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대격돌> 수세 몰린 박영선 대역전 카드

‘밑져야 본전’ 큰 거 한 방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10일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 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약세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다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박 후보에게도 반등의 기회가 될 만한 구석이 엿보여서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곳곳에서 시작된 유세는 선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모양새다. 여야 선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이들은 복잡다단한 단일화를 거듭한 끝에 본선에 진출했다.

범여 vs 범야
본 게임 시작

이번 레이스는 범여권과 범야권의 대결이다. 범여·범야의 단일후보 맞대결은 지난 2011년 ‘박원순-나경원’ 구도 이후 꼭 10년 만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급 관심을 받고 있다. 1000만 수도 서울의 수장이 선출되는 중대한 선거라는 점도 있지만, 사실상 전체 진영 간 승부다. 대선 축소판과 다름없는 셈. 여야 모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박 후보는 서울시장 ‘3수생’이다. 2011년과 2018년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다. 박 후보는 4선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전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왜일까.


정치권 안팎에선 박 후보자가 불리한 출발선에 섰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은 ‘중대한 잘못이 있어 재보궐 선거를 치를 경우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손대며 후보를 냈다. 박 후보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없는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후보 출마에 대한 명분이 떨어지는 만큼 공감대 형성은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 정부·여당 안팎의 악재가 박 후보를 그대로 관통하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6명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 날이자,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부동산 이슈에 주춤하는 박
똑같이 부동산으로 때린다?

후보 간 격차는 상당했다. 박 후보는 36.5%에 그친 반면, 오 후보는 55.0%를 기록했다. 이념 성향별로 따져보면 보수층에서는 81.1%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 진보층에서는 75.9%가 박 후보를 선택했다. 향배를 가른 건 중도층이었다. 이들의 64.9%가 오 후보를 선택했다. 박 후보에 대한 응답은 26.5%에 불과했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후보는 야권 단일화 이전에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당시 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단일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박 후보를 앞섰다.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에만 박 후보가 선두를 달릴 수 있었다. 

오 후보가 약진하는 판세이지만 예단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주목한다. 당시 서울시장직을 두고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맞붙었다.
 

▲ 본격 선거운동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한 후보를 20% 가까이 앞섰다. 하지만 선거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0.6%포인트에 불과했다. 여권에서 기대를 접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박 후보는 어디서 발판을 만들 수 있을까.

박 후보와 민주당은 오 후보의 이른바 ‘내곡동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 후보의 부인이 부친에게 상속받은 내곡동 땅이, 과거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 후보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박 후보는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곡동 토지 문제는 LH사태의 원조다” “MB가 BBK 진실에 거짓으로 일관했던 모습과 오 후보의 내곡동 땅 모습이 굉장히 흡사하다”며 날을 세웠다.

공세 수위↑
중도층 공략

민주당은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는 형국이다. 당은 선거운동 개시 하루 전인 지난 24일 오 후보 의혹과 관련된 추가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근무했던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도 접수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오 후보에 대해 1차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박 후보와 민주당은 왜 내곡동에 주목할까. 정치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로 부동산 이슈에 있다. 그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LH사태로 민심은 바닥을 쳤고, 그 악영향이 박 후보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후보 입장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상대 후보를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다”며 “박 후보와 민주당이 내곡동에 화력을 쏟는 이유”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건 부동산 정책과 LH사태”라며 “여당 쪽에서는 오 후보의 지지율 역시 부동산 이슈로 공략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기대하는 또 다른 대목은 조직력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서울 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25개 지역 구청장 중 24명(96%)이 민주당 소속이다. 시의원의 경우 109명 중 101명(93%)이, 구의원은 369명 중 219명(59%)이 민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지역 국회의원 중 민주당 의원은 전체 49명 가운데 41명(84%)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다져진 조직력은 총선과 대선 승리의 자양분”이라며 “대선과 다름없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민주당 조직력을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다”고 귀띔했다.
 

▲ 기자회견 갖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 후보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관권선거가 시작됐다”며 “구청장, 시의회, 구의회 등 민주당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단체까지 조직선거를 시도한다면 우리에게 큰 시련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영끌 작전’이 진행 중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투표 독려 분위기가 대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일례로 민주당은 ‘지인찾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서울과 부산의 지인을 찾아 투표를 독려하는 식이다.


투표 독려
싹싹 긁기

민주당에서 4·7 재보선을 이끌고 있는 이낙연 선대위원장은 지지층 결집을 거듭 호소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모든 당원 동지들께서 긴박해지길 요청한다” “긴박하다. 부지런하고 겸손하며 간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재보궐선거 투표율이 50% 미만이라는 점도 여당의 조직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조직력에 따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투표에 나서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80%가 넘는 등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조직표’의 효과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 잡음이 드러나지 않는 점도 박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몇 차례 관측됐던 친문·비문 간 갈등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점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결이 다소 다르다. 오 후보가 야권 단일화 후보로 선정됐지만 뒷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저격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하고 분노와 감정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른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전 의원과 홍 의원 등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지지했다”며 “그런 사람들이 당을 맡아왔으니 당이 오늘날 이 꼴”이라고 쏘아붙인 바 있다.


이어 홍 의원은 “100석의 거대 야당이 후보자를 못 낼 지경까지 당을 막판까지 몰아간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군소 야당 출신인 안 대표 한 사람을 제쳤다고 선거가 끝난 양 오만방자한 모습은 큰 정치인답지 않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야권 단일화를 이뤘지만 앙금은 남아 있는 형국이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어정쩡한 상황이 관측됐다. 오 후보는 지난 25일 안 대표와 두 손을 잡고 합동 유세를 진행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가 유세 차량에 오르자 현장을 떠났다. 단일화의 진통을 함께 거듭한 이들이었지만, 결국 3명이 한자리에 모이지는 못했다.

밑바닥 조직력…우위 선점 기대
야권 화학적 결합…결과 미지수?

이와 반대로 박 후보는 비문으로 통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원을 우회적으로 받았다. 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박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만났다. 토론회 참석 차 국회를 찾은 이 지사가 민주당 안재근 의원의 주선으로 박 후보자를 만나게 된 것. 하지만 일각의 해석은 다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이 지사가 박 후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성원 기자

박 후보와 이 지사는 국회를 산책하며 박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서울시민 10만원 보편적 재난위로금 지급’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후보는 국회 카페에 있는 키오스크(무인주문단말기)를 보고 “제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할 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서울시정도 매우 혁신적으로 하실 것 같다”며 박 후보를 치켜세웠다.

이 지사는 박 후보의 재난위로금을 언급하며 “다른 지방정부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정책 방향을 그렇게 정한다 하시니 정말 반가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서울이 전국 평균 정도의 매출 회복을 끌어올리려면 위로금 형태로 재난지원금을 줘야겠다고 결정했다”며 “(지원금을) 디지털 화폐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재난위로금을 주면서 미래 투자도 한꺼번에 하자는 거다. 일석삼조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가계 지원, 소상공인 매출 증대까지 일석이조인데 블록체인까지 하나 더하셨다”고 화답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7일 경기 평택의 스마트팜 기업을 방문, 박 후보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수직정원도시 건설과 관련된 기술 현황을 살폈다. 이곳은 박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방문했던 곳이다. 당시에도 이 지사가 박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원팀? 
분열?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지원도 잇달았다. 민주당 정성호, 임종성, 김남국 의원 등은 지난 10일 박 후보의 선거 사무소를 찾아 선거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지난 19일 박 후보의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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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