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개구리소년 30주기 ④우철원군 아버지 우종우씨의 ‘잃어버린 30년’

“웃는 얼굴 아직도 선한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 애가 어린양 부린다고 아버지하고 엄마한테만 요래요래 했거든요. 품에 파고들면서 아버지, 아버지 하는데 막 녹는다 아입니까. 애가 ‘아버지!’ 하면서 저 골목 끝에서 뛰(어)오던 그 얼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말입니다. 달리기를 잘해서 살아 있다 카믄 운동을 했을 낀데….”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씨는 개구리소년 30주기를 한 달 앞둔 지난 2월27일 대구 와룡산 세방골을 찾았다. 해당 장소는 2002년 9월26일 개구리소년 5명의 유골이 발견된 장소다. 실종 당시 철원군은 초등학교 6학년, 13세로 아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슬픔 줄었지만

올해 일흔 세 살의 우씨는 낙엽으로 뒤덮여 발 디딜 곳도 제대로 찾기 힘든 산길을 성큼성큼 걸어 올랐다. 한 손에는 북어포와 소주 2병을 챙겨 든 채였다. 아들 철원군의 유골이 발견된 이후 우씨는 20여년 동안 그 산길을 수천 번 오르내렸다.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1m 깊이 골짜기 바로 옆 터에서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전미찾모) 회장의 주도로 매년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추모제를 열지 못해 현장은 28주기 때 모습을 간직한 채였다. 

2019년 걸어둔 28주기 추모제 현수막은 바람에 풀려 나무 사이에 널브러져 있었다.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과 나 회장이 보낸 근조화환은 다 시든 상태였다. 그 옆으로 누렇게 마른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우씨는 함께 산에 오른 나 회장과 그 꽃다발을 오랫동안 이리저리 살폈다.


“나 회장, 이거 봤나. 누가 추모의 뜻으로 놓았겠지, 안 그래요? 그래도 혹시 범인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갔을 수도 있다 아이가…. 여기 올 때마다 못 보던 꽃다발이 있으면 유심히 봅니다. 쪽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골짜기는 성인 1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비좁았다. 아이들 5명은 실종된 지 11년6개월 만에 이곳에서 유골로 나타났다. 우씨는 골짜기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북어포를 놓고 소주를 뿌리면서 몇 잔을 안주도 없이 거푸 마셨다. 

트럭으로 전국 헤맨 3년6개월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 여전

“우리 철원이, 호연이, 영규, 찬인이, 종식이 전부 다 보고 싶다. 너그들 위해서 내가 묵을란다. 뭐 30년 돼버렸는데 내가 애들 왜 잘못된 건지를 확인하고 죽어야 되는데. 그때까지는 안 살겠나.”

경찰은 연인원 35만명을 동원해 탐침봉 수색 방식으로 와룡산 일대를 뒤졌다. 단일 사건으로는 국내 최대 인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등산객 2명의 신고로 발견됐다. 수색지역에 세방골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씨는 자택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당시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 ▲우철원군의 부친 우종우씨 ⓒ배승환 기자

“그때는 그 지역에 나무들이 다 작았어요. 3월이라 위에서 보면 바닥이 훤하게 보였다고. 애들 없어진 다음날에 헬리콥터를 타고 찾아 댕겼는데 그때는 담배갑까지 보있다 아입니까. 저쪽(세방골)까지 수색했다 카믄 애들을 좀 더 빨리 찾았을 낀데…. 경찰이 와 그기를 수색을 안 했는지를 모르겠십니더.”


금세 찾을 줄 알았던 철원이는 결국 유골로 돌아왔다. 그 이후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슬픔은 줄어들고 분노는 사그라진 반면 사건의 진실에 대한 답답함과 아이를 향한 그리움은 더욱 커졌다. 사망 원인, 범인의 정체 등 어느 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것 없이 의혹만 더해진 터라 아들의 실종과 죽음을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애들이 여까지 와 왔는지는 몰라도, 집을 못 찾아온다는 건 말도 안 됩니더. 왜 못 왔겠나? 집에. 30년 지났는데도 애들이 집에 오지를 못하고 있어. 정말로 이거는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세상에 한두 명도 아니고 한꺼번에 다섯 명씩 실종되고 살해돼가 이런 험한 곳에 나타났다는 거는 어느 누구도 이해가 안 가는 짓 아입니까.” 

