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3조?' 대우건설 밀실·졸속 매각 논란

뭐가 그리 급해서 번갯불에 콩 볶듯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산업은행의 오랜 숙제인 대우건설의 매각전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 실적이 좋아지며 기업가치가 오르자 인수 희망자들이 속속 나오는 분위기. 하지만 일각에선 노조 등 내부 반발도 있어 매각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졸속 매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6월2일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자기이익 중심으로 밀실 매각·특혜 매각을 시도하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설산업 발전은 뒷전이고, 인센티브에 눈먼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는 각성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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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노조는 “DS네트워크는 시행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기업이고, 중흥건설은 현재 지역 업체에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대표이사가 비자금 조성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이력이 있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매각 방법 등 기본원칙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인수 의향자들과 접촉하고 매각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었던 것은 각 업체와 산은 및 KDB인베스트먼트의 짬짬이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건설 지분을 양도해 관리함으로써 대우건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매각 진행 과정을 보면 관리의 효율성이 아닌,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매각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성공적 매각을 위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대우건설 임직원들과 선 대화를 통해 대우건설의 지속경영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노동조합은 현 시간부로 대우건설의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총력투쟁 태세에 돌입할 것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매각을 담당하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대현 사장 등 산은 출신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원장으로 있었던 금융연구원 상임 자문위원 출신인 임병철 부사장 등이 이끌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날 기준 대우건설 시가총액은 3조5827억원으로 매각 대상은 KDB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50.75%)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매각가로 2조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은이 대우건설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혈세가 약 3조2000억원으로 코로나19로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한 투입혈세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매각가가 결정돼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경영 프리미엄 없이 현재 시가총액만으로도 3조원 이상의 가격이 가능한데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2조원대로 매각하게 되면 헐값 매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지적이다.

다만 산은은 혈세 손실이 나더라도 배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정관을 개정한 상태다.


대우건설의 잦은 산재 사망사고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28일부로 대우건설 본사와 소속 현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했다. 이는 대우건설이 최근 2년간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업체로서 안전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예방이 필요함에도 불구, 올해 들어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에 따른 특별조치다.

산업은행 오랜 숙제 매각전 속도
정권 말에 허겁지겁 “결사반대”

특히 고용부는 “지난 10년간 대우건설과 관련된 사망사고는 56건(총 57명 사망)으로 이 중 40명은 하청 노동자”라며 “국내 100대 건설회사 중 연평균 5건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대우건설이 유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김형 사장이 지난 신년사에서도 약속했던 안전경영이 허울뿐인 구호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김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우선 기본 과제이자 원칙인 안전 및 품질 관리가 관행과 타성에 젖어 형식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가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하자”고 당부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전일 매각 주관사인 BDA메릴린치를 통해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본입찰 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국내 PEF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DS네트웍스 컨소시엄, 중흥건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외에도 중국 최대 건설사 중국건축공정총공사, 아부다비투자청, IMM PE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맞물려 대우건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고 풍부한 신규 수주 및 수주 잔고로 사업 안정성도 높아져 인수검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수자금이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면서 자금 조달의 부담 역시 클 것이라고 관측도 나온다.

실제 조 단위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게 우선협상자 선정 관건인 만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KDB산업은행과, 중흥건설은 미래에셋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금융 조달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KDB인베스트먼트와 매각 주관사에 대우건설 매각 진행과 관련 질의 답변을 요청한 바 있다.

노조가 보낸 공문에는 ▲인수 희망사와 매각에 대해 논의 시점과 제공한 자료범위 ▲아부다비투자청이 산은, KDB인베스트먼트, 매각 주관사를 통해 제안한 내용 ▲매각 절차 및 일정 계획 ▲인수 희망사의 국내외 실사 계획과 범위 ▲지속 건전한 경영 위한 매수자의 자격 및 계약 조건 사항 ▲매각 시 대우건설 임직원 의견 반영을 위한 협의 예정 시점 등이 담겨있다.


노조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의사를 표시한 다수의 업체들에게 6월 중 구속력 있는 인수 의향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며 빠르면 7월, 늦어도 8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서면으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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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노조 심상철 위원장은 지난 2일 산업은행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백브리핑을 통해 “산업은행이 그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실사 저지도 포함된다. 과거 노동조합이 해왔던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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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