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항마' 최재형의 매력 포인트

“윤 못 믿어” 플랜B 카드 꺼내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 대변인 사퇴, 전언 정치로 여야의 비판을 받자 지지율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공정함에 있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비판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최 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발언으로 곧 대선 출마를 선언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대립
미담 제조기

최 원장이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자 야권의 대선 지형이 또다시 꿈틀대는 모양새다. 다만 최 원장은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곧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선 판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피하지 않으며 사실상 출마가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일~22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최 원장의 지지율은 3.7%로 전주 기록했던 1.5% 수치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여야를 통틀어 전체 6위를 기록했고, 야권으로 좁히면 윤석열 전 총장(32.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1%)을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으로는 윤 전 총장이 최근 X파일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대감과 달리 피로감이 높아져 일부 보수층의 표심이 최 원장에게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원장은 공관 정리설과 경기고 동문들이 대선 지원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퇴하는 순간 지지율이 급반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플랜B 카드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정부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서슴지 않고, 미담과 공정함을 무기로 가진 최 원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권이 최 원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미담 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뒤따라 붙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학창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학교에 함께 등·하교 하며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뒤 함께 사법시험을 통과한 과거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담·공정성 앞세워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
“MZ세대 잡아라”사람 냄새나는 미스터 클린

강 변호사 일화 외에도 과거 두 아들을 입양한 뒤, 8년 동안 두 아들의 성장일기를 한국입양홍보회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썼던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최 원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강명훈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현재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론 출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미담 사례들은 과거 인사청문회 시기에 여당에서 감사원장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최 원장이 적합하다고 평가한 대목 중 하나다.

병역과 관련된 사안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적다. 최 원장의 아버지는 대한해협 6·25 참전 용사고, 최 원장은 군 법무관으로 복무, 대위로 전역했다.

두 아들 역시 군대를 제대했거나 현재 복무 중이다. 보수 인사들 중 일부가 군 문제로 비판받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야권 입장에서는 최 원장의 등장으로 미담과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표심을 잡기에도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풀이된다.

MZ세대가 도덕성 외에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공정이다. 젊은 중도층은 공정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비판할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선호해왔다.

이런 점에서도 야권은 최 원장이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했다. 판사 출신으로 30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최 원장은 뼈 속까지 판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인간미
철철∼

지난 2018년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 김오수 당시 법무부차관(현 검찰총장) 감사위원 내정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적법성에 따른 감사였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된 감사에서도 “서울시교육청 감사 사건은 공정의 문제인데 변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며 스스로도 공정을 강조해왔다. 야권은 최 원장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데서 최 원장을 윤 전 총장을 압박할 매력적인 카드로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정치권 밖에 있었던 인물이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반문(반 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할 힘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경남(PK)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최 원장의 고향이 경남 진해라는 지역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을 지지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하는 인사들도 PK(부산·경남)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을 직접 만나 대선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으로 부산 출신이다. 비록 최 원장이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녔지만 PK가 최 원장의 출신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PK는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요충지로 꼽힌다. 인구가 많고 스윙 보터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PK 표심을 잡는 사람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PK 필승론’도 있다.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도 최 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TK 지역 의원 상당수는 최 원장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정치 입문을 선언한 뒤,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층 한 의원은 “정치에서 중요한 게 고정 지지층에게 경쟁력을 갖추는 건데, 그런 면에서 최 원장이 앞으로 출마를 선언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은 대체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내외 견제?

또 다른 보수층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특정 후보에게 쏠려 있지 않은 분위기”라며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 원장의 대권 도전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다른 비정치인 출신 인물들처럼 정치에서 한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미담과 공정을 주무기로 내세울 수 있지만 인지도에서는 뒤쳐진다는 반응이다. 야권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아직 한 자리수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미담과 정부에 대한 대립각으로 몇 차례 주목을 끌었으나 인지도 면에서 뒤처지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출마 선언을 통한 신속한 결단을 내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정치 경력이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대선이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 원장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다만 야권에서는 최 원장이 입당을 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대한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0선 전성시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정치 경력이 없는 이들이 급부상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경력은 대권주자의 필수 이력으로 꼽힌다.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를 중심으로 주요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의사 결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과 이해관계가 다른 의원들을 상대하면서 습득하는 의정활동 경험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코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요충지 ‘PK 필승론’
인지도와 정치경력 없는 게 단점

최 원장은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는 문제도 거론된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두고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 등을 생각해본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최 원장은 원칙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뢰감이 높았으나 법사위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권에서도 최 원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중요한 감사원장이 임기를 끝마치지 않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의 견제구가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다. 또 윤 전 총장과 달리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상황이 아니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최 원장을 영입하는 데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최 원장은 28일 오전에 사퇴를 선언했다). 

최 원장의 아버지가 최 원장에게 전했던 말도 대선 출마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 원장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최근 한 방송에서 “얼마 전 둘째(최 원장)의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리판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런 단점과 부담들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입당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주도해 보수 진영에겐 반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것은 윤 전 총장의 탓이 있다고 여기는 국민의힘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계 출신 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야권은 여권에 대립각을 세운 윤 전 총장을 바라봤으나 최 원장이 사퇴하는 순간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과 영남권 의원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을 내세워 대권 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헌도 
가능하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체 카드로써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개헌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면 최 원장이 당선되면 임기 2년 후 내각제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의 일부 지인들은 개헌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당한 홍준표 역할론
1년3개월 만에 돌아온 ‘홍반장’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1년3개월만에 국민의 힘으로 복당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최고위 회의 후 “홍 의원에 대한 복당이 반대 의견 없이 통과했다”며 “효력은 즉시 발효돼 지금 이 순간부터 홍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3월2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험지 출마 요구와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복당을 시도했으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에 부딪혀 복당이 무산된 바 있다.

21대 총선 앞두고 탈당
곧바로 윤석열 견제 시작

복당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견제에 나섰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X파일을 언급하며 “등판하기도 전에 여러 의혹이 있다. 나오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며 “본인이 검증을 피하려고 해서 검증이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야권에서 연일 플랜B 카드를 꺼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는 늦츨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복귀로 야권 대선주자들의 눈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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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