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하우스 신화’ 탈출구 막힌 TBH글로벌 속사정

손대는 족족…현상유지도 버겁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TBH글로벌이 위기에 직면했다. 뒷걸음질 속도를 늦춰야 하건만, 손대는 족족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 반전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 TBH글로벌 본사 ⓒ카카오맵

2000년 출범한 TBH글로벌(옛 더베이직하우스)은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릿지 ▲쥬시쥬디 ▲미카이브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중견 패션기업이다. 이 회사의 초창기 발걸음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최단기간 매출 1000억 돌파’ ‘최단기간 150개 매장 확보’ ‘중국시장 진출 후 최단기간 내 최대 매장 확보’ 등 각종 신기록들을 쏟아냈다. 

창대한 시작
지나간 영광

2015년에는 당당히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업력 5년에 불과한 신생기업이 상장사에 이름을 올린 건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법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TBH글로벌은 ‘베이직하우스’의 성공에 기인한 바가 크다. 2000년 론칭한 베이직하우스는 캐주얼 의류 시장에 빠른 속도로 연착륙했다. 전개 5년 차에 단일 브랜드 매출 1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1342억원을 찍었다.

이 무렵 회사 총매출 가운데 9할이 베이직하우스에서 파생됐다.

하지만 숨가빴던 베이직하우스의 행보는 2009년부터 뚜렷하게 둔화됐다. 패션업종을 관통하는 침체 국면을 피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1000억원을 넘겼던 직전년도 매출은 1년 새 8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그 결과 베이직하우스는 2010년대 중반 관련업종의 변방으로 밀려나버렸다. 

현재 TBH글로벌은 베이직하우스 적자 매장을 폐점하는 방향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상태다. 

베이직하우스의 위상 하락은 TBH글로벌의 국내 사업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했다. TBH글로벌은 2008년 이후 개별기준 2000억원대 매출 달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2018년 2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지만, 이마저도 반짝 효과에 머물렀다. 

승승장구하더니…어느새 나락
처참한 수익성…반복되는 적자

최근 분위기는 한층 더 나빠졌다. TBH글로벌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의복 소비가 줄어든 영향으로, 지난해 17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한 상태다. 이는 전년(2108억원) 대비 17.9%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다. 2019년 44억원이던 TBH글로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69억원으로 적자전환이 이뤄졌다. 4분기에 거둔 14억원의 이익으로는 3분기까지 누적된 83억원의 적자를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일제히 하항곡선을 그린 주요 실적지표의 영향으로, TBH글로벌의 재정건전성에는 일정 부분 흠집이 생겼다. 심지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 베이직하우스 매장

잠정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TBH글로벌의 총자산은 전년(1755억원) 대비 20.5% 감소한 1396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본의 감소가 총자산의 변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1077억원이던 TBH글로벌의 총자본은 1년 사이 784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같은 기간 총부채(2019년 679억원→2020년 612억원)의 변동폭을 한참 초과한다.

총자본의 감소는 온전히 결손금의 여파였다. 2018년 재무제표에 965억원으로 기재됐던 이익잉여금은 이듬해 188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 결손금 100억원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30억원대 결손금이 추가 누적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락세 거듭
누적된 적자

최근 2년 사이 연이어 목격된 결손금으로의 전환과 결손금의 확대는 천문학적인 순손실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TBH글로벌은 2018년 중단영업손실(432억원), 2019년 공동기업손실(973억원)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각각 576억원, 7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공동기업 투자 손실 감소의 영향으로 순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305억원에 머물렀다는 게 위안거리다.

순손실에서 파생된 총자본의 감소는 궁극적으로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45.1%, 63.0%를 나타냈던 TBH글로벌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500억원대 안팎을 형성하는 총차입금은 TBH글로벌의 재정건전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또 다른 단초다. 2018년 590억원에 달했던 TBH글로벌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451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늘어난 상태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이 480억원이고, 연말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450~500억원으로 추산된다.
 

▲ 우종완 사장 ⓒTBH글로벌

지난해 3분기 차입금 항목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장기차입금(21억원), 비유동성리스부채(103억원)를 제외한 356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단기차입금 306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6억7000만원 ▲유동성리스부채 44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말라버린 곳간
위험 신호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25.7%에서 지난해 3분기에 31.7%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17.9%에 23.6%로 상승했다.

수백억대 차입금은 이자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순손실 확대에 소폭이나마 영향을 주게 된다. TBH글로벌은 2019년 25억원을 이자비용으로 회계 처리했고, 지난해 역시 비슷한 규모의 이자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국내 사업에서의 실적 부진 및 재정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지지만, 이를 타개할만한 대책을 찾기란 생각 만큼 쉽지 않다. 통상 국내 사업이 삐걱거릴 경우 해외 사업에서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마련이지만, TBH글로벌은 이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찌감치 공들인 해외 사업은 골칫덩이로 전락한지 오래다.

TBH글로벌은 2004년 7월 중국사업법인(백가호상해시장유한공사)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타진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 기반 조성에 힘을 쏟은 결과, 2016년 말 기준 1840개의 매장을 운영할 만큼 중국 법인의 외형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무렵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50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도한 중국 법인 상장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급반전됐다. TBH글로벌의 해외 법인인 TBH홍콩은 2010년대 초부터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해왔다. 이 회사는 중국 내 사업회사인 백가호상해시장유한공사를 실질 지배하고 있다.

재정 위험수위…빚 의존 심화
구멍 막느라 급급한 중국사업

2015년 골드만삭스와 어퍼니티는 TBH홍콩이 2018년 4월 이내에 기업공개(IPO)하는 조건으로 FI로 참여했다. 골드만삭스와 어퍼니티는 각각 TBH홍콩 지분 14.05%, 14.29%를 보유하면서 상장에 실패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런 가운데 TBH홍콩이 지난해 3월 IPO에 실패하자 투자자들은 석 달 후 풋옵션 행사를 통지했다. 이는 TBH홍콩이 투자자들의 주식 28.33%를 약 1600억원에 매수해야 함을 의미했다.
 

▲ ⓒTBH글로벌

TBH글로벌은 다른 투자자를 모색했으나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2017년 12월 연이율 20%에 9000만달러(1000억원)대 CB 발행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중국법인이 보유한 현금으로 나머지 600억원을 갚았고, 이듬해 3월에는 본사 사옥을 매각해 일부를 상환하는 등 빚을 갚느라 동분서주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상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갚아야 할 돈은 남아 있다. 지난달 4일 기준 TBH글로벌이 상환해야 하는 전환채권의 원금은 659만달러다. 

TBH홍콩 상장 무산은 TBH글로벌의 해외법인에 대한 지배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TBH글로벌은 TBH홍콩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음에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상태다. 홍콩법인 상장을 염두해 두고 투자를 진행한 골드만삭스로 인해 홍콩법인의 지배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이 여파로 TBH글로벌은 2019년 2분기부터 TBH홍콩을 공동법인으로 분류하고 개별 실적만 공시하고 있다.

고장난
해외사업

연결실적을 공시하지 못할 뿐, TBH홍콩의 처참한 성적표는 TBH글로벌의 개별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상태다. TBH글로벌의 2018년과 2019년 개별 재무제표에 기재된 중단영업손실(432억원), 공동기업손실(973억원)은 TBH홍콩의 순손실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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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