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아놀드 파머 - 잭 니컬라우스 숙명의 대결

‘킹’이라 불린 아놀드 파머와 ‘황금곰’ 잭 니컬라우스의 숙명 같은 첫 대결은 언제였을까. 1962년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오크몬드 골프장. 아놀드가 독주하리란 예상과 달리 처음부터 물고 늘어진 선수는 오하이오 출신의 신참내기 잭 니컬라우스였다.

당시 잭은 프로 데뷔 1년차였던 22살 청년이었다. 17차례의 PGA 대회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무명의 선수이기도 했다. 반면 아놀드는 이미 5번의 메이저를 포함해 33차례나 우승한 천하무적이었다. 아놀드는 잘 생기고 군살 없는 몸매를 지녔지만, 잭은 ‘처비 보이(Chubby Boy)’라 불리는 뚱보였다.

이변 연출

아놀드의 팬들이 니컬라우스를 그냥 둘 리 없었다. 아놀드와 잭이 처음부터 한 조를 이루자 “오하이오 뚱보야 물러가라”며 살기 어린 독설을 퍼부었다.

잭이 버디라도 했다가는 거의 폭동이라도 일으킬 만큼의 거센 야유와 방해가 극에 달했다. 추종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아놀드는 1, 2회전에서 잭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었다.

마지막 3, 4회전을 치르는 토요일. 계속되는 야유에도 불구하고 잭은 아놀드에게 한 타 만 뒤져있었다. 이 한 점이 잭을 앞 조에서 출발할 수 있게 해 다행히 정면 대결을 피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아놀드의 팬들은 앞 조에서 출발한 잭마저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오히려 편을 나누어 일련의 무리들은 잭의 라운딩에 투입됐다. 하지만 잭은 야유가 심하면 심할수록 평정심을 찾고 아놀드보다 더 잘 치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은 오후 4시를 가리키며 4회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앞 조의 잭이 13번 홀에 다다르면서 어느새 아놀드와 공동 선두로 나서자 아놀드의 부대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잭이 퍼팅을 하려고 자세를 잡으면 주변의 땅이 흔들릴 정도로 발을 굴러댔다. 잭의 퍼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잭은 필사적으로 평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반세기 함께 한 위대한 두 전설
‘킹’ 겨냥한 신출내기 ‘황금곰’

14번 홀을 걸어가며 잭은 2년 전 아놀드가 US오픈에서 우승할 당시를 떠올렸다. 아깝게 잭은 2위에 머물렀고,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잭은 조용히 아놀드의 목줄을 죄기 시작했다. 아놀드의 추종자들이 그를 방해하면 할수록 잭은 골프채를 불끈 쥐었다. 이번에도 기세에 눌려 우승을 헌납해 줄 수는 없었다.

잭은 어린 나이 답지 않게 평정을 찾고 있었다. 오히려 다급한 쪽은 뒷 조의 아놀드였다. 어느덧 18번 홀을 먼저 끝낸 잭이 283타로 선두에 올라있었다. 아놀드와 공동 선두에 오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뒤이어 아놀드가 18번 홀 티박스에 섰다. 잘 맞은 드라이버에 이어 4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샷도 그린에 올렸다.

볼은 홀 컵 3미터 정도에 붙었다. 아놀드가 버디를 잡으면 한 타 차로 승리였다. 마지막 그린 주변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모든 아놀드의 군대들은 눈을 감았다.


왕으로 군림하는 아놀드의 독주를 막으려는 어린 신출내기가 벌인 쿠데타의 전조였을까. 신중한 자세로 퍼터를 떠난 아놀드의 볼이 홀 컵으로 향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염원을 뒤로한 채 볼은 애석하게 홀 컵을 스치듯 지나치고 말았다.

