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체육진흥공단 50억 사업 '날림 평가'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31 15:46:35
  • 호수 1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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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보내고 3분 만에 탈락 통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예산액을 늘리면서 참여하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나 경쟁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평가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술을 담가 숙성해야 할 경우 기존에 쓰던 자루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새롭게 시작할 때에는 예전 것을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  

스포츠산업
연구개발 지원

과학기술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이 올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R&D혁신법)으로 바뀌면서 부처마다 수많은 법이 생겼다. ▲기술개발촉진법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농림식품과학기술육성법 ▲기상산업진흥법 등이 있었다.

각 부처별로 규정이 달랐기에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여러 법들이 충돌했다. 

그러던 중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에 관해 R&D혁신법을 우선 적용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제정된 R&D혁신법과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R&D혁신법 시행령’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범부처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통 규정으로 2001년 제정된 지 20여년 만에 법률로 격상돼 정비됐다.

이번 R&D혁신법과 시행령은 국가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잡한 규정 통합관리, 행정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이번 법령 시행으로 국가연구개발을 추진할 때 필요한 각종 양식과 절차가 통합·간소화 돼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참여 연구원 변경과 같은 경미한 연구협약의 변경은 연구개발기관이 전문기관에 통보만으로 협약이 변경되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 이외에도 연차 평가와 정산이 연구 단계별로 이뤄지는 등의 행정 부담 경감 방안이 시행된 것.

이번 법안으로 통합 연구관리시스템(PMS)이 구축됐다. 이 시스템에는 17개 연구비관리시스템, 22개 연구자정보시스템, 20개 과제관리시스템 등 여러 개로 시스템이 통합됐다.

연구윤리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처분도 범부처 기준으로 통일적으로 적용되며, 부처로부터 제재 처분을 통지받은 대상자는 제3의 기관(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에 제재 처분의 적절성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도 새롭게 도입됐다.

과기부는 올해부터 시행된 R&D혁신법령이 연구현장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연구자에 대한 제도 설명과 함께 관계 부처 및 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추진해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불필요한 연구 행정 규제를 현장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법이 통합되면서 올해 초 국민체육진공단(이하 체진공)은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스포츠 연구개발비 예산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올해 17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투입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고 지난 2월10일 밝혔다. 

예산은 170억원으로 전년 76억원 대비 94억원(123.7%) 증가했으며, 지원 분야는 총 4개(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스포츠서비스 사업화지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이다.

양식 절차
통합·간소

올해 신설된 스포츠산업 혁신기반 조성 사업은 디지털·비대면 스포츠 서비스 및 감염병 예방 관련 실내 스마트체육시설 기술 개발이 목표다. 8개 공모과제에 올해 75억원을 배정해 최소 2년부터 최대 4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장애인 재활운동 서비스 기술개발 사업은 스포츠 취약계층의 건강증진을 목표로 2개 과제를 공모해 올해 38억원을 투입해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스포츠서비스 사업화 지원 사업(6개 과제, 41억원), 스포츠 창업·선도기업육성 핵심기술개발 사업(3개 과제, 16억원)은 현재 과제 수행기관들을 지원한다. 스포츠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은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하지만 이 국가사업에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위법 논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모과제에서 적법한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날림 평가가 이뤄지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체진공은 지난 3월10일 접수를 마감한 뒤 4월12일부터 27일까지 선정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8개 지정과제에 지원한 40여개 컨소시엄이 명확한 신분확인 절차 없이 선정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분 확인 절차 없이 평가” 반발
항의 들어오자 뒤늦게 서류 확인

한 업계 관계자는 “발표하는 사람에 대해 신분확인 절차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생략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인데도 평가 과정에서 신분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후 A사 측은 4월16일 신분확인 절차와 연구개발계획서와 관련해 상이한 내용이 담긴 발표평가 자료를 사용한 기관이 있을 때 처분 방안에 대해 메일로 요청했다.  


