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두 번째 골육상쟁’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 이어 조카에 뒤통수 맞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에서 골육상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승계 구도에서 소외됐던 조카가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칼을 빼든 양상이다. 오너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외부에서 우군을 규합한 조카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박찬구 회장은 졸지에 ‘형제의 난’과 ‘조카의 난’을 섭렵하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전남 나주 출신인 고 박인천 창업주가 1946년 46세의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2015년까지만 해도 같은 집단으로 묶였던 사이다.

다툼 끝에
계열분리

금호아시아나는 광주여객(금호고속, 1948년)을 시작으로, 죽호학원(1959년), 삼양타이야공업(금호타이어, 1960년), 한국합성고무공업(금호석유화학, 1971년), 금호실업(1976년), 금호문화재단(1977년), 아시아나항공(1988년) 등을 차례로 편입시켰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접어들 무렵에는 건설·물류·금융을 아우르는 재계 10위권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 번 굵직한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2006년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08년 대한통운마저 4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그사이 재계 순위는 11위에서 7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성급한 덩치 키우기는 현금 유동성에 독으로 작용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하면서 투입한 6조4000억원 가운데 3조5000원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대출해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2009년 말까지 주가가 인수 당시 주가(2만6000원)보다 6000원 높은 3만2000원이 안 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3만원대에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내걸었다.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2009년 말 대우건설 주가는 1만3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하며 대우건설 주식을 사줄 것을 요구했고, 이 금액의 총액은 4조원을 넘겼다.

자금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토해냈다. 이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그룹의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던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합병을 극구 반대했음에도 박삼구 회장은 이를 성사시켰고, 인수합병이 실패로 종결되자 두 사람은 그룹 경영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형과 다투더니 박차고 독립
세력 키우고 가문 선봉으로 

그룹 총괄 권한을 놓고 발생한 이견 대립도 형제 간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금호아시아나는 1984년 박인천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 고 박정구 회장, 삼남 박삼구 전 회장 순으로 형제경영 전통을 이어갔다. 

다음 수순은 박찬구 회장 차례였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동생 대신 장남인 박세창 사장을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양 측의 갈등은 한층 커졌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대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분리를 시도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와 표면상 같은 집단으로 묶였을 뿐, 독자경영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5년 대법원의 계열분리 판결로 인해 금호아시아나와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계열분리 후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은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내홍을 수습하고자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다시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핵심 자회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수순을 밟고 있으며, 사실상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모두 내놓은 처지다. 매각 수순이 완료되면 그룹은 중견기업집단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 금호석유화학 본사 ⓒ카카오맵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외형 확장이 아닌, 내실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쳐왔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매년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여파가 재계를 강타했던 지난해에도 금호석유화학은 특수를 누리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7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에서 독립한 금호석유화학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한 이래, 매년 해당항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자산총액(공정자산)은 5조6835억원, 재계 순위는 59위다.

와해된 본가
사실상 적통

내실을 다진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본업 이외의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범금호가’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에 금호리조트 인수를 매듭지을 전망이다. 앞서 금호리조트 매각 주간사인 NH투자증권과 안진회계법인은 지난달 19일 본입찰에서 금호석유화학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입찰가로 25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리조트 인수에 나선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금호리조트는 ▲금호티앤아이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등과 함께 금호아시아나 소유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리조트에 애정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형제간 갈등과는 별개로 집안이 영위해온 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어가도록 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호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투영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호리조트 인수를 사촌 간 지분 정리의 신호탄쯤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의 또 다른 중심축인 고 박정구 회장 일가에게 금호리조트를 넘기는 형식의 계열분리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세력뿐 아니라 고 박정구 회장의 친인척도 경영에 참여하는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실권은 박찬구 회장 측이 쥐고 있지만, 고 박정구 회장 측 역시 무시 못 할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 박준경 전무, 고 박정구 회장, 박철완 상무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의 단일 최대주주는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상무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이는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6.69%)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대신 박찬구 회장의 장남(박준경 전무)과 장녀(박주형 상무)의 지분율이 각각 7.17%, 0.98%이기 때문에 박찬구 회장 측 우호지분은 14.84%로 높아진다.

잠잠하더니
불거진 내홍

하지만 평화로운 계열분리 수순을 예상했던 재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카가 삼촌을 향해 칼을 빼들면서, 순식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구도가 형성된 분위기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박찬구 회장과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지분 보유 목적은 ‘주주권 행사’로 명시했다. 사실상 박 회장의 경영권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에 배당 확대 및 이사 교체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 제안서도 발송했다.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와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라는 게 골자다.

금호석유화학은 이튿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번 주주 제안의 내용과 최근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철완 상무가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재계는 경영 일선에서 소외됐던 박철완 상무가 본인의 영역을 구축할 시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소외된 조카의 반격
일촉즉발 긴장 구도

박철완 상무는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이 부각됐던 2009년에 박삼구 전 회장 측에 섰지만, 이후 금호석유화학에 둥지를 틀었다. 이런 이유로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라는 위상과 달리, 그룹 승계 구도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포함된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전무와 달리, 박철완 상무는 배제됐다. 197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10년 함께 상무보로 승진했던 전례가 있다. 

박철완 상무의 노림수는 최대한 많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IS동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IS동서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5개월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운 IS동서 회장의 아들인 권민석 대표이사가 개인 명의로 지분 직접 매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3~4%가량으로 파악된다. 

IS동서 측은 단순 투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는 권민석 대표와 박철완 상무의 연합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게 되면 14% 안팎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박찬구 회장 우호세력과의 지분 격차를 1~2%대로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포섭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박철완 상무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본인의 우호세력이 임명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7인 총 10명으로 구성돼있으며, 4명의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3인은 연임이 유력하지만, 장명기 이사의 경우 6년 임기 제한에 걸리는 관계로 새 인물 내정이 불가피하다.

유리하지만…
불편한 심기

그러나 박철완 상무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박찬구 회장이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이 크다.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50% 미만으로 매우 안정적 수준이고, 건실한 실적이 주가 상승세를 견인하는 추세다.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3년간 배당 규모가 꾸준히 확대하면서, 박철완 상무가 내세운 배당 확대의 필요성도 일정부분 희석된 상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총 409억원가량을 현금배당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차등배당 정책도 도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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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