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의원님 수상한 가족회사 추적

13년이나…서초구 집에서 무슨 사업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아파트에는 가족회사가 있다. 윤 의원의 두 자녀들은 이곳에서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를 지냈다. 선임 당시 이들의 나이는 만 18세와 만 21세. 다소 어린 나이에 회사 임원으로 선임된 점은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총선에서 윤 의원이 당선되자, 이들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3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일가는 ‘삼우아이앤티’라는 비상장사를 운영한다. 사업 목적은 다양하다. 삼우아이앤티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섬유·의복, 기계·전자·화공·조립금속부터 화장품·건강보조식품, 공해 방지시설·철물·배관공사까지 등재돼있다. 부동산업과 컨설팅업도 취급한다.

제조업
부동산업

언뜻 살펴보면 삼우아이앤티는 제조사다. 그만큼 업종에 걸맞은 시설이 기대된다. 하지만 회사 주소지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왜일까.

삼우아이앤티 본점 주소지는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다. 아파트에서 제조업을 한다는 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다. 전문가들은 등기부등본에 적시된 사업 목적만으로 회사를 바라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등기부등본에 적시된 사업 목적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이미 관련 사업을 접은 지 오랜데, 이를 수정하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우아이앤티의 사업 목적은 2004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변경되지 않았다.

한 회계사는 “본사를 아파트에 뒀다는 건, 그곳에서 영위가 가능한 업종이라는 것”이라며 “(제조업이 아닌) 부동산업을 영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른 세무사는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라면 집주소로 사업자등록을 낼 수 있다”며 “제조업이라면 어렵지만, 컨설팅 업종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우아이앤티 사업 목적에는 부동산업과 컨설팅업이 있다.

종합해보면, 삼우아이앤티는 과거 제조업을 다뤘지만 오늘날은 부동산업이나 컨설팅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 의원의 설명은 달랐다. 윤 의원은 “의류 관련 일을 하고 있던 배우자가 경영에 참여하며 의류도소매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 아파트에 비상장 가족법인
20대 초 자녀 사내이사·감사 활동

눈길이 가는 건 삼우아이앤티가 본점으로 두고 있는 아파트의 6주인이다. 이곳은 다름 아닌 윤 의원의 거주지다. 삼우아이앤티는 지난 2008년 이곳에 정착했다. 약 13년 동안 윤 의원 아파트에서 회사를 운영해왔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뭘까. 윤 의원은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주소를 자택으로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구조조정’과 자택으로 주소를 옮긴 ‘2008년’에는 시간 차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우아이앤티는 윤 의원의 장인이 지난 1990년 설립한 법인이다. 회사 운영은 일가에서 도맡았다. 윤 의원도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사직을 지냈다.
 

▲ 삼우아이앤티가 본점으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 ⓒ네이버 지도

눈에 띄는 임원 변동은 지난 2015년 발생했다. 등기임원은 윤 의원의 부인과 장남, 장녀로 압축됐다. 윤 의원 부인은 그해 8월 삼우아이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례적인 임원 인사는 아니었다. 앞서 그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삼우아이앤티 이사와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특이한 점은 장남과 장녀에게서 포착됐다. 이들은 2015년 8월 삼우아이앤티의 사내이사와 감사로 취임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의 나이다. 당시 1997년생인 장남은 만 18세, 1994년생인 장녀는 만 21세였다.

법인 임원직을 맡기에는 어린 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막 성인이 됐을 무렵으로, 뚜렷한 경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들의 선임 과정에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20대 자녀
임원으로

한 세무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가족회사에서는 흔한 사례”라면서도 “세법적 관점을 떠나 사회통념상 만 18세와 만 21세가 등기이사와 감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을 것이라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시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나이에 회사 임원이었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이야기”라며 “따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 의원은 “손자·손녀들에게도 일정 지분을 주겠다는 장인의 유언에 따라 자녀들이 등기 임원으로 선임됐다”고 해명했다. 자격 여부를 떠나 장인의 유언에 따라 지분을 상속받은 자녀들이 임원으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사실상 오너가 부모 쪽이니까 (임원 선임을)부모 찬스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자녀들이 회사 지분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의 부인과 자녀들은 삼우아이앤티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부인 3만4000주(56.7%), 장남 1만4000주(23.3%), 장녀 1만2000주(20%)였다. 하지만 윤 의원이 지난해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후, 윤 의원 일가는 그해 8월3일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주식은 1주당 1만1000원에 거래됐다.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부인은 3억7400만원을 취득했다. 장남과 장녀에게도 각각 1억5400만원과 1억3200만원이 돌아갔다.

당선 이후
주식 팔아

종합해보면 특별한 경력을 짐작하기 어려운 20대 자녀들이 가족회사 임원으로 들어왔고,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일정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다만 윤 의원은 “(삼우아이앤티의) 기업 가치도 크지 않고, 의류 도소매업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이르러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며 “현재 회사는 업종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자녀들이 회사 임원으로 재직했던 만큼, 이들에게 보수가 지급됐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한 세무사는 “법인에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급여를 주고 비용 처리를 했다면 조세회피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 역시 “임원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자녀들인 만큼, 명의만 대여하고 허위로 임금을 지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번번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자녀들이 보수를) 전혀 지급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가족들이 어디에 주식을 매각했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윤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지분이 모두 정리된 만큼, 삼우아이앤티의 실질적 주인은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우아이앤티를 윤 의원의 가족회사로 볼만한 여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일했나? 임금도 지급?
현재 부인·장녀가…주소 그대로

사내이사를 맡았던 장남은 3년의 임기를 채우고 2018년 퇴임했다. 그는 삼우이앤티에서 더 이상 특별한 직을 맡고 있지 않다. 장녀 역시 같은 기간 동안 감사를 지냈지만, 2019년부터 현재까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윤 의원의 부인 역시 현재 삼우아이앤티 대표이사다. 회사 주소지는 윤 의원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그대로다.

윤 의원은 “상속, 지분매각, 지분가치 산정 및 세금 등은 회계세무사무소를 통해 문제없이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업종전환 절차를 밟고 있는 삼우아이앤티는 꽤 매력적인 회사로 평가된다. 특히 부동산업으로 전환될 시 그렇다.

한 회계사는 “서울 시내에 소재하면서 20년 업력을 갖고 있는 회사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설립된 지 5년이 넘은 법인은 부동산 취득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5년 이내 설립된 법인은 취득세가 중과돼 사실상 부동산 취득이 불가능하다.

삼우아이앤티는 비상장사다. 구체적 실적을 살펴보기 어렵다.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삼우아이앤티는 자본총계 -10억원에 매출은 없었다.

정리해도
가족회사?

회계사는 삼우아이앤티의 결손금 10억원에 대해 “앞으로 10억원까지 이익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라며 “예를 들어 건물을 한 채 사고, 임대료를 받더라도 10억원이 넘기 전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출이 없고 결손금이 있지만 (1주당 1만1000원에) 주식이 거래됐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산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자세한 분석은 재무제표를 따져봐야 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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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