결국 두 사람은 동타를 기록했고, 일요일에 두 사람만의 연장 18홀을 치러야 했다. 일요일 오전 경기 개시 전에 아놀드는 잭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피하고 싶은 사람이 여기 와 있네” 잭이 즉시 받아쳤다. “그렇게 높게 평가해줘 고맙소”

연장 18홀은 예상과 달리 잭이 주도했다. 결국 오하이오의 뚱보 잭은 아놀드의 홈구장에서 아놀드의 군대를 모두 몰살시키며 총사령관 아놀드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아놀드의 군대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필드에 모인 그들 모두 넋이 나갔다. 어떤 이들은 풀밭에 앉아 울기도 했다. 잭은 아놀드를 보기 좋게 이겼을 뿐 아니라,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기록했다.

홈그라운드에서 천추의 한을 남긴 아놀드는 7월에 열린 디 오픈 2연패로 어느 정도 잭에 대한 상처는 만회했다. 4월의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하면서 최고 절정기에 있었던 아놀드가 만약 잭에게 US오픈을 뺏기지 않았더라면 바비 존스의 뒤를 이어 62년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고 훗날의 골프 역사가들은 회고하고 있다.

2016년 고인이 된 아놀드는 평소 1962년의 US오픈을 가장 아쉬워했다고 한다. 아놀드에게는 다른 골퍼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팬 모임인 일명 ‘오빠부대’가 있었다. ‘아놀드의 군대’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그룹은 아놀드 파머를 신봉하는 골수팬들로, 아놀드의 애칭인 아니를 총사령관처럼 추대하는 절대 추종자들이었다.

그만큼 아니는 1950~1960년대 골프계의 아이콘이었다. 동네 아저씨같은 푸근함과 미소를 띠고, 시가를 문채 우스꽝스러운 스윙을 할 때면 아가씨들은 열광하며 쓰러졌다.

그는 1950년대 중반 텔레비전을 통해 사람들의 안방으로 서슴없이 들어온 국민스타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TV를 켰으며 아니를 ‘골프의 왕’이라 불렀다.

오빠부대 이겨낸 오하이오 뚱보
‘보이지 않는 벽’ 만들어진 계기

‘강철왕’ 카네기를 연상시키는 강철 도시의 명성을 지닌 펜실바니아주의 피츠버그시. 1962년 6월의 일요일 오전 스틸 노동자 4명이 알레게니강을 따라 28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1958년형 쉐볼레의 라디오에서 지직거리며 흘러나오는 음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신곡 ‘굿 럭 참( Good Luck Charm)’이었다.

골프광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물러가고 케네디 대통령이 집권한 지 6개월여가 지난 때였다. ‘아니의 군대(Arnie’s Army)’를 자칭하는 이들 노동자들은 오크몬드 골프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니의 군대로 분류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4명의 강철 노동자들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US오픈 결승에 오른 아놀드를 응원하러 가는 길이었다.

당시에는 3, 4회전이 토요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36홀로 치러졌던 관계로 US오픈 연장 18홀은 일요일에 진행됐다. 1962년 US오픈이 열린 오크몬드 골프장은 아니의 집에서 40여 분이면 닿을 피츠버그 인근의 골프장으로, 그는 이미 십여 차례 이상이나 이곳에서 골프를 친 경험이 있는, 홈구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게다가 수만의 골수팬들까지 자발적으로 동원됐으니, 아놀드의 팬들에게 그와 대적하는 선수들은 모두 적군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아놀드를 이기면 안됐다. 오직 아놀드만 우승을 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놀드는 절대 질 수 없는 신과도 같은 존재로 부상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연장전에서 아놀드는 막강한 추종자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잭에게 패했지만, 그들의 충성은 상대인 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다.

숨막힌 경쟁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국 골프의 양대 산맥으로 지낸 두 사람이었지만 가슴에서 우러나는 사이로는 발전할 수 없었다. 1962년 아놀드의 군대가 보여 주었던 야유는 잭에게 많은 상처를 줬으며, 오랫동안 두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했다. 충성스러웠던 아놀드의 군대는 그들의 가슴속에 전설처럼 살다가 타계한 골프의 왕을 영원히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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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