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가상화폐 시즌2의 이면

‘은성수의 난’에도 버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상기의 난’에 이어 ‘은성수의 난’이다. 2018년 이후 정부 규제라는 악재를 다시 만난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3년 전과 달리 2030세대는 손절 대신 ‘존버(무작정 버티기)’를 택하는 모양새다.

최근 2030세대에서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의 소득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재테크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이 나만 뒤쳐진 것 같다는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

늘어났고

2030세대가 벼락거지 탈출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주식과 가상화폐다. 집값 상승에 부동산 구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2030세대에서 크게 늘어난 주식 계좌 수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은행 계좌 수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주식 계좌 수는 500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주식 투자자 수가 914만명으로 집계됐는데, 투자자 1명이 평균 6개의 주식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 계좌 수가 2019년 394만개에서 643만개로 249만개 늘어나면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30대(230만개 증가), 40대(200만개)도 많이 늘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코인 거래 시 필요한 케이뱅크 계좌를 새로 만든 가입자는 4월에만 100만명이 넘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달 18일 기준 108만명이 늘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의 실명 확인 계좌를 제공하는 유일한 제휴은행이다.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 10명 가운데 7명은 2030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0%대에서 70%대로 늘었다. 신규 가입자 평균연령도 지난해 상반기 37.2세에서 지난해 말 36.8세, 올해 1~2월 34.8세로 낮아지는 추세다.

가상화폐 시장을 2030세대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2030세대 벼락거지 될까 
주식·코인 앞 다퉈 투자

가상화폐 시장은 현재 과열 상태다. 가상화폐 시장은 24시간 내내 거래가 가능하고 주식과 비교해 변동성이 큰 편이다. 불과 1~2분 사이에도 등락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

자고 일어났더니 거래대금의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는 말도 흔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등락이 큰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는 일이 일어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자주 언급한 ‘도지코인’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7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원화 시장에서 도지코인은 하루 거래대금으로 코스피를 추월했다. 당시 도지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무려 17조18억원에 달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15일 ‘Doge Barking at the Moon’(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짧은 글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이 영향으로 도지코인의 값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당시 국내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현상인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도 10% 이상을 기록했다. 

‘재미’를 위해 만든 코인에 투자자가 급격하게 몰린 상황은 역설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도지코인은 빌리 마르쿠스와 잭슨 팔머라는 이름의 개발자 두 명이 시바견 이미지를 내세워 만든 가상화폐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이렇다 할 용도가 없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과 달리 무제한 발행도 가능하다. 

도지코인을 비롯한 코인 광풍이 이어지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 있지만 다 폐쇄될 수 있다. 9월에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고 한 답변이다.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은 위원장의 강경 발언을 두고 이른바 ‘은성수의 난’이라 명명했다.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이후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박상기의 난’이라고 명명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8년 1월 박 전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금지 법안 준비,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폐쇄” 등을 말한 바 있다. 당시에도 ‘코인 광풍’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가상화폐 시장이 팽창했던 시기였다. 박 전 장관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코인판 시즌1이 종료됐다”면서 시장을 떠났다. 

3년 전에는 손절했지만
지금은 반발 목소리 커

은성수의 난 이후에도 “코인판 시즌2가 종료됐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큰 움직임은 아니다. 2030세대는 가상화폐 시장을 떠나는 대신 버티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라는 가상화폐 시장의 악재를 시장의 흐름이 견뎌주는 모양새다. 


실제 2030세대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같은 달 29일 기준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는 은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됐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 “투자자는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고요?”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에 대한 과세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20%의 세율로 분리과세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030세대의 반발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화들짝 놀랐다. 2030세대의 파워는 4·7 재보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확인된 바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 유권자의 70% 이상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젊은 세대의 표심을 낙관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강하게 한 방 맞은 셈이다.

강해졌다


민주당은 은 위원장 발언 진화에 나서며 수습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가상화폐는)새로운 투자수단”이라면서 “투자자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이후에 부과하자는 ‘과세 유예론’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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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