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영화감독 장항준의 이야기

김태호 PD도 인정한 충무로 입담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MBC <놀면 뭐하니?>에서 2021 ‘예능 유망주 특집’을 한 적이 있다. 당시 1번으로 초대된 게스트는 영화감독 장항준이다. 글로 써내든, 말로 풀어내든 무슨 이야기를 해도 웃음과 긴박감을 전달하는 그의 재능을 김태호 PD도 인정한 것. 이후 장 감독은 TV와 유튜브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놀면 뭐하니?>의 예견이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 플러스엠

장항준 감독의 태생은 행운과 궤를 같이한다. 장 감독의 가족의 경제력은 그의 탄생과 함께 탈바꿈한다. 장항준이 태어났을 무렵 아버지의 지인이 나일론 공장을 아버지에게 맡겼다가, 수년이 지나자 공장을 아예 넘기기로 한다. 이후 나일론 열풍이 불면서 장 감독의 집안 환경은 유복해진다. 

핵인싸

아버지는 공장에서 번 돈을 갖고 상경한다. 당시 역삼과 잠실 등 강남에 땅을 산다. 얼마 뒤 강남 열풍이 불면서 장 감독의 집안 환경은 훨씬 더 좋아진다. 그의 탄생 이후로 삶이 풍요로워지자, 형과 여동생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 장항준은 부모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는다. 

부모의 사랑을 워낙 잘 받고 태어난 터라 교우 관계는 최고에 이른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학생 장항준은 돈이 많든 적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싸움을 잘하든 못하든, 모든 친구와 돈독한 관계를 맺는다. 요즘 말로 ‘핵 인사이더’라고 자부하는 그다.

교우 관계는 좋았지만 어렸을 적부터 공부나 예체능 등 어떤 면에서도 재능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걱정이 든 장항준의 어머니는 점집을 찾아간다. 돌아온 말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평생 행복하게 산다’는 말이었다. 


이후 서울예술전문대(이하 서울예대) 90학번인 그는 방송 작가를 시작해 영화 <박봉곤 가출 사건>의 각본을 쓰며 화려하게 충무로에 데뷔했고,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감독으로 입봉한다.

준비 기간이 길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영화감독이 됐다. 누군가에겐 부러운 수준의 성공일 수 있으나, 점집에서 말한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장 감독 부부는 심지어 한동안 일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러다 일생일대의 복이 터진다. 아내인 김은희 작가가 SBS <싸인> tvN <시그널>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리즈 등 연이어 대박을 터뜨린 것. 현재 tvN <지리산>을 집필 중인 그는 국내 김은숙, 노희경 작가 등과 함께 최고 반열에 있는 작가로 꼽힌다. 썼다 하면 엄청난 화제를 낳는 김 작가의 회당 출연료는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작가의 성공 이후 장항준 감독은 아내를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 ‘국내 3대 남편’으로 거론된다. 이효리 남편 이상순과 장윤정의 남편 도경완과 함께 복 받은 남편의 포지션을 꿰찬다. 

아내의 카드로 즐겁게 살고 있다는 그가 고정적으로 방송에 나선 건 팟캐스트 <씨네마운틴>부터다. 지난해 여름, 송은이와 함께 시작한 <씨네마운틴>은 영화의 뒷이야기와 장항준 송은이의 개인사를 맛깔나게 풀어놓는 콘셉트로 영화팬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국내 3대 남편? ‘행운으로 점철된 팔자’
2021년 최고로 핫한 예능계 블루칩 우뚝

오랜 시간 영화판에 있었던 장 감독은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내면서 흥미를 돋운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도 불현듯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웃음을 제공한다. 샛길로 빠졌다가 다시 제 길을 찾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돋보인다.


이어 장 감독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에 캐스팅된다. 국내 현대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됐던 사건들을 들려주는 방송에서 장 감독은 방송인 장도연, 장성규와 함께 화자의 역할을 맡는다. 

제작진의 삼고초려 끝에 출연하게 됐다는 장 감독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아는 내용도 장 감독의 입을 거치면 서스펜스가 생긴다.
 

▲ 장항준 감독 ⓒJTBC

<꼬꼬무> 연출을 맡은 유혜승 PD는 “장 감독은 <꼬꼬무>를 위해 태어나신 분 같다. 기본적으로 시대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지적인 소양도 깊다. 아울러 특유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몰입시키는데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 서울예대 동기인 배우 장현성, 방송인 김진숙과 함께 유튜브 방송 <김장장TV이십세기들>을 론칭했다. 격 없이 편한 친구들과 이른바 ‘추억팔이’를 비롯해 부동산, 여행, 명작만화 등 다양한 소재를 갖고 이야기를 나눈다. 최소한의 틀만 있고 오롯이 리얼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이후 tvN이 장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을 뿐 아니라 대화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재주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제목은 tvN <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이하 <알쓸범잡>)이다. 과학자 김상욱과 정재민 법무심의관, 박지선 사회심리학과 교수 등 범죄 전문가들과 오랜 친구였던 윤종신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 방송에서는 전문가들이 꺼내놓는 지식과 정보로 인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단 몇 마디로 가볍게 환기한다. 누군가의 반인륜적인 행위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놓기 힘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어두워지기도 하는데, 윤종신과 장 감독이 막아준다. 겨우 2회 방송됐을 뿐인데도 반응이 뜨겁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예리한 감각

영화계가 알아주는 작가이자, 충무로 최고의 입담꾼인 장 감독의 포지션은 유니크하다. 단순히 웃길 뿐 아니라 예리한 현실감각으로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을 구사하기도 하며, 방대한 지식으로 다양한 정보를 쏟아내기도 한다. 또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주위의 날카로운 공격에 서글서글하게 대응한다. 타인을 공격하지 않고 오롯이 긍정적인 소재로 주위를 즐겁게 하는 장 감독. 이제 유망주의 탈을 벗고 핫한 예능인으로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