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상수원보호구역 논란 그 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8 09:48:54
  • 호수 13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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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870명 사는 마을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팔당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래카드들은 아름다운 절경에 옥의 티다.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두물머리는 나들이 코스로 유명하다. 외지인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 정작 조안면 주민은 보기 어렵다. 조안면 주민들은 게시판 플래카드로 목소리를 낼 뿐이다. 플래카드에는 ‘아이에게 불합리한 규제를 물려줄 수 없다’ ‘지역농산물 가공하면 전과자’ 등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무엇이 조안면 주민들을 힘들게 만들었을까.

지난 4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김용민·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광한 남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시민 단체 등이 참석해 2600만명이 마시는 팔당호 물 관리를 위한 상수원보호구역 제도의 문제점 및 바람직한 개선 방안 ▲상류 지역 주민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필요성 ▲깨끗한 물을 공급받기 위한 수도권 상수원 다변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팔당호 물
토론 결과는?

이날 참석자들은 이전부터 불거져온 남양주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의견차를 좁히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용민 의원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은 기본권 평권이 침해되는 과도한 규제를 받는다. 희생하는 지역주민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불합리한 규제가 시정돼 현실성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팔당 상수원을 북한강, 남한강 수계로 분산하는 상수원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수원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경인철 물을 취수정책으로 수도권 2600만 주민의 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상수원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여러 갈등, 문제는 모두가 협력했을 때 해결해나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팔당 7개 시장과 군수들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석호 특별대책지역 수질 보전정책협의회 연구위원은 “규제로 인한 재산권에 제한은 법률로써 해야 하며 정당한 보상이 지급돼야 한다. 환경부의 탁상행정이 아닌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규제피해가 규제지역 주민에게 전가되면서 ‘환경의 비용은 싸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 상수원 규제가 불합리한 것은 인식하지만 이익을 보는 사람이 다수라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팔당호는 수도권 상수원으로 수질이 부적합하고 수질오염 사고 시 문제 발생 등 상수원 다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차 대책은 팔당 상수원을 소양호·충주호로 이전하고 2차 대책은 수도권 상수원 네트워크 수축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해결책도 제시됐다.

강부식 단국대 교수는 “식당·펜션 등의 행위 규제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면 지역경기가 침체된다. 상수원보호구역 내 하수처리 등 인프라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본권 침해되는 과도한 규제”
45년간 피해 받은 조안면 주민

힘없는 지역주민에게 과도한 규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팔당호 오염은 공장에서 나오는 미량물질인데 오히려 주말에 팔당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투기를 방지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협의회장은 “오염원의 60~80%가 비점오염원 때문이다. 주민들이 피해받는 것은 이런 불합리함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건 최소한의 생계라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개선이며, 조안면의 지원금이 과연 적합한 보상체계인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안면 주민들이 개선해달라는 규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영업 가구 수를 5%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수도권보호구역 지정 즉시 거주 목적이나 경제활동을 위한 건축물·공작물 설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생업을 위한 어업도 어렵고 농사를 짓는 정도만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 소득창출을 위해 음식점·카페를 열려 해도 영업시설의 총수가 전체 가구 수의 5%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전부터 5%를 넘긴 지역이 상당수여서 새로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음식점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5%에 들어야 하며 추첨제로 뽑히는 사람만 가능하다. 조안면 주민들은 과거 영업시설이 증가할 때 기준인 20%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5% 
영업 제한

김 회장은 “물 관련 전문가들이 말하길 조안면 팔당호가 더러워질 일은 없다고 한다. 영업하는 곳이 가장 많을 때 140여곳이었다. 지금은 1000가구 정도가 있는데 20%로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 원주민에 대한 개념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원주민 기준이 엄격한 탓에 많은 이들이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주민의 기준은 1975년 이전부터 조안면에서 거주하거나 태어난 사람이다. 1975년 이후에 전입신고한 사람, 1975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원주민이 아닌 셈이다. 전입신고를 늦게 했거나 3대째 살고 있어도 출생연도가 1976년 이후면 원주민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요구는 지역농산물의 가공 및 판매 허가다. 조안면에는 딸기가 유명한데 딸기잼을 만들어 팔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게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체험시설로 음식에 대한 가공을 허가받았지만 판매는 여전히 불가하다.  