4일 뒤인 20일 오후 3시42분 체진공 관계자는 “연구 책임자가 발표를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선정 제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배석자 관련 부분은 현재 확인했을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한 번 심의 전에 확인해 과제와 관련없는 인물이 들어와 평가를 마쳤을 경우 위와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발표 자료 관련해 관계자는 “PPT와 연구개발계획서를 다 체크해봤지만, 구성상 순서가 변경된 것은 있지만 추가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이 부분은 협약 전 심의 때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진공 관계자는 답변을 통해 심의위원회 구성을 암시했다. 체진공은 질의서 답변을 전송하고 3분 뒤인 3시45분에 불합격을 통보했다. 불과 3분 만에 당락 결과가 전송된 것. 

이처럼 체진공은 선정평가 후에도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평가 결과를 참여자에게 통보했다. 

체진공은 올해 1일부터 시행된 ‘R&D혁신법’에 따르면 선정평가 후 심의위원회를 거쳐 평가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선정 평가 후 바로 선정 평가 결과를 참여기관에 통보한 것이다. 

제14조(연구개발과제의 평가) 4번 규정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확정해야 한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칠 필요다고 없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문체부
구두협의 

신분확인과 관련해 체진공 관계자는 “발표자가 입장을 하면 평가위원회 위원장이 ‘소속, 이름에 대해서 맞냐’고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이 녹화로 이뤄지고 있다. 녹화 후에 기록을 확보해놓고(이의 제기가 들어오자) 이들에게 신분증 사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분확인 절차나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한 건 아니다. 녹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연구책임자가 선정되면 계속 볼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신분확인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공문을 보낼 때 연구책임자가 발표해야 한다는 명시는 해놨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단서 조항을 보면 뒤에 내용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구두협의를 통해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해 결정했다”며 “결국 6월 초 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심의위원회는 문체부가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 신청과 관련해서는 “이의 신청이 총 5건이 있었다. 적다고도 많다고도 보기 어렵지만 예산액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간 생략한 심의 왜?
위원회 구성하지 않아

과기부 측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건 명백히 잘못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 관계자는 “R&D혁신법 평가에 관한 절차와 규정이 있다. 법을 보면 제 14조 과제평가에 대해서 정하는 바가 있다.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을 어겼을 시 조치에 관해서는 “처벌에 관한 법률은 없다. 해당 부처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R&D혁신법은 과기부가 만들면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 과기부는 이전부터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면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어 체진공은 문체부와 협의한 것.

문체부는 이전에 한 번도 심의위원회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스포츠산업 분야뿐 아니라 관광부, 저작권 관련해서도 별도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없고 해당사항은 부처 재량사항이라 구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꼭 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면 하는 요청사항이 있어 (심의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D혁신법 
위법 논란

업계 한 관계자는 "평가 절차뿐 아니라 발표평가 과정에서도 RFP 취지와 상관없는 질문으로 제안 내용이 크게 잘못된 것처럼 지적하는 등 의도적인 폄하 등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본 과제 평가과정이 단순한 평가절차에 대한 잘못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다른 세력들이 연관돼있는 것은 아닌지 금번 기회에 명백히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하게 재평가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포츠토토 이외 모두 불법?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국내 합법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토토’만이 유일하며, 이외 모든 유사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 베팅은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와 공식 인터넷 발매사이트 베트맨만이 유일하다.

이 외에 유사 사이트 및 발매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되는 등 공정한 스포츠문화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임을 명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를 국내에서 이용한다면 이 역시 국민체육진흥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사설 베팅 업체가 세계적인 스포츠 클럽들을 꾸준히 후원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유니폼, 경기장의 광고판 등을 통해 브랜드를 익숙하게 느낄 수 있지만,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 외에는 해외 사설 스포츠베팅 업체의 이용 역시 허가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합법 사업인 스포츠토토의 경우, 수익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며 “스포츠토토의 이용은 곧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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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