우씨는 다른 아버지들과 트럭 한 대로 전국을 돌았다. 트럭 뒤편에 댄 합판에 아이들의 대형 사진을 붙였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전단지를 나눠줬다. 끼니는 우동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로 대충 때우고 공용 화장실에서 씻었다. 군 단위 마을은 물론 작은 섬까지 뒤졌다. 그러다 제보가 들어오면 다음 목적지는 그곳이었다.

언론 꺼렸지만 그래도 감사
애들 계속 기억됐으면 바람

“시장 통로 같은 데서 보믄 다리 질질 끌고 다니는 그런 사람 있지요? 동전통 앞에 갖다 놓고 구루마 끌면서. 다리를 이래가 묶어 놓고 3개월만 있으면 못 피진다 카던대요. 애들을 잡아가서 그래 하고 있다고 캐가 거기도 찾아가 보고, 앵벌이 하는 데서 봤다고 캐가 거기도 가보고. 근데 전부 잘못된 제보였어요. 그러는 사이 시간만 자꾸 흘렀지.”

유가족의 전국 수색은 3년6개월 만에 끝났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찾지 못하고 남은 가족은 가족대로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서 아버지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은 이제 아이들을 찾는 것은 경찰의 몫이라고 호소를 거듭했다. 남은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30년 세월은 유가족을 갉아먹었다. 허위제보는 물론 유가족의 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인 척하는 장난전화도 많았다. 한 교수가 종식군의 아버지인 김철규씨가 아이들을 살해하고 집에 묻었다고 주장한 일도 있었다. 포클레인으로 김씨의 집 창고 부근을 파헤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당연히 아이들의 시신은 없었고 유가족은 큰 상처를 입었다. 
 

▲ ▲▲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사진 왼쪽)과 고(故) 우철원군의 부친 우종우씨 ⓒ김희구 기자

“30년 동안 신문사, 방송국에서 받은 명함만 이만큼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언론도 만나고 싶지 않고 다 잊고 싶다는 생각이 들대예. 예전에 KBS 방송국에서 ‘언제 제일 괴롭습니까’ 묻는데, ‘지금 이 순간이 제일 괴롭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방송 도중에. 그 사람이 당황할 거 아입니까. 피하고 싶어요, 사실은. 한두 번 하는 것도 아이고. 인자 할 말도 없고.”

우씨는 추모제도 지내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사건이 잊혀가는 것을 매년 확인하는 것이 괴롭다고 했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씨의 말을 듣고 있던 나 회장도 “실제 추모제를 찾는 분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죠. 언론 보도도 그렇고요. 개구리소년이 이제 전설이나 도시괴담처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움 더해

그래도 우씨가 진짜로 언론을 마다한 적은 없다. 자신이 괴로운 것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애들이 잊히는 게 두려운 까닭이다. 대구시가 아이들의 유골 발견 장소 인근에 추모비 건립을 약속한 것도 희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추모비 건립을 계기로 또 다른 성과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다. 


