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연기론 웃고 우는 잠룡들

몸 풀고 진흙탕으로 다이빙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대선 경선 연기론에 불이 붙었다. 애초 여권 잠룡들은 대부분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신경전에 이어 내홍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대선 국면에 진입하기 전, 당내 일각에서는 대선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경선 연기론은 공식적으로 검토되거나 공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의 장외 여론전이 이어지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자리 잡았다.

조용했는데
공식 제기

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에 가장 먼저 불을 지핀 인물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다. 친문(친 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전 의원은 지난달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후보 경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대선 경선에 공식입장을 낸 건 전 의원이 처음이었다. 그 만큼 눈길을 끌었다.

여권 잠룡들은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관망세에 가까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서는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정도의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 측이 반발한 배경에는 경선 경쟁력이 있었다. 이 지사는 최근까지도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크게 제치며 여권 1강의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다. 경선 연기가 후발주자들에게는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질 수 있지만, 선두주자인 이 지사에게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 지사 등 당사자들은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았지만 측근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경선 연기를 최초 언급한 전 의원 발언 이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나섰다.

이재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당시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벌기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들어 본선에서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며 경선 연기에 선을 그었다.

장외전의 서막이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당내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차기 대선주자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데다가 민주당 지도부에서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18일 “민주당 당헌·당규에 경선룰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씀만 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선 경선 연기론이 민주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모양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외에 후발주자들이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구동성으로 대선 경선 연기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현실로 다가온 경선 연기 가능성, 왜?
이낙연·정세균 공개 발언으로 ‘군불’ 

대선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끝나고 백신 문제에 안정감이 생겼을 때 경선을 시작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밝혔다.

앞서 대선 경선 연기를 처음 공식 언급했던 전 의원 역시 경선을 미뤄야 하는 이유로 코로나19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전 의원은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지사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최 지사는 지난 7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코로나19로 인원이 제한되다보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며 “대선 경선은 7~8월 휴가철에 진행되기 때문에 더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선주자인 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코로나19 극복 성과를 피부로 느끼고, 빛나는 경제 성적표가 가시화될 때까지 민주당의 대선 경선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대권 출마를 선언한 양승조 충남지사도 경선 연기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양 지사는 지난 9일 대전CBS <12시엔 시사>에 출연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선수가 룰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선수 입장에서 벗어나 말씀드린다면’이라는 전제와 함께 “역동성 있는 경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선 연기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다.

후발주자들이 잇달아 대선 경선 연기를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반 이재명 전선’의 구축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직접 대선 경선 연기를 주장하면서 반 이재명 연대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됐다.

후발주자
줄줄이 나서

정 전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경선 규칙은 필요하면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당헌·당규 상 경선 관련 규정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다”라며 경선 연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후보 선출은 대선 180일 전인 오는 9월10일 이뤄져야 한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종합적으로 보면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의 시기나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 지도부가 논의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집단면역 시기에 맞춰 경선 흥행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 전 총리의 발언은 곧 ‘반 이재명 연대’로 해석됐다. 공교롭게도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함께 경기도 기초단체장 17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경선 연기론을 언급했는데, 이 지사와 갈등을 겪은 바 있는 조광한 남양주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은수미 성남시장 등이 참석했다. 경선 연기를 반대하는 이 지사의 관할 지역 단체장들과 만나며 경선 연기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뉴스1>에 따르면 당시 한 참석자는 “이 지사와 갈등을 겪은 조광한·은수미·염태영 시장 등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며 “도내 반이재명 연대가 결성되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튿날에도 경선 연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 전 총리는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경선 시기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당헌을 바꾸는 게 아니다”라며 “경선 준비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시기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하는 게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근거는 당헌·당규에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의원 역시 해당 조항을 근거로 경선 연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대권 주자
공개 언급

여기에 정 전 총리의 측근들까지 가세했다. 정 전 총리 지지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10일 “(대선 경선 연기로)당내 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 지사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큰 정치인으로 부각되는 그런 논의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 의원은 2001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경선을 수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당시에도 경선룰에 대한 논란이 심했는데 큰 정치인으로 부각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에둘러 이 지사가 경선 연기를 수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 전 대표도 경선 연기론 쪽으로 선회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경선 연기에 대해 “당내 의견이 이렇게 분분하다면 지도부가 빨리 정리해주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어 ‘경선이 본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의 측근들도 지원에 나섰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방식을)리그전 토너먼트를 통해 역동성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선 시기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홍익표 의원 역시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주자와 캠프들 간에 한 번 논의를 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이 지사 측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 지사를 공개 지지하고 있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을 두 달 미룬다고 방역 염려가 사라지고 (대선 경선)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건 불확실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박 의원은 “예비후보자 등록이 불과 열흘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경선 연기론으로 당내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지층의 내홍과 실망만 키워서 당에는 무익하고 상대 당에는 호재가 되는 일”이라며 “당 지도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이미 정해진 경선 절차대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주자 측근들 목소리 높이며 장외전
본선 전략 위해 ‘반 이재명 연대’ 구축?

이 지사 지지모임인 성공포럼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 대선후보 측에서 연일 경선 연기 군불을 때더니, 정 전 총리께서도 직접 연기를 거론하셨다”며 “후보등록을 두 주가량 앞두고 많이 급하셨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체통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대선 경선 연기가 이 지사에 대한 견제로 읽히는 가운데,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사실상 이 지사의 독주와 다르지 않은 오늘날 판세를 뒤집어 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국민 행복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토지에서 비롯되는 불공정·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 부활을 위한 개헌을 제안한 것이다.

정 전 총리 역시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만약 제가 다음에 대통령이 되고 4년 중임제 개정에 성공한다면 임기를 1년 단축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과 반대로 이 지사는 개헌에 신중한 모양새다. 지난달 이 지사는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라며 개헌보다는 민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지금까지 민생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없고 민생과 개헌 논의는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휼을 위한 제도가 헌법에 담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지사에 대한 견제가 ‘경선 2위 반전 가능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본경선에 안착할 후보들은 과반 득표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1위와 2위 후보 간의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앞서 치러질 예비경선에서 탈락하거나 중도하차하는 후보들의 표를 2위 후보가 가져올 수 있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반 이재명 연대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2위 반전 
노린다?

반면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박용진 의원은 대선 경선 연기론이나 반 이재명 전선에 선을 긋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지난 10일 경선 연기론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논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반 이재명 전선’에 관심이 없다. 누구 반대하면서 정치하나.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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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