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체육진흥공단 50억 사업 '날림 평가'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31 15:46:35
  • 호수 1325호
  • 댓글 0개

메일 보내고 3분 만에 탈락 통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예산액을 늘리면서 참여하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나 경쟁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평가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술을 담가 숙성해야 할 경우 기존에 쓰던 자루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새롭게 시작할 때에는 예전 것을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  

스포츠산업
연구개발 지원

과학기술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이 올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R&D혁신법)으로 바뀌면서 부처마다 수많은 법이 생겼다. ▲기술개발촉진법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농림식품과학기술육성법 ▲기상산업진흥법 등이 있었다.

각 부처별로 규정이 달랐기에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여러 법들이 충돌했다. 

그러던 중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에 관해 R&D혁신법을 우선 적용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제정된 R&D혁신법과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R&D혁신법 시행령’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범부처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통 규정으로 2001년 제정된 지 20여년 만에 법률로 격상돼 정비됐다.

이번 R&D혁신법과 시행령은 국가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잡한 규정 통합관리, 행정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이번 법령 시행으로 국가연구개발을 추진할 때 필요한 각종 양식과 절차가 통합·간소화 돼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참여 연구원 변경과 같은 경미한 연구협약의 변경은 연구개발기관이 전문기관에 통보만으로 협약이 변경되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 이외에도 연차 평가와 정산이 연구 단계별로 이뤄지는 등의 행정 부담 경감 방안이 시행된 것.

이번 법안으로 통합 연구관리시스템(PMS)이 구축됐다. 이 시스템에는 17개 연구비관리시스템, 22개 연구자정보시스템, 20개 과제관리시스템 등 여러 개로 시스템이 통합됐다.

연구윤리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처분도 범부처 기준으로 통일적으로 적용되며, 부처로부터 제재 처분을 통지받은 대상자는 제3의 기관(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에 제재 처분의 적절성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도 새롭게 도입됐다.

과기부는 올해부터 시행된 R&D혁신법령이 연구현장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연구자에 대한 제도 설명과 함께 관계 부처 및 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추진해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불필요한 연구 행정 규제를 현장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법이 통합되면서 올해 초 국민체육진공단(이하 체진공)은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스포츠 연구개발비 예산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올해 17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투입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고 지난 2월10일 밝혔다. 

예산은 170억원으로 전년 76억원 대비 94억원(123.7%) 증가했으며, 지원 분야는 총 4개(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스포츠서비스 사업화지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이다.

양식 절차
통합·간소

올해 신설된 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사업은 디지털·비대면 스포츠 서비스 및 감염병 예방 관련 실내 스마트체육시설 기술 개발이 목표다. 8개 공모과제에 올해 75억원을 배정해 최소 2년부터 최대 4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사업은 스포츠 취약계층의 건강증진을 목표로 2개 과제를 공모해 올해 38억원을 투입해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스포츠서비스 사업화 지원 사업(6개 과제, 41억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 사업(3개 과제, 16억원)은 현재 과제 수행기관들을 지원한다. 스포츠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은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하지만 이 국가사업에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위법 논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모과제에서 적법한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날림 평가가 이뤄지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체진공은 지난 3월10일 접수를 마감한 뒤 4월12일부터 27일까지 선정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8개 지정과제에 지원한 40여개 컨소시엄이 명확한 신분확인 절차 없이 선정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분 확인 절차 없이 평가” 반발
항의 들어오자 뒤늦게 서류 확인

한 업계 관계자는 “발표하는 사람에 대해 신분확인 절차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생략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인데도 평가 과정에서 신분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후 A사 측은 4월16일 신분확인 절차와 연구개발계획서와 관련해 상이한 내용이 담긴 발표평가 자료를 사용한 기관이 있을 때 처분 방안에 대해 메일로 요청했다.  


4일 뒤인 20일 오후 3시42분 체진공 관계자는 “연구 책임자가 발표를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선정 제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배석자 관련 부분은 현재 확인했을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한 번 심의 전에 확인해 과제와 관련없는 인물이 들어와 평가를 마쳤을 경우 위와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발표 자료 관련해 관계자는 “PPT와 연구개발계획서를 다 체크해봤지만, 구성상 순서가 변경된 것은 있지만 추가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이 부분은 협약 전 심의 때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진공 관계자는 답변을 통해 심의위원회 구성을 암시했다. 체진공은 질의서 답변을 전송하고 3분 뒤인 3시45분에 불합격을 통보했다. 불과 3분 만에 당락 결과가 전송된 것. 

이처럼 체진공은 선정평가 후에도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평가 결과를 참여자에게 통보했다. 

체진공은 올해 1일부터 시행된 ‘R&D혁신법’에 따르면 선정평가 후 심의위원회를 거쳐 평가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선정 평가 후 바로 선정 평가 결과를 참여기관에 통보한 것이다. 

제14조(연구개발과제의 평가) 4번 규정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확정해야 한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칠 필요다고 없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문체부
구두협의 

신분확인과 관련해 체진공 관계자는 “발표자가 입장을 하면 평가위원회 위원장이 ‘소속, 이름에 대해서 맞냐’고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이 녹화로 이뤄지고 있다. 녹화 후에 기록을 확보해놓고(이의 제기가 들어오자) 이들에게 신분증 사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분확인 절차나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한 건 아니다. 녹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연구책임자가 선정되면 계속 볼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신분확인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공문을 보낼 때 연구책임자가 발표해야 한다는 명시는 해놨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단서 조항을 보면 뒤에 내용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구두협의를 통해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해 결정했다”며 “결국 6월 초 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심의위원회는 문체부가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 신청과 관련해서는 “이의 신청이 총 5건이 있었다. 적다고도 많다고도 보기 어렵지만 예산액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간 생략한 심의 왜?
위원회 구성하지 않아

과기부 측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건 명백히 잘못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 관계자는 “R&D혁신법 평가에 관한 절차와 규정이 있다. 법을 보면 제 14조 과제평가에 대해서 정하는 바가 있다.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을 어겼을 시 조치에 관해서는 “처벌에 관한 법률은 없다. 해당 부처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R&D혁신법은 과기부가 만들면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 과기부는 이전부터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면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어 체진공은 문체부와 협의한 것.

문체부는 이전에 한 번도 심의위원회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스포츠산업 분야뿐 아니라 관광부, 저작권 관련해서도 별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없고 해당사항은 부처 재량사항이라 구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꼭 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면 하는 요청사항이 있어 (심의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D혁신법 
위법 논란

업계 한 관계자는 "평가 절차뿐 아니라 발표평가 과정에서도 RFP 취지와 상관없는 질문으로 제안 내용이 크게 잘못된 것처럼 지적하는 등 의도적인 폄하 등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본 과제 평가과정이 단순한 평가절차에 대한 잘못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다른 세력들이 연관돼있는 것은 아닌지 금번 기회에 명백히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하게 재평가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포츠토토 이외 모두 불법?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국내 합법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토토’만이 유일하며, 이외 모든 유사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 베팅은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와 공식 인터넷 발매사이트 베트맨만이 유일하다.

이 외에 유사 사이트 및 발매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되는 등 공정한 스포츠문화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임을 명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를 국내에서 이용한다면 이 역시 국민체육진흥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사설 베팅 업체가 세계적인 스포츠 클럽들을 꾸준히 후원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유니폼, 경기장의 광고판 등을 통해 브랜드를 익숙하게 느낄 수 있지만,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 외에는 해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의 이용 역시 허가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합법 사업인 스포츠토토의 경우, 수익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며 “스포츠토토의 이용은 곧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