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하우스 신화’ 탈출구 막힌 TBH글로벌 속사정

손대는 족족…현상유지도 버겁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TBH글로벌이 위기에 직면했다. 뒷걸음질 속도를 늦춰야 하건만, 손대는 족족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 반전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 TBH글로벌 본사 ⓒ카카오맵

2000년 출범한 TBH글로벌(옛 더베이직하우스)은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릿지 ▲쥬시쥬디 ▲미카이브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중견 패션기업이다. 이 회사의 초창기 발걸음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최단기간 매출 1000억 돌파’ ‘최단기간 150개 매장 확보’ ‘중국시장 진출 후 최단기간 내 최대 매장 확보’ 등 각종 신기록들을 쏟아냈다. 

창대한 시작
지나간 영광

2015년에는 당당히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업력 5년에 불과한 신생기업이 상장사에 이름을 올린 건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법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TBH글로벌은 ‘베이직하우스’의 성공에 기인한 바가 크다. 2000년 론칭한 베이직하우스는 캐주얼 의류 시장에 빠른 속도로 연착륙했다. 전개 5년 차에 단일 브랜드 매출 1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1342억원을 찍었다.

이 무렵 회사 총매출 가운데 9할이 베이직하우스에서 파생됐다.


하지만 숨가빴던 베이직하우스의 행보는 2009년부터 뚜렷하게 둔화됐다. 패션업종을 관통하는 침체 국면을 피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1000억원을 넘겼던 직전년도 매출은 1년 새 8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그 결과 베이직하우스는 2010년대 중반 관련업종의 변방으로 밀려나버렸다. 

현재 TBH글로벌은 베이직하우스 적자 매장을 폐점하는 방향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상태다. 

베이직하우스의 위상 하락은 TBH글로벌의 국내 사업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했다. TBH글로벌은 2008년 이후 개별기준 2000억원대 매출 달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2018년 2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지만, 이마저도 반짝 효과에 머물렀다. 

승승장구하더니…어느새 나락
처참한 수익성…반복되는 적자

최근 분위기는 한층 더 나빠졌다. TBH글로벌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의복 소비가 줄어든 영향으로, 지난해 17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한 상태다. 이는 전년(2108억원) 대비 17.9%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다. 2019년 44억원이던 TBH글로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69억원으로 적자전환이 이뤄졌다. 4분기에 거둔 14억원의 이익으로는 3분기까지 누적된 83억원의 적자를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일제히 하항곡선을 그린 주요 실적지표의 영향으로, TBH글로벌의 재정건전성에는 일정 부분 흠집이 생겼다. 심지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 베이직하우스 매장

잠정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TBH글로벌의 총자산은 전년(1755억원) 대비 20.5% 감소한 1396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본의 감소가 총자산의 변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1077억원이던 TBH글로벌의 총자본은 1년 사이 784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같은 기간 총부채(2019년 679억원→2020년 612억원)의 변동폭을 한참 초과한다.

총자본의 감소는 온전히 결손금의 여파였다. 2018년 재무제표에 965억원으로 기재됐던 이익잉여금은 이듬해 188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 결손금 100억원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30억원대 결손금이 추가 누적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락세 거듭
누적된 적자

최근 2년 사이 연이어 목격된 결손금으로의 전환과 결손금의 확대는 천문학적인 순손실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TBH글로벌은 2018년 중단영업손실(432억원), 2019년 공동기업손실(973억원)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각각 576억원, 7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공동기업 투자 손실 감소의 영향으로 순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305억원에 머물렀다는 게 위안거리다.

순손실에서 파생된 총자본의 감소는 궁극적으로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45.1%, 63.0%를 나타냈던 TBH글로벌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500억원대 안팎을 형성하는 총차입금은 TBH글로벌의 재정건전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또 다른 단초다. 2018년 590억원에 달했던 TBH글로벌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451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늘어난 상태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이 480억원이고, 연말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450~500억원으로 추산된다.
 

▲ 우종완 사장 ⓒTBH글로벌

지난해 3분기 차입금 항목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장기차입금(21억원), 비유동성리스부채(103억원)를 제외한 356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단기차입금 306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6억7000만원 ▲유동성리스부채 44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말라버린 곳간
위험 신호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25.7%에서 지난해 3분기에 31.7%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17.9%에 23.6%로 상승했다.

수백억대 차입금은 이자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순손실 확대에 소폭이나마 영향을 주게 된다. TBH글로벌은 2019년 25억원을 이자비용으로 회계 처리했고, 지난해 역시 비슷한 규모의 이자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국내 사업에서의 실적 부진 및 재정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지지만, 이를 타개할만한 대책을 찾기란 생각 만큼 쉽지 않다. 통상 국내 사업이 삐걱거릴 경우 해외 사업에서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마련이지만, TBH글로벌은 이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찌감치 공들인 해외 사업은 골칫덩이로 전락한지 오래다.

TBH글로벌은 2004년 7월 중국사업법인(백가호상해시장유한공사)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타진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 기반 조성에 힘을 쏟은 결과, 2016년 말 기준 1840개의 매장을 운영할 만큼 중국 법인의 외형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무렵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50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도한 중국 법인 상장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급반전됐다. TBH글로벌의 해외 법인인 TBH홍콩은 2010년대 초부터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해왔다. 이 회사는 중국 내 사업회사인 백가호상해시장유한공사를 실질 지배하고 있다.

재정 위험수위…빚 의존 심화
구멍 막느라 급급한 중국사업

2015년 골드만삭스와 어퍼니티는 TBH홍콩이 2018년 4월 이내에 기업공개(IPO)하는 조건으로 FI로 참여했다. 골드만삭스와 어퍼니티는 각각 TBH홍콩 지분 14.05%, 14.29%를 보유하면서 상장에 실패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런 가운데 TBH홍콩이 지난해 3월 IPO에 실패하자 투자자들은 석 달 후 풋옵션 행사를 통지했다. 이는 TBH홍콩이 투자자들의 주식 28.33%를 약 1600억원에 매수해야 함을 의미했다.
 

▲ ⓒTBH글로벌

TBH글로벌은 다른 투자자를 모색했으나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2017년 12월 연이율 20%에 9000만달러(1000억원)대 CB 발행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중국법인이 보유한 현금으로 나머지 600억원을 갚았고, 이듬해 3월에는 본사 사옥을 매각해 일부를 상환하는 등 빚을 갚느라 동분서주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상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갚아야 할 돈은 남아 있다. 지난달 4일 기준 TBH글로벌이 상환해야 하는 전환채권의 원금은 659만달러다. 

TBH홍콩 상장 무산은 TBH글로벌의 해외법인에 대한 지배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TBH글로벌은 TBH홍콩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음에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상태다. 홍콩법인 상장을 염두해 두고 투자를 진행한 골드만삭스로 인해 홍콩법인의 지배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이 여파로 TBH글로벌은 2019년 2분기부터 TBH홍콩을 공동법인으로 분류하고 개별 실적만 공시하고 있다.

고장난
해외사업

연결실적을 공시하지 못할 뿐, TBH홍콩의 처참한 성적표는 TBH글로벌의 개별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상태다. TBH글로벌의 2018년과 2019년 개별 재무제표에 기재된 중단영업손실(432억원), 공동기업손실(973억원)은 TBH홍콩의 순손실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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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