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두 번째 골육상쟁’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 이어 조카에 뒤통수 맞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에서 골육상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승계 구도에서 소외됐던 조카가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칼을 빼든 양상이다. 오너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외부에서 우군을 규합한 조카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박찬구 회장은 졸지에 ‘형제의 난’과 ‘조카의 난’을 섭렵하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전남 나주 출신인 고 박인천 창업주가 1946년 46세의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2015년까지만 해도 같은 집단으로 묶였던 사이다.

다툼 끝에
계열분리

금호아시아나는 광주여객(금호고속, 1948년)을 시작으로, 죽호학원(1959년), 삼양타이야공업(금호타이어, 1960년), 한국합성고무공업(금호석유화학, 1971년), 금호실업(1976년), 금호문화재단(1977년), 아시아나항공(1988년) 등을 차례로 편입시켰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접어들 무렵에는 건설·물류·금융을 아우르는 재계 10위권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 번 굵직한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2006년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08년 대한통운마저 4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그사이 재계 순위는 11위에서 7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성급한 덩치 키우기는 현금 유동성에 독으로 작용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하면서 투입한 6조4000억원 가운데 3조5000원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대출해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2009년 말까지 주가가 인수 당시 주가(2만6000원)보다 6000원 높은 3만2000원이 안 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3만원대에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내걸었다.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2009년 말 대우건설 주가는 1만3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하며 대우건설 주식을 사줄 것을 요구했고, 이 금액의 총액은 4조원을 넘겼다.

자금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토해냈다. 이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그룹의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던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합병을 극구 반대했음에도 박삼구 회장은 이를 성사시켰고, 인수합병이 실패로 종결되자 두 사람은 그룹 경영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형과 다투더니 박차고 독립
세력 키우고 가문 선봉으로 

그룹 총괄 권한을 놓고 발생한 이견 대립도 형제 간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금호아시아나는 1984년 박인천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 고 박정구 회장, 삼남 박삼구 전 회장 순으로 형제경영 전통을 이어갔다. 

다음 수순은 박찬구 회장 차례였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동생 대신 장남인 박세창 사장을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양 측의 갈등은 한층 커졌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대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분리를 시도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와 표면상 같은 집단으로 묶였을 뿐, 독자경영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5년 대법원의 계열분리 판결로 인해 금호아시아나와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계열분리 후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은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내홍을 수습하고자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다시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핵심 자회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수순을 밟고 있으며, 사실상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모두 내놓은 처지다. 매각 수순이 완료되면 그룹은 중견기업집단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 금호석유화학 본사 ⓒ카카오맵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외형 확장이 아닌, 내실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쳐왔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매년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여파가 재계를 강타했던 지난해에도 금호석유화학은 특수를 누리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7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에서 독립한 금호석유화학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한 이래, 매년 해당항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자산총액(공정자산)은 5조6835억원, 재계 순위는 59위다.

와해된 본가
사실상 적통

내실을 다진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본업 이외의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범금호가’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에 금호리조트 인수를 매듭지을 전망이다. 앞서 금호리조트 매각 주간사인 NH투자증권과 안진회계법인은 지난달 19일 본입찰에서 금호석유화학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입찰가로 25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리조트 인수에 나선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금호리조트는 ▲금호티앤아이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등과 함께 금호아시아나 소유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리조트에 애정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형제간 갈등과는 별개로 집안이 영위해온 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어가도록 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호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투영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호리조트 인수를 사촌 간 지분 정리의 신호탄쯤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의 또 다른 중심축인 고 박정구 회장 일가에게 금호리조트를 넘기는 형식의 계열분리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세력뿐 아니라 고 박정구 회장의 친인척도 경영에 참여하는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실권은 박찬구 회장 측이 쥐고 있지만, 고 박정구 회장 측 역시 무시 못 할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 박준경 전무, 고 박정구 회장, 박철완 상무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의 단일 최대주주는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상무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이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6.69%)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대신 박찬구 회장의 장남(박준경 전무)과 장녀(박주형 상무)의 지분율이 각각 7.17%, 0.98%이기 때문에 박찬구 회장 측 우호지분은 14.84%로 높아진다.

잠잠하더니
불거진 내홍


하지만 평화로운 계열분리 수순을 예상했던 재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카가 삼촌을 향해 칼을 빼들면서, 순식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구도가 형성된 분위기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박찬구 회장과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지분 보유 목적은 ‘주주권 행사’로 명시했다. 사실상 박 회장의 경영권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에 배당 확대 및 이사 교체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 제안서도 발송했다.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와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라는 게 골자다.

금호석유화학은 이튿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번 주주 제안의 내용과 최근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철완 상무가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재계는 경영 일선에서 소외됐던 박철완 상무가 본인의 영역을 구축할 시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소외된 조카의 반격
일촉즉발 긴장 구도


박철완 상무는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이 부각됐던 2009년에 박삼구 전 회장 측에 섰지만, 이후 금호석유화학에 둥지를 틀었다. 이런 이유로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라는 위상과 달리, 그룹 승계 구도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포함된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전무와 달리, 박철완 상무는 배제됐다. 197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10년 함께 상무보로 승진했던 전례가 있다. 

박철완 상무의 노림수는 최대한 많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IS동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IS동서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5개월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운 IS동서 회장의 아들인 권민석 대표이사가 개인 명의로 지분 직접 매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3~4%가량으로 파악된다. 

IS동서 측은 단순 투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는 권민석 대표와 박철완 상무의 연합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게 되면 14% 안팎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박찬구 회장 우호세력과의 지분 격차를 1~2%대로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포섭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박철완 상무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본인의 우호세력이 임명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7인 총 10명으로 구성돼있으며, 4명의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3인은 연임이 유력하지만, 장명기 이사의 경우 6년 임기 제한에 걸리는 관계로 새 인물 내정이 불가피하다.

유리하지만…
불편한 심기

그러나 박철완 상무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박찬구 회장이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이 크다.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50% 미만으로 매우 안정적 수준이고, 건실한 실적이 주가 상승세를 견인하는 추세다.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3년간 배당 규모가 꾸준히 확대하면서, 박철완 상무가 내세운 배당 확대의 필요성도 일정부분 희석된 상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총 409억원가량을 현금배당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차등배당 정책도 도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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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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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