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15.5℃맑음
  • 강릉 19.8℃맑음
  • 서울 16.8℃맑음
  • 대전 16.6℃맑음
  • 대구 17.1℃맑음
  • 울산 19.3℃맑음
  • 광주 16.1℃맑음
  • 부산 19.5℃맑음
  • 고창 16.3℃맑음
  • 제주 19.5℃맑음
  • 강화 14.9℃맑음
  • 보은 11.7℃맑음
  • 금산 12.9℃맑음
  • 강진군 14.1℃맑음
  • 경주시 15.4℃맑음
  • 거제 16.8℃맑음
기상청 제공

1374

2022년 05월17일 09시02분

연예일반

<직격 리뷰> ‘자산어보’와 ‘목민심서’, 그 두 갈림길 ‘자산어보’

URL복사

백성을 사랑한 두 영웅의 가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총망라하는 ‘시대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이 돌아왔다. 역사를 비스듬히 보는 관점으로 새 인물을 조명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그가 이번에 선택한 인물은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다. 이 감독의 포커스는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당시 ‘자산어보’를 기록하는 과정으로 향한다. 제목도 <자산어보>다. 정약전의 삶을 실화와 허구를 섞어 재구성해 현대인들에게 어떤 태도로 사는 것이 올바른지 소통하고자 한다. 
 

▲ 영화 자산어보 스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편협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주위에 보인다. 자신의 신념만 내세워 타인에게 혐오적 발언을 일삼는 데 전혀 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신념을 이루는 방법을 차치하고라도, 어떤 신념이 아무리 옳다 한들,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고 상처받지 않으며 행복해야 한다는 가치보다 더 우월할 수 없다. 

철학적 가치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는 권력이 재분배돼 인권의 서열이 사라져 누구나 평등하며, 아무리 가난해도 삼시 세끼를 배불리 먹고 즐거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랐던 정약전의 유배 생활을 재조명한다.

영조와 사도세자를 다룬 <사도>, 시인 윤동주와 그의 친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송몽규를 그린 <동주>, 열사 박열의 아내이자, 일본 출신 아나키스트였던 가네코 후미코를 조명한 <박열> 등 이준익 감독은 역사의 듀오를 그려내는 데 특별한 기지를 보여왔다. 

신작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의 파트너는 정약전이 지은 저서 <자산어보>에 짧게 소개된 흑산도의 젊은 청년 창대(장덕순)다. 이 감독은 섬세하고 내밀한 성격으로 어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청년이라고만 소개된 창대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인물을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역사에 분명히 기록된 두 인물의 삶을 철저한 고증으로 접근했다면, 이번에는 허구가 대거 포함됐다. 

영화는 순조 1년, 신유박해부터 출발한다. 서학(천주교)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100명이 죽고 400명이 유배된 이들 중에는 당시 집권 세력이 눈엣가시로 여긴 정약용과 그 형제들이 포함된다. 

학문과 현실 생활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의견을 공유하며, 배움의 희열을 느낀 두 형제는 유배되면서 생이별을 맞게 된다. 나주 율정점에서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갈라진다. 이 헤어짐이 평생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이 될 줄은 아마도 몰랐을 테다. 

정약전과 정약용은 서민들과 생활하면서 당시 정부 관리들의 횡포를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고, 전환점을 맞는다. 백성을 위하는 올바른 정치는 무엇이며,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 된다. 

율정점에서 두 갈래로 엇갈리듯 두 사람의 백성을 위하는 방법도 갈린다. 정약용은 그간 살아온 경험과 내공을 바탕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와 행정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집대성한 <목민심서>를 기록했고, 정약전은 인간 곧은 마음이나, 권력자의 정치보다 백성이 배불리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 흑산도에서 발견되는 모든 어종의 특성을 기록한 <자산어보>를 집필한다. 
 

