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배제? '정부 고리' 국세청 코드 인사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2 13:24:00
  • 호수 1331호
  • 댓글 0개

여전히…연줄 있는 사람만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세청은 지난 1일 고위공무원 가급 4자리와 나급 14자리에 대한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지역 안배 등 조직 내 현실 여건을 반영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관례를 무시한 ‘문재인 정부’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1급 인사는 단순한 고위직 인사가 아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국세청장 후보자를 뽑는 자리다. 국세청 인사는 특정 시기, 단 한 번의 기회다. 능력은 물론 행정고시 기수·출신 지역까지 고려한다. 각 출신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국세청 안팎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각 출신에
골고루 기회?

대통령 탄핵 이슈 전인 5년 전, 고위직 인사에는 이 같은 고민이 없었다. 집권당인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 지역은 TK(대구·경북)였고, TK 등 영남 출신 행시 36회 인재가 전면에 부상했다. 반면, 행시 34회, 35회, 36회, 37회 비 TK 인사들이 주목받지 못했다.

호남은 노골적으로 배제됐었다. 지난 정부에서는 단 한 명의 호남 출신 1급 승진자도 나오지 않았고 국세청 최고 요직 중 하나인 본청부 조사국장의 경우 2018년 7월 김명준 국장(전북 부안)이 나오기 전까지 15년간 호남 출신 조사국장이 없었다.

단순히 경합에서 진 것이 아니라 인사 후보군 자체에 넣지 않았다는 소문도 들렸다. 


현 정부 출범 후 국세청 인사는 ‘균형’ 기조로 돌아왔다. 행정고시 기수 서열 측면에서는 행시 35회 김현준 국세청장, 행시 36회 김대지 현 국세청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내년 차기 국세청장 후보에 행시 37회, 행시 38회가 올라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세청장을 제외하고 최선임 행시 기수인 37회 인사는 네 명이 있다. 예상대로 임광현 서울국세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임성빈 부산국세청장이 서울국세청장으로 임명됐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인사’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 불문율처럼 여겨져 오던 1급 1년이면 후진을 위한 용퇴라는 관행에 따라 문희철 국세청 차장은 용퇴했으나,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이 다시 1급으로 복귀한 뒤 나온 말이었다. 

1급 1년이면 후배 위한 용퇴
불문율 깬 인사…뒷얘기 무성

임광현 차장은 임성빈 청장보다 기수는 하나 내려간 행시 38회지만, 한발 앞서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 정부에서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활동한 인재들이 밀려나고, 비 TK 34~37회 인물들이 조명을 받지 못한 틈을 타 부상했다.

임광현 차장은 박근혜 대통령 제 2의 고향인 충청도 사람이기도 했다. 

임광현 차장은 사무관 임관 시기부터 특별한 재능과 능력으로 주목받았고, 지역 색깔을 막론하고 국세청 핵심 간부들의 제안을 받아 늘 조사 분야 핵심인재로 활동해왔다.


국세청 최고 요직이라는 서울청 조사4국장-국세청 조사국장-서울청장을 거쳤는데 현 정부 인사를 통틀어 이 같은 경력을 가진 것은 한승희 전 국세청장 외에 임광현 차장이 유일하다.

지난 정부에서 선배 기수가 대거 밀려났지만, 임광현 차장이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지난해 9월 현 보직인 서울국세청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불과 9개월 만에 국세청 차장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때문일까.

임광현 차장의 탄탄대로 ‘관운’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관운도 업무능력이 탁월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국세청이 배포한 고위공무원단 인사명단 자료에 따르면 임광현 차장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국세청 내 엘리트로 평가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조사국장을 두루 역임한 ‘조사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임성빈 청장도 서울국세청 조사 4국장 이력이 있다. 그의 경쟁자는 김창기 중부지방국세청장, 강민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었다. 현 정부가 처음 뽑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이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급에 승진했고, 늘 국세청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입맛 따라
누가 뽑나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정권을 막론하고 늘 능력 중심 인사가 단행된다. 대규모 탈세 조사를 담당하기에 검찰과 경찰 등 각 주요 사정당국 정보가 오갔다. 본청 조사국 외에 별도로 조사수집부서를 가진 유일한 부서기도 하다. 

사정당국으로서 국세청 권위를 상징하는 부서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며 국세청 요원 중 최고 인재가 이곳에 배치된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청와대와 여당까지 능력과 특히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다. 현 정부 초대 국세청장인 한승희 국세청장도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이다.

