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체육진흥공단 50억 사업 '날림 평가'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31 15:46:35
  • 호수 1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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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보내고 3분 만에 탈락 통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예산액을 늘리면서 참여하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나 경쟁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평가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술을 담가 숙성해야 할 경우 기존에 쓰던 자루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새롭게 시작할 때에는 예전 것을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  

스포츠산업
연구개발 지원

과학기술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이 올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R&D혁신법)으로 바뀌면서 부처마다 수많은 법이 생겼다. ▲기술개발촉진법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농림식품과학기술육성법 ▲기상산업진흥법 등이 있었다.

각 부처별로 규정이 달랐기에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여러 법들이 충돌했다. 

그러던 중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에 관해 R&D혁신법을 우선 적용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제정된 R&D혁신법과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R&D혁신법 시행령’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범부처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통 규정으로 2001년 제정된 지 20여년 만에 법률로 격상돼 정비됐다.

이번 R&D혁신법과 시행령은 국가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잡한 규정 통합관리, 행정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이번 법령 시행으로 국가연구개발을 추진할 때 필요한 각종 양식과 절차가 통합·간소화 돼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참여 연구원 변경과 같은 경미한 연구협약의 변경은 연구개발기관이 전문기관에 통보만으로 협약이 변경되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 이외에도 연차 평가와 정산이 연구 단계별로 이뤄지는 등의 행정 부담 경감 방안이 시행된 것.

이번 법안으로 통합 연구관리시스템(PMS)이 구축됐다. 이 시스템에는 17개 연구비관리시스템, 22개 연구자정보시스템, 20개 과제관리시스템 등 여러 개로 시스템이 통합됐다.

연구윤리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처분도 범부처 기준으로 통일적으로 적용되며, 부처로부터 제재 처분을 통지받은 대상자는 제3의 기관(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에 제재 처분의 적절성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도 새롭게 도입됐다.

과기부는 올해부터 시행된 R&D혁신법령이 연구현장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연구자에 대한 제도 설명과 함께 관계 부처 및 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추진해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불필요한 연구 행정 규제를 현장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법이 통합되면서 올해 초 국민체육진공단(이하 체진공)은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스포츠 연구개발비 예산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올해 17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투입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고 지난 2월10일 밝혔다. 

예산은 170억원으로 전년 76억원 대비 94억원(123.7%) 증가했으며, 지원 분야는 총 4개(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스포츠서비스 사업화지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이다.

양식 절차
통합·간소

올해 신설된 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사업은 디지털·비대면 스포츠 서비스 및 감염병 예방 관련 실내 스마트체육시설 기술 개발이 목표다. 8개 공모과제에 올해 75억원을 배정해 최소 2년부터 최대 4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사업은 스포츠 취약계층의 건강증진을 목표로 2개 과제를 공모해 올해 38억원을 투입해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스포츠서비스 사업화 지원 사업(6개 과제, 41억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 사업(3개 과제, 16억원)은 현재 과제 수행기관들을 지원한다. 스포츠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은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하지만 이 국가사업에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위법 논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모과제에서 적법한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날림 평가가 이뤄지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체진공은 지난 3월10일 접수를 마감한 뒤 4월12일부터 27일까지 선정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8개 지정과제에 지원한 40여개 컨소시엄이 명확한 신분확인 절차 없이 선정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분 확인 절차 없이 평가” 반발
항의 들어오자 뒤늦게 서류 확인

한 업계 관계자는 “발표하는 사람에 대해 신분확인 절차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생략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인데도 평가 과정에서 신분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후 A사 측은 4월16일 신분확인 절차와 연구개발계획서와 관련해 상이한 내용이 담긴 발표평가 자료를 사용한 기관이 있을 때 처분 방안에 대해 메일로 요청했다.  


4일 뒤인 20일 오후 3시42분 체진공 관계자는 “연구 책임자가 발표를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선정 제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배석자 관련 부분은 현재 확인했을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한 번 심의 전에 확인해 과제와 관련없는 인물이 들어와 평가를 마쳤을 경우 위와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발표 자료 관련해 관계자는 “PPT와 연구개발계획서를 다 체크해봤지만, 구성상 순서가 변경된 것은 있지만 추가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이 부분은 협약 전 심의 때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진공 관계자는 답변을 통해 심의위원회 구성을 암시했다. 체진공은 질의서 답변을 전송하고 3분 뒤인 3시45분에 불합격을 통보했다. 불과 3분 만에 당락 결과가 전송된 것. 

이처럼 체진공은 선정평가 후에도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평가 결과를 참여자에게 통보했다. 

체진공은 올해 1일부터 시행된 ‘R&D혁신법’에 따르면 선정평가 후 심의위원회를 거쳐 평가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선정 평가 후 바로 선정 평가 결과를 참여기관에 통보한 것이다. 

제14조(연구개발과제의 평가) 4번 규정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확정해야 한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칠 필요다고 없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문체부
구두협의 

신분확인과 관련해 체진공 관계자는 “발표자가 입장을 하면 평가위원회 위원장이 ‘소속, 이름에 대해서 맞냐’고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이 녹화로 이뤄지고 있다. 녹화 후에 기록을 확보해놓고(이의 제기가 들어오자) 이들에게 신분증 사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분확인 절차나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한 건 아니다. 녹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연구책임자가 선정되면 계속 볼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신분확인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공문을 보낼 때 연구책임자가 발표해야 한다는 명시는 해놨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단서 조항을 보면 뒤에 내용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구두협의를 통해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해 결정했다”며 “결국 6월 초 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심의위원회는 문체부가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 신청과 관련해서는 “이의 신청이 총 5건이 있었다. 적다고도 많다고도 보기 어렵지만 예산액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간 생략한 심의 왜?
위원회 구성하지 않아

과기부 측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건 명백히 잘못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 관계자는 “R&D혁신법 평가에 관한 절차와 규정이 있다. 법을 보면 제 14조 과제평가에 대해서 정하는 바가 있다.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을 어겼을 시 조치에 관해서는 “처벌에 관한 법률은 없다. 해당 부처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R&D혁신법은 과기부가 만들면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 과기부는 이전부터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면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어 체진공은 문체부와 협의한 것.

문체부는 이전에 한 번도 심의위원회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스포츠산업 분야뿐 아니라 관광부, 저작권 관련해서도 별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없고 해당사항은 부처 재량사항이라 구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꼭 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면 하는 요청사항이 있어 (심의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D혁신법 
위법 논란

업계 한 관계자는 "평가 절차뿐 아니라 발표평가 과정에서도 RFP 취지와 상관없는 질문으로 제안 내용이 크게 잘못된 것처럼 지적하는 등 의도적인 폄하 등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본 과제 평가과정이 단순한 평가절차에 대한 잘못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다른 세력들이 연관돼있는 것은 아닌지 금번 기회에 명백히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하게 재평가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포츠토토 이외 모두 불법?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국내 합법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토토’만이 유일하며, 이외 모든 유사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 베팅은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와 공식 인터넷 발매사이트 베트맨만이 유일하다.

이 외에 유사 사이트 및 발매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되는 등 공정한 스포츠문화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임을 명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를 국내에서 이용한다면 이 역시 국민체육진흥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사설 베팅 업체가 세계적인 스포츠 클럽들을 꾸준히 후원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유니폼, 경기장의 광고판 등을 통해 브랜드를 익숙하게 느낄 수 있지만,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 외에는 해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의 이용 역시 허가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합법 사업인 스포츠토토의 경우, 수익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며 “스포츠토토의 이용은 곧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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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