▲ 이준익 감독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는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중 알게 된 창대와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종에서는 독보적인 전문성을 가진 창대를 발견한 정약전은 창대에게 성리학을 가르쳐주는 대신, 어종을 배우게 해달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 혹은 벗이 된 두 사람은 철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이후 창대는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고 더 깊게 받아들이게 된다. 출세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던 창대는 육지로 나가 과거를 보고 정부의 관리가 된다. 매관매직이 횡행했던 조선시대 말기 부패한 조선 정부의 실상을 본 창대는 실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이 감독에게 따르면, 영화 속 창대는 어종의 전문성을 지닌 점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내용이 허구다. 부패한 관리인 아버지의 서자와 아내에 대한 설정, 그가 출세욕에 과거를 보러 나가는 과정이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사극 대가‘ 이준익 감독 여덟 번째 시대극 
정약전을 통해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감독이 창대를 만든 이유는 <목민심서>와 <자산어보>가 가진 가치의 차이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성리학과 실학을 근간으로 인간이 지켜야 할 태도와 당시 제도를 면밀하게 분석해 문제점을 써낸 <목민심서>와 어종이 언제 어디서 많이 잡히고, 어떤 맛을 내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총망라한 <자산어보>의 의미를 충돌시킨다. 


이 감독은 <자산어보>를 통해 두 저서 모두 한국 역사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인정하나, 작금의 시대에 어떤 정신이 더 의미있는가에 나눠보고자 하는 듯 보인다. 

<목민심서>를 깊게 받아들인 창대의 앞날은 밝지 않게 표현했다. 이는 <목민심서>의 핵심에 가까운 제도적 완벽함도, 결국 시스템을 무시하고 있는 누군가로 인해 그 빛을 보기 힘들다는 걸 말한다. 

곧, 제도를 개선하고 올바른 관리자를 양성하고 그들의 도덕적인 행정을 통해 백성을 더 낫게 살게 하고자는 <목민심서>의 가치도 중요하나, 백성이 타인의 부패와 상관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마음으로 집필한 <자산어보>의 가치가 어쩌면 현 시대에 더 유의미한 것 아니냐고 묻는 듯하다. 

인생을 통달한 듯 보이는 정약전과 그 주위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흑백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감정이 정확하게 느껴진다. 

아울러 흑산도 인근 섬에서 촬영하면서 공간의 절경을 카메라에 가득 채운다. 그 절경을 보는 것만으로 속이 뚫리는 느낌이다. 저예산으로 고퀄리티 장면을 뽑아내는 것은 이 감독 최고의 장기가 아닌가 싶다.

정약전을 연기한 설경구와 창대 역의 변요한, 정약전을 지원하는 가거댁 역의 이정은은 감독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세밀한 감정표현을 훌륭히 해낸다. 세 사람의 연기력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 자산어보 스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특히 설경구는 연기에 도가 튼 듯 경지에 오른 느낌이다. 성리학을 오랫동안 몸에 익힌 삶의 태도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배움에 대한 열망, 인생에 대한 깊은 해학이 그의 대사와 얼굴에 모두 묻어있다. 요즘 말로 ‘꼰대’의 모습까지도 밉지 않게 표현해낸다.

흑백영화인 데다가 저예산으로 알려진 이 영화에는 주요 출연진 외에도 류승룡, 조우진, 최원영, 동방우(과거 명계남), 김의성과 같은 걸출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노개런티 우정 출연이다. 성품 좋은 감독으로 알려진 이 감독의 평소 배우와의 관계가 우정 출연의 힘으로 나타난 듯하다. 연기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쟁쟁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배우는 조우진이다. 흑산도 지역의 관리 역을 맡은 조우진은 영화 초반부 갈등의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영화가 지루할 때마다 등장해 숨통을 틔운다. 이미 숱한 작품에서 각계각층의 인물을 완벽히 연기한 그는, 탐관오리마저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분량도 우정 출연이라고 하기엔 네 번째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좋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동주>나 <사도> 때처럼 영화의 절정 부분이 비교적 심심한 편이다. <동주>나 <사도> <박열>은 상상보다 더 강력한 실화의 힘이 영화에서 전달됐던 반면, <자산어보>의 하이라이트는 허구가 바탕이어서인지 앞선 영화에 비교해 힘이 떨어진다. 창대를 선택하면서 어쩔 수없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아닌가 짐작된다. 

