파티가 결합한 패키지는 4만5000원, 펍 파티만 이용할 경우 오후 10~12시까지 진행되며 2만원이 든다.

강릉시는 지난달 1일 영업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풀파티를 연 주문진 A호텔에 대해 10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강릉시에 따르면 A 호텔은 사전에 수차례 방역수칙 준수 당부에도 지난달 31일 오후 수십명이 참석한 가운데 풀파티를 열었다.

풀파티란 큰 수영장에서 음악과 춤을 즐기는 파티를 의미한다. 강릉시와 강릉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15분경 B 호텔을 찾아 확인한 결과 마스크 미착용, 거리두기 위반, 수영장 운영제한 위반 등 방역수칙을 어기며 풀파티가 열리는 현장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지난 3일부터 동해안 시·군 관계자 및 경찰과 합동으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풀파티가 열렸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특별점검 대상이다. 이와 별도로 강릉시는 현재 자정까지 인력을 투입해 풀파티와 게하파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숙박업소에서 손님들을 모아 주류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사실상 파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일반음식점에서 오후 10시 이후 배짱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강남 일반음식점 2곳이 오후 10시 이후 종업원을 고용해 적발됐다. 영업을 끝냈어야 하는데도 음식점당 40~50명이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에서도 노래방 1곳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단체팀 OK!
간 큰 골프장

수원시 최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인계동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호객꾼이 성행하고 있다. 호객꾼은 “새벽까지 영업한다” “단속 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다” “아가씨도 부를 수 있다” 등의 말로 행인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안내하는 업소 대부분은 간판 불을 끈 채 불법영업을 지속하는 곳이다. 때문에 감염 상황 발생 시 접촉자 추적 등 역학조사 역시 어렵게 된다. 이 같은 불법영업은 인계동뿐 아니라 인근 영통 유흥가, 화성 동탄신도시 중심상가 등지에서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파주시 금촌의 새로 지은 한 상가 건물에 입주한 노래연습장은 대놓고 늦은 새벽까지 손님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은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노래연습장 외의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주택가와도 떨어져 있어 이 같은 배짱 영업이 가능하다.

인근의 또 다른 노래연습장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 현금이 아닌 카드로도 계산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노심초사하는 손님을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단속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킨다. 노래연습장의 불법영업은 오후 10시 이후 2·3차 술자리를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술만 마시는 조건으로 손님을 받은 뒤 노래연습장 문을 닫고 기존처럼 시간당 돈을 받고 있다.

안주는 손님이 직접 배달시킬 경우 단속을 우려해 업주가 대신 배달을 시킨 뒤 방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노래연습장 측은 “인근에 편의점이 있으니 편하게 사다가 드셔도 된다”고 안내까지 하고 있다. 일부 노래방 업주들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단속에 걸려 내는 벌금 100만~150만원보다 밤 10시 이후 장사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노래방 빌려 변태영업
접대부 항시 대기 중

이에 오후 6시를 넘겨도 테이블 나누기 등 꼼수를 저지르고 있다. 서울 번화가에 있는 한 술집은 6시가 지나자 손님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테이블을 따로 나눠 앉게 했다.

3명이 술을 마시던 한 일행은 오후 6시가 되자 밖으로 나와 “다 같이 놀고 싶어서 왔는데 6시부터는 따로 앉아야 한다면서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을 안내하더라”면서 “그렇게 되면 안주를 따로 시켜야 해서 돈도 더 들고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것도 아니라 나왔다”고 말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 5인 이상 모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이 5명 이상 단체예약을 받아 코스를 나눠 게임을 하거나, 단체고객을 팀별 계약으로 유인해 고객을 모집하는 등 방역수칙 위반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경기 지역 B 골프장은 5인 이상이 단체고객도 예약을 받는다. 방역수칙에 따라 5인 이상 단체 손님 예약이 불가한 게 정상적이지만 코스와 시간 등을 나눠 골프장 코스를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코스와 시간을 나눠 캐디 1명을 포함해 4인 1개 팀으로 코스를 도는 방법으로 꼼수를 부린다.

식사도 골프장 내 식당에서 테이블 간격을 벌려 거리두기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C 골프장도 3팀씩 12명 이상을 단체고객으로 분류해 예약을 받고 있다. 또 이곳은 단체고객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골프장 내 그늘집이나 대식당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12명의 단체모임이지만 예약자 이름을 4인 기준으로 다르게 해 예약받고 있다.

시간과 팀을 다르게 운영한다고 해도 같은 팀이면 골프장 내에서 사람이 섞일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일반 식당의 경우 테이블을 다르게 하더라도 5인 이상 모임이라면 엄격하게 금지하며 단속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골프장의 편법 운영이 다른 시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식당 등에서는 직계 가족이 아니면 5인 이상 사적모임을 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달 골프 모임으로 서울에서 12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골프장 확진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골프장 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나눠서 라운딩하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볼 수는 없지만 코스를 출발할 때 캐디를 빼고 5인 이상은 될 수 없도록 하고 단체로 예약을 하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골프장에 요청하고 있다”며 “음식을 섭취할 때 감염 우려가 가장 높은 만큼 5명 이상이 같이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함께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금보다 
무서운 폐업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4차 대유행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며 “한시라도 빨리 유행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2주 후에는 광복절 연휴가 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휴가지를 중심으로 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점검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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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