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판가름 ‘호남혈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31 14:00:10
  • 댓글 0개

대이변 예감?…‘텃밭’ 전라도서 판세 뒤집힐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반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문재인 대세론’은 아직 뻔한 상수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문재인 대세론은 역대 민주당 경선 역사에 변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패배의 원흉이라던 대세론이 어쩐 일인지 꺼질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대로 라면 문재인 후보는 전반전의 완주코스나 다름없는 전북을 휩쓸고 무난히 후반전을 통과할 기세다. 하지만 혹시 모를 대이변에 민주당 주자들은 사활을 걸고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충북에서 4번째 경선 뚜껑이 열렸다. 문 후보는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북경선에서 3만123명의 선거인단 중 1만7637명이 투표에 참석한 가운데 8131표를 얻어 46.1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갔지만, 처음으로 과반에 실패했다.

손학규 후보가 40.30%(8132표)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달성했고 그 뒤를 김두관 후보가 10.95%(1931표)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 경선이 끝난 현재 누적 득표율 52.29%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사수하고 있으며 그 뒤로 손 후보가 27.55%로 추격하고 있다.

4연승 기록 달성
1위 달리지만 ‘찝찝’

문재인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던 울산 경선은 20%p 차로 문 후보가 1위를 기록하며 비교적 싱겁게 끝나 민주당 경선 흥행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제주에서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시원하게 닻을 달았던 문 후보는 울산에서 52.07%를 득표하며 2연승으로 대세론을 확인시켰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문 후보의 득표율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대세론을 공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초반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김 후보로서는 김빠진 결과나 다름없다. 울산에서 누적집계 2위로 손 후보를 따돌렸지만 강원도에서 손 후보에게 30%p 뒤쳐지며 다시 3위로 내려앉아 울산의 득표율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 경선을 마치고 누적득표율 21.27%의 손 후보를 18.65%로 따라잡아 간격을 좁혀 김 후보가 추후 동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있었다.

강원도에서는 당초 손학규 후보의 선전이 점쳐졌다. 손 후보는 45.85%의 득표율을 보인 문 후보를 8.22%p 차로 바짝 추격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강원도는 손 후보에게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문 후보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손 후보는 매체를 통해 “강원도 지역에 그렇게 자신만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지만 선전했다고 생각한다"며 "누적 순위에서 2위가 돼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충북에서 확실히 승리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동성 사라져 흥행참패 위기에 놓인 민주당
손학규, 충북에서 문재인의 과반 행진 저지

이전부터 충북은 손 후보의 텃밭으로 분류돼 문제인 대세론을 따라잡을 손 후보의 대역전 드라마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홍재형 전 국회의장이 충북도당의 위원장으로 손 후보의 선대 위원장이고, 청주 3선의 오제세 의원도 손 후보를 돕고 있어 이들이 문 후보를 따라잡는데 손 후보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한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서 충북 지역에 연고가 없는 김한길 최고위원이 충청 출신인 이해찬 당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이 손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전해지면서 손 후보의 지지세가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대로 손 후보는 4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의 과반 행보를 저지했다.

충북 경선은 9월1일에 있을 전북 경선을 앞두고 초반 4연전을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손 후보의 문 후보 과반 저지는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 후보 측은 4연승으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든 후 맘 편히 전북으로 향해야 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반면, 손 후보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할 활로를 개척하게 됐다.

하지만 전북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선거인단의 저조한 투표참여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각 후보의 전북전략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전북의 선거인단이 이미 끝난 제주·울산·강원·충북을 합한 9만2552보다 많다는 점을 보더라도 전북은 민주당 주자들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표밭이다. 하지만 그동안 모바일 투표 오류에 대한 민주당의 공신력 하락으로 경선 참여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우려가 경선이 호남에 이르기 전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호남 놓고 사생결단
"놓치면 끝장난다"

실제로 경선 과정 내내 모바일 투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다 문 후보 측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민주당 경선은 진통을 겪었다. 울산은 모바일 투표 부정선거 의혹으로 손·김·정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아 파행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선출 과정에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모바일투표를 ‘선거혁명’이라고 선전해 국민과 정치권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해찬 대표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민주주의에 가장 근접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치혁신”이라고 극찬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불신을 가중시켰다.