존중과 배려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나 <자산어보>는 갑작스럽게 발발한 코로나19로 인해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정신적 가치로 전환되는 시점에 굽이치는 파도와 같은 삶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에 되돌아보게 한다. 그 안에 누구나 배불리 먹고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창작자의 소망이 그득히 담겨 있어, 2시간여 사이에 존중과 배려도 경험한다. 우울감이 그득한 이 때에 위로와 힐링이 되는 영화다.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6·1 보궐선거> 출마한 안철수·이재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여기간 2022-05-12~2022-05-30




녹지국제병원으로 본 의료민영화 이면

녹지국제병원으로 본 의료민영화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병원은 지역사회 주민의 치료와 예방을 포함한 총괄적인 의료를 서비스하며 병의 예방과 연구도 함께 시행한다. 병원은 공익적 목적에 설립 기반을 두지만, 제주도 서귀포시의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기점으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녹지국제병원’이 설립되면 한국에 의료민영화가 시작될 거라고 지적한다. 녹지국제병원의 전신은 녹지 제주 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했다. 2015년 12월 녹지그룹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영리병원이란 개인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병원을 말한다. 영리병원 첫 시작 이렇게 따지면 진료나 입원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이 전부 영리병원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개인병원을 제외한 국내 병원은 병원에서 취득한 이윤을 병원의 인건비, 시설투자 등 병원 내부 투자를 하는 데만 이용 가능하다. 반면 영리병원은 병원의 이윤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어 특정 사업을 하는 다수의 투자자가 모여 설립한 법인이 된다. 즉 ‘영리 추구’의 의미가 아닌 ‘영리법인이 설립한 병원’을 뜻한다. 영리병원은 병원이 번 돈을 병원의 내부 투자 외에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는 병원 개설의 자격을 제한한다. 이 법에는 병원 개설 자격을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지방의료원·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으로 제한해 영리병원 설립을 막고 있다. 한국이 영리병원 설립을 막은 이유는 병원의 이익금이 밖으로 빠져나갈 경우, 병원이 사익만을 추구해 환자의 치료가 뒷전이 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다. 실제로 미국 조지아주 영리병원 응급실 담당 국장인 크레이그 브러머 의학박사가 밝힌 사실에 따르면 영리병원은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환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조건 없는 입원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영리병원의 사례다. 열이 40도까지 올라간 생후 11개월 된 아기가 응급실로 왔다. 여러 조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체온이 정상인 37.1도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병원은 ‘열병’ 진단으로 입원 조처를 했다. 또 목 통증 때문에 응급실을 찾은 71세 노인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전도 검사와 흉부방사선영상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으나 가슴 통증 규정에 따라 불필요하게 입원 조처됐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영리병원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국의 영리병원은 병원 방침을 거역한 의사를 가차 없이 해고했다. 한국 공공병원 5% 내외로 OECD 최하 일본은 영리병원 금지, 공공병원 30% 미국 연방수사국은 “이 병원은 외부 의사들과 사무실 임대계약을 해 정상가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거나 검사 대행 계약으로 검사비를 계약서보다 높게 지불했다. 이런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들 의사들이 이 병원에 환자 진료 의뢰를 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오래전 일이다. 이런 와중에 녹지국제병원은 어떻게 승인을 받은 것일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정부는 의료법 제23조 ‘의료기관 또는 외국인 전용 약국의 개설’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폐기하고 ‘외국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했다. 이 기관에서는 내국인이 진료 받을 수 없게 했고 건강보험 비용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 진료만으로는 대규모 외국 의료기관 개설이 어려웠다. 곧 정부는 내국인 진료를 무제한 허용하는 취지로 법률을 개정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구제주 국제 자유 도시 특별법 법률’ 제20조의4에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를 규정해서, 제주도 내에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을 설치할 법적인 근거가 최초로 도입됐다.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원 38만1495㎡에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위한 녹지 제주 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예산은 800억원이 들었다. 2015년 6월 이 회사는 제주도지사에게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의료기관’이라고 명시돼있고, 같은 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정부가 적극 주도 2017년에는 녹지국제병원 건물 착공·준공 후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영리병원 개설에 부정적이었다. 여론조사 결과 제주도민의 10명 중 7명은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반대했다. 이 같은 제주도민들의 의견은 반영됐다. 이듬해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 심의위원회’가 녹지국제병원 의료기관 개설허가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의논에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숙의형 정책개발’ 절차를 거쳤다. 녹지국제병원은 개설 불허 권고를 받았고, 녹지국제병원은 비영리병원으로 활용될 것을 제시했다. 