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배제? '정부 고리' 국세청 코드 인사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2 13:24:00
  • 호수 13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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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연줄 있는 사람만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세청은 지난 1일 고위공무원 가급 4자리와 나급 14자리에 대한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지역 안배 등 조직 내 현실 여건을 반영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관례를 무시한 ‘문재인 정부’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1급 인사는 단순한 고위직 인사가 아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국세청장 후보자를 뽑는 자리다. 국세청 인사는 특정 시기, 단 한 번의 기회다. 능력은 물론 행정고시 기수·출신 지역까지 고려한다. 각 출신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국세청 안팎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각 출신에
골고루 기회?

대통령 탄핵 이슈 전인 5년 전, 고위직 인사에는 이 같은 고민이 없었다. 집권당인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 지역은 TK(대구·경북)였고, TK 등 영남 출신 행시 36회 인재가 전면에 부상했다. 반면, 행시 34회, 35회, 36회, 37회 비 TK 인사들이 주목받지 못했다.

호남은 노골적으로 배제됐었다. 지난 정부에서는 단 한 명의 호남 출신 1급 승진자도 나오지 않았고 국세청 최고 요직 중 하나인 본청부 조사국장의 경우 2018년 7월 김명준 국장(전북 부안)이 나오기 전까지 15년간 호남 출신 조사국장이 없었다.

단순히 경합에서 진 것이 아니라 인사 후보군 자체에 넣지 않았다는 소문도 들렸다. 


현 정부 출범 후 국세청 인사는 ‘균형’ 기조로 돌아왔다. 행정고시 기수 서열 측면에서는 행시 35회 김현준 국세청장, 행시 36회 김대지 현 국세청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내년 차기 국세청장 후보에 행시 37회, 행시 38회가 올라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세청장을 제외하고 최선임 행시 기수인 37회 인사는 네 명이 있다. 예상대로 임광현 서울국세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임성빈 부산국세청장이 서울국세청장으로 임명됐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인사’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 불문율처럼 여겨져 오던 1급 1년이면 후진을 위한 용퇴라는 관행에 따라 문희철 국세청 차장은 용퇴했으나,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이 다시 1급으로 복귀한 뒤 나온 말이었다. 

1급 1년이면 후배 위한 용퇴
불문율 깬 인사…뒷얘기 무성

임광현 차장은 임성빈 청장보다 기수는 하나 내려간 행시 38회지만, 한발 앞서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 정부에서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활동한 인재들이 밀려나고, 비 TK 34~37회 인물들이 조명을 받지 못한 틈을 타 부상했다.

임광현 차장은 박근혜 대통령 제 2의 고향인 충청도 사람이기도 했다. 

임광현 차장은 사무관 임관 시기부터 특별한 재능과 능력으로 주목받았고, 지역 색깔을 막론하고 국세청 핵심 간부들의 제안을 받아 늘 조사 분야 핵심인재로 활동해왔다.


국세청 최고 요직이라는 서울청 조사4국장-국세청 조사국장-서울청장을 거쳤는데 현 정부 인사를 통틀어 이 같은 경력을 가진 것은 한승희 전 국세청장 외에 임광현 차장이 유일하다.

지난 정부에서 선배 기수가 대거 밀려났지만, 임광현 차장이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지난해 9월 현 보직인 서울국세청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불과 9개월 만에 국세청 차장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때문일까.

임광현 차장의 탄탄대로 ‘관운’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관운도 업무능력이 탁월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국세청이 배포한 고위공무원단 인사명단 자료에 따르면 임광현 차장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국세청 내 엘리트로 평가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조사국장을 두루 역임한 ‘조사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임성빈 청장도 서울국세청 조사 4국장 이력이 있다. 그의 경쟁자는 김창기 중부지방국세청장, 강민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었다. 현 정부가 처음 뽑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이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급에 승진했고, 늘 국세청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입맛 따라
누가 뽑나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정권을 막론하고 늘 능력 중심 인사가 단행된다. 대규모 탈세 조사를 담당하기에 검찰과 경찰 등 각 주요 사정당국 정보가 오갔다. 본청 조사국 외에 별도로 조사수집부서를 가진 유일한 부서기도 하다. 

사정당국으로서 국세청 권위를 상징하는 부서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며 국세청 요원 중 최고 인재가 이곳에 배치된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청와대와 여당까지 능력과 특히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다. 현 정부 초대 국세청장인 한승희 국세청장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이다.