또한 모바일 투표가 새로운 형태의 동원선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동원력이 강한 친노 세력의 조직표가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4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문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가시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투표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의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문 후보는 과반을 확보해도 찝찝한 1위를 기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가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문 세력을 상대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북 투표율이 저조하면 문 후보의 굳히기와 비문의 뒤집기가 모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흥행과 선거인단의 대거 참여는 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상수이자 절실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9일 충북 경선을 앞두고 손·김·정 세 후보는 모두 전북을 방문했다. 이들은 태풍피해 현장을 찾는 등 전북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경선주자들이 전북 경선에 총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북이 호남의 첫 경선지역이라는 상징성과 민주당의 경선 당락을 결정할 규모의 선거인단 때문이다. 전북의 선거인단만 무려 10만 명이다. 이 때문에 비문 주자들은 전북에서 판세를 뒤집을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북을 놓치면 인천과 경남에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반전이 계기가 거의 사라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손 후보는 호남 경선을 분수령으로 보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특히 문 후보의 득표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린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 선택을 하는 호남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손 후보 측은 ‘49대 51’의 싸움으로 승산을 보겠다는 복안이다. 문 후보가 ‘마의 50%’에서 1%만 잃어도 문 대 비문 대결인 결선투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충북 경선에서 문 후보의 50% 지지율이 처음으로 무너지면서 손 후보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손 후보가 이대로 전북 경선 무대에 올라 결선투표 여부에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비문 진영 내부에는 밴드왜건 효과(다수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심리)가, 중립지대에는 언더독(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선두 사수’ 문재인…‘역전 발판’ 손·김·정
호남 선거인단 ‘24만명’ 표심잡기 총력전

현재까지 1위 문 후보와 2위 손 후보의 차이는 1만3220표다. 전북에서 조금 더 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뒤집기도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 정치권의 이야기다.

강원도 경선에서 3위로 밀려났지만 2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김 후보도 전북 경선이 2라운드의 시작이라고 보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김관영, 유성엽 의원 등의 조직 세로 힘을 모아 1·2위 후보와의 격차를 최대한 좁힌다는 셈법이다.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에서 4선 의원이라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자신이 유일한 호남 주자인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다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문 진영의 세 후보의 캠프는 만약 호남의 첫 경선지역인 전북에서마저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는 ‘사실상 끝’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인단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 견제에 성공할 경우 막판 뒤집기로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북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30∼40%대로 떨어진다면 경선이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비문 진영 주자들이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표심을 공략하는 반면 문 후보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충북 토론회와 연설회 준비로 하루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충북에서 과반 사수를 실패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문 후보가 손 후보의 추격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도 호남 민심에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과 호남 홀대론으로 마음이 상해 있는 호남 유권자들을 달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듯 매체를 통해 "타 지역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표심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후보는 전북 지역에서 31.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해 28.4%에 그친 문 후보를 앞서 문 후보 측은 전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분위기다. 반면 선거인단 ‘14만 명’인 광주·전남에선 문 후보가 손 후보를 앞섰다. 광주에선 ‘문재인 50.9% VS 손학규 27.3%’, 전남에선 ‘문재인 45.3% VS 손학규 20.6%’의 지지율이 나타났다. 

전북, 대세론의 고비
전략적 선택이 관건

종합해보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9월1일 뚜껑이 열리는 전북의 표심이다. 현재 전북 판세는 문 후보가 우위에 있지만 손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결선투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경우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어디로 쏠리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남 선거인단 규모만 ‘24만여 명’이다. 호남의 결과가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호남 표심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