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6>에코힐링 바람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9.03 11: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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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야? 집이야? 자연속으로 '쏙'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자연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에코힐링’(Eco-healing) 바람이 부동산 업계에도 불고 있다. 자연과 가까운 에코힐링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삶에 지친 몸을 치유한다’는 개념의 에코힐링은 생태학(ecology)과 치유(healing)의 합성어로, 바쁜 생활에 쫓기는 도시 직장인들이 집에서 휴식 및 여가까지 취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친환경 아파트·오피스텔 분양시장서 돌풍
실속과 건강 챙기는 대공원낀 단지 눈길

건설사들이 친환경 입지에 조경 특화까지 더한 에코힐링 아파트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산과 강, 공원 등 자연 환경을 가까이 두고 보는 ‘자연 조망권’이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집 주변에서 자연을 누리고 단지 내에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조경 공간을 조성한 아파트들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파트의 힐링 바람은 오피스텔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이용하려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그동안 아파트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힐링 바람이 오피스텔에도 적용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 주거문화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역세권 아파트를 선호하던 과거와는 달리 조금 걸어 들어가더라도 조용하고 산이나 공원, 강변을 낀 아파트의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바쁜 직장인들의 경우 휴식과 여가의 기능을 주택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택시장에 에코힐링 바람이 불면서 친환경 입지에 조경특화까지 더한 아파트가 상종가다. 예전에는 산과 강 등이 위치한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 단지와 자연환경을 연계한 특화 조경도 등장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연친화적인 에코힐링 아파트는 휴식과 여가를 위해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주거문화”라며 “단지 인근 풍부한 자연 환경과 단지 내 특화 조경을 갖춘 에코힐링 아파트는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아파트 시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에코힐링 아파트에서는 그 특유의 편리성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도심 빌딩 속 아파트는 교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강조하지만 주거쾌적성이 떨어지고 조망권 확보도 어렵다. 이에 반해 에코힐링 아파트는 탁 트인 조망, 자연친화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단지에 산과 같은 녹지 공간을 끼고 있어 단지 산책로가 등산로로 연결돼 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에코힐링 아파트는 일반 단지들에 비해 에코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아이파크1차’는 봉제산과 단지가 마주하고 산조망뿐 아니라 주거쾌적성도 뛰어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단지의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1531만원으로 등촌동 3.3㎡당 매매가인 1273만원보다 258만원 가량 더 높다. 즉 20%의 에코 프리미엄이 형성된 셈이다. 수락산자락을 끼고 있는 노원구 상계동의 ‘불암현대’도 전용 84㎡ 평균 매매값이 4억2000만원으로, 산조망이 불가능한 상계동의 중앙하이츠 1차 전용 84㎡에 비해 평균 2500만원 가량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부지 면적의 절반을 조경에 할애하거나 수십 개에 달하는 테마 정원을 설치한 에코힐링 아파트도 선보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이달 부산에 분양할 예정인 ‘부산 더샵 파크시티’는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 같은 아파트로 지어진다. 단지 앞 생태하천인 온천천이 가까워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고 단지 내 20개 테마 정원과 대규모 중앙 정원·산책로·둘레길 등이 조성된다. 1758가구(전용 69∼101㎡) 규모로 조성된다.

같은달 GS건설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동탄 센트럴 자이’559가구(전용 72∼84㎡)를 공급한다. 인근에 치동천과 선남제천이 위치해 자연환경이 우수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 지역에 대규모 수변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상은 주차공간을 없애고 자연환경과 연계되는 그린네트워크 단지로 지어진다. 쌍용건설은 8월 경기 남양주시에 ‘화도 예가’ 808가구(전용 84~111㎡)를 분양한다. 천마산과 묵현천이 가까워 조망이 가능하다. 단지 내에는 천마산·송리산·문안산 등과 조화를 이루도록 6개의 정원과 산책로·광장을 설치한다.

10월에는 SK건설이 경기 화성시 반월택지지구에 1967가구(전용 59∼115㎡) 규모의 ‘화성 반월 SK뷰’를 내놓는다. 단지 43%가 조경공간으로 채워진다. 1.3km 길이의 외곽 산책로와 600m 가량의 내부 순환 산책로를 조성하고, 주변에 수목과 휴게공간·운동시설 등이 설치된다.