임성빈 청장은 사무관 임관 시절부터 주목받았지만, 이명박정부 출범 후 사실상 강등의 삶을 살았다. 모두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당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들은 기관과 출신을 막론하고 줄줄이 인사에서 배제됐다. 1급 자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다 기획재정부 2급 국장 지위를 전전한 구윤철 현 국무조정실장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 인사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다. 이들이 ‘귀한 1급’ 직위를 두 번이나 거쳤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고위직일수록 후보들은 많은데 자리는 몇 없는 송곳형 인사 구조기에 한 번 좋은 자리를 간 사람은 특별한 사정없이는 후배를 위해 명예퇴직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현 1급 중 국세청장 후보를 남기더라도 한 명만 남기는 것이 지난 인사 관행이기도 했다.  

타 기관과의 행정고시 기수 균형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행시 35회),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행시 33회), 임재현 관세청장(행시 34회)은 직렬상 국세청장과 동급이다. 


또 김창기 중부국세청장(행시 37회, 경북 봉화)은 현 보직에 내정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부산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김 청장 후임으로는 김재철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세대 4기, 전남 장흥)이 내정됐다.

잇단 파격
희비 갈려

이밖에도 이판식 부산국세청 징세송무국장(세대 4기·전남 장흥)은 송기봉 광주국세청장(행시 38회, 전북 고창)의 뒤를 잇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 고위공무원단의 인사 기준은 행시와 비고시(세무대) 그리고 현 정부와 인연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대지 국세청장을 필두로 이번 인사에 명단을 올린 (행시 출신) 임광현 차장과 임성빈 청장 등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성빈 청장은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이다.

또 (세대 출신) 이판식 국장의 경우에는 참여정부 시절(2006년 6월) 사무관 직책으로 청와대에 파견, 불과 2년도 안돼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국세청에 복귀했다. 이후로 2019년 2월 또 다시 청와대에 파견돼 2020년 초,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후 채 1년 남짓한 사이에 고위직 나급(2급) 광주국세청장에 내정된 것은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국세청 1급 승진 하마평에서 빠지지 않았던 강민수 본청 법인납세국장(37회·창원)과 정철우 본청 징세법무국장(행시 37회, 경북 경주), 이현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등은 각각 대전국세청장과 국세공무원교육원장 그리고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공교롭게 이들은 모두 참여정부 뿐만 아니라 현 정부 인사와도 인연이 깊지 않아 고배 아닌 고배를 마셨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행시기수 양보와 배려 사라져
인연 없는 인물 퇴출당했다?

이번에 발표된 인사들 중 한경선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박근재 본청 조사기획과장, 이태훈 본청 세원정보과장, 강영진 서울청 조사1국1과장, 이상걸 서울청 국제조사관리과장 등 5명을 콕 집어 분야별 전문가여서 발탁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임명된 박근재 과장의 경우 2014년 통영서장, 2015년 중부청 법인신고분석과장, 2016년 용인서장, 2017년 외교부 파견, 2020년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최근 7년간 조사 파트에 근무한 경력이 없다. 청장을 보좌하다가 본청 조사기획과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이다.

감찰담당관의 경우 강영진 감찰담당관이 서울청 조사1-1과장으로 가고 윤창복 국세청 조사1과장이 감찰과장 자리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에서 본청 조사국에 세무대학 출신들의 명맥이 끊기면서 그 아쉬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최근 5년간 본청 조사국 과장급 프로필을 살펴보면, 그동안 국세청 조사국에는 세무대학 출신의 과장이 반드시 유지돼왔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세무대학 출신이 사라지게 됐다.

2017년 상반기 이호석 국제조사과장(세대3), 구상호 세원정보과장(세대3), 김진우 조사1과장(세대6), 김운섭 조사2과장(세대1) 등 4명의 세대출신이 있었으나, 2017년 하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등 2명으로 줄고, 2018년 상반기 채정석 조사1과장(세대2), 김진호 조사2과장(세대3), 2018년 하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 2019년 상반기 김진호 조사1과장(세대3), 백승훈 조사2과장(세대4)까지 계속해서 2명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9년 하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으로 1명으로 줄었다가 2020년 상반기 백승훈 조사1과장(세대4), 한경선 조사분석과장(세대6) 2명으로 늘었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세대 6기 출신의 한경선 조사2과장만이 홀로 명맥을 이어오다 이번 과장급 인사에서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세대출신이 자취를 감췄다.

본청 짐입
더 힘들어?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세대 출신이 본청으로 전입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갈수록 ‘행정고시 천하’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본청으로 들어온 7명의 과장 중 행시는 5명인데 비해 비고시는 2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세무대학 출신이 1명, 7급 공채가 1명이었다. 비고시 출신의 비율이 많은 국세청 조직이지만 결국 고위직으로 향하는 관문은 비고시들에겐 높기만하다는 푸념이 많다. 

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당시 ‘비고시 직원이 빠르게 갈 수 있는 트랙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으나 결국 많은 비고시 출신 국세공무원들에게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인사라는 평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