또 단순 조리라는 항목이 있다.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편의점이나 슈퍼는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에 호빵을 파는 경우 업주가 직접 손님에게 빵을 건네면 안 된다. ‘접객행위’에 속하고 단순 요리도 불가하므로 어묵도 팔지 못한다. 

또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보호구역에 규제를 당한 상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받는 것이다. 규제를 받는 주민에게 대한 보상금 개념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상금 개념이 아닌 지원금이라고 되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이 증액되고 있는데도, 하류 지역 주민이 받고 받아야 하는 금액은 늘어나지도 않고 있다. 

남양주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의 역사를 알기 위해선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관선 단체장 시절인 1975년 당시 경기도지사는 건설부 장관의 권한을 위임한 수도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남양주시와 광주시, 양평군, 하남시 등 4개 지역 158.8㎢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안면도 전체 면적의 83.6%인 42.36㎢가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됐다. 당시 조안면에서 살았던 한 주민은 “이때만 해도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해 잘 몰랐다. 그 이후 법이 점점 강화되면서 조안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민지원사업
물이용분담금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998년에 물이용부담금 등 유역관리기반 조성, 환경기초시설 확충, 호소수질관리 대책의 추진 등을 시행했다. 비점오염원 관리, 수질 오염총량관리제도, 한강수계 정보화사업 등이 담긴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수변구역 지정 및 물이용부담금 등을 골자로 하는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을 제정한 것이다.

음심적 영업이 불가능했지만 북한강을 끼고 풍광이 수려해 산책·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음식점이 늘어나더니 60여곳이 가게 문을 열었다. 당시 80곳 이상이라고 보도가 됐지만, 소규모로 영업하는 영세업자들도 포함된 규모라고 전해진다. 

당시 음식점 영업을 했다는 한 주민은 “그 상태로 지금까지 쭉 이어왔다. 가장 황당한 건 당시 벌금은 벌금대로 내고, 세금은 세금대로 냈다. 벌금도 1년에 1~2번씩 내고 단속이 들어오면 또 내고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팔당 상수원 주변에서 불법행위를 일삼아오던 음식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80여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같은 강을 끼고 있는 양평군은 11개, 광주시는 10개, 하남시는 2개의 음식점만 제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 주민 4명 중 1명꼴인 총 870명의 주민들이 전과자가 됐다. 빈 점포가 대폭 늘어 조안면을 찾던 관광객들도 현저하게 줄면서 일대는 썰렁한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생계 곤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는가 하면 2017년에는 단속과 벌금을 견디지 못한 26세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빚에 시달려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근근이 버티던 청년은 푸드트럭 장사를 시작했으나 단속에 걸려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역농산물 가공하면 벌금?
이듬해 한 청년 극단적 선택

이후에도 주민들은 환경부 규제 완화를 계속 요구했다. 주민이 담당 공무원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제로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다. 결국 조안면 주민들은 지난해 10월27일 이 제도를 활용해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청구인 대표인 조안면 주민 허용태(농업)씨와 김재열(음식점)씨, 장복순(농업)씨, 그리고 남양주시는 청구 취지를 통해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고 있는 건축물의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등권 침해 근거로 조안면이 상수원보호라는 명분으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비슷한 여건의 양수리와 광동리는 지정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된 근거로는 상수원 관리규칙 등에 의해 음식점과 농산물 가공, 펜션업 등 지역에서의 여러 행위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재산권 침해의 근거로는 토지이용 과잉 통제에 의한 재산 사용 및 수익 제한을 꼽았다.

남양주시도 과도한 상수원 규제로 인해 주민복지 증진이 불가한 점을 지방자치권 침해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헌법소원에서는 수도법 제7조 제6항과 수도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제1호의 1, 수도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상수원관리규칙 제12조 제3호, 상수원관리규칙 제13조, 상수원관리규칙 제15조 제2호의 2, 경기도 상수원보호구역 건축물 등의 설치에 관한 조례 제4조 제1항 제2호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주민들은 거주자에게 장기적인 피해를 주는 상수원보호구역이 정확한 영향 조사 하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헌법에 의해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헌법소원 제기

김 회장은 “지금 조안면에서 벗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규제개선을 위한 액션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채 의식이다. 조안면은 엄청 시골로 주민끼리 형, 동생하고 지내는 사이”라며 “도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시골 특유의 감성이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규제받는 것이고 해당 주민들은 물이용부담금으로 지원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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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