이후 녹지국제병원은 ‘진료 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함’으로 바꿔 원 도지사로부터 개설허가를 받았지만,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원 도지사는 의료법 규정을 들어 청문 절차를 거쳐 2019년 4월17일,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유한회사 측에 제주도 보건의료 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와 청문 일정을 보냈다. 심의위 측은 녹지국제병원이 제주특별법상 외국인 투자 비율을 충족하지 못했고, 병원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외국 법인만 가능해 녹지국제병원이 당장 영리병원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외국인만? 내국인 포함 수차례 법적 공방 끝에 개설허가 취소 소송은 지난 1월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이달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는 녹지국제병원 논란이 발생한 지 벌써 7년째다. 다만 녹지국제병원이 이번 재판에서 최종 승소해도 단기간 내 국내 첫 영리병원이 열릴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외국인 진료를 모두 허가할지 아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운영되면 발생할 문제점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도 국민들이 의료민영화를 걱정하는 것은 제주도가 2006년부터 꾸준히 영리병원 개설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제주 메디컬리조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나 투자가 무산됐다. 2007년에는 PIM(Philadephialnternational Medicine-Management Development)와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설립 부지 미확보, 국내 협력사의 열악한 재무구조 등의 문제로 설립이 무산됐다. 이런 식으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도는 영리병원 개설을 위해 7번의 양해각서(MOU) 체결 및 사업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녹지국제병원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사례까지 합치면 영리병원 개설을 위해 총 8번 시도한 것이다. 제주도 이외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 ▲부산 ▲대구 등지에서도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운영된 사례는 없다. 지자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개설을 막은 것은 영리병원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에서 개최한 ‘왜 다시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인가?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 의료위기 토론회’에서는 녹지국제병원을 포함한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다방면으로 다뤘다.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태국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태국은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관광을 실시했다. 이후 태국 연 의료비는 10~25% 상승했고 의료에 관한 지역 불균형도 초래됐다. 의료비 10~25% 상승 지역 불균형도 초래 한국과 유사한 의료체계를 가진 일본은 영리병원을 금지하고 공공병원을 비중을 25~30%로 유지하고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미국도 의료체계가 OECD 최하위지만 공공병원 비율은 22%다. 반면 한국은 공공병원이 5%밖에 되지 않고 비영리병원의 수익성 추구도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공공병원이 확보된 미국도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공병원 확보가 부족한 한국에 녹지국제병원이 생기면 문제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변 위원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 폭등, 지역 병원 폐쇄,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는 정부가 추진한다고 밝혔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서비스산업의 고도화와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민영보험은 미국식 관리 의료형 민간의료보험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에도 개인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화와 환자 정보 공유 등 의료정보화, 건강관리 서비스 등 예방산업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당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 이를 그대로 시행했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 정책을 이어 보험회사 건강관리 서비스 합법화를 추진했고, 보험회사가 병원을 통제해 의료제공자로서 해야 할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변 위원은 “즉각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법을 개정해 우회적 영리병원 도입 및 의료민영화 추진을 막아야 한다. 또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공공의료 및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도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영리병원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들이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수집과 집적화를 쉽게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현재 기업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라이프로그 정보 수준만 접근할 수 있다. 개인의 의학적 과거력과 검사 결과 및 처방 내용은 병원에서 발생하고 축적되는데, 영리병원이 허가되면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데이터를 의료기관 밖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위협받는 국민건강 이 국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자원의 절대 다수를 민간이 공급하고, 영리적 의료행위가 용인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영리병원을 허가하면 국민의 생명이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과도한 의료화로 상업적인 낭비 의료가 증가할 것이고, 국민건강 수준은 향상되지 않는 가운데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이 의료인력으로 대체되면서 환자 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