임성빈 청장은 사무관 임관 시절부터 주목받았지만, 이명박정부 출범 후 사실상 강등의 삶을 살았다. 모두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당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들은 기관과 출신을 막론하고 줄줄이 인사에서 배제됐다. 1급 자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다 기획재정부 2급 국장 지위를 전전한 구윤철 현 국무조정실장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 인사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다. 이들이 ‘귀한 1급’ 직위를 두 번이나 거쳤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고위직일수록 후보들은 많은데 자리는 몇 없는 송곳형 인사 구조기에 한 번 좋은 자리를 간 사람은 특별한 사정없이는 후배를 위해 명예퇴직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현 1급 중 국세청장 후보를 남기더라도 한 명만 남기는 것이 지난 인사 관행이기도 했다.  

타 기관과의 행정고시 기수 균형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행시 35회),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행시 33회), 임재현 관세청장(행시 34회)은 직렬상 국세청장과 동급이다. 


또 김창기 중부국세청장(행시 37회, 경북 봉화)은 현 보직에 내정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부산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김 청장 후임으로는 김재철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세대 4기, 전남 장흥)이 내정됐다.

잇단 파격
희비 갈려

이밖에도 이판식 부산국세청 징세송무국장(세대 4기·전남 장흥)은 송기봉 광주국세청장(행시 38회, 전북 고창)의 뒤를 잇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 고위공무원단의 인사 기준은 행시와 비고시(세무대) 그리고 현 정부와 인연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대지 국세청장을 필두로 이번 인사에 명단을 올린 (행시 출신)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 등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성빈 청장은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이다.

또 (세대 출신) 이판식 국장의 경우에는 참여정부 시절(2006년 6월) 사무관 직책으로 청와대에 파견, 불과 2년도 안돼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국세청에 복귀했다. 이후로 2019년 2월 또 다시 청와대에 파견돼 2020년 초,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후 채 1년 남짓한 사이에 고위직 나급(2급) 광주국세청장에 내정된 것은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국세청 1급 승진 하마평에서 빠지지 않았던 강민수 본청 법인납세국장(37회·창원)과 정철우 본청 징세법무국장(행시 37회, 경북 경주), 이현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등은 각각 대전국세청장과 국세공무원교육원장 그리고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공교롭게 이들은 모두 참여정부 뿐만 아니라 현 정부 인사와도 인연이 깊지 않아 고배 아닌 고배를 마셨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행시기수 양보와 배려 사라져
인연 없는 인물 퇴출당했다?

이번에 발표된 인사들 중 한경선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박근재 본청 조사기획과장, 이태훈 본청 세원정보과장, 강영진 서울청 조사1국1과장, 이상걸 서울청 국제조사관리과장 등 5명을 콕 집어 분야별 전문가여서 발탁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임명된 박근재 과장의 경우 2014년 통영서장, 2015년 중부청 법인신고분석과장, 2016년 용인서장, 2017년 외교부 파견, 2020년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최근 7년간 조사 파트에 근무한 경력이 없다. 청장을 보좌하다가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이다.

감찰담당관의 경우 강영진 감찰담당관이 서울청 조사1-1과장으로 가고 윤창복 국세청 조사1과장이 감찰과장 자리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에서 본청 조사국에 세무대학 출신들의 명맥이 끊기면서 그 아쉬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최근 5년간 본청 조사국 과장급 프로필을 살펴보면, 그동안 국세청 조사국에는 세무대학 출신의 과장이 반드시 유지돼왔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세무대학 출신이 사라지게 됐다.

2017년 상반기 이호석 국제조사과장(세대3), 구상호 세원정보과장(세대3), 김진우 조사1과장(세대6), 김운섭 조사2과장(세대1) 등 4명의 세대출신이 있었으나, 2017년 하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등 2명으로 줄고, 2018년 상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2018년 하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 2019년 상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까지 계속해서 2명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9년 하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으로 1명으로 줄었다가 2020년 상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 한경선 조사분석과장(세대6) 2명으로 늘었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세대 6기 출신의 한경선 조사2과장만이 홀로 명맥을 이어오다 이번 과장급 인사에서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세대출신이 자취를 감췄다.

본청 짐입
더 힘들어?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세대 출신이 본청으로 전입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갈수록 ‘행정고시 천하’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본청으로 들어온 7명의 과장 중 행시는 5명인데 비해 비고시는 2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세무대학 출신이 1명, 7급 공채가 1명이었다. 비고시 출신의 비율이 많은 국세청 조직이지만 결국 고위직으로 향하는 관문은 비고시들에겐 높기만하다는 푸념이 많다. 

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당시 ‘비고시 직원이 빠르게 갈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으나 결국 많은 비고시 출신 국세공무원들에게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인사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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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