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체육진흥공단 50억 사업 '날림 평가'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31 15:46:35
  • 호수 1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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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보내고 3분 만에 탈락 통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예산액을 늘리면서 참여하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나 경쟁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평가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술을 담가 숙성해야 할 경우 기존에 쓰던 자루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새롭게 시작할 때에는 예전 것을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  

스포츠산업
연구개발 지원

과학기술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이 올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R&D혁신법)으로 바뀌면서 부처마다 수많은 법이 생겼다. ▲기술개발촉진법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농림식품과학기술육성법 ▲기상산업진흥법 등이 있었다.

각 부처별로 규정이 달랐기에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여러 법들이 충돌했다. 

그러던 중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에 관해 R&D혁신법을 우선 적용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제정된 R&D혁신법과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R&D혁신법 시행령’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범부처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통 규정으로 2001년 제정된 지 20여년 만에 법률로 격상돼 정비됐다.

이번 R&D혁신법과 시행령은 국가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잡한 규정 통합관리, 행정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이번 법령 시행으로 국가연구개발을 추진할 때 필요한 각종 양식과 절차가 통합·간소화 돼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참여 연구원 변경과 같은 경미한 연구협약의 변경은 연구개발기관이 전문기관에 통보만으로 협약이 변경되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 이외에도 연차 평가와 정산이 연구 단계별로 이뤄지는 등의 행정 부담 경감 방안이 시행된 것.

이번 법안으로 통합 연구관리시스템(PMS)이 구축됐다. 이 시스템에는 17개 연구비관리시스템, 22개 연구자정보시스템, 20개 과제관리시스템 등 여러 개로 시스템이 통합됐다.

연구윤리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처분도 범부처 기준으로 통일적으로 적용되며, 부처로부터 제재 처분을 통지받은 대상자는 제3의 기관(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에 제재 처분의 적절성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도 새롭게 도입됐다.

과기부는 올해부터 시행된 R&D혁신법령이 연구현장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연구자에 대한 제도 설명과 함께 관계 부처 및 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추진해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불필요한 연구 행정 규제를 현장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법이 통합되면서 올해 초 국민체육진공단(이하 체진공)은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스포츠 연구개발비 예산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올해 17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투입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고 지난 2월10일 밝혔다. 

예산은 170억원으로 전년 76억원 대비 94억원(123.7%) 증가했으며, 지원 분야는 총 4개(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스포츠서비스 사업화지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이다.

양식 절차
통합·간소

올해 신설된 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사업은 디지털·비대면 스포츠 서비스 및 감염병 예방 관련 실내 스마트체육시설 기술 개발이 목표다. 8개 공모과제에 올해 75억원을 배정해 최소 2년부터 최대 4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사업은 스포츠 취약계층의 건강증진을 목표로 2개 과제를 공모해 올해 38억원을 투입해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스포츠서비스 사업화 지원 사업(6개 과제, 41억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 사업(3개 과제, 16억원)은 현재 과제 수행기관들을 지원한다. 스포츠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은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하지만 이 국가사업에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위법 논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모과제에서 적법한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날림 평가가 이뤄지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체진공은 지난 3월10일 접수를 마감한 뒤 4월12일부터 27일까지 선정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8개 지정과제에 지원한 40여개 컨소시엄이 명확한 신분확인 절차 없이 선정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분 확인 절차 없이 평가” 반발
항의 들어오자 뒤늦게 서류 확인

한 업계 관계자는 “발표하는 사람에 대해 신분확인 절차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생략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인데도 평가 과정에서 신분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후 A사 측은 4월16일 신분확인 절차와 연구개발계획서와 관련해 상이한 내용이 담긴 발표평가 자료를 사용한 기관이 있을 때 처분 방안에 대해 메일로 요청했다.  


4일 뒤인 20일 오후 3시42분 체진공 관계자는 “연구 책임자가 발표를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선정 제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배석자 관련 부분은 현재 확인했을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한 번 심의 전에 확인해 과제와 관련없는 인물이 들어와 평가를 마쳤을 경우 위와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발표 자료 관련해 관계자는 “PPT와 연구개발계획서를 다 체크해봤지만, 구성상 순서가 변경된 것은 있지만 추가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이 부분은 협약 전 심의 때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진공 관계자는 답변을 통해 심의위원회 구성을 암시했다. 체진공은 질의서 답변을 전송하고 3분 뒤인 3시45분에 불합격을 통보했다. 불과 3분 만에 당락 결과가 전송된 것. 

이처럼 체진공은 선정평가 후에도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평가 결과를 참여자에게 통보했다. 

체진공은 올해 1일부터 시행된 ‘R&D혁신법’에 따르면 선정평가 후 심의위원회를 거쳐 평가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선정 평가 후 바로 선정 평가 결과를 참여기관에 통보한 것이다. 

제14조(연구개발과제의 평가) 4번 규정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확정해야 한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칠 필요다고 없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문체부
구두협의 

신분확인과 관련해 체진공 관계자는 “발표자가 입장을 하면 평가위원회 위원장이 ‘소속, 이름에 대해서 맞냐’고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이 녹화로 이뤄지고 있다. 녹화 후에 기록을 확보해놓고(이의 제기가 들어오자) 이들에게 신분증 사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분확인 절차나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한 건 아니다. 녹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연구책임자가 선정되면 계속 볼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신분확인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공문을 보낼 때 연구책임자가 발표해야 한다는 명시는 해놨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단서 조항을 보면 뒤에 내용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구두협의를 통해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해 결정했다”며 “결국 6월 초 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심의위원회는 문체부가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 신청과 관련해서는 “이의 신청이 총 5건이 있었다. 적다고도 많다고도 보기 어렵지만 예산액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간 생략한 심의 왜?
위원회 구성하지 않아

과기부 측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건 명백히 잘못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 관계자는 “R&D혁신법 평가에 관한 절차와 규정이 있다. 법을 보면 제 14조 과제평가에 대해서 정하는 바가 있다.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을 어겼을 시 조치에 관해서는 “처벌에 관한 법률은 없다. 해당 부처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R&D혁신법은 과기부가 만들면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 과기부는 이전부터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면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어 체진공은 문체부와 협의한 것.

문체부는 이전에 한 번도 심의위원회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스포츠산업 분야뿐 아니라 관광부, 저작권 관련해서도 별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없고 해당사항은 부처 재량사항이라 구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꼭 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면 하는 요청사항이 있어 (심의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D혁신법 
위법 논란

업계 한 관계자는 "평가 절차뿐 아니라 발표평가 과정에서도 RFP 취지와 상관없는 질문으로 제안 내용이 크게 잘못된 것처럼 지적하는 등 의도적인 폄하 등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본 과제 평가과정이 단순한 평가절차에 대한 잘못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다른 세력들이 연관돼있는 것은 아닌지 금번 기회에 명백히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하게 재평가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포츠토토 이외 모두 불법?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국내 합법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토토’만이 유일하며, 이외 모든 유사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 베팅은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와 공식 인터넷 발매사이트 베트맨만이 유일하다.

이 외에 유사 사이트 및 발매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되는 등 공정한 스포츠문화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임을 명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를 국내에서 이용한다면 이 역시 국민체육진흥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사설 베팅 업체가 세계적인 스포츠 클럽들을 꾸준히 후원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유니폼, 경기장의 광고판 등을 통해 브랜드를 익숙하게 느낄 수 있지만,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 외에는 해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의 이용 역시 허가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합법 사업인 스포츠토토의 경우, 수익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며 “스포츠토토의 이용은 곧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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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