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상수원보호구역 논란 그 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8 09:48:54
  • 호수 13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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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870명 사는 마을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팔당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래카드들은 아름다운 절경에 옥의 티다.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두물머리는 나들이 코스로 유명하다. 외지인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 정작 조안면 주민은 보기 어렵다. 조안면 주민들은 게시판 플래카드로 목소리를 낼 뿐이다. 플래카드에는 ‘아이에게 불합리한 규제를 물려줄 수 없다’ ‘지역농산물 가공하면 전과자’ 등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무엇이 조안면 주민들을 힘들게 만들었을까.

지난 4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김용민·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광한 남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시민 단체 등이 참석해 2600만명이 마시는 팔당호 물 관리를 위한 상수원보호구역 제도의 문제점 및 바람직한 개선 방안 ▲상류 지역 주민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필요성 ▲깨끗한 물을 공급받기 위한 수도권 상수원 다변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팔당호 물
토론 결과는?

이날 참석자들은 이전부터 불거져온 남양주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의견차를 좁히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용민 의원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은 기본권 평권이 침해되는 과도한 규제를 받는다. 희생하는 지역주민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불합리한 규제가 시정돼 현실성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팔당 상수원을 북한강, 남한강 수계로 분산하는 상수원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수원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경인철 물을 취수정책으로 수도권 2600만 주민의 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상수원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여러 갈등, 문제는 모두가 협력했을 때 해결해나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팔당 7개 시장과 군수들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석호 특별대책지역 수질 보전정책협의회 연구위원은 “규제로 인한 재산권에 제한은 법률로써 해야 하며 정당한 보상이 지급돼야 한다. 환경부의 탁상행정이 아닌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규제피해가 규제지역 주민에게 전가되면서 ‘환경의 비용은 싸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 상수원 규제가 불합리한 것은 인식하지만 이익을 보는 사람이 다수라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팔당호는 수도권 상수원으로 수질이 부적합하고 수질오염 사고 시 문제 발생 등 상수원 다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차 대책은 팔당 상수원을 소양호·충주호로 이전하고 2차 대책은 수도권 상수원 네트워크 수축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해결책도 제시됐다.

강부식 단국대 교수는 “식당·펜션 등의 행위 규제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면 지역경기가 침체된다. 상수원보호구역 내 하수처리 등 인프라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본권 침해되는 과도한 규제”
45년간 피해 받은 조안면 주민

힘없는 지역주민에게 과도한 규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팔당호 오염은 공장에서 나오는 미량물질인데 오히려 주말에 팔당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투기를 방지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협의회장은 “오염원의 60~80%가 비점오염원 때문이다. 주민들이 피해받는 것은 이런 불합리함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건 최소한의 생계라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개선이며, 조안면의 지원금이 과연 적합한 보상체계인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안면 주민들이 개선해달라는 규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영업 가구 수를 5%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수도권보호구역 지정 즉시 거주 목적이나 경제활동을 위한 건축물·공작물 설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생업을 위한 어업도 어렵고 농사를 짓는 정도만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 소득창출을 위해 음식점·카페를 열려 해도 영업시설의 총수가 전체 가구 수의 5%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전부터 5%를 넘긴 지역이 상당수여서 새로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음식점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5%에 들어야 하며 추첨제로 뽑히는 사람만 가능하다. 조안면 주민들은 과거 영업시설이 증가할 때 기준인 20%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5% 
영업 제한

김 회장은 “물 관련 전문가들이 말하길 조안면 팔당호가 더러워질 일은 없다고 한다. 영업하는 곳이 가장 많을 때 140여곳이었다. 지금은 1000가구 정도가 있는데 20%로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 원주민에 대한 개념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원주민 기준이 엄격한 탓에 많은 이들이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주민의 기준은 1975년 이전부터 조안면에서 거주하거나 태어난 사람이다. 1975년 이후에 전입신고한 사람, 1975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원주민이 아닌 셈이다. 전입신고를 늦게 했거나 3대째 살고 있어도 출생연도가 1976년 이후면 원주민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요구는 지역농산물의 가공 및 판매 허가다. 조안면에는 딸기가 유명한데 딸기잼을 만들어 팔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게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체험시설로 음식에 대한 가공을 허가받았지만 판매는 여전히 불가하다.  

