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가상화폐 시즌2의 이면

‘은성수의 난’에도 버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상기의 난’에 이어 ‘은성수의 난’이다. 2018년 이후 정부 규제라는 악재를 다시 만난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3년 전과 달리 2030세대는 손절 대신 ‘존버(무작정 버티기)’를 택하는 모양새다.

최근 2030세대에서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의 소득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재테크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이 나만 뒤쳐진 것 같다는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

늘어났고

2030세대가 벼락거지 탈출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주식과 가상화폐다. 집값 상승에 부동산 구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2030세대에서 크게 늘어난 주식 계좌 수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은행 계좌 수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주식 계좌 수는 500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주식 투자자 수가 914만명으로 집계됐는데, 투자자 1명이 평균 6개의 주식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 계좌 수가 2019년 394만개에서 643만개로 249만개 늘어나면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30대(230만개 증가), 40대(200만개)도 많이 늘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코인 거래 시 필요한 케이뱅크 계좌를 새로 만든 가입자는 4월에만 100만명이 넘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달 18일 기준 108만명이 늘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의 실명 확인 계좌를 제공하는 유일한 제휴은행이다.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 10명 가운데 7명은 2030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0%대에서 70%대로 늘었다. 신규 가입자 평균연령도 지난해 상반기 37.2세에서 지난해 말 36.8세, 올해 1~2월 34.8세로 낮아지는 추세다.

가상화폐 시장을 2030세대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2030세대 벼락거지 될까 
주식·코인 앞 다퉈 투자

가상화폐 시장은 현재 과열 상태다. 가상화폐 시장은 24시간 내내 거래가 가능하고 주식과 비교해 변동성이 큰 편이다. 불과 1~2분 사이에도 등락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

자고 일어났더니 거래대금의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는 말도 흔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등락이 큰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는 일이 일어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자주 언급한 ‘도지코인’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7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원화 시장에서 도지코인은 하루 거래대금으로 코스피를 추월했다. 당시 도지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무려 17조18억원에 달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15일 ‘Doge Barking at the Moon’(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짧은 글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이 영향으로 도지코인의 값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당시 국내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현상인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도 10% 이상을 기록했다. 

‘재미’를 위해 만든 코인에 투자자가 급격하게 몰린 상황은 역설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도지코인은 빌리 마르쿠스와 잭슨 팔머라는 이름의 개발자 두 명이 시바견 이미지를 내세워 만든 가상화폐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이렇다 할 용도가 없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과 달리 무제한 발행도 가능하다. 

도지코인을 비롯한 코인 광풍이 이어지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 있지만 다 폐쇄될 수 있다. 9월에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고 한 답변이다.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은 위원장의 강경 발언을 두고 이른바 ‘은성수의 난’이라 명명했다.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이후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박상기의 난’이라고 명명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8년 1월 박 전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금지 법안 준비,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폐쇄” 등을 말한 바 있다. 당시에도 ‘코인 광풍’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가상화폐 시장이 팽창했던 시기였다. 박 전 장관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코인판 시즌1이 종료됐다”면서 시장을 떠났다. 

3년 전에는 손절했지만
지금은 반발 목소리 커

은성수의 난 이후에도 “코인판 시즌2가 종료됐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큰 움직임은 아니다. 2030세대는 가상화폐 시장을 떠나는 대신 버티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라는 가상화폐 시장의 악재를 시장의 흐름이 견뎌주는 모양새다. 


실제 2030세대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같은 달 29일 기준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는 은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됐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 “투자자는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고요?”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에 대한 과세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20%의 세율로 분리과세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030세대의 반발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화들짝 놀랐다. 2030세대의 파워는 4·7 재보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확인된 바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 유권자의 70% 이상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젊은 세대의 표심을 낙관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강하게 한 방 맞은 셈이다.

강해졌다


민주당은 은 위원장 발언 진화에 나서며 수습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가상화폐는)새로운 투자수단”이라면서 “투자자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이후에 부과하자는 ‘과세 유예론’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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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