“추모비가 생기면 누가 와서 부수지 않을까, 훔쳐가지 않을까 매일 걱정해야 해서 처음엔 원치 않았어요. 또 추모해주는 사람도 있겠지마는 ‘아직도 이 얘기를 하고 있느냐’며 싫어할 사람도 있을 테니까. 애들 이름을 돌 뒤에 넣어달라 한 것도 혹여나 나쁜 소리 들을까 봐 그리 했습니다. 그래도 인자 집하고 가까운 곳에 우리 철원이 이름 새겨진 추모비가 생겼으니 시간 날 때마다 자주 들다보고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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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원내대표와 세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발목을 잡은 ‘김병기 논란’과 ‘공천 헌금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 속 세 명의 최고위원은 ‘당정 엇박자’ 논란을 최소화하면 남은 개혁을 해치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한병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으면서 새 진용을 꾸렸다. 쏠리는 권력구도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유능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선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저와 함께 나눠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치러진 것으로, 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까지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동 토론회 당시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조직본부 공동부본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가 여러 번 충돌한 만큼 신임 원대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를 택했다는 기류가 읽히는 이유다. 한 원내대표는 연이어 발생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추가 사고를 대비하는 등 ‘안정·관리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 대표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원내대표 선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명(친 이재명) 천준호 의원이 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의원들 또한 한 원내대표를 차기 권력으로 봤다는 것. 온건한 한병도…‘친청’ 굳힌 지도부 계파 싸움 뒤로하고 닥친 일부터 처리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내대표 후보 기자회견에 자리한 것은 친명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당에서는 명청 갈등에 선을 긋지만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김병기-정청래 간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다. 권력다툼이 없겠느냐마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올만한 군불을 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선출됐다. 이 중 강 최고위원은 친명, 나머지 두 사람은 친청(친 정청래)으로 분류돼 계파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득구 30.74% ▲이성윤 24.72% ▲문정복 23.95% 순으로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와 각을 세웠던 이건태 의원은 20.59%로 탈락했다. 지도부 내 친청계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명청 대리전’에 선을 긋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정 대표 또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는 선거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건 다 민주당 안에서의 경쟁”이라며 “지도부로서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 승리를 위해서 원팀으로, 원보이스로 팀플레이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 대표의 갈등을 지켜봐 온 만큼 충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안정형’으로 가는 반면,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파’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이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첫 번째 과제다. 정청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강경 노선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1인1표제의 부활 여부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에 강하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는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대의원에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표와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의 힘을 입어 당 대표직을 거머쥔 만큼 그들의 가중치를 높여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팀플레이 첫 난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앙위원회로 부의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됐다. 70% 넘는 찬성률에도 숙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존재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지도부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을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지난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회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완전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를 신속하게 열겠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1인1표제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1표제 외에도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 대전·충남 및 광주·전남 통합법, 사법개혁법안 현안 등 입법이 산적했다. 정 대표는 설 연휴 이전 처리를 약속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여개의 민생 법안도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를 뚫고 처리해 민생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 원내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2차 종합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수사 공백을 메우고 내란 기획, 지시, 은폐 전모를 남김없이 밝혔다”며 “사면법 개정으로 내란 사범이 사면권 뒤에 숨는 일은 원천 봉쇄하겠다. 내란 청산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를 거침 없이 해치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의 첫 시험대는 당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당이 흔들리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명 처분을 받은 민주당 김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였다가 19일, 돌연 탈당 기자회견 후 당을 떠났다. 현재 김 전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호텔·숙박 초대권 의혹,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의혹,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고, 김 전 원내대표는 재심을 청구를 예고했던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처분은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을 덜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거듭 자진 탈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올인 모드 앞서 한 여권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해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빠르게 사안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여의도는 하루가 다르게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공천 헌금 의혹에) 메어 있을수록 당에 손해”라면서도 “(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상 징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 뒤 지방선거 기반을 탄탄히 쌓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두고두고 발목 잡히는 만큼 의혹을 제대로 털어내기 위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의제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행정통합으로,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지역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충남·대전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의원은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담아낸 특별법을 내년 1월 중에, 늦어도 2월 초까지 발의하고, 2월에 국회 처리,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 7월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별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정부의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첨단과학 디엔에이(DNA)와 충남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대전과 충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한편 통합에 걸맞은 자치 권한과 특례 등 재정 주권을 확보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광주·전남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색채를 띠는 대전·충남 대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이 먼저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 척척 맞을까?…6월 지선 표밭 다지기 전력 지난 14일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 시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공동 위원장을 맡은 김원이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 전남·광주 통합은 이미 사실상 결정됐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통합자치단체 선거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구의원과 단체장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전남도와 광주시가 양 시·도 교육청과 뜻을 모았다. 김 총리와 간담회가 마련된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네명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회담 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특별법 제정 추진 ▲27개 시·군·구 정체성 존중 ▲교육자치 보장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적극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광주광역시당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무위원회에서 조속한 추진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광주시당이 앞장서 통합 논의를 실행 단계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보이스’ ‘원팀’을 강조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순항하는 줄만 알았던 검찰개혁이 민주당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얼마 뒤 SNS를 통해 “당정 이견은 없다”고 뒤집었다. 정 대표도 “개별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불안 불안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등 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숙의 과정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새 진용이 꾸려짐과 동시에 손발이 엇나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라는 급류에 올라탄 민주당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자 ‘여당의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충남 통합 여야 샅바싸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새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 “특례 없이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정치공학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먼저 띄운 만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만나 “대통령이든 민주당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257개 특례뿐 아니라 260개, 270개 더 많은 특례를 담아야 할 것”이며 “특례가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 시장과 도지사를 합쳐서 한 명의 시장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찬성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슈다. 여야를 넘어 대전·충남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우리도 대전·충남 통합을 적극 환영한다.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