또 단순 조리라는 항목이 있다.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편의점이나 슈퍼는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에 호빵을 파는 경우 업주가 직접 손님에게 빵을 건네면 안 된다. ‘접객행위’에 속하고 단순 요리도 불가하므로 어묵도 팔지 못한다. 

또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보호구역에 규제를 당한 상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받는 것이다. 규제를 받는 주민에게 대한 보상금 개념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상금 개념이 아닌 지원금이라고 되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이 증액되고 있는데도, 하류 지역 주민이 받고 받아야 하는 금액은 늘어나지도 않고 있다. 

남양주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의 역사를 알기 위해선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관선 단체장 시절인 1975년 당시 경기도지사는 건설부 장관의 권한을 위임한 수도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남양주시와 광주시, 양평군, 하남시 등 4개 지역 158.8㎢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안면도 전체 면적의 83.6%인 42.36㎢가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됐다. 당시 조안면에서 살았던 한 주민은 “이때만 해도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해 잘 몰랐다. 그 이후 법이 점점 강화되면서 조안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민지원사업
물이용분담금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998년에 물이용부담금 등 유역관리기반 조성, 환경기초시설 확충, 호소수질관리 대책의 추진 등을 시행했다. 비점오염원 관리, 수질 오염총량관리제도, 한강수계 정보화사업 등이 담긴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수변구역 지정 및 물이용부담금 등을 골자로 하는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을 제정한 것이다.

음심적 영업이 불가능했지만 북한강을 끼고 풍광이 수려해 산책·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음식점이 늘어나더니 60여곳이 가게 문을 열었다. 당시 80곳 이상이라고 보도가 됐지만, 소규모로 영업하는 영세업자들도 포함된 규모라고 전해진다. 

당시 음식점 영업을 했다는 한 주민은 “그 상태로 지금까지 쭉 이어왔다. 가장 황당한 건 당시 벌금은 벌금대로 내고, 세금은 세금대로 냈다. 벌금도 1년에 1~2번씩 내고 단속이 들어오면 또 내고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팔당 상수원 주변에서 불법행위를 일삼아오던 음식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80여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같은 강을 끼고 있는 양평군은 11개, 광주시는 10개, 하남시는 2개의 음식점만 제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 주민 4명 중 1명꼴인 총 870명의 주민들이 전과자가 됐다. 빈 점포가 대폭 늘어 조안면을 찾던 관광객들도 현저하게 줄면서 일대는 썰렁한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생계 곤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는가 하면 2017년에는 단속과 벌금을 견디지 못한 26세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빚에 시달려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근근이 버티던 청년은 푸드트럭 장사를 시작했으나 단속에 걸려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역농산물 가공하면 벌금?
이듬해 한 청년 극단적 선택

이후에도 주민들은 환경부 규제 완화를 계속 요구했다. 주민이 담당 공무원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제로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다. 결국 조안면 주민들은 지난해 10월27일 이 제도를 활용해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청구인 대표인 조안면 주민 허용태(농업)씨와 김재열(음식점)씨, 장복순(농업)씨, 그리고 남양주시는 청구 취지를 통해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고 있는 건축물의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등권 침해 근거로 조안면이 상수원보호라는 명분으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비슷한 여건의 양수리와 광동리는 지정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된 근거로는 상수원 관리규칙 등에 의해 음식점과 농산물 가공, 펜션업 등 지역에서의 여러 행위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재산권 침해의 근거로는 토지이용 과잉 통제에 의한 재산 사용 및 수익 제한을 꼽았다.

남양주시도 과도한 상수원 규제로 인해 주민복지 증진이 불가한 점을 지방자치권 침해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헌법소원에서는 수도법 제7조 제6항과 수도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제1호의 1, 수도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상수원관리규칙 제12조 제3호, 상수원관리규칙 제13조, 상수원관리규칙 제15조 제2호의 2, 경기도 상수원보호구역 건축물 등의 설치에 관한 조례 제4조 제1항 제2호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주민들은 거주자에게 장기적인 피해를 주는 상수원보호구역이 정확한 영향 조사 하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헌법에 의해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헌법소원 제기

김 회장은 “지금 조안면에서 벗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규제개선을 위한 액션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채 의식이다. 조안면은 엄청 시골로 주민끼리 형, 동생하고 지내는 사이”라며 “도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시골 특유의 감성이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규제받는 것이고 해당 주민들은 물이용부담금으로 지원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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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