지상주차장 없애고
산책·등산로 조성

대형공원이 새로 들어서는 부동산시장도 덩달아 조명을 받고 있다. 대규모 공원이 들어서면 인근 집값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조망권 확보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실속과 건강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주거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공원과 인접한 아파트는 침체 속에서도 프리미엄이 기대된다. 서울숲 공원과 인접한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리버젠’은 분양가(전용 113㎡)가 8억4500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프리미엄이 2억5000만원 가량 붙어있다.

대규모 공원 개발 기대감에 프리미엄이 붙은 단지도 있다. 국내 최대 공원으로 거듭날 용산공원과 인접한 용산구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은 분양가(전용 131㎡)가 13억2000만원이었으나 프리미엄이 5000만원 정도 붙어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결과 건축가 승효상씨와 네덜란드의 조경가 아드리안 구즈가 공동 설계한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Healing-The Future Park)’을 1등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다음은 대형 공원 근처에 들어설 아파트와 오피스텔이다.

▲서울 용산공원 = 반환 예정인 용산 미군기지가 여의도 크기의 국가공원 및 복합시설지구로 조성된다. 공원은 현재 남산 아래쪽 미군기지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일대에 조성된다. 여의도 면적(290만㎡)과 맞먹는 규모다. 용산공원은 242만6866㎡에 이르는 대규모 부지와 역사성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건설하기로 한 최초의 ‘국가공원’이다.
동부건설은 용산구 동자동 동자4구역에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기준 128∼208㎡ 총 278가구로 구성된다. 단지에서는 남산 조망이 가능한데다 조성예정인 용산공원 도보 1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일부 세대에서 조망이 가능하다. 용산역세권 개발과 용산 미군기지 국가공원 조성, 남산르네상스, 서울역 국제교류단지 개발 등의 호재도 풍부하다. 평균 분양가가 3.3m당 2200∼2500만원선으로 주변보다 20∼30%이상 저렴한 금액이다. 계약금은 일부 정액제, 일부는 10%이며 2013년 1월 입주 전까지 별도의 비용 없이 분양 받을 수 있다.


▲부산 시민공원 = 부산의 최대 공원인 부산시민공원은 지난해 9월 조성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산시민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공원인 뉴욕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콘셉트로 추진될 계획이다. 부산시민공원은 52만8278㎡의 부지로, 총 6494억 원이 개발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경동건설은 서면 한 복판에 소형 오피스텔 ‘서면 경동파크타워’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0층 578실 규모다. 부산진구 부전동 옛 부산진구청 자리에 들어선다. 반경 500m 이내 도시철도 서면역과 롯데백화점, 부전역사, 구청 등이 인접해 있다. 부산의 대표 상권인 서면 중심에 자리 잡은 데다 향후 부산시민공원과 부전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임대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 주차 비율이 236대로 60% 이상을 차지한다. 커뮤니티 시설이 1층 외에도 층별로 구분해 마련된다.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유림E&C는 ‘서면 유림 더블루 수’아파트 381가구를 분양 중이다. 37층 2개동 규모로 전용 84∼122㎡로 구성된다. 부산지하철 1호선 범내골역과 2호선 전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세종시 호수공원 =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한 가운데에 만들어질 국내 최대 규모의 호수공원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크기는 61만㎡ 부지에 담수 면적 32만5000㎡, 담수량 50만8000t 규모로 축구장 62개와 맞먹는다. 일산 신도시 호수공원(담수 면적 30만㎡)보다 크다. 이 호수공원을 비롯해 세종시에는 대규모 공원 3곳이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어서 숲의 도시로 조성될 전망이다. 세종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결합된 복합형 시설이 공급된다.

20% 프리미엄 형성
평균 매매값도 비싸

우석건설은 세종시 1-5생활권 중앙행정타운 C20-3블록에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의 ‘더리치 호수의 아침’을 8월 분양한다. 세종시의 핵심인 중앙행정타운 내에서도 중앙호수공원과 가장 인접해 있어 호수 조망권이 탁월하다. 더리치 호수의 아침은 도시형 생활주택 288가구와 오피스텔 289실 등 총 577실로 구성돼 있는 복합형 시설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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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